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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3화


정리하자.

나는 실종자를 쫓다가 기묘하고 끔찍한 현상을 맞닥뜨리며 어딘가로 빨려 들어왔다.

결론은 간단했다.

나도 실종자처럼 실종된 거다.

괴담에 삼켜져서.

“겨, 경찰 아저씨…?”

그리고 아마도 이 애들도.

중학생 교복을 입은 애들은 대여섯 명이, 나를 보고 기대와 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도리어 압도감이 가시며 정신이 돌아왔다.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경찰은 아니야.”

나는 내가 입은 경비복 앞섬에 붙은 <백일몽 주식회사>의 로고를 보였다.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거든.”

“아아…….”

아무래도 경비 직원 유니폼을 경찰복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얼굴에 체념과 두려움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신고나 보안 조치는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침착하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줄래?”

“으으, 네…!”

맨 처음 말을 건 단발머리 학생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게. 저희는, 저희는… 수학여행을 왔는데요.”

서울의 모 중학교 1학년들이 경주로 수학여행을 왔다.

선생님들은 관리하게 편하도록 애들을 조별로 나누었고, 그중 3조가 된 이 애들은 유독 쾌활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저, 저희 숙소 뒤에 산이 있었거든요. 근데, 보니까 정자 같은 게 있어서… 담력 시험하러 가보자고.”

야밤에 자기들끼리 몰래 그 ‘정자’에 가보기로 했던 거다.

‘후….’

평소였다면 선생님들에게 걸려서 혼나고 끝나거나, 자기들끼리 구경하고 깔깔거리며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자에 그림이 있었거든요.”

여긴 괴담 세계관이다.

“이, 이상하게 생긴, 집 같은 게 그려진 그림이었는데…….”

학생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집에서 누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어요.”

“…….”

“그래서, 막, 서로 가까이 가보라고 하다가….”

“만졌구나.”

“…….”

말하던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끅끅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마, 막 갑자기 그림에서, ‘잘한다, 잘한다’ 같은 소리 나면서, 막 깔깔 웃으면서 막… 이상한 게 나오더니,”

그리고 정신 차리니 이 음산한 폐가였다는 것이다.

“창문 밖에서 이상한 소리 나고, 해 떠도 안개 때문에 안 보이고… 모, 못 나가겠어요…….”

뒤에서 좀 개구진 인상의 남자애도 훌쩍대고 있었다. 다들 패닉 직전인 것 같았다.

‘하….’

나는 의도적으로 차분하게 물었다.

“혹시 그 그림이 족자처럼 생겼었니?”

“크흥, 족자요?”

“이렇게 두루마리처럼 생긴 거.”

“아… 어, 그건 아니고… 그, 전통화? 전통화… 있잖아요, 어, 이렇게 붓으로 그린….”

“…수묵화?”

“예!!”

중학생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마도 저게 이 괴담에 끌려 들어오는 공통점일까.

족자봉이라는 건 보통 고풍스러운 물건이었다.

‘담당자가 가진 족자 안에 있던 것도 전통수묵화일 확률이 높겠지.’

화장실에서 (우웩) 날뛰던 그 기괴한 검붉은 액체도 먹 같았으니 말이다.

정리하자면….

기괴한 수묵화가 접촉한 인간을 집어삼켜 공포스러운 장소로 보내는 괴담.

‘…한, 대여섯 개쯤 되는 것 같은데.’

꽤 범주가 좁혀졌다. 뭐 하나 만만한 어둠이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이런 건 정말로 정통 괴담이란 말이지….’

사람 숨통을 조여오는 미신적인 공포.

어딘가 무속적 냄새가 나는, 그런 류의 무서운 이야기 말이다.

“…….”

진짜 큰일 났다. 나 안 그래도 귀신에 약한데….

‘아무래도 편의점 귀신 때보다 본격적으로 보이잖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론 인원수를 싶었다. 사람이라도 많으면 보통은 덜 무서우니까!

누구 더 없나?

그러고 보니 경비반장, 그 인간은 어디 간 거지? 나랑 같이 휘말려왔을 법도 한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 경비원이라도 있으면 의지가 되겠는데 이건… 애들한테 의존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많이 놀랐겠다. 얼마나 여기 있었어?”

“하, 하루…? 모르겠어요…….”

“배고프진 않니?”

“간식, 같은 게 있어서… 그거 먹었어요.”

“그렇구나.”

‘얘네도 한계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초등학교 갓 졸업한 애들이 자기들끼리 갇혀 있었다?

무서워서 정신이 각성 상태라 체력 소모를 못 느껴서 그렇지, 이대로 훅 탈진하기 십상이었다.

“너, 너무 무섭고, 폰도 안 되고, 그래서….”

“그래. 일단 아저씨가 나갈 길 찾아볼 테니까, 너희는 지금도 다른 건 건드리지 말고….”

잠깐.

“그럼 너희만 여기 있는 거야? 다른 어른은 없고?”

“어른! 있어요, 있는데, 그게…!”

그때였다.

…저 멀리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악!

“…….”

“저기서 막, 혼자 소리 지르고 있어서… 저 아저씨 무서워요.”

“……그래.”

나도 무섭다….

‘하지만 너희를 끌고 갈 수는 없잖냐….’

이럴 때는 위안을 주는 따듯한 봉제 인형(살아 있음)이 있다는 게 역시 유리할지도.

‘브라운.’

나는 주머니의 착한 친구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말이 좀 없는 것 같은데.

-노루 씨.

약간 풀 죽은 음성이 나왔다.

-미안합니다. 내게 선물을 주려고 비위생적이고 더러운 공간까지 갔군요….

제법 가책을 느끼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허허 웃었다.

‘괜찮아. 나가면 되지.’

사실 안 괜찮다.

근데 여기서 화낸다고 중도 하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움직이는 살인 봉제인형에게 원한만 쌓이겠지.

-당신 정말 대담하군요! 그건 엔터테이너로서도 훌륭한 달란트입니다!

아니다. 쫄보다.

그러니까 협조 좀 빡세게 부탁한다.

‘나갈 수 있게 도와줄래?’

-뭐가 필요합니까? 말만 하시죠! 이 브라운이 준비하겠습니다….

음, 이 정도면 오천 못 땡겨도 호감도 이상 없을 것 같다.

나는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하는 브라운을 주머니 위로 톡톡 두드린 후, 폐가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함이 들린 곳을 향해서 말이다.

“확인해 보고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을래?”

“네, 네…!”

물론 언제든 원격 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오백 원짜리를 장전한 상태였다.

그리고 손전등도.

‘제복에 달려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가느다란 불빛에 의존해 더 앞으로 나아갔다.

아악…! 아니, 안…!

…살려줘, 살려줘어어아아억!

가까워질수록 목소리가 분간되며, 어절과 문장이 들린다.

어두운 폐가의 벽 너머에서 절규하는 소리가 생생했다. 하….

‘차, 참자.’

도망치고 싶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억지로 참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이 X 같은 세상! X 같은 회사…!!”

아는 얼굴이 보였다.

“…매뉴얼 심사 담당자님?”

부적이 우수수 붙은 나무판자 앞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던 40대의 직장인은 날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실종된 이병진 과장이었다.

“겨, 경비팀…??”

아 맞다.

나 경비팀 제복 입고 있지.

“마, 맙소사! 경비팀 직원분이십니까?!”

상대는 화색이 되어서 벌벌 기며 내게 다가오고 있다.

“절 찾으러 오신 거군요!!”

아니 저도 잡혀 왔는데요.

‘근데 왜 이렇게 저자세지?’

아, 경비팀이라고 오해해서 그런 건가.

여기 떨어진 후에 이 회사 직원들이 이렇게 납작 엎드린 태도를 보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나는 빌려 입은 경비 유니폼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사무직 직원들은, 현장탐사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

정확히는 현장탐사팀의 저연차 일반 직원을 말이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니 대충 대하고, 잘 상대해 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정예팀이 될 뻔했다는 것을 알자 슬그머니 태도가 바뀌던 행정 직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눈앞에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굴리고 최선을 다해 웃고 있는 이병진 과장까지.

흠.

조금 이용해 보자.

나는 뒷짐을 지고, 경비팀 직원답게 말했다.

“사내에 실종 신고가 들어와서 탐색 중이었습니다만.”

“그, 그러시군요. 하하! 하, 하하하…! 역시!! 회사는 날 버리지 않았어…!!”

아니, 버렸는데요.

“저어, 그럼, 어, 이 어둠을 박살 내시는 거죠? 예?? 경비팀이니까….”

나는 일부러 무심한 투로 말했다.

“경비팀은 어둠을 박살 내는 직군이 아닙니다.”

“……!”

“소요 사태를 진압하는 팀이죠.”

“그… 그렇지요. 예, 하하… 제가 어, 이런 현장 탐사에 별 경험이 없어 가지고, 예.”

오케이. 대충 분위기 잡았고.

“상황을 설명하십시오.”

“예??”

“실종 이후 경험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술해 주시길 바랍니다.”

애들이 들려준 말하고 비교 대조해서 대체 이 괴담이 뭔지 파악해야 하니까!

“아, 예, 예!”

상대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다다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제, 제가, 아주 귀해 보이는 족자봉을 저어기 지리산 부근에 기념품 가게에서 발견해 가지고….”

사무실에서 들었던 내용과 거의 유사했다.

가게 주인장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라는 귀띔을 듣고 수상한 족자봉을 구매한 후, 그의 재물운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물과 가까운 곳에 두고, 족자봉을 만지지 않으면 된다고 했는데… 정말 로또가 됐다니까요!! 2등!!”

하지만….

“이상한,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병진 과장은 눈이 떨더니, 양손을 쥐어뜯으며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어, 어… 소원을 들어줬으니, 마땅히 갚는 것이 선비의 도리, 어, 그런 속삭임, 밤마다, 밤마다 물소리가, 그리고 우는 소리, 짐승 우는 소리가 멀리서 다가오고오오오!!”

히이익.

“더는, 더는 도무지이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떠올렸다.

피범벅 같던 화장실에서 본, 가운데가 갈기갈기 찢긴 족자봉을.

“찢어버리려고 했던 겁니까?”

“……예.”

그래서 한낮에 자기 집이 아닌 장소, 목격자는 없으나 찢은 후엔 바로 사람 틈으로 도망칠 수 있을 법한 곳. 가령….

‘회사의 안 쓰는 화장실.’

그런 곳을 찾아가 족자봉을 찢은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여기로 끌려왔다는 거군요.”

“……허억! 예….”

이병진 과장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목 뒤를 쓰다듬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전형적으로 괴담에서 죽는 사람이 하는 짓은 다 했네…….

그 와중에 목격자 없는 곳 가겠답시고 <백일몽 주식회사> 지하층 화장실까지 갔단 점에선 거의 박수까지 나올 정도다.

‘솔직히 이 정도면 죽어도 할 말 없을 것 같은걸.’

나는 한숨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병진 과장이 구르던 곳 앞에 부적투성이 벽이 보였다.

다른 곳보다 유독 찢긴 부적이 많다.

‘왜 이 앞에서 이 난리를 부렸던 거지?’

벽에 손전등을 비췄다.

그리고 이유를 깨달았다.

“…문입니까?”

부적이 뜯어진 틈 사이로 손잡이가 보였다.

그리고 손잡이에 잠금장치가 걸린 것으로 보아서는….

‘밖으로 통하는 문?’

“여, 여기로 찾아옵니다!”

“예?”

“귀신이! 여기로 매일 찾아와요!”

이병진 과장이 충혈된 눈으로 기어오더니 내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 잡아먹으러 옵니다. 잡아먹으러 와요…. 부, 부적이! 매일 떨어지고 있어!”

“그건….”

“오, 오늘도 찾아올….”

똑똑.

“…….”

“…….”

똑똑똑.

문에서,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똑.

“또 왔….”

나는 이병진 과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기요.

“…….”

밖이 너무 추워서 그런데, 문 좀 열어주세요.

“…….”

아저씨, 저 기억 안 나세요? 소망아파트에서 옆집 살던 일곱 살 정나은이요…

어린애가 훌쩍이며 흐느끼는 소리가 문 너머로부터 들려온다.

저 좀 도와주세요. 너무 춥고 힘들어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공포도 잊고 절로 동정심이 들게 되는, 그런 이상한 애절함이 전해져왔다….

홀린 듯,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나, 나은아.”

아저씨.

문에서 부적이 타들어갔다.

흐느끼는 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또 대답하네?

“…!”

“아, 아냐!! 악!! 아니야! 안 대답했어!! 꺼져! 꺼져!!”

정신을 차린 과장이 발광했다.

하지만.

싫은데?

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싫은데

“히이이익!”

쿵.

쿵쿵쿵쿵쿵쿵

문이 부서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들어간 부적이 떨어진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

부적이 우수수 떨어진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는 간신히 팔을 움직였다.

쿵.

허공에 동전을 던져 손을 불러냈다.

쿵.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무수한 부적 중, 온전한 모양새의 것들을 어떻게든 잡아올려….

쿵.

문고리 위에 그 부적들을 덧댔다.

쿵.

부적들이 다시 우수수 떨어졌다.

“후욱.”

그러나…….

.

문소리가 멈췄다.

문손잡이 위에 내가 덧바른 부적 중 남은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

“…….”

아깝다.

뒷목에 소름이 올랐다.

흑, 흐흐흐흑….

터벅터벅, 길 걷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허억, 허어어어….”

이병진 과장이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땀으로 가득한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

‘미치겠다.’

문 울릴 때 기절할 뻔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뒤로 감췄다.

먹잇감을 가두는 괴담.

무속적 분위기, 부적, 잡아먹는다, 유혹, 부르는 소리, 공포…….

‘…….’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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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山君님]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C-51.

창귀를 소재로 그린 수묵화의 음산한 어둠.

탐사는 총 17회까지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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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장산범류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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