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56화
선로 아래에 선 최 요원의 입에서 설명하듯 고조 없는 이야기가 들린다.
충격적인 사실이.
“세광특별시 재봉쇄 의식은 벌써 진행되고 있어.”
……!
“이런 거대한 의식은 적어도 사흘은 들여야 하거든. 이미 시작했다는 거야.”
머리가 차갑게 식으며 이해한다.
대도시 하나를 없애는 일이 짧은 시간에 급속히 이루어질 리가 없다….
300일의 카운트다운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더욱.
벌써 시작되어 한창이라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물론 일반적인 굿이나 치성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정성을 다한다’라는 결은 비슷하지. 뭐든 공을 들여야 잘 되는 거잖아.”
“…….”
“이틀 뒤에 봉쇄가 풀릴 시점, 그 시각에 딱 맞물려 들어가기 위한 시간 안배야. 칠 일간 안반굿을 하고, 재계를 끝낸 전문 요원들이 벌써 신칼을 들고 있어.”
최 요원이 마치 보이는 것처럼 서술한다.
“의식에 쓸 무구는 명도(明斗)야. 놋쇠 거울이라고 보면 되지. 세광특별시를 상징하도록 구결을 맞춰 새긴 일월명도에 제물을 상징하는 생피를 덮어서 전안 바닥에 거꾸로 뒤집을 거야….”
어딘가에서, 꽹과리 소리와 목청껏 외치는 소리, 북소리, 방울이 미친 듯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최 요원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명도에 쏟을 제물의 피를 바꿔치기할 계획이었어.”
머리가 곤두선다.
“…설마, 본인의 피로?”
“그렇지.”
“제정신입니….”
“계속 들어봐.”
최 요원이 내 말을 막더니, 덤덤하게 계속 말한다.
“그러면 제물의 방향성이 바뀌게 돼. 아마 기존에는 세광특별시의 시민을 상징하도록, 사주를 맞춘 영험한 동물의 피를 준비했을 건데… 이제 그 살이 나한테 오는 거지.”
“…….”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러니까 나는 봉쇄가 풀리는 시점부터 따로 의식을 진행할 거야. 음, 요즘 애들 말로는 어그로를 끈다고 할 수 있겠네.”
“혼자서 무슨 수로 대도시 시민들을 대체할 생각이었습니까.”
“간단해. 숫자를 맞추면 돼.”
“…….”
불길한 느낌이 감돈다.
“어차피 필요한 건 생이 끊기는 순간, 그러니까… 이건 명을 끊는 게 중요한 제물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그만큼 죽겠다고요?”
“…….”
“사람 숫자만큼, 반복해서 더 죽겠다는 겁니까?”
“그렇지.”
최 요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잠깐만.’
그게 대체, 수치가 어떻게 되는 거지?
‘수십만 명이 매일 죽고 있는데, 그러니까 지금 매일 혼자 그걸 반복….’
천문학적이라 코스믹호러적 공포까지 몰려오는 숫자.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물론 아무나 그런다고 의식이 완성될 리는 없고, 나도 나름 끗발이 있으니까 또 이런 짓도 시도해 보는 거지만.”
“미, 미쳤습니까?”
돌았나?
이게 돌았다고 표현될 상황인가?
“아니. 오히려 버틸 만한 거지. 매번 죽을 때마다 기억이 없으니 미치지도 않고.”
최 요원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물론 이 상태를 영원히 버티겠다, 내가 뭐, 살아 있는 고통의 장승 같은 게 되겠다는 속셈은 아니야. 나는… 세광고에서 홍 팀장님이 하셨던 것처럼 힌트를 남겨둘 생각이었지.”
“…!”
“그러면 너희가 언젠가 날 구해줄 거잖아. 그렇지? 청동이랑 포도가.”
“…….”
“지금처럼 무모한 시도 말고, 더 연구해서 말이야. 청동이가 있으면 좀 다르겠지.”
약간 희미한 미소가 번지던 최 요원의 얼굴은 다시 피로한 덤덤함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나와 자신 사이에 있는 시체를 향한다.
정확히는, 죽은 청동 요원의 시체를.
“…요원님.”
“걱정하지 마. 내가 지인 시체를 출동 중에 몇 번이나 봤을 줄 알고? …바깥에 잘 잠들어 있는 것도 알아.”
그러나 최 요원은 미동도 없는 청동 요원을 마치 전사한 동생이나 아들을 보는 것처럼 보더니,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쓰다듬고 조용히 내렸다.
“…지금까지 시체가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아마 바깥에서 깨어나진 않았겠지. …세광특별시 지상에 의식이 잡혀 있을 거야.”
“…….”
“지금 시민들을 잡고 있는 봉쇄가 풀리면, 청동이도 빠져 나오겠지.”
다짐하듯이 말한다.
그리고 아마 본인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선로 출구로 살짝 시선을 던지더니 다시 나를 본다.
“그럼 이야기나 계속할까. 널 백일몽 지하에서 빼 오면서 무슨 짓을 한 건지도 궁금해했잖아.”
“…….”
“간단해. 일종의 담보대출 같은 거지.”
최 요원이 목뒤를 쓸다가 내린다.
“널 찾아내 주신… 음, ‘어떤 분’한테 내가 몇 년 내로 적당한 선물을 못 올리면, 내가 몇 부위 사라질 거야.”
이런 미친….
“만족하실 만한 선물을 찾기가 좀 빡세긴 해. 안 되면 되도록 그 부위를 장기로 유도해야지. 그럼 도깨비불과 같이 더불어 살거나, 아니면 어르신 같은 상태가 될 수도 있을 거고.”
“…….”
“자, 끝이야.”
나는 찬물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상대를 보았다.
“더 궁금한 거 있어? 있으면 지금 말하고.”
뇌가 얼얼해지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뱉은 최 요원은 표정 변화 없이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안 한 건, 들어봤자 걱정만 되고 배울 점은 딱히 없어서야.”
“…….”
“그렇지? 네가 뭐, 나처럼 굿을 배울 것도 아니고.”
그 목소리에 평소 같은 너스레가 간신히 섞인다.
나는 상대를 빤히 보았다.
“거짓말은 하지 마십시오.”
“…….”
“그냥 제 걱정이나 반발을 굳이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게 크지 않습니까? 그래봤자 결정을 후회하거나 바꿀 생각이 없으니까요.”
“…굳이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면, 그래.”
“그 판단을 해금 요원님도 압니까? 동의하셨습니까?”
“동의 안 하셔도 어쩔 수 없지. 우리 중에 봉쇄 의식에 끼어들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최 요원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다고 제법 확신하는 방식이거든.”
“…….”
“근데 넌 아예 자기 마음대로 판단해서 혼자 이강헌 쪽지를 믿고선 제조기 짊어지고 시청으로 가겠다고 했잖아.”
“설득이 통하지 않으니까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아니, 다릅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제 말을 아예 안 믿으시니, 설득이 통할 방법이 없는 거죠.”
“그래. 초자연 재난에 오염된 사람을 그냥 믿는 건 자살행위니까!”
“…….”
“그러다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어. 실종된 요원을 따라갔다가 같이 실종된 경우가 한둘인 줄 알아? 넌….”
최 요원이 숨을 골랐다.
“…그래.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했지.”
“…….”
“그거 알아? 나도 그 말을 믿어보려고 안 한 건 아니야.”
최 요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포도 네가 사라진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293일이야. 그 시간이면 도로도 뚫겠다. 그런데 내가 네 말이 진짠지 확인해 보려고도 안 했을 것 같아?”
…!!
“…확인, 했다고요?”
“당연하지.”
최 요원이 쓴웃음을 짓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내가 마련한 의식소는 봉쇄 의식만 엿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날 좋은 때를 골라서, 신점을 봤지. 네 말이 진실이 맞는지.”
나는 숨을 들이켰다.
긴장감이 몸을 옥죈다.
“문장도 잘 골랐어. 욱여넣을 수 있는 건 다 욱여넣어서 형식도 갖췄지….”
“혹시 그자의 뼈와 살이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이 세상천지를 떠도는 미아입니까?”
최 요원이 나를 본다.
“답이 내려왔지. 단번에.”
“…….”
“해석해 보니까 되게 짧고 간단한 표현이더라고.”
“아니다.”
“…….”
“언어로 표현하니 그런데, 사실 내가 제시한 모든 묘사에 대한 부정 표현이지.”
최 요원이 마치 담배를 물고 싶은 것처럼 손을 들다가, 다시 내려서 다잡는다.
“포도야.”
“…….”
“며칠 전에는 내가… 답답하고 조급해서 말을 잘못 골랐지? 과했어.”
나는 햇살에 빛바랜 듯이 반짝이는 푸른 동공을 보았다.
지쳐 보인다.
“그런데, 그만큼 내가 지금 시간도 여유도 없어.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알아줬으면 한다.”
“…….”
“너는 여기 사람이야. 여기서 태어났고, 집에 갈 길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야.”
상대의 입에 쓴웃음이 다시 어린다.
“이런다고 설득이 되진 않겠지만.”
“…….”
기이한 기분이 든다.
‘그랬나.’
그래서… 그렇게 단정적으로 굴었나.
안도감, 허탈함, 답답함, 치밀어오르는 울분이 섞이고 이상하게 반죽되어 머리에서 흩어진다.
그리고 명료해진다.
“이해했습니다.”
내 입이 평온하게 말한다.
최 요원의 동공에 살짝 희망의 빛이 반짝이나, 그보다 큰 경계가 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게 맞지.
“맞아요. 저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괴담의 영향을 받아서 최근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고, 집에 대한 집착도 분명 과합니다.”
나는 수갑을 보았다.
“어쩌면 초자연 재난의 장기실종자 같은 거겠죠. 하도 오래 공포와 패닉에 시달려서 사리 분별을 못 하는.”
하지만.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돌아갈 집은 분명 있습니다.”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원님.”
나는 상대를 다시 보며 웃었다.
“요원님은 신점을 볼 때 질문할 문장을 잘못 골랐습니다.”
“…!”
“저는 그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따지자면 이 육신에 초대됐거든요. 미아가 아니라, 손님입니다.”
“…손님?”
“이것도 사이비처럼 들리는 건 똑같네요. 어쨌든, 확실한 건 있습니다.”
상대의 동공이 흔들린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믿든 말든 요원님께선 제 선택을 막을 순 없어요. 제 선택은 제 주관이고,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겁니다.”
“그,”
“요원님이 이미 저지르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
“저한테 이제 와서 솔직하게 말씀하신 건, 이미 재봉쇄 의식에 모든 준비를 다 해놓아서 제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
“화를 내는 건 아닙니다.”
이제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친 최 요원에게 진솔하게 들은 것 같다….
수갑이 없었어도 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미쳤냐고 멱살잡이할 것 같지 않고.
차분한 판단이 깃든다.
“요원님이 보시기엔 그게 가장 확실한 정답지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실수로 저나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재미 삼아, 혹은 마음이 간다고 다른 방법을 고를 수는 없으니까요.”
“…….”
“제 방식은 검증되지 않은 도박수 같고, 집에 가고 싶다는 발상도 왜곡된 것 같고, 여러모로.”
“…그래도.”
최 요원의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서 나온다.
“그래도 언제든 네 얘기를 들을 준비는 되어 있어. 집에 대해서, 아니면 뭐든지.”
“…….”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감사합니다.”
알고 있다.
열정적이고, 판단이 확고하고, 두려움보다 자기희생을 선택하고, 탐구욕 있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잘 설득되지 않고.
…좋은 사람이고.
전부 관리국 초기 요원의 모습이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그래도 당신의 판단은 아마 변하지 않을 겁니다.”
말을 하면서 더욱 확신한다.
“네. 저희는 서로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당장은, 말이다.
“포도야.”
“하지만….”
나는 숨을 들이켜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저는 요원님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음. 제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원래도 스파이였으니까.”
“…….”
“검증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했다는 걸 알고요. 그래서 지금 요원님의 신뢰를 요구하진 않겠습니다.”
최 요원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냥, 저희끼리 약속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나는 수갑을 차지 않은 손으로 약속하는 시늉을 만들었다.
“이번 세광특별시 일에서 각자가 원하는 시도를 하도록 협력했으면 합니다. 그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돕는 걸로요.”
“…….”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시민들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서로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각 시도가 실패할 확률만 더 높아지죠.”
나는 일부러 상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절 믿을 수 없어서 전부 자살행위처럼 보이더라도, 생존율은 높여주실 수 있잖아요.”
“너….”
“농담입니다. 그래도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나는 고개를 숙인 최 요원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안 되면 별수 없죠. 아무 협조 없이 시도하는 수밖에.”
…….
“이 치사한 새끼.”
“요원님 본인 소개 같습니다.”
[하하하!]
브라운의 웃음소리가 들렸으나, 최 요원은 낮은 숨소리만 내고 있다.
그러다가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 아래에서 나왔다.
“뭘 원하는데.”
“계약서를 쓰죠. 그리고 요원님은 장비를 이용해서 초자연적 존재에게 맹세하시면 됩니다.”
“너는?”
“전 제 초자연적 신분을 걸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종이 위에 적었다.
이 용지 아래로 서약하는 둘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협력해야 하며, 서로를 방해할 수 없다.
이는 상호 동의하에 파기될 수 있다.
먼저 그 아래에 적었다.
GOLDEN
“사인하시죠.”
“…….”
최 요원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가, 무언가 계산을 하다가… 결국 이를 악물며 작두의 칼자루를 찍었다.
이름 대신 기이한 얼룩이 그 위에 남았다.
나는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마스코트’로서, 해당 서명이 효력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훌륭합니다. 친구!]
‘…고맙다.’
무슨 인어공주한테 사인받는 문어마녀라도 된 기분인데.
하지만 해냈다.
‘후우.’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지만,
나는 사인한 이후로, 후회하듯이 말이 확 없어진 최 요원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순간.
“꼭… 해야겠어?”
…….
“…예.”
나는 아직도 있는 출구 너머의 실루엣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선로의 시체들을 보며 숨을 골랐다.
“그럼 이제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
“제가 어떻게 물약 제조기를 설치할 건지.”
그리하여 다음 날.
나는 홀로 선로의 출구를 통해 세광특별시 지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봉쇄가 풀리기 바로 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