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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48화


회의실은 난장판이었다.

“지금 열일곱 명이 생환했다지 않습니까!”

“열일곱…?! 아니 숫자가 그게 맞나? 카운트 오류 아니고?”

“예. 아! 지금 20명으로 늘었답니다.”

오전에 기대주 어둠에 투입되었던 현장탐사팀이 갑자기 대거 귀환한 것이다.

예측과 완전히 정반대의 사태에 순간적으로 대응이 마비됐다.

“아니, 케이스스터디 다 끝냈다, 뭐 소그룹으로 순차적 탈출할 거다 그러더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진짜 진입시킨 직원들이 맞냐, 전부 연구실에서 검사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예측 밖의 사태에 온갖 소리가 난무했다.

하지만 당혹스러움이 잦아들면 머릿속에 슬그머니 드는 생각은… 짜릿한 성공의 예감이다.

고무적인 결과 아닌가.

이번 일을 추진한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게 정말 생환율이 맞다면…!’

과감하고 현명한 선택으로 투자가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높은 수급 성공률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얼떨떨할 정도였다.

‘이거 빨리 여론부터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잠깐, 내가 기여한 부분을 지금부터 한번 언급은 해줘야 하는데.’

하지만 이 모든 당황과 흥분, 걱정은 일시에 소거되었다.

딱 한 소식이 더 전해진 후에.

“B급이랍니다.”

“허어.”

가장 먼저 탈출한 직원의 꿈결 수집기를 감정한 결과, 용액이 B등급으로 판정된 것이다.

즉, 그들이 꿈꾸던 ‘생환율 높은 A등급’은… 없었다.

순간 회의장의 분위기가 실망으로 확 가라앉았다.

“하… 그러면 그렇지.”

“A등급이라고 설레발 쳐서 부정 탄 거 아닙니까, 이거.”

“그래도 어? B등급에 이 정도 생환율 드물지 않나. 안 그래 곽 과장?”

급히 불려온 곽제강 연구원이 빙긋 웃었다.

“그럼요~ 대단한 일입니다.”

아니, 사실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기함할 일이지!

이 인간들은 등급별로 초기 직원 생존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모르나?

그러니까 지금 이게 얼마나 대단한 사태인지 감도 안 오는 거다! 그러니까 당장 탐사 내용을 알아내고 싶어서 거품 물지도 않지!

‘이야~ 대단하네.’

‘운이 나빴지, 우리의 판단은 옳았다.’ 따위의 뉘앙스로 서로서로 덕담과 위로를 주고받는 꼴을 보니 곽제강 본인도 웃겼다.

이게 위로할 상황으로 보이는가?

‘저 양반들은 현실 감각이라는 게 아예 없나!’

B등급 민간인 평균 생환율이 2%대였다.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을 대량 투입하는 사태 자체가 허술한 모험수였는데, 이 기함할 결과에 실망과 자기 자랑이 나온다고?

심지어 전문가 자문은 자기들 입맛에 맞게 말해주는 연구팀 과장 한 사람의 의견만 졸속으로 채택해 구색을 채웠으면서 말이다.

이유는 뻔했다.

‘자기들이 하고 싶으니까!’

덕분에 자신이야 아주 재밌는 결과를 얻어서 분석할 생각에 좋다만, 이 회사가 개발부에 저런 윗분들을 끼고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곽제강은 내심 안타까웠다. 이 회사가 오래 가야 자신도 이 매혹적인 괴이 현상들을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명칭만 그럴싸한 ‘혁신개발 전략실’의 면면들이 저렇다는 게 이 회사의 리스크 아닐까?

본래 가족회사라는 게 안에서 보면 체계라곤 없는 개판인 것이 보통이라지만 말이다.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오너가 쪽에 붙어 있는 윗분들은 다 이런 건가?’

물론 이 자리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곽제강을 힐끗, 좀 외따로 떨어진 한 사람을 보았다.

지난 회의에서는 없었던 인물이다.

‘호 이사 측 사람이지.’

‘이번 아젠다에 관심이 있어서 짧게 참석이 가능하겠냐’라는 말로 여기 앉아 있었다.

아무리 개발부 윗분들이 현장탐사팀에 이래저래 참견을 많이 한다고 해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대놓고 자기 쪽 사람에게 따로 사태를 원격으로 보고 받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직원 한 사람이 이번 대단위 탈출을 크게 도왔다고 하는군요.”

“예??”

잘 보이려는 것보다 경계심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모두 경악했다.

“신입사원입니다.”

“……!”

“아예 탈출 방법을 ‘방송’해서 직원 모두에게 알렸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인지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

“관련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호 이사구나.

서로 눈짓한 전략실 사람들이 변명하듯 주절거린다.

“아아, 자세한 내용은 탐사 보고 나오는 대로 송신 드리겠습니다.”

“그렇죠. 보통 현장탐사하고 막 나오면 제정신들이 아니라 헛소리도 하고 그러니까요.”

“그래도 없던 이야기를 지어내진 않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래서 말입니다만.”

호 이사측 사람이 말을 끊었다.

“‘혁신개발 전략실’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실지도 궁금하시다고 하는군요.”

“…….”

“직원의 포상 말입니다.”

* * *

“축하한다, 김 주임.”

“……예?”

의료실 침상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다 뿜을 뻔했다.

‘막내 고생했는데 그냥 쉬고 있어라’라는 눈물 나게 고마운 말을 들으며 간단한 신체검사 이후 뻗어 있던 게 몇 시간.

슬슬 퇴근한 후, 이번 탐사 관련 이야기는 내일 출근한 후에야 정리해서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주임?

“어, 잘못 들은 거 아니다. 김 주임.”

은하제 대리가 씩 웃었다.

“너 승진한댄다. 이 회사 현장탐사팀 설립 이래 최단 기록으로!”

“…!!”

“전 솔직히 이럴 줄 알았어요. 이제 우리 노루에게 존댓말 듣는 날도 끝났네.”

“야 반년만 더 기다리면 나랑도 말 놓는 거 아니냐?”

아니 여기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무슨 사원이 두 달 만에 주임을 단단 말인가.

‘그냥 흔한 사내 루머 아닙니까?’

이걸 좀 더 예의 바르게 바꿔서 물어봤으나 대답은 단호했다.

“아니, 그럴 만했다. 네가 이번에 살린 직원이 몇 명인 줄 알아?”

은하제 대리가 팔짱을 꼈다.

“너 포함 총 26명이야.”

“……!”

“노루야, 그중에 네 안내방송을 듣고 탈출한 직원만 열일곱 명이래!”

“남들 탈출하는 걸 확인하고 뒤늦게 나온 사람까지 합치자면 사실상 네가 다 살린 거라고 볼 수 있지.”

심지어 민간인 탈출자도 몇 명 있었다고 대리가 부연 설명했다.

“이런 기록은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일 아니에요? 솔직히 승진으로 끝날 게 아니라 뭐라도 더 해줘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러게 말이야. 내일 조장님 회의 끝내고 오면 좀 떠보자. 아무래도 뭐 주긴 할 것 같단 말이지.”

자기 일처럼 신난 상사들이 고맙긴 한데, 얼떨떨했다.

승진이라니.

……대기업에서 근무 60일 만에 승진이라니!

현대인의 심장이 술렁거린단 말이다!

“마음의 준비하고 있어. 이런 특별 인사는 금방 뜨니까.”

그리고 정말 그 말대로 되었다.

바로 이튿날, 나는 인트라넷에 올라온 승진 관련 공문을 보았다.

[특별 인사 발표]

당연하다는 듯이 거기에 ‘김솔음’ 세 글자가 적혀 있다.

“…….”

지이이이잉.

스마트폰이 울고 있다. 아무래도 축하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는 것 같다…….

자, 잠깐만.

‘이거 아무래도 내부 반발 최소화하려고 빨리 처리하는 모양샌데.’

현장탐사팀도 인간이 근무하는 곳이다. 당연하지만 생명의 도움을 받으면 감정적으로 감동이나 감사를 느낀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 스물일곱 명의 사람이 어쨌든 내게 고마움 비슷한 거라도 느끼고 있을 테니 반발이 적긴 할 것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승진시키겠다는 의지가 발표 타이밍에서 느껴졌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 날 승진시키는 거지.

‘대, 대체 얼마나 더 굴리려고?’

매뉴얼 없는 신규 등록 괴담 위주로 들어가는 걸로 충분하지 않나?

상상할수록 떠오르는 공포스러운 예측에 다른 조의 엘리트 상사에게도 연락해 보았으나….

[너 바보야? 승진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잖아.]

“…??”

[메뉴얼 심사 담당자도 네가 실종된 거 찾아왔다며? 입소문 날 실적을 그렇게 내고 있는데 위에 누가 눈여겨볼 게 뻔하잖아.]

A조 진나솔 대리가 혀를 찼다.

[그냥 결원 있을 때 우리 조 데려왔어야 했는데. 쯧. 쓸데없이 왜 거절했어?]

“…….”

[아무튼 축하는 할게. 어차피 할 승진이었지만.]

“…예, 음, 감사합니다.”

나는 결국 허망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리고 사무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생각했다.

그래.

현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이 단계까지 온 모양이다….

‘나… 엘리트 직원?’

<어둠탐사기록>에 네임드로 기재될 만한 특수 캐릭터?

몇몇 강경 노선 창작자들은 세계관의 분위기 유지를 위해 어떻게든 개연성 있게 죽여 위키에서 퇴장시키려 할 만한….

그러나 위튜브 등에서 동영상이 뜨며 인기와 인지도가 붙어서 결국 흐지부지 그냥 두는… 그런 캐릭터?

이걸 메리 수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일 지도 몰랐다.

솔직히 <어둠탐사기록>을 다 읽은 게 사기긴 했으니까!

‘안 쓰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최대한 티 안 낸 거지.’

문제는 말이다….

‘이제 내가 쫄보라는 게 들키면 대체 어떡하냐.’

그냥 마무리팀 발령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것도 행복회로가 됐다.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알 수가 없었다.

‘쫄보 주제에 왜 지금까지 실적이 좋았지?’라는 의문이 들면….

‘심문과 실험이 날 기다리는 것 같은데…?’

평행 차원에서 왔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 연구팀에 끌려가는 미래가 선했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줄줄 흐르는 것 같다.

아, 안 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를 들고 탕비실을 한 바퀴 돌았다.

카페인을 섭취하자 조금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여기서 생존율을 높여야 해.’

이미 확 찍혔다면, 그럴 만한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주는 게 오히려 역으로 쓸데없는 주목을 피할 수 있다.

‘얘는 원래 이렇게 유능하고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돼.’

그런 직원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도마뱀 조장이나 나비가면 진 대리처럼 말이다.

네임드의 하나로 분류되고 끝나는 것이다.

비록 더 위험한 괴담에 투입될 확률이 증가, 증가했지만…… 크흡, 아냐.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고급 인력으로 취급받으면 완전 죽을 자리에는 덜 보낼 수도 있잖아!

‘그리고 포인트도 더 빨리 벌 수 있겠지.’

생각할수록 빠른 이 세계 탈출을 위해서 나쁘지 않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단계가 있다.

‘캐릭터,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의심받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유능하고 특별한 유닛’으로 보여야 했다.

마치 백사헌에게 내가 미친놈처럼 굴었던 것 같이, 선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그러려면…….

‘…캐릭터 특성에 쓸 수 있는 패가 더 많아야겠지.’

“…….”

나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 전시회에서 탈출한 이후로 계속 반짝이던 것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둠탐사기록 리얼굿즈 박스]

-새로운 굿즈의 사용 권한 해금! (!)

저걸 열면 또 계획을 세워야 하니, 체력이 회복되어 판단력이 돌아올 때까지 미뤄두고 있던 확인이었다.

팝업스토어에서 내가 샀던 굿즈 중 하나.

‘받을 때가 됐어.’

근데 대체 내가 전시회에서 달성한 ‘사용 권한’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아이템 사용 개수?

나는 머리맡에서 빛나고 있는 검은 메모장을,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며 살짝 건드렸다.

달칵.

약간 청명한 소리와 함께 비닐 포장된 작고 가벼운 물건이 내 손 안으로 떨어졌다.

“…….”

은빛으로 빛나며, 작은 방패 모양에 양각으로 ‘CHARGE’라는 캘리그래피가 새겨진 그것은….

배지였다.

‘아.’

알았다.

내가 충족한 조건은, ‘착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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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초자연재난관리국

/ 아이템

은심장

착용자는 자신의 누적된 이타적 행동에 따라 타인의 경외심을 얻는다.

‘이타적인 자가 권력을 얻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제작자의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아이템 사용 조건 : 초자연 재난에서 12명 이상을 살리는 공로를 세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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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인성 인증배지’.

재난관리국에서 생산해 배부했던 아이템이었다. 거기서 봉인 중인 모 기차 폭발 사고 괴담의 탐사기록에서 대활약하며 인지도가 폭발했었지.

이 독특한 속성 때문에 더 그랬다.

보면 알겠지만 착한 사람 전용템이다.

착한 사람이 집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해주는 물건.

‘내가 이 조건을 충족하는 날이 오다니….’

좀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보기 드물게 대부분 훈훈한 방식으로 쓰였던 아이템이긴 한데, 딱 한 번은 정신 나간 수준의 대참사도 났었다.

‘괴담 세계관이 그렇지 뭐.’

기록이 쌓이면 꼭 그렇게 무서운 사태가 하나쯤 끼어들어서 긴장감을 조성해 준단 말이지.

그래서 과거에는 아주 선량한 민간인들에게 배부된 기록도 있었는데, 산하 공무원들에게 엄격한 규정을 거쳐 대여만 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위키가 갱신되는 걸 실시간으로 봤었지.

이게 무슨 뜻인가?

현시점에서 뜬금없이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이 이 ‘은심장’을 쓸 거라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오히려 쓸 수 있어.’

내 코가 석 자라서 앞으로 얼마나 착한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본 효과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 좀 대단한 사람인 듯’ 같은 인상을 주면, 유능한 직원처럼 보이기 한결 쉬워지겠지.

‘좋아. 잘 챙기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나는 ‘은심장’을 주머니에 잘 넣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탕비실을 나왔다.

그러자 이번 전시회 탐사에 대한 보상도 기다리고 있었다.

“노루야! 공문엔 아직 안 떴는데 너한테 부상도 준댄다!”

“…!”

“크읍, 우리 노루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놀라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깝고요….”

“그러니까 말이지. B등급이 무슨 애새끼 이름인 줄 알아? 들어가면 바로 뒤질 놈들이… 도시전설이 X밥으로 보이나?”

그, 예. 감사합니다….

“그래도 부상이 꽤 괜찮게 나와서 망정이지.”

‘괜찮다’고?

은 대리님 기준 극찬이잖아.

표정을 보니 약간의 감탄까지 서려 있다. 심상치 않았다.

“…어떤 물건입니까?”

“재생 물약.”

“……!!”

“뭔지 이름만 들어선 감이 잘 안 오지?”

너무 잘 왔다.

너무 유명해서 모를 수가 없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이건 그냥 의료실 가면 주던 체력 회복 포션 같은 게 아니었다.

-<백일몽 주식회사>가 자랑하는 정식 제품군. 마법의 약 중 하나.

기적의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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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백일몽 주식회사

/ 물약

재생 물약

모든 외상(外傷)적 결손을 재생하는 마법의 약.

등급이 높아질수록 강력해지며 짙은 초록빛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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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자면 신체 부위를 생성해 주는 약인데… 등급이 C등급이야. 사지가 없어져도 그냥 재생될걸.”

“…!”

“과장급 이상 전용 장비에도 이 정도 능력은 없어. 이 회사 특제약이니까. 포인트로 환산하면 정가 만 포인트짜리지.”

대리가 씩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다. 워낙 위험한 업계잖냐. 팔다리 날아가도 눈코입 없어져도 도로 생긴다는 게 얼마나 좋아.”

그 말은 굳이 안 해주셔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약간 아쉬울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는 소식인데, 들어볼래?”

“예?”

“이건 너만 받는 게 아니라는 거야.”

* * *

“솔음 씨!”

“안녕하십니까.”

나는 손을 흔드는 고영은에게 인사했다. 옆에 앉은 백사헌도 보였다.

회사에서 부상을 지급하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우리 셋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전시회를 탈출한 후 며칠 만에 보는 얼굴들이었다.

백사헌은 룸메 아니냐고? 요샌 아주 자기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덕분에 편하게 브라운과 거실 TV도 봤다.

“잘 쉬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저야 괜찮습니다. 고영은 씨는…….”

나는 말하다가 깨달았다.

고영은은 내 입 모양을 관찰하면서 최대한 발음을 읽어내려고 하고 있었다는 걸.

“귀가, 아직 안 들리거든요.”

“…….”

역시 그렇겠지.

다행히 귀에 들어 있던 대여 기기는 전시회를 나가는 순간 자동 반납되어서 ‘전시회 관계자’가 쫓아올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고영은의 손에는 방금 회사에서 받은 부상이 들려 있었다.

고급스러운 금박과 벽화 같은 양식으로 꾸며진 상자를 열면, 그 속에는 밀랍으로 봉해진 아름다운 유리병이 있다.

유리 안에서 물결치는 새순 같은 연두빛.

: 백일몽 물약 :

재생

C (excellent)

C등급 재생 물약.

고영은은 유리병을 들어 올렸다.

그 눈은 희망, 불안, 기대로 차 있었다.

“저, 그럼 저는 먼저 바로 마셔볼게요.”

“예.”

고영은이 ‘재생 물약’을 개봉했다.

그리고 쭉, 한 번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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