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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52화


연쇄살인마 괴담에 휘말려 숲속 산장 앞에 떨어진 지 3분.

우리 다음으로 자전거에서 내린 중고 마켓 거래자가 산장의 문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나와 백사헌이 먼저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알아본 것 같은데.’

중고 마켓 판매자, 나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상대를 눈치채지 못한 척 입을 다물었다.

백사헌이 냉큼 선량한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이 집 주인이신가요? 죄송한데 저희가 버스를 잘못 탔나 봐요. 숲이라 그런지 전화가 안 터지는데,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을까 해서요….”

“저도 길을 잘못 들어서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겁니다.”

“아… 그러시구나.”

나는 그때에야 상대를 돌아보고 놀란 척했다.

“…!”

대충 눈 크게 뜨고 살짝 묵례하는 거지.

상대는 이미 눈치채고 있던 게 맞는지, 별로 당황하지 않고 살짝 눈인사를 돌려주었다.

그 사이에도 백사헌은 은근히 상대의 신상을 캐고 있었다.

가늠하려는 거겠지. 자기보다 약한 상대인지.

“주말이라 트레킹하러 오신 건가요? 여기 외진 곳 같은데, 근처 주민이신가 봐요.”

“…아니요. 저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아, 진짜요? 저희도 그런데, 여기 전화가 안 터지더라고요. 혹시 나가는 길이나 여기 위치 아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여쭤보죠.”

“…아, 네.”

백사헌이 별 수확 없는 대화에 입맛을 다시는 것 같더니, 힐끗, 상대가 타고 온 자전거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확인한 것 같았다.

손잡이에 프린트된 마크를.

[서울특별시청 #2153]

딱 봐도 공무원 업무용이다. 신상 캐내기용 빈틈을 포착한 백사헌이 반색했다.

“저기, 혹….”

나는 백사헌의 옆구리를 툭 쳤다.

녀석이 바짝 굳더니 입을 다물고 나를 돌아보았다.

난 천천히 입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재난관리국.’

“……!”

‘회사랑 관리국이 사이가 죽도록 나쁜 건 근무하면서 한 번쯤 들어봤겠지.’

들키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살짝 하는 듯 마는 듯하자, 백사헌의 안색이 변했다.

녀석은 다시는 공무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지 않았다. 음. 좋은 자세다.

“문 열어보겠습니다.”

나는 어느새 문손잡이를 잡은 공무원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공무원은 가볍게 산장의 목재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계십니까?”

한낮의 햇살이 약간 어두운 산장 안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어어어? 누가 또 왔다!”

“여기 주인이셔요??”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 20대 3명, 중년 한 사람까지.

여섯 명.

우리 셋을 합치면… 9인.

‘시작됐군.’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을 참으며 산장 안으로 발을 디뎠다.

* * *

그리고 모든 일이 클리셰답게 진행되었다…….

내비가 고장 나서 여기 왔다는 부부.

“아니, 내비는 이상한 곳으로 안내하지, 차는 퍼졌지, 핸드폰은 안 터지지… 아주 미치겠다니까!”

“어휴, 자기,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 속초 말고 삿포로 가자구!”

등산 동아리인데 조난당한 대학생 3인.

“우린 차도 아래 대놓고 왔는데.”

“그러니까… 아, 미치겠네.”

대리 기사 일을 끝마치고 집에 가려고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던 중년 아저씨까지.

“아이고, 그래도 사람들 만나니까 안심이 확 되는 거야.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장이 오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제 산장 주인이 나타나면 피의 파티가 시작되는 겁니까?

비슷하다.

나는 모든 걸 포기한 동태눈깔로 주변을 살폈다.

아이템도 제대로 못 챙겨왔는데.

정말 살기 힘들다….

‘오로지 나만 신경 쓰자. 나만!’

새로 온 우리에게 질문이 오긴 했다.

“그쪽 청년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야?”

“아, 저흰 그냥 회사원인데, 외근 가려고 버스를 타다가 노선을 잘못 봤나 봐요. 여기는 주임님이시고, 저는 사원이고요.”

백사헌 이 자식 은근히 책임 떠넘기는 것 좀 봐라.

나는 노트를 꺼내 들었다.

아직 외출복 차림이라 주머니에 있어서 캐릭터를 지킬 수 있게 됐군.

[안녕하세요.]

“어? 그, 왜 글을….”

[목이 조금 불편해서요.]

“아아.”

유난 떤다는 표정으로 대학생 셋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부부가 힐끔 나를 보더니 약간 거리를 벌렸다.

“어휴, 요새 감기 독하다더니 그런 게 걸렸나 봐?”

“마스크 같은 거라도 좀 쓰지. 남 옮으면 어쩌려구.”

[죄송합니다. 최대한 말 안 하고 조심할게요.]

백사헌이 징그러운 걸 보는 눈으로 날 보았다. 아까부터 내가 할 반응을 자기가 하고 있네.

“근데 저쪽 청년도 같은 회사 사람이야?”

“아뇨, 문 앞에서 만났는데… 음.”

연어 마켓 쿨거래인은 덩치 크고 눈이 날카로워 꽤 사나운 인상이었으나,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

“서울시청 공무원입니다.”

오. 이걸 사실대로 말하는 건가.

그는 자기가 공무원인 것과, 자전거를 타는 중에 길을 잃었다는 것을 적당히 설명했다.

물론 그게 끝이었다.

자기가 초자연재난관리국 소속이며, 너희 다 괴담에 처박혀서 곧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할지 말지 러시안 룰렛이 돌아간다는 건 입도 벙긋 안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보는 아니니 이상함을 느끼긴 했나 보다.

“그럼 이 많은 사람이 다 시퍼런 대낮에 길 잃고 이 시골 바닥 펜션에 모인 거여?”

“무슨 귀신에 홀렸나.”

“어허! 여보, 부정 타게 그런 소리를 왜 해.”

머릿수가 많아지면 용감해진다.

귀신을 들먹이면서도 사람들은 이제 구경거리 보듯이 주변을 힐끗거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

“좀 사는 집 같지? 어? 우리 어릴 때 동네에 하나씩 있는 부잣집 말이야.”

그 말대로였다.

몇십 년 전에 유행했던 양식으로 지어진 목재 산장은, 약간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풍요로움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어머, 저기 봐요. 저기 금 액자도 있어!”

거실 한 편에는 대형 액자도 걸려 있었는데, 확실히 프레임이 순금인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나는 틀보다 그 속의 내용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구가 있었다.

+++

즐거운 식사시간

토끼는 부엌에서 굽고

사슴은 뒤뜰에서 잡고

비둘기는 방에서 살찌우고

양은 거실에서 한 점 썰어 주네

깡총깡총 웃으며 뛰는 소리

발아래 나무 바닥 콩콩

식탁이 풍성해

콧노래 들려

온 가족이 둘러앉았네

봉아페티

+++

“…….”

아니.

‘대놓고 복선인데.’

-호오. 앞으로 벌어질 연쇄살인을 은유하는 걸까요?

너무나 그래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공포나 추리 장르에 관심 있던 사람은 없나 보다.

등산 동아리라는 대학생 몇 명은 자기들끼리 피식피식 웃더니, 소파 옆 탁자에 놓인 상아 소품 하나를 주머니에 쓱 넣는 절도까지 하더라.

‘오.’

내일 첫 시체로 쟤들을 봐도 안 놀라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덜컹.

“…!!”

부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뒷문이 열린 것이 그림자로 보였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인영도.

낡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몸을 잔뜩 굽히며 얼굴을 가린 그 인영은….

“안녕하십니까, 산장 방문객 여러분.”

“…?!”

“저는 이곳의 산장지기로 여러분이 머무시는 동안 시중을 들 것입니다.”

깊은 목소리였다.

그는 매우 정중한 옛날 서울 말씨로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오, 수상쩍은 관계자!

응. 보통 ‘살인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로 나오는 인물이군.

동태눈인 나와 달리, 추레한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말씨와 그 내용에 사람들이 당황했다.

“저, 저기, 죄송한데 저희가 손님은 아니고, 길을 잃어서 전화 좀 얻어쓰려고 온 건데….”

“아니지요. 여러분은 알맞게 찾아오셨습니다.”

“예?”

“카세트테이프를 교환하러 오신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멈칫했다.

“지금 주머니 속에 있는 그것 말입니다.”

“…!”

무엇에 홀린 듯이 각자 주머니를 뒤지더니, 제각기 물건을 꺼내 들었다.

백사헌이 가지고 있던 것과 비슷한, 낡은 상아색에 타이틀이 뭉개진 카세트테이프를.

“…그!”

“다들 어떻게 그걸….”

“이 산장의 주인어른께서는 대단한 부자셨는데, 생전에 그 카세트테이프를 여러 곳에 배부하셨다고 하셨지요.”

사람들이 움찔거렸다.

“그러면서 약속하셨습니다.”

“어, 어떤 약속 말이지요?”

“‘그 카세트테이프를 가지고 산장에 방문하면, 내가 가진 어떤 것으로든 교환하게 해주겠다’…라는 약속.”

“……!”

“그건 돌아가신 지금도 유효합니다.”

-유산 상속이라! 좋은 미끼군요.

뻔한 미끼 아닐까….

‘아니, 너무 잘 통해서 뻔한 걸지도.’

돈은 언제나 마력이 있다.

사람들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눈이 반사적으로 장식장 안의 각종 귀금속과 고려청자로 돌아갔다.

중년 남성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농담하듯이 진심으로 순금 액자를 잡았다.

“허, 그러면 이렇게 집어 가면 되는 건가?”

산장 관리인이 매끄럽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단, 사흘 후에 가지고 떠나실 수 있습니다.”

“뭐요?”

음. 역시.

———————=

진입자들에게는 일정 시간 이상 재난에 머무를 시에 한하여 강력한 금전적 보상이 약속된다.

여기서 ‘일정 시간’은 최장 일주일에서 최단 12시간으로, 금전적 보상을 위해 진입자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제시된다.

———————=

“한 번뿐인 교환 기회를 낭비하시는 일이 없도록, 사흘간 숙고 시간을 드리는 겁니다.”

“아니, 그런 건 필요 없다니까!”

“그럼 지금 떠나시면 됩니다. 다만, 교환은 불가능하겠지요.”

산장지기의 말에 부부가 입을 딱 다물었다. 공돈을 포기하긴 아까운 마음이 들었던 듯했다.

등산 동아리 중 한 사람이 뒤에서 손을 들었다.

“저기요. 그럼… 막 그런 것도 되나? 뭐 돌아가신 분 유산 나한테 다 달라, 이런 거요.”

“가능합니다.”

“…!!”

대학생의 말투에서 장난기가 싹 빠졌다.

“이 산장 달라는 것도 돼요?”

“예.”

“…….”

사람들의 눈빛이 바뀐다.

‘믿고 싶어진 거야.’

찝찝한 오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치 인터넷에서나 보던 금전적 행운이 자신에게 찾아온 듯한 분위기.

관리인이 보여준 유언장과 서류까지 확인하고 나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거 진짠가 봐.”

“미친…….”

욕하던 부부도 기색이 달라졌다.

“주말여행이고 뭐고 버텨보자고. 여차하면, 어? 경찰 부르면 되지.”

“그러니까요. 어우, 어디 영험한 점집에서 테이프에 부적이라도 넣은 건가? 사람들이 모였네. 신기하네, 신기해.”

심지어 산장지기는 우리에게 각자 전화할 시간까지 주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각자 연락까지 마치고 나자, 이게 무슨 이벤트라도 되는 것처럼 신이 난 분위기가 되었다.

지켜보던 산장지기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이렇게 많은 분께서 한 번에 방문하신 경우엔, 교환 순서가 중요하겠지요.”

“아아, 그렇겠다!”

“먼저 말한 사람이 유산 다 주세요~하면 끝이잖아!”

“그리하여… 우선 카세트테이프를 많이 소유하신 분부터 교환에 우선권을 드리겠습니다.”

“…!”

순간, 사람들이 서로를 둘러본다.

특히 세 명이 같이 온 대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룹으로 나눈다면, 자신들이 가장 테이프가 많았으니까.

“잠깐, 다른 사람 카세트테이프를 사기라도 하라고?”

“저는 단지 방식을 설명드릴 뿐입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자 지혜롭게 교환 조건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재미겠습니다. 순서도 중요하겠지요.”

“…….”

의미심장한 긴장감이 사람들 사이를 스쳤다.

“그럼 방을 준비해 드릴까요? 2층에 묵으실 만한 침실들이 있습니다.”

“아, 그렇지.”

“그래요. 일단 침실부터….”

“잠시만, 저기요.”

사람들 틈 사이로 백사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서요. 여기서 나가는 길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러나 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

진입자들은 반드시 여러 사유로 인해 해당 장소에 고립된다.

주로 등장하는 것은 태풍, 폭설, 산사태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

———————=

“폭우가 내려서 바깥이 산사태로 매몰되었다고 하는군요. 다행히 전력은 끊기지 않았으니, 머무시는 데에는 문제없을 겁니다.”

“…….”

백사헌이 X된 거 아니냔 표정으로 날 돌아보았다.

‘맞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일어날 일이 다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여기서 못 나간다.

‘덕분에 지금 머리가 터져나가게 헤쳐갈 방법을 고민 중이지.’

그래도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최소한 귀신이 나오진 않는다는 점이겠지…….

‘…살인마는 나오지만.’

그리고 뻔하지 않은가.

모든 영화와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반전인데, 괴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살인마는….

진입자 중 한 사람은 특수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서사적 의미에서 포식자에 해당하며

이 중에 있다.

흔히 연쇄살인마로 지칭된다.

나는 이 중에 살인마로 변모할 사람을 찾아내 피해야 했다.

해당 인원은 자신이 이 장소에서 파생된 전설적인 살인마의 영감과 유산을 이어받은 존재라고 굳게 믿게 되며, 정신적·육체적 변이를 경험한다.

‘흠.’

아니면… 조금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고.

턱을 매만지던 그때, 마침 공무원이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것이 보였다.

“잠시 바깥 날씨 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그러셔요.”

상대를 쫓아 베란다로 나갔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며 바깥은 어둑해졌고, 빗방울이 옷을 좀 젖게 했다.

폭우가 대화 소리를 가려줄 듯하다.

나는 노트가 젖지 않게 주의하며 들어 보였다.

[저기, 쿠키 사 가셨던 분 맞죠? 제가 착각했을까 봐요.]

다행히 공무원은 모르는 척하진 않았다.

“예. 맞습니다.”

다만 마치 가늠하듯이 나를 위아래로 살피는 것이다.

흠.

나는 주변을 살피는 척하다가,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을 걸 확인하고는 긴장한 얼굴로 노트에 글을 작게 휘갈겨 썼다.

[죄송한데, 혹시 이거… 이상한 상황일까요?]

“…….”

[아무리 생각해도 카세트테이프를 가진 사람들만 모두 길을 잃어서 여기 도착했다는 건 이상해서 말입니다]

[귀신… 같은 걸까요?]

어차피 내가 초자연적인 사태를 이미 경험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괴담에서 나온 음식도 팔았으니까.

이 정도 질문을 해도 이상하게 보진 않을 거다.

‘문제는 내가 고의로 여기 들어왔다고 판단하냐는 거야.’

기왕이면 선량한 민간인 취급을 받고 싶단 말이다.

여기서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서 앞으로 내 노선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솔직히 안전하게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

“맞습니다.”

…??

바로?

공무원은 약간 갈등하는 것 같았으나, 내게 물었다.

“카세트테이프는 어떻게 입수하신 겁니까?”

[사실 제 거는 없고… 회사 동료가 가지고 있는 걸 봤는데요]

[어쩐지 불길해 보여서 버리라고 말하면서 버스를 탔는데, 여기로 오더라고요]

“…….”

공무원이 턱에 손을 대더니 잠깐 침묵했다.

“이런 일에 자주 휘말립니까?”

나는 일부러 난감한 듯이 웃기만 했다.

[가끔?]

“그렇군요.”

상대가 갈등하다가 말을 이었다.

“저는… 음, 그러니까, 정부 요원 같은 겁니다.”

여기까지 밝힌다고?

[진짜요? 귀신 잡는 007 같은 겁니까?]

“음… 예.”

[와!]

…‘지금 감탄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노골적으로 얼굴에 드러나십니다만.

“아무튼 여긴 초자연적인 현상 속이 맞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웬만하면 저와 함께 다니시고, 정말 부득이 할 경우엔 3인 이상이 모여서 다니십시오.”

잠깐만.

‘내 생각보다도 훨씬 선량한 민간인으로 취급해 주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다. 나는 얼른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요?]

공무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흠.

[혹시 회사 동료에게는 말해줘도 괜찮ㅇ]

“안 됩니다.”

어이쿠.

공무원이 거실을 힐끗 돌아보더니, 목소리를 낮춰서 조용히 말했다.

어마어마한 비밀을 실토하듯이.

“사실.”

사실?

“…이 중에 살인마가 있습니다.”

음.

예.

압니다…….

물론 티 낼 수는 없기에 나는 당황한 척 재빨리 노트에 다음 글을 갈겼다.

[살인마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 산장은 보통 장소가 아닙니다. 언론에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만, 이미 몇 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살인마에게 이용객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아, 유서 깊은, 전설적인 살인 현장에서 재현되는 그날의 악몽이라… 그것참 괜찮은 취향입니다.

아니다 이 사회자야.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믿지 말고, 되도록 혼자 계실 때는 숙소 방에서 문을 절대 열어주지 마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보통, 그렇게 방 안에 있겠다고 발악하는 쪽이 더 먼저 죽지 않나…….’

어쨌든 이 문답을 통해 상대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괴담에 대해서도 말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공무원에게 감사와 밤 인사를 전한 후 베란다를 나왔다.

그리고 좀 더 속 편하게 내게 배정된 방으로 갈 수 있었다.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했으니까.

“후우.”

방을 탐색했다.

찾는 것이 있었다.

바로….

-흉기로군요.

이 방의 벽장을 열면, 장식으로 달린 제법 큰 한손도끼 두 자루가 보였다.

“…….”

진짜 무섭고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 정말 재밌겠습니다!

이렇게 됐으니….

‘선수를 쳐볼까.’

나는 도끼를 뽑아 들었다.

연쇄살인마,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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