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53화
백사헌은 눈을 떴다.
사실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빌어먹을.’
‘지평선 산장’에 들어온 후, 어떻게든 사지 멀쩡하게 잘 살아남아 나갈 길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것이다.
그중에 김솔음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려 든 게 반절은 될 거고 말이다.
‘개자식.’
수치심 같은 건 없다. 살려고 한 일이니까.
…지금 김솔음의 방에 갈까 고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뭐라도 정보를 챙겨야 해.’
그 미친놈은 분명 뭔가 알고 있었다. 그걸 털어서 생존을 위한 비장의 한 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
김솔음은 정말 미친놈일까?
정확히는, 왜 자신을… 살려준 걸까?
사실 알고 있었다. 전시회에서 몇 번이나 자신을 죽이든 희생양으로 삼든 할 수 있었음에도, 김솔음이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을.
몇 번 골탕은 먹였지만,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는….
‘아니!’
재밌어서 그랬겠지. 자신이 살아 있는 편이 더 변수가 많고 재밌을 테니 말이다!
백사헌은 빠르게 결론지었다. 그런 또라이는 인생에 처음이었다….
‘…그래도, 정보를 속이진 않을 것 같다.’
그는 기묘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방문을 열었…….
뭐가 문 앞에 있다.
“…!!”
이미 해가 저문 산장은 어둠에 잠겨 있어서 한발 늦게 코앞의 실루엣이 분간되었다.
자기와 비슷한 키의 남성.
…김솔음이다.
‘X발!’
기겁했으나 솔직히 약간 안심이 되기도 했다.
모르는 인간보다는 낫지 않은가.
최소한 그를 죽이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
“이봐…….”
그때 어둠에 적응한 눈이 분간해냈다.
고요한 눈을 한 김솔음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
‘뭐?’
도끼라니.
순간 하나 남은 눈을 비빌 뻔했지만, 곧 개연성 있는 추측을 떠올렸다.
“그거 혹시 살인마 대비용으로 챙긴….”
갑자기 백사헌의 머릿속에 다른 추측이 스친다.
김솔음이 계속 보냈던 문자.
[연쇄살인마 조심해]
그건 어쩌면…….
예고?
“잘 가.”
도끼가 머리로 떨어졌다.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거센 빗소리를 들으며 방을 나서던 부부는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가 빗소리에 섞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음, 음음, 으으음, 음음음.
콧노래.
“이거 내 차 내비 고장 났을 때 나왔던 노래 아니야?”
“어머, 맞는 것 같은데… 이 동네 라디오에서 틀어주나?”
그들은 아직 공기 중에 남아 있던 음전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카세트테이프를 보물처럼 챙겨 복도를 지나 주방으로 나왔을 때….
“끄아아아아악!!”
주방 아궁이에 처박혀 있는 무언가를 보게 된다.
마치 폭죽과 장난감을 안에 넣고 터트린 것처럼, 주변이 다 타들어 간 아궁이는 기묘할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바싹 탄 숯덩이.
그리고 그 검붉은 숯덩이에 구부러진 막대기 같은 두 가닥이 툭, 양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그 끝에 걸린 건….
운동화.
반쯤 탄 사람의 발.
“아아아악!!”
“엄마야! 저거 사람이야!?”
“아이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아이고!!”
터져 나온 경악과 절규가 산장을 울렸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비명에 동참했다.
“무슨 일… 으아아악!!”
“허어억!!”
대학생이고 중년의 대리 기사고 할 것 없이 다 패닉에 빠졌다.
한 사람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자신을 회사원이라고 밝혔던, 목이 아파 필담을 하던 청년이다.
그런데… 분명, 회사원은 두 사람이었지 않나?
‘설마!’
부부가 아궁이의 발을 삿대질했다.
“그쪽하고 같이 왔던 그 청년… 설마 그 청년이야? 어? 안대! 안대 쓴….”
회사원 청년이 다 탄 운동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입을 막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악!!”
사람이 죽었다.
어제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다시 고함과 탄식이 난무했다.
“당장 119 불러!”
“이게 뭐야 X바알!!”
“이래서 옛날 집 부엌을 막 쓰면 안 된다니까! 까딱하면 저렇게 불 나서 사고 난다고!”
하지만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리기도 했을 것이다.
‘정말 사고인가?’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고 저렇게 사람만 홀라당 탈 수 있나…?
저렇게 끔찍한 꼴로?
‘혹시…….’
패닉에 빠진 채, 사람들은 전화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등골이 싸늘해졌다.
“저, 전화가 안 돼요. 통화음이 안 가!”
“관리인! 관리인 어디 갔어! 여기 사람 죽었어요!”
그러나 그들을 잘 모시겠다고 했던 산장지기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산속.
산장 속에는, 그들과 허밍뿐이었다…….
“…….”
“…….”
음, 음음, 으으음, 음음음.
창밖은 끔찍하도록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간밤엔 심지어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토사가 버스 정류장을 덮었다.
“도로가… 완전히 파묻혔잖아.”
“내 차!!”
그렇게 사람들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음, 음음, 으으음, 음음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 이게… 저기 돌아가고 있었어요.”
“…….”
아궁이에 꽂힌 시체 옆, 작고 낡은 아날로그 카세트플레이어에서 허밍이 나오고 있었다.
음, 음음, 으으음, 음….
탁.
카세트플레이어를 끈 대학생 한 명이,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을 꺼냈다.
낡은 상아색 테이프.
“…!”
창백하게 질린 회사원이 노트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글을 휘갈겨 썼다.
[백 사원이 가지고 있던 카세트 같습니다…]
“세, 세상에.”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 * *
점심시간.
산장지기가 미리 준비해 둔 건지 꽤 정갈한 국과 밥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거기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챙겨왔던 에너지바나 과자 따위를 먹으며, 터지지 않는 스마트폰이 터지는 곳을 찾아 산장 곳곳을 배회했다.
물론 성과는 없었다.
폭우 속, 음울한 산장은 어떤 외부와의 연결고리도 없이 고립되어 침울하고 음산했다….
‘미치겠네, 진짜!’
마찬가지로 안 켜지는 SNS 어플을 딸깍거리던 대학생 중 한 명은 거실에 앉아 초조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X발!”
“아 X나 겁 먹었네 이 새끼.”
옆에서 같은 등산 동아리 친구들이 다리만 남은 아궁이의 시체로 서로를 밀며 질겁하고 낄낄댔다.
몰래 사진도 몇 장 찍으며 장난처럼 굴고 있었지만, 입맛은 떨어졌는지 챙겨온 칼로리바나 초콜릿들은 까지도 않았다.
그래도 공포에 질린 다른 방문객들보다 어딘가 느슨했다.
쪽수를 믿은 것이다.
‘우린 셋이니까 뭐.’
혹시 사람 죽이려는 새끼가 있어도 말이다. 바보도 아니고 굳이 인원수 많이 몰려다니는 쪽을 먼저 노리진 않을 것 아닌가.
‘혼자 온 인간들이나, 뭐 혼자 남은 사람부터 죽이겠지.’
그런 의미에서는 초조함이 좀 가라앉긴 했다.
“야….”
대학생이 친구와 잡담이나 하려고 할 때였다.
쓱, 땅콩이 든 초코바가 눈앞에 들이 밀어졌다.
고개를 돌리니 회사원이 창백한 안색으로 노트를 들어 올렸다.
[드실래요? 저는 못 먹을 것 같아서…]
“예? 아뇨.”
퉁명스럽게 대꾸하는데 옆에서 친구 하나가 킬킬댄다.
“저 새끼 땅콩 못 먹어요.”
[아… 죄송합니다]
회사원은 다시 침울한 듯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주임이라고 했던가? 처음엔 인상이 제법 만만찮게 보였는데, 같이 왔던 동료가 죽은 걸 본 이후로 영 비실비실해 보였다.
‘겁먹었네.’
몇 대 맞으면 어이구, 어이구 하면서 기가 죽을 것 같은 인상이 됐다고 해야 하나.
“야, 한 대?”
“어. 죽겠다 X발.”
그 와중에 친구 둘은 잠깐 담배를 피우러 사라졌다.
회사원도 안 터지는 스마트폰을 들더니, 아궁이를 한번 어두운 표정으로 힐끗거린 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적막이 찾아왔다.
“…….”
얼결에 혼자 남은 것이다.
어딘가 오싹했다.
‘영화에서 보면 꼭 이럴 때 습격당하던데.’
대학생은 다리를 떨다가,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힐끔거렸다.
주머니에 든 잭나이프의 존재를 깨닫고 조금 편안해졌으나 잠시였다.
‘X발 왜 지들끼리 갔냐고.’
결국 그는 직접 뒤뜰로 친구들을 찾으러 나섰다.
잭나이프를 꾹 쥔 채, 등 뒤가 오싹해서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그리고 비 내리는 뒤뜰로 가는, 부엌의 뒷문을 열었다.
달칵.
눅눅한 물 냄새가 났다.
‘지붕 있는 곳에 있겠지.’
담배 피우겠다고 비 맞진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대학생은 지붕을 따라 빙 돌아, 연결된 창고 비슷한 곳으로 친구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걸을수록 기묘한 느낌이 든다.
뭔가 비릿한 것이 코를 찔렀다.
‘철?’
녹슨 철에서 날 법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창고에 낡은 물건들이 많더라니, 어쩌면 비가 새서 녹스는 냄새일 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은 그렇게 추측하며 모퉁이를 돌았다.
“야, 박경수….”
그리고 코가 마비될 정도의 강한 철냄새가 닥쳤다.
“어, 어어어…?”
뒤뜰 창고 안에는 낡은 토목용 분쇄 기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계는 나무가 아니라 다른 것을 넣어도 제대로 작동했던 것 같다.
투두둑.
톱밥을 토해내야 할 기계의 배출구로부터 분쇄육이 쏟아져 있었다.
찢긴 옷가지와 핏물, 고기와 뼈가 다 갈린 채 바닥에 온통 지저분하게 난자했다.
“…….”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순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뇌가, 처리를 거부하다가, 한 박자 늦게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일행을 찾긴 한 것이다.
분쇄육이 된.
“우웨에에엑……!”
패닉에 빠진 뇌가 토와 비명을 쏟아내기 시작할 때,
다른 소리가 섞여들었다.
낡은 오디오를 통해.
음, 음음, 으으음, 음음음.
카세트테이프 소리.
“히이익!”
대학생이 뒤로 돌아서 미친 듯이 뛰어 산장 안으로 뛰었다.
머리 끝까지 소름과 공포가 쫓아왔다.
“거기 학생, 왜 뛰어다니는….”
“아아악!!”
대학생은 경기를 일으키며 자기 어깨를 잡은 손을 쳐냈다.
“X발 다가오지 말라고!”
“뭐, 뭐야?!”
고개를 들었다.
이 산장에 머무는 사람들의 의아하다는 면면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
‘테이프!!’
그래!
이 미친 짓을 벌인 살인마가 테이프를 노리고 이 짓을 한 거라면?!
대학생은 당장 주머니를 뒤져서 자신의 테이프를 들어 올렸다.
“이거 봐! 이거!”
그 눈이 희번덕거리며 침이 튀었다.
“나 이거 버린다! 가져갈 거면 가져가! 나, 난 X발 분명 포기했다?! 포기한 거야!!”
탕!
테이프를 바닥에 던진 대학생은 다시 미친 듯 달려서 2층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방문을 잠그고 나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허어어억….”
불안이 눈을 굴리게 했다.
머릿속에서 곤죽이 된 살덩이와 조각난 뼈들이 어른거리고 쿵쾅거린다.
쿵.
쿵.
문 앞에 가구로 바리케이트라도 쌓을까?
쿵.
아냐, 오히려 도망갈 문을 막는 것 같다.
쿵.
대학생은 예스런 자개장롱을 쳐다보며 갈등하다가, 그냥 장롱 옆 벽에 붙어서 잭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쿵…….
등을 기대자 숨이 돌아왔다.
‘어, 억지로 열려고만 해 봐…!’
그러면 X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칼을 휘두르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오면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방심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절대 못 해, 절대 못 해….”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대학생의 옆에서…….
달칵.
부드럽게,
장롱이 열렸다.
그리고 대학생은 다음 날 아침, 활짝 열린 문으로 다른 사람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온몸이 올록볼록 튀어나와 소세지처럼 부푼 시체로.
알레르기 쇼크사.
등산 동호회는 그렇게 전원 사라졌다.
“아아아아악!!”
하루 만에 멀쩡하던 회사원 하나와 대학생 셋이 시체로 발견되자, 사람들은 완전히 공포로 돌아버렸다.
“유산! 이 중에 누가 유산 더 받으려고 다른 사람 죽이는 거야, 어, 확실해! 우릴 다 죽이고 입막음 해서 테이프 편하게 가지려고!”
“자기, 산장 관리인이 수상해, 그 새끼 사이코 같았다니까?! 여기….”
“귀신이다! 우린 다 귀신에 홀렸다!! 하하하!!”
외친 중년 사내는 실성한 듯 외치더니, 사람들을 밀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악!”
우르릉.
때맞춰 천둥소리가 들렸다.
아니, 천둥과 겹쳐서 다른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쾅!
“…!”
“뭐, 뭐야!”
굉음에 놀란 사람들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공무원이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산사태가.”
‘때마침’ 다시 밀려들어 온 것이다.
쏟아진 토사에 휘말려, 정신 나간 듯 뛰쳐나갔던 중년 사내는 산 아래로 휩쓸리듯 사라졌다.
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이 사라지듯 산 아래 흙 속으로 멀어졌다.
확정된 압사였다.
우르르… 쾅!
허밍 대신 천둥소리가 산장 밖을 채우고, 번개가 번뜩인다.
“…….”
“…….”
숨 막히는 침묵이, 얼어붙은 사람들 사이로 흐른다….
남은 사람, 넷.
* * *
이틀째 밤.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 산장을 샅샅이 뒤진 부부는 헉헉대며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확은 없었지만, 다른 것을 알아차린 채로.
“히이익, 힉…….”
“X발 숨 좀 조용히 쉬어 이 X아!”
“아악!”
아내라고 소개했던 동행인의 머리를 세차게 밀친 남편이 눈을 떨며 거실에서 뛰쳐나와 홀로 2층 복도로 뛰어 올라왔다.
마침 자신의 방에서 조심스럽게 나오던 사람이 충혈된 남편의 눈을 마주하고 깜짝 놀랐다.
“거기!!”
목이 아파 필담을 하던 회사원이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서 품속의 노트를 꺼내 들어 뭔가 쓰려고 했으나, 남자가 들고 있던 걸 흔드는 게 먼저였다.
“이거, 이 금 액자…!”
바로 거실에 걸려 있던 금 액자를 떼어내온 것이다.
그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안의 내용을 삿대질했다.
토끼는 부엌에서 굽고
사슴은 뒤뜰에서 잡고
비둘기는 방에서 살찌우고
양은 거실에서 한 점 썰어 주네
“이대로 사람이 죽고 있는 거야!”
“…!”
부엌에서 구워진 사람, 뒤뜰에서 갈린 사람, 방에서 부푼 사람!
“산장지긴지 뭔지, 아무튼 우리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 거라고! 이거, 이거 중계되고 있을 수도 있어! 아니! 아무튼 우릴 가지고 노는 게 확실하다니까!”
회사원이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반응에 확신이 더 커진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이번엔 이 거실! 거실에서 사람이 썰려 죽을 거야! 확실하다고! 그전에 나갈 방법을 찾아야….”
“오.”
…….
어?
방금, 말을….
“의외로 눈치가 있네. 브라운.”
“브라운?”
그날 남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 * *
“깼어?”
두통과 함께 정신이 든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읍! 으으읍!”
입에 재갈이 물렸는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는 목청껏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읍!!”
이 장소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실이라는 것도,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것도 비명의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 옆에 다른 머리통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머리통만!
“읍읍!”
죽은 자의 창백한 얼굴이 쟁반에 담긴 채 바로 코 옆에 놓여 있었다.
미칠 것 같다.
눈물과 콧물,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남성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재갈은 모든 걸 삼켰다.
“흐으읍, 습, 으으읍!”
“무서우십니까? 좀 참아보세요. 나도 참고 있거든.”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남자가 눈을 굴려서, 머리통에게서 떨어지려 애쓰며 위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회사원…!’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젊은 남성이 눈을 찌푸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든 피 묻은 목장갑을 경멸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한숨과 함께 도로 끼는 것이다.
그리고 도끼를 들었다.
“흐으으읍읍!!!”
“왜 사람은 변하는 게 없다는 걸 머리로 알아도 비명부터 지르게 될까요. 서로 피곤하기만 한데.”
“읍!! 으읍!!”
“괜히 체력 낭비하지 맙시다.”
미친놈이다.
이 새끼가, 이 새끼가 살인마였다…!!
남자는 어떻게든 협상, 애원, 반격까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고 싶었지만, 단단히 포박된 전신과 틀어막힌 입이 허락하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좀 경감된다…? 뭐,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회사원은 건조한 목소리로 날을 확인한다.
도끼날이 장갑의 거친 면에 미끄러지고.
“제법 합리적인데, 그래도 난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원래 목적대로 쓰였다.
허공을 가르는 반뜩이는 스윙.
툭.
댕그랑…….
“…….”
“…….”
조용해진 작업실에서, 김솔음은 도끼를 내렸다.
그리고 약간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의 됐네.”
남은 사람,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