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66화
“저기요…….”
“…….”
“저기요.”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열린 시야로 아는 얼굴이 들어왔다.
“…경비반장님?”
“예…….”
경비복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 옅은 머리색, 명찰에 적힌 ‘J3’.
나와 창귀 모티브 어둠에 휘말렸던 바로 그 경비직원이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어마어마한 두통이 덮쳤…… 어?
찰랑.
멈칫했다.
몸을 지탱하려 바닥으로 뻗은 내 양손에는 방울 달린 빨간 털실이 친친 감겨 있었다.
‘털실?’
어딘가 익숙한 쓰임새와 모양새…… 아.
‘보안팀이 쓰는 장비다….’
———————=
어둠탐사기록 / 백일몽주식회사
/ 아이템
노스텔지어 키티
은빛 방울이 달린 빨간 털실 형태의 장비형 아이템.
착용 시, 과거 10년 중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했던 시기의 모습으로 상대를 고정해 준다.
변이가 심할수록 빨리 끊어진다.
※건강의 기준은 사용 기록을 참고.
———————=
누구든 일시적으로 ‘좋았던 과거의 상태’를 되찾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정체를 아니 마음이 약간 편안해졌다.
나는 몸에 힘을 풀….
“…….”
“…….”
아니, 잠깐만.
근데 내가 왜 구속되어 있는 거지??
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경비반장의 만사가 귀찮다는 얼굴에 약간 반갑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그리고 손을 작게 흔들었다.
“또 보네요….”
“예. 그런데….”
나는 팔을 가능한 한 들어 올렸다.
“이게 대체 뭡니까?”
“오염된 직원… 구출했다면서요…….”
“예, 근데 왜 제가….”
경비반장이 나를 가리켰다.
아.
“…혹시 제가 오염됐다고 보안팀에서 생각하신 겁니까?”
“아무래도… 네……. 다른 사람도 없고.”
그리고 경비반장이 희미하게 기대인지 쑥스러움인지 모를 기색을 드러내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음, 웰컴 보안팀……?”
아, 아니.
신입 맞이로 오해하고 있어 이 사람…!
“제가 아닙니다.”
“……엉?”
“제가 아닙니다.”
나는 두 번 강조한 뒤,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격리실 같은 건가.’
회색 벽으로 감싼 실내 공간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조명마저도 천장 안쪽에 견고한 마감재로 튀어나온 부분 없이 들어가 있다.
‘보안팀이 제대로 출동하긴 한 모양인데.’
내가 전화를 맞게 했다는 거겠지.
[보안팀 대여창고]
내가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사용이 허가된 이 시설은, 말 그대로 전화나 방문을 통해 보안팀의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창고였다.
다만 보안팀이 ‘제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시, 이렇게 자체 개입하기도 하는데….
‘당첨됐네.’
이렇게 내가 지금 보안팀 시설에 구류된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회사 건물인가 보군요. 경비반장님께서 오신 걸 보면.”
“네……. 눈치가 빠르네….”
“…….”
침을 삼켰다.
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지금 내 손목의 문신 속에는 오염된 박민성 주임이 들어 있다.
‘여기서 꺼내서 오염을 잡도록 인계해야 하는데.’
내가 이런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보안팀에 정식 등록되는 건, 장기적으로 너무 멍청한 짓 아닐까?
결국 나는 살짝 떠보듯이 말했다.
“혹시 이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까?”
“아닐걸요….”
그래.
아무래도 <헝그리 행맨> 괴담에 오염된 사람이 현실로 튀어나온 건 처음이니, 기록매체를 두진 않았을 것 같았다.
CCTV 영상 자체가 오염될 수도 있으니까.
‘특히 헝그리 행맨은 정신 오염이 워낙 강한 괴담이기도 하고….’
어쨌든, 내 팔뚝 속에 지금 완전히 오염된 박민성 주임이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상황 같았다.
나는 침을 삼켰다.
“……경비반장님.”
“그냥 제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경비팀에 J가 이제 저밖에 없어서요…….”
“예, 제이 씨.”
나는 진중한 얼굴로 요청했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은 비밀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안 된다고 하겠지.
아니면 갈등하는 척하다가 설득된 것처럼 믿음직하게 된다고 해놓고선 냉큼 보고할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회유책을 준비….
“그러죠 뭐…….”
“…….”
“회사를 폭파시키겠다 이런 것만 아니면…… 아니, 그래도 상관없나…… 그럼 제가 들었다는 것도 비밀로 해주세요…….”
“…….”
이게 종신직의 패기인가….
‘이 회사는 도대체.’
나는 아찔해지려는 정신을 다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회사 폭파 같은 건 아닙니다.”
“그럼…?”
“사실, 제가 오염된 직원을 구출해서 따로 제압 중인 상태입니다.”
“…….”
“…….”
“…??”
경비반장의 대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혹시 정신착란….”
“멀쩡합니다. 애초에 오염 제압용 장비도 차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팔을 들어 올렸다.
“이 방울 달린 털실… 오염을 제압하는 장비 같습니다만.”
“음…… 그렇죠.”
“그럼 제가 멀쩡한 정신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경비반장이 나를 빤히 보았다.
나는 침을 삼켰다.
“준비되시면, 오염된 직원을 여기로 꺼내겠습니다.”
“아.”
상대는 눈을 꿈벅이며 썩 신뢰가 가진 않는다는 듯이 나를 응시하긴 했으나,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해 보세요….”
“따로 준비는 필요 없으십니까? 저도 일회용 아이템을 이용해서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뭐…….”
경비반장이 자신을 툭 쳤다.
“저요.”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으나, 만사가 귀찮다는 피로한 투는 아주 담백하게 들렸다.
‘게다가 반장이지.’
‘어둠 제압’을 전문으로 하는 경비팀에서 반장까지 한 그 능력치는, 지난번 창귀 괴담에서도 보았다….
…좋다. 그렇다면.
“예.”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단박에 손을 문신 속으로 집어넣었다.
“…!”
휘저으며 목표물을 찾지 않아도 바로 잡혔다. 동료 선생님을 가둬두다니, 규칙에 어긋나긴 개뿔!!
‘당겨!’
손이 문신 밖으로 나오며, 잡고 있는 것이 딸려 나왔다.
투두두두둑.
괴상한 소리를 내며 문신에서부터 ‘선생님’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툭.
그 충격에 털실이 끊어지는 순간,
내 팔뚝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흡혈 나이프로 냈던 상처가 돌아온 것이다.
“~!”
X발! 욕설은 자제해야 하지만 너무 아프다!! 오염, 오염도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보다 중요한 건….
“솔음 선생님! 이렇게 짓궂은 일은 우리 ■■부속유치원에서는 벌칙 사항인데….”
멈칫.
부드럽게 웃던 박민성 주임, ‘선생님’이 멈췄다.
그리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더니.
“…….”
“…….”
“유치원이 아니야!!”
망할.
“유치원이 아니야! 유치원이 아니야! 내가 무단외출했어, 무단 외출, 완벽한 선생님이 아니었어 내가… 내가 규칙을 어겼…!”
어떻게든 대응할 수 없었다, 그냥… 죄책감이 밀려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된 판단을 했어요. 이러면 안 됐는데, 제가 선생님의 벌까지 대신 받아 교육서를 낭독할게요. 나는 우리■■부속유치원의 교육서를 잡아들고….
“어이쿠.”
콱.
누군가 내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귀에 무언가를 넣었다.
“수면마취… 같은 거.”
…….
…….
반짝.
나는 눈을 깜박였다.
“저기요.”
“…….”
“저기요….”
다시 눈을 떴다.
모든 게 고요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반사적으로 알았다.
“제가 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드신 겁니까?”
“네……”
나는 내 귓속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캡슐 껍데기를 보았다.
‘약을 넣은 건가.’
아마도 짧은 시간 기절 효과를 받은 듯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백설산 사과와 비슷하지만, 하위 호환인 아이템 같은 것으로.
‘침착해.’
덕분에 오염의 영향을 벗어난 듯했다.
나는 숨을 고르며 팔을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났던 곳에는 이제 붕대가 감겨 있다.
그리고 본래 나에게 감겨 있던 털실은….
“…….”
고개를 들자, 이제 구석의 박민성 주임 사지에 친친 감겨 있었다.
그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다.
박민성 주임에게!
‘…통했다.’
검은 정장에 가면을 쓰고 있는 박민성 주임은 마치 괴담에 진입하기 직전처럼 멀쩡한 몰골로 보였다.
비록 제압 장비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라고 할지라도.
“…하.”
전신에 힘이 풀려서 나는 벽에 기대었다.
‘……인계 성공.’
옆에서 경비반장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운이 좋네요, 저 사람……. 저렇게 빨리 나올 수도 있는 거였나… 부럽다…….”
잠깐만.
“빨리 나왔으니까, 오염에서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는 겁니까?”
“음…….”
경비반장이 생각도 귀찮은 듯 머리를 숙였으나, 집요한 눈과 마주치자 결국 토해내듯 말했다.
“저거 어둑 등급이잖아요…….”
“예? 예. 맞습니다. B등급.”
“그럼 괜찮죠 뭐…….”
B등급이?
“회사에 노하우도 있고… 음. 적당히 괜찮을 경우엔… 부서 이동?”
“…….”
그래. 죽는 것보다야 보안팀 근무가 낫겠지만.
‘되도록 잘 회복해서 복귀하든 퇴사하든 했으면 좋겠는데….’
“…….”
나는 다시 박민성 주임을 돌아보았다.
그제야 긴장이 약간 풀려서인가.
기분이 좀 이상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농담과 안부를 나누던 동료 직원이.
내일부터는 갑자기 내 일상에서 사라질 거란 그 느낌이.
“…잘 부탁드립니다.”
“…….”
경비반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묘한 표정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드디어 머리가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광경도 떠올렸다.
…은하제 대리!!
“혹시 제 옆에 쓰러져 있던 시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왼손 없는 시체인데….”
“모르는데요…….”
혹시라도, 설마 혹시라도 소각되거나 한 건 아니겠지. 아냐, 그럴 리 없어.
‘머리가 아니라 손만 없으니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초조함에 나는 바로 절차를 재촉해 격리실을 나섰다.
“같이 나가세요….”
“아, 예.”
호출된 보안팀 직원 중 일부의 동행하에, 나는 경호와 감시 사이 어디쯤에서 격리실 문밖을 나가 걷게 되었다.
그리고 나가는 순간 깨달았다.
여긴 보안팀 대여창고 옆에 붙어 있는 격리실 구역이었다.
[격리 B]
‘어둠탐사기록에서 여길 다루는 문서도 따로 존재했는데….’
하나같이 섬뜩했다.
호출된 직원 둘은 나를 반걸음 뒤에 둔 채 차분한 걸음으로 그 복도를 걸었고, 나는 오싹한 마음을 참으며 따라서 걸었….
킥킥키기킥킥.
아아아아아아찬란하신이름님나를비추소서
살려주세요살려주셔요살려주세요
양옆에 늘어선 격리실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가 울렸다.
‘쳐, 쳐다보지 말자.’
절대 시선도 주지 않고 저 앞의 문에서 나오는 불빛만 보고 걷는데….
…….
복도에 누구야?
으아아아아아악!!
복도에 누구야? 복도에 누구야? 복도에 누구
제발 빨리 좀 걸어주십쇼! 빨리!!
하지만 이놈의 보안팀 직원들은 기어코 정속을 유지하면서 문밖으로 나왔고.
나는, 완전히, 기가 다 빨린 파김치가 되어서 대여창고 퇴실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
대여창고 프론트는 그냥 삭막한 시설팀 복도처럼 생긴 곳이었다.
창구에 가자, 말 없는 보안팀 직원이 격리보관 중이던 내 소지품들을 꺼내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서류 가방을 받아들었다. 표면에 [적격 /위험도 D] 표시가 찍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이템을 일일이 검사하진 않은 것 같은데.’
팔뚝에서 뭘 꺼냈니 마니 하면서 추가 검사를 받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경비반장 J는 약속을 완전히 지킨 모양이다.
‘하지만 언젠간 말할지 모르지.’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일부러 일회용 아이템이라고 언급해놓기도 했고.
중요한 건 대처다.
‘잘해 보자.’
나는 심호흡했다.
‘그럼 이제 은하제 대리의 상황을 파악하러 얼른….’
-친구!
-친구!
어??
-친구!!
“…….”
브라운!!!
“제, 제 소지품은 이게 답니까?”
직원이 손가락으로 저 프론트 구석의 통을 가리켰다.
[폐기물 박스]
거기엔 다 젖어서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내 정장 자켓과, 그 속에 같이 처박혀 있던 작은 봉제 인형이 뒹굴고 있었…….
허어어어어억!
-스튜디오도 아닌데 저들 마음대로 날 이런 곳에 처박아두다니!!이건 월권이고 모욕입니다! 신인일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미, 미친놈들아!
식은땀으로 목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황급히 자켓을 빼내고 인형을 다듬은 후,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고, 고생했어. 미안해.’
-후…… 노루 씨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요. 저 치들이 함부로 행동한 것을!
조금 진정이 된 것 같다. 나는 얼른 뒤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뒤로 음산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착한 친구는 잊지 않습니다….
“…….”
브라운을 보안팀과 가까이 두는 일이 없도록 하자….
그렇게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김솔음 씨.”
“…!!”
보안팀 프론트 앞에서 누군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장님.”
도마뱀 조장이 세로 동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절 데리러 오신 겁니까?”
“예.”
“어디로 데려가십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거기로 데려가시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의무실. 은하제 대리가 누워 있습니다.”
“…!!”
나는,
몇 번 주저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살아계십니까?”
도마뱀 조장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예.”
“…….”
울컥.
뭔지 모를 것이 갑자기 목까지 치솟았다.
“……조장님. 박민성 주임님도,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이자헌 조장은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물었다.
“살아 있습니까?”
“…예.”
“그렇다면 전원 생존입니다.”
“……예.”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