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18권 월광천추(月光千秋)편 : 7화
제184장. 낙양기변(洛陽奇變)
아침이 밝았다.
늘상 아침은 밝아오고 또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지만, 오늘의 아침은 평소와는 달랐다. 적어도 문지상(文志祥)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부터 내게는 새로운 인생(人生)이 펼쳐질 것이다.’
문지상은 그렇게 생각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하나가 그의 이마를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이것으로 풍림서각(風臨書閣)의 수석 지배인이었던 문지상의 최근 며칠 사이에 낙양(洛陽)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열두 번째 피해자가 되었다.
- * *
진산월 일행이 낙양에 당도한 것은 천하현을 떠난 지 삼 일째 되는 날이었다.
선약연의 장담대로 양중초와 그의 부인은 다음날 천하현의 객잔으로 그들을 찾아왔다. 마차 바퀴의 자국을 따라가던 양중초는 대나무 숲 안에 있는 모옥에서 적들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적들에게 끌려간 양중초는 곧 부인을 만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조그만 창고 같은 곳에 줄곧 갇혀 있어야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 아침이 되자 적들은 그들 부부를 밖으로 나오게 하더니 천하현으로 가보라는 말만을 남기고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양중초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선약연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연관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었다. 낙일방이 선약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양중초는 계속 침울한 표정으로 묵묵히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낙일방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도 양중초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수습한 양중초는 진산월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맹천익을 데리고 진산월 일행과 작별을 고했다. 진산월도 충분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와 더 동행하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양중초 일행이 떠난 후 진산월도 머물렀던 객잔에서 벗어나 천하현을 빠져 나왔다.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낙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낙양에 있는 석가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낙양으로 향하는 여정(旅程)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평탄한 것이었다.
더 이상의 습격도 없었고, 별다른 사건도 만나지 못했다. 손풍이 이렇게 심심한 여행은 질색이라고 떠들다가 전흠에게 혼쭐이 난 것 외에는 너무도 평화로운 삼 일이었다.
그리고 삼 일째 되는 날 저녁에 비로소 그들은 낙양성을 볼 수 있었다.
“우와…… 정말 굉장하구나.”
낙양성을 처음 본 손풍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낙양성은 성 자체는 서안성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성 전체가 새하얀 모란으로 뒤덮여 있다시피 하여 멀리서 보면 그야말로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연신 감탄성을 발하고 있는 손풍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동중산이 살짝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낙양 사람들은 모란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매년 봄이면 성 전체가 모란밭이 된다고 하더군. 오죽했으면 낙양모란갑천하(洛陽牧丹甲天下)라는 말까지 있겠나?”
옆에서 듣고 있던 낙일방이 그의 말을 이어 받았다.
“특히 사월에서 오월까지가 절정을 이룬다고 하더군요. 모란을 구경하는 온갖 화회(花會)들도 많이 열려서 그걸 보려고 몰려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낙 사숙께서도 잘 아시는군요.”
낙일방은 빙그레 웃었다.
“낙양은 여러 번 와 봤거든요.”
“그러시군요. 저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처음 만난 곳도 이 부근이네요.”
동중산이 외눈을 부드럽게 반짝였다.
“그렇지요. 용문석굴(龍門石窟) 앞에서 장문인과 여러 사숙들을 처음 뵈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의 음성에는 한 줄기 감회가 서려 있었다.
어찌 동중산뿐이겠는가? 낙일방은 물론이고 진산월 또한 당시의 일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동중산은 봉황금시를 노리는 무리들에 쫓겨 용문석굴에 숨어 있다가 일시 위기를 모면할 생각으로 무작정 종남파의 문하가 되겠다며 입문을 신청했었다. 그리고 진산월은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그의 입문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가?
동중산이 진산월을 돌아보며 웃었다.
“제자는 지금도 그때 장문인께서 무슨 생각으로 저를 받아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뻔히 제가 다른 속셈이 있다는 걸 아셨을 텐데 말입니다.”
낙일방도 궁금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진산월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의 시선을 받았다.
“별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본파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자라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낙일방이 피식 웃었다.
“아주 원론(原論)적인 생각이셨네요. 확실히 그때의 장문사형은 조금 고지식한 면이 있었죠.”
종남파에서 누구보다도 고지식한 면이 강한 낙일방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얼굴에 재미있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동중산은 다른 것을 생각하는 모양인지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진산월에게 재차 물었다.
“당시의 제자는 강호에서의 명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고 소문도 좋지 않았는데 그런 것들이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강호에서의 명성이란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강호의 명성이니 소문이니 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는 그때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네가 본파를 진심으로 원해서 입문을 신청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본파에 들어와서 본파가 어떤 곳인지 겪게 된다면 본파의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산월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동중산의 외눈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동중산은 진산월의 얼굴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다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장문인의 생각이 틀리셨군요. 저는 좋은 제자가 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진산월이 담담한 시선으로 동중산을 응시했다. 진산월은 동중산의 사내다움이 가득한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나직하면서도 분명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다, 중산. 너는 본파의 훌륭한 제자다. 그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낙일방이 동중산의 옆으로 와서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장문사형의 말이 옳아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제자일 뿐 아니라 좋은 사람이에요.”
동중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얼굴에는 한 줄기 격동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삼년 전만 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던 비천호리 동중산을 이들은 기꺼이 동료로 맞이해 주었고, 같은 문파의 제자로 인정해 주었다.
좋은 사람이라니…….
남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동중산이었다.
삼년의 시간 동안 자신은 비록 눈 하나를 잃었지만 더욱 소중한 것들을 한아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동중산은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진산월과 낙일방은 그의 그런 속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감회에 젖어 있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먼저 낙양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를 따라 걷고 있던 전흠이 동중산을 스치듯 지나가며 특유의 퉁명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나도 그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당신은 좀 더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전흠은 그 말만을 중얼거리듯 내뱉고는 그를 지나쳐 낙양성 쪽으로 가버렸다. 동중산은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낙양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파들로 뒤덮여 있었다. 하나 낙양성의 대로를 따라 걷고 있던 낙일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요? 성안의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아닌 게 아니라 여느 때라면 모란꽃을 구경하려고 중원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과 각종 화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워야 할 낙양성 안이 지나치리만치 조용하고 차분했다. 사람들의 수는 무척 많았으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서로 소리를 죽여 무언가를 소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에 관병(官兵)들의 모습이 유달리 많이 눈에 뜨이는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동중산은 어느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외눈을 반짝이며 소상하게 살핀 후 신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무래도 낙양성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전반적으로 어둡군요.”
낙일방이 진산월을 돌아보며 그의 의중을 물었다.
“장문사형, 어쩌시겠습니까? 이대로 석가장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먼저 객잔에 가서 여장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갈까요?”
“객잔으로 가자. 일단은 낙양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낙일방은 낙양성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지라 자신이 앞장서서 일행을 안내했다.
곧 그들은 낙양성의 중앙대로에서 조금 떨어진 제법 커다란 객잔의 후원에 있는 별실 하나를 통째로 얻을 수 있었다.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별실은 객잔의 다른 별실들과 담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아늑하면서도 조용할 뿐 아니라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히 쉴 수 있었다.
일행이 여장을 풀고 간단히 몸을 씻은 다음 별실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정자에 모였을 때, 밖으로 사정을 살피러 나갔던 동중산이 돌아왔다.
낙일방이 아직 어깨에 묻은 먼지도 털지 않은 동중산을 보며 웃었다.
“당신도 참 천성이군요. 여장을 풀고 천천히 해도 될 텐데 무얼 그리 서두르는 겁니까?”
“낙 사숙도 아시다시피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 아닙니까?”
“낙양성의 분위기가 왜 이런지는 알아내셨습니까?”
“예, 최근에 낙양성 내에서 계속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그 바람에 사람들이 겁을 집어먹고 외출을 삼가고 있고, 성안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낙일방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낙양성은 원래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몰려 있어서 평소에도 살인 사건이 곧잘 일어나는 편인지라 어지간한 일로는 사람들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워낙 이번에 살해된 자들이 낙양 내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인지라 그 여파가 상당한 모양입니다.”
“죽은 자들이 누군데요?”
동중산은 외눈을 반짝이며 침착한 음성으로 자신이 알아낸 사실들을 밝혔다.
“열흘 전에 낙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도박장인 무쌍루(無雙樓)의 주인인 연삼야(燕三爺)가 자신의 방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무쌍루라면 낙일방도 알고 있었다. 낙일방뿐 아니라 낙양에 한번이라도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무쌍루를 모를 리 없었다. 무쌍루는 천보당(天寶堂), 금화전(金華殿)과 함께 낙양에서 제일 유명한 도박장으로, 특히 주인인 연삼야의 기행(奇行)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연삼야는 낙양의 오래된 거부인 연부귀(燕富貴)의 세 아들 중 막내였는데, 어려서부터 도박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도박장에 살다시피 했다. 이를 안 연부귀에게 부자지간의 의절(義絶)까지 당했으나 연삼야는 도박을 끊지 못했다. 나중에 집에서도 쫓겨난 연삼야는 결국 도박장에서 청소하는 신세로까지 전락했으나, 타고난 상재(商材)는 어쩔 수 없었는지 조금씩 진급을 하여 불과 십년 만에 제법 큰 도박장의 총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연삼야는 자신이 지금까지 벌어 놓은 모든 재산을 걸고 도박장의 주인과 도박을 벌여 열 판을 연거푸 이기게 되어 결국 그 도박장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야 말았다.
그때부터 도박귀신 연삼야의 신화(神話)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십년이 지났을 때, 연삼야는 낙양의 삼대 도박장 중 하나를 소유한 거부가 되어 있었다.
무쌍루의 주인이 된 후 연삼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내쫓은 연가장(燕家莊) 주위의 땅을 모조리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때 연가장의 정주는 연삼야의 큰형인 연대보(燕大寶)였는데, 연대보는 욕심이 많고 성정이 거칠어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연삼야는 연가장 주위의 땅을 야금야금 사들이더니 종내에는 연가장 본가(本家)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땅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땅에 연가장의 사람은 아무도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사람이 본가의 땅만 밟고 지나다닐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식으로든 연삼야의 땅을 지나다가 몇 번이나 호된 봉변을 당한 연가장의 식솔들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연가장을 떠나 불과 일 년도 되지 않아 연가장은 흉가(凶家)처럼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연삼야는 연대보와 흥정하여 터무니없는 헐값에 연가장을 구입해 버렸다.
연삼야는 자신이 구입한 연가장에 직접 망치를 들고 가서 연가장 내의 건물들을 모두 때려 부쉈다. 그리고는 연가장과 그 주변의 땅에 커다란 고아원을 지어 버렸다.
비록 자신을 내쫓았다고 해도 자신의 본가인 연가장을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자기 손으로 때려 부순 것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도박에 미쳐 도박귀신이라고까지 불렸던 연삼야가 고아원을 만든 것은 더욱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 적어도 낙양 일대에서 연삼야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연삼야의 독심(毒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넓은 땅에 고아원을 만든 그의 커다란 배포를 존경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을 받던 연삼야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은 낙양성 내의 모든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더구나 흉수는 연삼야의 가슴을 찌른 다음 목을 잘라 버려서, 시신을 발견했을 때 연삼야의 머리통은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바다 속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 범행 수법의 잔인함이 사람들을 더욱 전율케 했다.
하나 그것은 그 뒤에 벌어질 끔찍한 사건들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연삼야가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 다음날, 이번에는 낙양에서 가장 큰 기루(妓樓) 중 하나인 매화선루(梅花仙樓)의 루주인 낙양번공자(洛陽藩公子) 초일화(楚一華)가 양팔과 양다리를 모두 잘린 처참한 몰골로 피살되었다.
더구나 초일화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초일화의 가장 큰 경쟁자였던 낙양야색(洛陽夜色) 봉태평(鳳太平)의 애첩이 살고 있는 집의 담벼락 밑이라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초일화와 봉태평은 똑같이 기루를 운영하면서 부를 쌓았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용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서로 자신이야말로 낙양의 제일가는 풍류남아(風流男兒)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니 그들간의 경쟁심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이었다. 그런데 초일화가 그런 식으로 시체가 되었으니 누구라도 의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초일화가 봉태평의 애첩과 밀회를 즐기다가 봉태평에게 발각되어 살해당한 것이라고 쑤군거렸다. 봉태평은 펄쩍 뛰며 그 소문을 부인했으나, 그걸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나 봉태평 또한 다음날 새벽에 초일화와 똑같이 사지가 잘린 시신이 되어 버렸다. 우습게도 봉태평의 시신은 초일화의 집에 있는 주방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었다.
하나 그 사실을 알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겉으로는 초일화의 죽음에 대해 초일화와 가까운 누군가가 봉태평을 살해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그보다 더욱 복잡하고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느낌은 다음날 확신으로 변해 버렸다. 낙양의 가장 큰 술 도매상이었던 복손홍(福孫洪)이 아랫배가 갈라진 처참한 시신이 되어 자신의 방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제는 모두들 초일화가 봉태평에게 죽었다느니, 초일화의 지인들이 봉태평에게 복수했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삼야의 죽음까지 합쳐서 무서운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고 떠들어댔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낙양성이었지만, 이들 네 사람은 모두 상당한 명성을 쌓고 있는 인물들인데다 살인 수법이 워낙 잔인하여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이 연쇄살인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리고 연쇄살인이 과연 네 건으로 끝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다음날, 사람들의 그런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또 다른 살인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낙양 일대에서 제일 큰 마장(馬場)을 운영하고 있는 임천명(任天命)이 자신의 마구간에서 가슴이 난자당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원한 관계나 금전 때문에 그가 살해당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낙양지부(洛陽知府)인 곽로당(藿路堂)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낙양 제일의 포교(捕敎)인 최학(崔壑)을 보내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살인 사건들을 조사케 했다.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날에는 낙양의 동문대로에서 가장 큰 포목점을 운영하던 조패(曹佩)가, 그 다음날에는 조패의 친한 친구이자 낙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전장(錢莊)의 주인인 현일소(玄逸笑)가 살해당했다.
곽로당은 발연대로하여 최학을 다그쳤으나, 최학이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살해당한 자들이 워낙 유명한 인물들인데다 하나같이 엄청난 부자들이어서 그들을 죽일 만한 동기를 가진 자들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원한 관계라면 몰라도 그들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자는 적어도 수백 명은 족히 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어떤 특별한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서로 친분이 있었으나, 몇몇은 같은 낙양에 살면서도 일면식도 없기도 했다. 돈을 번 업종도 제각기 달랐고, 나이도 적게는 열 살에서 많게는 스무 살이 넘게 차이가 났으며, 자주 다니는 장소도 비슷한 곳이 없었다.
최학으로서는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최학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살해된 사람들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시신을 살펴서 흉수가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알아내는 것뿐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다시 하루해가 저물어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살인이 벌어져 있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처음에는 호기심 반 흥미 반으로만 생각했던 낙양성의 주민들은 점차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흉수가 한 사람인지 아닌지, 대체 살인을 저지르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게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아침에 열두 번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낙양성 안은 온통 검은 그림자로 뒤덮여 버린 것이다.
동중산의 설명을 듣고 난 중인들은 사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하루에 한 명씩 무려 열두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해당했는데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는커녕 그 흔적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것은 범인이 그만큼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낙일방은 이번 일이 자신들의 여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잠시 궁리를 해보았으나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진산월을 돌아보며 물었다.
“장문사형,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산월은 동중산의 말을 듣고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보가 너무 적어 아직은 무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여파가 있을 것이 분명하겠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일의 피해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들이 모두 상인(商人)들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너는 우리가 낙양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잊었느냐?”
낙일방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내 진산월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들이 낙양으로 온 것은 석가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석가장은 천하에서 가장 부귀한 세 개의 가문 중 하나로, 대대로 낙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그러니 낙양에 있는 대부분의 상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번에 살해당한 자들은 모두 낙양 일대의 유명한 상인들이니 그들 중 상당수는 석가장과 크고 작은 거래를 해왔을 것이다. 그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열두 명이나 살해당했으니 어찌 생각하면 석가장이야말로 이번 연쇄살인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낙일방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석가장을 방문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석가장에 들르지도 않고 그냥 갈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곤란하게 되었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낙일방의 우려 섞인 물음과는 달리 진산월은 별로 고민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석가장에 들러야지.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냐?”
“물론 그렇지만…… 그들이 우리를 환영해 줄까요?”
“그들에게 환영받고 싶으냐?”
낙일방은 멋쩍게 웃었다.
“이왕이면 그게 좋지 않겠습니까?”
“환영해 주고 안 해 주고는 그들의 마음이니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없다. 우리가 석가장을 방문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잊지 마라.”
낙일방은 두 눈을 반짝이며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잊지 않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석가장의 방문 이유는 종남파를 후원하는 석지명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그 진실한 목적은 응계성을 암습하여 초가보에 넘기려 한 인물을 찾는 것이었다. 그자 때문에 응계성은 평생 다리를 저는 불구의 몸이 되지 않았는가? 그 빚을 갚지 않고서는 응계성을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응계성에 대한 생각을 하기만 하면 지금도 낙일방은 피가 끓어오르고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장내의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지는 것 같자 동중산이 눈치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그럼 석가장에는 언제 방문하시겠습니까?”
“며칠 후에 갈 생각이다.”
낙일방도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며 물었다.
“내일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며칠 이곳에 있으면서 일이 돌아가는 추이를 보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삼년 전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떠난 아쉬움을 달래야겠군요. 아울러 가능하다면 그때 만나지 못했던 친구 녀석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손풍이 기회를 만난 듯 신이 난 음성으로 떠들어댔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꼭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동중산은 손풍이 낙양에는 처음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가야 할 곳이라니? 그곳이 어디인가?”
손풍은 고개를 뻣뻣이 쳐든 채 당당한 음성으로 말했다.
“난향원(蘭香院)입니다.”
“난향원?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인가?”
“예로부터 낙양의 미녀들은 미색(美色)이 절륜하고 재주가 많아서 남자라면 반드시 안아 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향원에는 낙양 제일의 미녀인 정난향(丁蘭香)이 있다고 합니다. 낙양까지 왔으니 어찌 그녀를 만나보고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인들은 모두 아연해져서 멍하니 손풍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동중산은 자신이 괜한 것을 물었다며 속으로 자책했으나 이미 때 늦은 후회였다. 진산월이 침묵을 지키고 있고 낙일방이 피식거리며 웃고 있는데 비해 전흠은 눈빛이 험악해지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네놈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평상시라면 전흠이 이렇게 펄펄 뛸 때면 그의 눈치를 살피던 손풍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인을 원하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일인데 뭐가 잘못이란 말입니까? 전 사숙께서 그렇게 싫으시다면 난향원에는 저 혼자 가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전흠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손풍은 아랑곳하지 않고 낙일방을 향해 은근한 음성으로 말했다.
“낙 사숙께서도 의향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기꺼이 모시겠습니다.”
낙일방은 고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됐으니 자네나 다녀오도록 하게.”
“돈 때문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술값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마음만 고맙게 받겠네.”
낙일방이 웃으며 사양을 하자 손풍은 아쉽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양이 하도 우스워 동중산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그곳에 낙 사숙을 모시고 가려고 그러나? 낙 사숙 대신에 내가 따라가면 안 되겠나?”
손풍은 퉁명스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동 사형은 안 되오.”
“왜 그런가?”
손풍은 낙일방을 힐끔거리더니 동중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낙 사숙 같은 미남자와 동행한다면 아무리 콧대가 센 정난향이라도 만나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요. 하지만 동 사형이나 전 사숙 같은 사람과 같이 간다면 나까지 문전박대를 면치 못할 게 뻔하단 말이오.”
제 딴에는 작은 소리로 말한다고 했으나 그리 크지 않은 정자 안에서 전흠이 그 말을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동중산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지만 전흠은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 소리쳤다.
“이 망할 놈이 이제는 감히 사문의 어른을 능멸하려 하는구나.”
손풍은 찔끔하여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뭐 어쨌다고…….”
“이놈이 정말…….”
분기탱천한 전흠이 막 손풍에게 달려들려 할 때 진산월이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일 하루는 각자 개인 시간을 가도록 하겠다.”
전흠은 어쩔 수 없이 매서운 눈으로 손풍을 쏘아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장문인도 정난향인지 뭔지 하는 여자가 보고 싶은 모양이군.”
듣기에 따라서는 무척이나 모욕적인 말이었으나, 의외로 진산월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럴 생각이다.”
말을 꺼냈던 전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란 눈으로 진산월을 쳐다보았다. 심지어 손풍은 입까지 벌린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항상 냉정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장문인이 자신을 따라 기루에 간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전흠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말 저 망할 놈을 따라 기루에 갈 생각이오?”
“그렇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우리가 지금 한가하게 여자나 구경하려고 이곳까지 왔단 말이오?”
“그녀가 손풍의 말처럼 그렇게 뛰어난 미녀라면 만나 볼 가치가 있지.”
“이거야 원…….”
전흠은 진산월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지 허탈한 표정을 짓더니 아예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다. 더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태도였다.
낙일방이 그저 재미있다는 얼굴로 웃고 있는 데 비해 동중산은 한층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진산월이 여인의 미색 따위에 관심을 둘 사람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동중산은 진산월의 이런 행동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장문인께서 가시겠다면 저도 따라갈까 합니다만…….”
진산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너는 소응과 함께 이곳에 있거라.”
“그렇다면 낙 사숙이라도 데려가시는 것이…….”
“일방은 따로 할 일이 있다.”
낙일방은 여전히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진산월을 바라보았다.
“제게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너는 친구를 만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장문사형이 일을 맡기신다면 당연히 그 일부터 해야지요.”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너에게 시키려는 일은 네가 네 친구를 만나는 것과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낙일방의 얼굴에 미소가 거두어지며 눈빛이 예리하게 반짝거렸다.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진산월은 낙일방을 향해 무어라고 입을 열었다. 하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중인들은 진산월이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 하다가 두 사람이 전음(傳音)으로 대화를 나누자 맥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동중산은 동중산대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진산월이 무슨 생각으로 손풍을 따라 난향원으로 가겠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손풍에게만 진산월의 안내를 맡길 수는 없었다. 버르장머리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힘든 손풍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동중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흠에게로 향했다. 하나 그가 무어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전흠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만일 내게 쓸데없는 부탁을 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쓸데없이 기루에 가라는 둥 헛소리를 한다면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동중산은 그저 쓴웃음을 지어 보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그나마 손풍이 장문인을 어려워하는 것 같으니 그걸 기대해 볼 수밖에.’
동중산이 손풍을 향해 몇 마디 당부의 말이라도 하려고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웬걸? 손풍이 오히려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냐? 장문인을 모시는 게 그렇게 불편한가?”
손풍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더니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 않자 소리를 죽여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장문인같이 험악한 인상을 가진 사람과 함께 기루에 가라는 건 아예 기루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요. 우리는 아마 난향원 입구에서 한 발자국도 들여 놓지 못하고 내쫓기고 말 거요.”
동중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걸세.”
손풍은 못마땅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나이는 사형이 더 먹었을지 몰라도 기루에 관해서는 내가 몇 배나 더 해박할 거요. 장문인 같은 인상은 여자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한단 말이오.”
“자네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될 걸세.”
“글쎄 그런 건 내가 더 잘 안다니까…….”
손풍이 계속 투덜거리려 할 때 진산월이 낙일방과 이야기를 마쳤는지 손풍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손풍.”
손풍은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가 곧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예, 장문인.”
진산월은 담담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더니 짤막하게 말했다.
“내일 술값은 네가 내도록 해라.”
손풍의 얼굴이 휴지 조각처럼 구겨져 버렸다. 그걸 좀 동중산은 참지 못하고 나직한 웃음을 웃고 말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