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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7화


몇 시간 후 예언자는 광부들과 함께 갱내로 들어갔습니다.

광물 전문가들은 보통 광산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지요. 하지만 얼마 전 광주가 흥미로운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코볼드들이 노천광을 만들 수 있는 경우에도 갱내광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영리한 인물이었습니다. 코볼드들에게 갱도는 단순히 광물에 다가가는 길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 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들은 노천광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러는 편이 좋지요. 광주는 자신의 갱내광을 노천광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알고 싶 었습니다.

노련한 광부들이라면 그 정도를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미신적인 광부들은 코볼드들이 만든 광산을 파괴하면 무슨 동티가 나지 않을까 걱정 하고 있었습니다. 광부들에게 맡겼을 경우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예상한 광주는 예언자에게 조사를 부탁했죠. 예언자는 광물 전문가일뿐 광 산학자나 지질학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광부들보다 객관적이긴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날 예언자는 약간 멍한 상태였습니다. 등에 씌어진 글이 뭔지 궁금했거든요. 머리가 혼란스러운 채 광차를 타거나 갱내 사다리를 오르내리 는 짓은 상당히 위험하지요. 횡갱이 몇 개 엇갈리는 곳에서 발길을 잘못 옮긴 예언자는 그만 동행한 광부들과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그의 실수가 아니라 광부들이 고의로 그를 낙오시켰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보다 더 급한 건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언자 는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며 위로 향하는 길을 찾았습니다.

예언자는 곧 장애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지열은 펄펄 끓고 바람은 전혀 없으며 공기는 텁텁했습니다. 잘 증발되지 않는 땀은 점액인 양 예언자의 몸에 끈끈하게 달라붙었죠. 지하에서나 맡 아볼 수 있는 독특한 돌비린내 또한 신경을 끊임없이 건드렸습니다. 미약한 조명은 5분 전에 지나간 갱도도 전혀 다른 갱도처럼 보이게 만드는 재주 로 예언자를 농락했고요. 음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린 예언자는 조급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야는 협소하고 예언자는 광부들을 질식시키는 독가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서두르다간 수갱에 빠지거나 걷다가 죽을 수도 있었지요. 몇 시간 동안 신경이 곤두선 채 갱도를 돌아다니던 예언자는 그만 탈진하여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몽롱한 기분 속에서 예언자는 벽에 무슨 글이라도 새겨야 하나 생각했지요. 상당히 한심 한, 그러면서도 극히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당신,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 모양이네.”

예언자는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빛을 들여다 대고 있었지요. 눈이 부셔서 예언자는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 만 그건 반가움을 느끼는 것에 아무 지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예.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어라?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예언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때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을 빛에 노출시켰습니다. 예언자는 자신이 들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 다.

“왕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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