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2-4화 : 극악(極惡) 마병기(魔兵器)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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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2-4화 : 극악(極惡) 마병기(魔兵器) 출현


그로부터 이틀 후.
가장 어려운 부분의 해결 방안을 찾고 나니까 세부 계획을 짜는 것과 실제 준비까지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선 내가 최근 확보한 신병기를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격장으로 초대했다.
소문 확산의 효과가 좋게 외부 활동이 많은 부서 사람들이나 비화곡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장로들 위주로만 불렀으면 좋겠지만, 차별할 근거가 없어 그냥 다 불렀더니 꽤 많은 인원이 모였다.

대장로 천마(天魔) 사문학, 야후(夜吼 yahoo?) 소진광 장로를 비롯한 장로들 8인, 지천공 총관과 그 외 한가한(?) 각 부서의 짱들과 그 수행인들… 대충 50여 명 정도의 인원이 내 뒤에 늘어선 상태에서 나는 엎드려 쏴에 들어갔다.
표적은 이제 빗나갈 리가 없는 100미터 거리의 강철판. 물론 K-2 총탄이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두께이다.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시간대를 일부러 늦게 잡았기 때문에 이미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원래 야간 사격은 어렵지만 현재의 경우 군대에서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크기의 표적판과 옆에 밝혀 놓은 횃불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꽈, 꽈, 꽝~!
점사로 해놓았기 때문에 자동으로 한 번에 세 방이 요란하게 연발되었고 철판과 그 뒤의 모래 더미에서 화려한 불꽃이 튀었다. 마치 전쟁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가늠쇠 너머로 지켜보는 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어둠 속에서는 총구와 철판에서 불꽃이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 표적판 뒤의 모래 더미 위에는 미리 화약가루를 조금 뿌려 두었다. 그 화약가루가 내 예상 이상으로 시각 효과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사격을 끝내고 일어선 나는 K-2를 어깨에 턱 걸친 X폼과 함께 천천히 뒤쪽의 사람들에게 몸을 돌렸고, 그런 나를 향해 와아아~ 하는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장로들이 대표로 앞에 나서며 두 손을 모아 포권하며 외쳤다.

“천하제일의 신병(神兵)을 얻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여유롭게 한 손을 들어 답례하는 내게 야후 장로가 먼저 껄껄대며 다가왔다.

“정말 놀랍소이다. 듣기로, 그 작고 특이한 화포가 몇 천 보나 떨어진 곳에 있는 고수들도 쓰러트릴 수 있다고 해서 설마 했더니… 허허~ 이거야말로 혁명과 같은 신병이구려.”

솔직히… 예사로 검기를 날려대는 수준의 고수들은 자신이 없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여 긍정해 버렸다.
야후 장로에 이어 앞다투어 내 주위로 몰려든 장로들은 하나같이 K-2를 한 번 만져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그냥 준비된 연회석으로 가서 앉았다.
내 앞에 내 전용 테이블 하나가 있고 그와 독립적으로 두 개의 테이블이 직각으로 길게 놓여져 있었는데, 항상 그렇듯 내 오른쪽에는 천마 대장로, 왼쪽에는 혈신(血神) 명관약 장로가 앉았다.
크게 두 파로 나누어진 장로들은 앉는 것도 자기들 중 짱 쪽으로 모여 앉기 때문에 알기 쉽다.

비화곡 지하성지를 지키는 흑쌍살(黑雙殺)의 사부들인 자칭 비화쌍선(秘花雙仙), 본명호 흉악쌍살(凶惡雙殺).
이 쌍둥이 장로들은 혈신파(血神派). 그리고 비화쌍선 뒤에 자리한 매우 장대한 체구의 노인이 장백산(長白山)에 친구 만나러 갔다가 최근에야 복귀한 ‘광혈신군(狂血神君) 정왕’이다.
폭풍당(暴風堂)의 상관마 당주가 늙으면 저럴까 싶은 단순 무식파 분위기의 등빨과 인상을 가진 이 노인도 혈신파에 속한다.
혈신파의 장로들이 대체로 단순 과격 쪽이라면 천마파(天魔派)의 장로들은 두뇌파라고 할까? 흑관우(黑關雨)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천마 대장로는 그 무공과 함께 심기 깊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건 그 뒤에 앉아 있는 북두살성(北斗殺星) 마오천 장로도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 다 좋게 말하자면 침착하고 신중한 인상이고 나쁘게 보자면 좀 음흉한 타입들이다.
마오천 장로 뒤로는 좀… 아니, 상당히 괴상한 두상(頭狀)의 노인이 앉아 있는데 흑주의 사부인 거두마군이 얼굴 전체가 긴 말상이었다면, 이 노인은 턱부터 눈썹까지는 정상인데 이마부터 그 위로가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특대 짱구이다.
이 짱구 노인은 ‘천뇌사신(天腦死神) 역불우’라고 하는데 전에 줄곧 폐관수련 중이어서 내가 대교와 함께 강호행을 마친 후에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었다. 역시 천마파이며 두뇌파.

아, 그러고 보니 야후 장로만 홀로 아무 편도 들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러고 보니 전에는 천마 대장로 쪽 자리였는데 지금은 혈신 장로 쪽에 앉아있군.

“본 장로가 듣기로……”

먼저 입을 연 것은 대장로 천마 사문학이었다.

“곡주께선 이번에 다른 더 무서운 신병도 손에 넣으셨다고 하던데……”

“아, 그건 말이오.”

나는 대답과 함께 계산된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한 물건들이어서 공개하기도 곤란하다오. 자칫 그것들이 여기서 날뛰면 귀중한 비화곡의 인재들이 여럿 상할지도 모르니 말이오.”

예상대로 장로들의 얼굴에 새삼 놀라워하는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소문으로 약간 듣긴 했습니다만… 이번에 곡주께선 진정 무서운 힘을 얻으신 모양입니다. 이 것으로 정파 버러지들의 간담이 더욱 서늘해지겠습니다 그려. 껄껄걸~~”

어이- 혈신 장로님. 수류탄의 위력에 대한 환상을 가져주는 건 좋은데 뭔가 빠진 거 아냐?

“음… 지금 그것들이 ‘날뛴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지. 바로 그거야, 천마 대장로.

“맞소. 그 신병기들이나 이 놈이나!”

나는 끝말을 강조하며 K-2를 내 테이블 위에 턱, 올려놓았다.

“신기하게도 주인을 가린다오. 자칫 내 손을 벗어난 상태에서 다른 이의 손에 닿기라도 하면 스스로 날뛸 것이니 어찌 함부로 내놓을 수가 있겠소.”

내가 짐짓 심각하게 말하자 전에 대교가 그랬듯 장로들도 모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음, 내 뻥을 쉽게 믿어 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너무 일찍 말했나? 아무도 만지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곤란… 아니, 이 정도 말했다고 저 무늬만 노친네지 실제로는 아직도 무시무시한 마두인 장로들 중에서 누구도 건드릴 엄두를 못 낼 정도라면 굳이 계획을 강행할 필요도 없으려나?

뭐… 일단 한 번 부추겨 보기는 할꺼나?

“후후~ 어떻소. 장로들께서 한 번 이 놈을 잡아 보시겠소?”

내 말이 떨어지자 장로들은 웬지 미묘한 표정이 되어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초고수라도 그토록 먼 거리의 강철판도 꽤 뚫는 신병이기 손안에서 날뛴다면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후후… 이 정도만 해도 내 목표는 대충 달성한 셈인가?

“뭐… 그냥 해 본 소리요. 이건 이제 내가 사용할 생각이니 다른 사람 손에 들어 갈 일도 없을 테고 말이오.”

내가 그렇게 말하고 K-2에 손을 뻗는데 별안간 야후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포권을 한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누가 먼저 나선다면 이 비화곡의 끼돌이 나섬이 야후 장로 당신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곡주. 노부에게 한 번 기회를 주시겠소? 노부에게는 그런 신병을 다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허허~ 역시 흥미가 일어 참지 못하겠소이다.”

내가 허락의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불쑥 나서서 야후 장로를 막아서는 인물이 있었다.

“잠깐! 소장로께서는 본인에게 한 번 양보해 주시구려.”

응? 이건 좀 뜻밖인 걸? 저 노인네는 여간해서 나서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흠… 이거야 원. 대장로께서 원하신다면 이 소진광이도 어쩔 수 없겠지요.”

말은 저렇게 하지만 야후 장로도 이상하고 위험한 병기를 손대는 건 내심 좀 껄끄러웠는지 순순히 물러나고 있었다.

“진정 감사드리오. 소장로의 대범함은 항상 본인을 감탄케 하는구려.”

“감당할 수 없소이다.”

고전 노인네들답게 별것도 아닌 순서 정하는데도 긴 인사를 주고받는다.

하긴… 아무리 대장로라도 장로들끼리는 사실상 서열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가 체면을 중시하고 고집불통인 노인네들은 항상 별것도 아닌 일로 대립하기도 하니 적어도 저들끼리는 야후 장로가 꽤나 큰 걸 양보한 셈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저 신중하고 쿨~한 타입의 천마 대장로가 나선 것이 더 잘된 일인지 모르겠다. 야후 장로를 물로 보는 건 아니지만 비교를 한다면 아무래도 천마 대장로가 위험한 물건 다루는데 더 적당한 성격인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좋아, 몽몽 드디어 너와 니 분신의 차례가 왔다.

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사람들을 땅바닥에 낮은 자세로 있게 했고 흑주에게도 경고해 놓았다. 그렇게 매우 살벌한 분위기를 유도해 놓고도 나는 더욱 목소리를 깔고 천마 대장로에게 주의 사항을 말해 주었다.

“내가 가까이 있으니 이 녀석도 심하게 날뛰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니 아무리 반동이 심해도 당황하지 말고 잡고 있다가 이 녀석이 잠시 진정하면 다시 내려놓도록 하시오. 그리고 반드시 언제나 앞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아니 아예 하늘로 향하도록 하시오.”

내 주의의 말을 묵묵히 듣고 고개를 끄덕인 천마 대장로는 그 직후 망설임도 없이 덥석 K-2를 잡아들었다.

근데, 어?

“아, 자, 잠깐~!”

돌발 사태에 놀란 내가 다급하게 외치는 순간, K-2가 꽈꽈꽝~! 불을 뿜었다. 천마 대장로의 얼굴에 매우 낯선…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대장로에게 닥친 건 바로 코앞에서 터진 굉음과 손안의 반동만이 아니었다. K-2를 잡을 때 그의 한 손은 바로 총열을 잡았던 것이다.

그가 총열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손을 놓을 것이라 생각하고 반사적으로 손을 뻗던 나는 다시 ‘아차’했다. 초고수인 천마 대장로는 내공으로 견딘 건지 아니면 그냥 고통을 참아낸 건지 몰라도 계속 총을 놓치지 않았고 공연히 뻗은 내 손이 말썽을 일으키고 말았다.

내가 달려들자 역시 반사적으로 내게 총을 건네던 천마 대장로의 손과 내 손이 순간적으로 어긋난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의 손에서 벗어난 K-2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나는 속으로 X됐다, 밖으로는 이렇게 외쳤다.

“모두 피했~!!”

꽝~!

개머리판 쪽으로 떨어진 K-2의 총구가 하늘을 향해 발악을 했다.

저걸 다시 잡아야 해!라는 내 이성의 소리는 이미 반대편으로 몸을 날리는 본능적 움직임에 의해 무시되었다.

땅바닥에 엎드리는 순간까지도 K-2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내 시선은 누군가에 의해 가려졌다.

꽝! …꽝!

남은 두 발의 총탄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나는 차마 확인할 용기가 없어서 흑주와 대교의 몸에 동시에 감싸인 채 얼마간 몸을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했다.

눈을 감자 내가 붙잡지 못해 떨어트린 총에 의해 팔 다리 혹은 머리가 날아가 피투성이가 된 인간들의 참상이 쿵쿵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내 입에서 작은 몇 마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정말… 최악의… 마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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