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20-2화 : 무인도에서의 혈전(血戰).(2)
3-5. 무인도에서의 혈전(血戰).(2)
“전원… 무사한 가? 대답해라!”
정신없이 헤엄을 쳐서 배 뒤로 피한 내가 그렇게 외치자 곧 몇 명의 대답이 들려왔다.
“비연대 전원 무사합니다!”
“혈랑대 1조 전원 무사합니다.”
“혈랑대 2조 한 명의 부상자가 있으나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혈랑대 3조 전원 무사합니다.”
후우… 저런 공격에 부상자 한 명으로 끝나다니… 다행히 후퇴 명령이 그리 늦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대피 명령을 내릴 때 번득 떠오른 생각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저 정도 화력을 뒤늦게, 우리가 배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고 나서야 쓴 것도 그렇고… 조금 전에도 배 가까이로는 포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역시 놈들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타고 온 배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놈들이 배를 구하는 것을 막아 놓았던 건 바로 백골단… 쳇…! 시체(?)들과 시체 짱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굉천포라니… 저들이 자신 있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이해가 가는군요.”
대교도 꽤 놀라기는 한 것 같았지만 아직 나를 보는 시선에 ‘믿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녀석들은 기껏 기세 좋게 상륙했다가 칼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퇴각해야 했던 허무함에다 적의 강대한 비밀 무기에 질린 것이 합쳐진… 매우 떨떠름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게 ‘이거, 얘기가 틀리잖아?’라는 의미의 시선을 던져오는 녀석들도 있었고… 우쒸~ 사기가 떨어진 우리 병력들을 안심시키려면 적의 비밀 무기에 대한 대책을 설명해 줘야 하는데… 나로서는 지금 물에 떠 있기 바빠서 길게 말하는 건 무리였다. 옷 입고, 거기다 총이며 무게 나가는 것들을 매단 채 수영은 좀… 으… 근데 다른 녀석들은 다들 뭐 저렇게 수영을 잘하는 거야…? 내공이 높아지면 수영 실력도 옵션으로 늘어나는 거야, 뭐야?
“모두, 잠시 더… 대기!”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배의 뒤쪽으로 헤엄쳐 가서 조금 튀어나온 선체를 손으로 잡아 몸을 지탱하며 섬 쪽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포격은 이미 멈추어 있었고… 그리고… 놈들도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칫…! 요란한 정면 돌파로 나간 건 천응 일행의 후위 기습이 수월하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내 개인 화기로의 무력 시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다. 이대로 서로가 상대의 장거리 화력이 두려워 소강 상태가 지속되면 불리한 건 우리 쪽이었다. 무엇보다 천응 일행의 움직임도 걸릴 위험이 커지고…….
“…대교.”
“하명하십시오.”
나는 어느 사이 가까이 헤엄쳐 온 대교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대교는 바닷물에 젖은 인피면구가 불편했는지 그 사이 벗고 본래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빌어먹을… 목숨을 아끼라고 바락바락 악을 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그런 소릴 한 주제에 지금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일을 시키려 들다니… 나란 놈은 대체…….
“대교 넌… 지난 목야평에서도… 굉천포의 위력을 겪어 본 일이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병력 중에서는 네가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그렇…지?”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하명하십시오.”
“미끼가 되어 주어야겠다. 미안하다.”
내 미안하다는 말에 대교는 조용히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평화로운 미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녀의 얼굴… 그 위로 달라붙어 있는 젖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는 크윽, 이를 악물었다.
“지금부터… 대교와 나는 적의 굉천포 파괴에 들어간다! 나머지 인원은 모두 우리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함께 나가되, 산개하여 배에서 가까운 곳에서 멈추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 비연대의 소교와 소령은 예정대로 천응 일행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들이 나타나면 즉시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명령을 전달하는 거다. 모두… 알겠나?”
“존명-!”
잠시 후, 나는 대교와 함께 배 옆을 돌아 나와 다시 섬에 발을 디뎠다. 곧 적진으로부터 화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조준해서 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나오기 전에 확인해 두었던 포인트를 노려보며 심호흡을 했다. 굉천포가 몽몽의 스캔 범위까지 들어오려면 저 정도 거리까지 접근해야만 했다. 그건 잘해야 오십 미터도 안 될 거리였지만 굉천포의 포격과 화살 세례가 기다리고 있는 지옥의 단거리 코스라 고 할까…? 내게는 목표 지점의 커다란 바위가 마치 마라톤 코스의 골인점처럼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썅… 하는 거다. 하는 거야, 진유준…….”
“진…….”
옆에서 대교가 무심히 연 입술 사이로 비져 나온 내 이름 첫 자를 신호로 나는 발작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내 주위로 화살들이 쐐액-! 쐐액-! 날았다. 눈앞으로 무언가가 번쩍하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와 상체를 비틀었다. 왼쪽 뺨이 가는 회초리로 맞는 것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활을 조준해서 쏘고 있다…? 그런 서늘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 내 달렸다.
[ 위험! DANGER! 위험! DANGER! ]
붉은 경고문이 허공에 새겨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한 쪽 전투화 발에 체중을 싣고 대각선으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엄청난 폭음이 내 귀 아니 전신을 해머처럼 치고 광선처럼 꿰뚫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득해졌다. 섬광같은 불꽃과 다시 함께 밝아진 세상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오른 손을 들어 땅바닥을 철썩 내리치고 그 반동으로 간신히 몸을 돌렸다. 땅바닥에 엎어진 자세에서도 고개를 조금 들어 정면을 응시하려 애쓰자 차츰 흔들리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몇 차례인가 알 수 없는 진동 같은 감각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 끝에 턱에 눌려져 있던 돌맹이의 감촉이 통증으로 느껴지는 순간, 나는 두 팔에 힘을 주고 땅바닥을 밀었다. 대교들이 있는 뒤쪽에서 함성 같은 것이 터져 나왔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내 눈앞에 높여져 있는 포인트 바위가 혀를 차며 ‘나한테 오느라 꽤나 뺑이 쳤구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러니까 니 등 좀 빌려 달라구.”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재빨리 바위 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뒤쪽에서 다시 소름끼치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나 다음으로 미끼가 된 대교를 노린 포격… 나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이를 악물고 참았다. 바위 위로 올라서 총을 드는 내 주위로 다시 화살들이 독사의 이빨처럼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그러나 나는 미동도 않은 채… 이제는 몽몽의 레이더에 정확히 걸려 있는 굉천포의 포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보일 리가 없는 장면을… 내 총알이 굉천포의 포구를 통과해 포탄에 명중하는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순간, 조준선 너머로 너무나 크고 멋진 불꽃과 폭연이 피어올랐다. 아까와는 다른, 짜릿한 쾌감으로 나는 전율했다.
“진하사님~!”
나를 부르는 대교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 소리가 달콤한 음악 소리 같았다. 그래… 완전하지는 못했어도 나 같은 놈도 피했는데 대교가 당할 리 없지… 암! 그렇고 말구! 나는 비로소 털썩 바위 위에 주저앉아, 내게 나는 듯 달려오고 있는 대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아 쓰바~ 개폼이래도 좋다. 진짜… 기분 죽인다. 포탄을 어찌나 잘 피했는지, 조금 억울할 정도로(?) 말짱한 대교는 반대로 상당히 망가져서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날 붙들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 난 괘안아, 괘안아… 하, 핫~! 하… 응?”
나름대로 여유를 보이던 나는 불현듯 또 들려 온 폭음 때문에 다시 반사적으로 적진을 향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믿었던 굉천포가 어이없이 격파당한 데 놀라 계속 화살을 날리는 것조차 잊었었던 왜인 용병들… 그들에게 또 하나의 재앙이 떨어져 있었다. 이쪽에서 난리를 치는 사이 결국 천응과 혈랑대 두 명이 반대편 절벽을 기어올라 섬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어느 사이 내가 있는 바위 주위까지 몰려온 우리 병력들이 다시 환호성을 울렸다.
“소교! 소령! 준비해라!”
내 명령에 따라 소교와 소령이 신속하게 각각 품에서 커다란 검은 천과 흰 천을 꺼내더니 그것을 그들의 검집에 묶어 깃발을 만들어 냈다. 나는 천응들에게 그들이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적진을 바둑판처럼 열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가늠하라고 했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지급한 수류탄 중 하나를 그들이 봤을 때 중앙으로 보이는 곳에 던지라고 했었다.
“좌에서 셋! 상에서 둘!”
내 말을 소교와 소령이 깃발 신호로 바꾸어 전달하자 다시 적진으로 수류탄 하나가 날았다. 그 두 번째 폭격(?)으로 나는 천응들이 그린 바둑판을 계산해 낼 수 있었다. 내가 지급했던 수류탄은 모두 열 개!
“좌에서 둘! 상에서 다섯! 다시 좌에서……”
나는 스캔에 걸리는 중요 포인트에 남은 수류탄 여덟 개가 차례로 떨어지게 했다. 천응도 천응이지만, 직접 던지는 암기가 특기라던 혈랑대 두 명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확히 내 지시에 따라 주어서 적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제군들… 오래 기다렸다. 진-격!”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우리 병력들은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제히 적진을 향해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교가 조금 머뭇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대교, 너도 가. 곧 따라 가마.”
대교는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훌쩍 몸을 날려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곧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바위에서 일어섰지만,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찔해지는 바람에 막내 미령이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몸을 가눌 수가 있었다. 음… 미령이가 막내라고는 해도 녀석이 자진해서 혼자 남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확실히 심하게 망가져 보이기는 한 모양이다.
“저… 이제 전황은 완전히 우리에게 기울어졌으니 진하사님께서는 잠시 쉬셔도 좋을 듯합니다.”
은신술에 능한 닌자들도 우왕좌왕하는 걸 확인했으니 확실히 이제부터는 더 이상 몽몽의 스캔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이제 제발 쉬세요. 이제 저희들이 할께요. 네?”
미령이가 드물게 애원 모드로 날 붙들어 앉혔다. 후… 사실 스스로 느껴지는 몸 상태도 말이 아니긴 했다.
“몽몽… 수색 작전 종료. 웃!”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미령이는 흠칫 놀라며 내 뺨에서 손을 거두었다. 내 뺨의 상처를 자기 소매로 닦아주려고 한 건 좋은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옷이 온통 짠 바닷물에 적셔져 있다는 걸 깜박한 것이다.
“죄, 죄송해요.”
“훗…! 아니다. 니 큰언니는 아예 이래 놓고 갔잖냐.”
대교가 자기 옷자락을 찢어 내 머리에 붕대 대신 감아 놓은 걸 손으로 툭 쳐 보이자, 미령이는 고개를 숙이며 쿡, 소리를 냈다. 나는 무심결에 손을 뻗어 귀여운 고양이, 아니 미령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이상해요.”
“응?”
“이렇게 다른데… 근데도 진하사님은 가끔 꼭… 곡주님 같아요.”
“그, 그래? 어디,가……?”
나는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웬지 반가워서 다소 애매한 표정으로 그렇게 반문했다.
“훗~! 몰라요. 하여간 미령이는 진하사님도 좋아요.”
미령이는 그렇게 지껄인 다음, 붕대를 가져오겠다고 배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처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좋아해 준다니 고맙긴 하다만… 제기, 제대로 의심을 하던가, 아예 말던가… 소신을 좀 가질 것이지.
[ …수색 모드 해제 후 확인 된 주인님의 신체 상태를 보고하겠습니다. 전신 타박상이 심하나 1차 검진으로는 뼈나 장기의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부(頭部)의 창상(創傷)은 폭발 시의 파편에 의한 것으로 뇌손상의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이후 상처에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뺨의 절창(切創)또한……. ]
몽몽 녀석, 수색 작전 동안 지루하기라도 했나 복잡하게 늘어놓기는…….
“…간단히 말해서, 오른 쪽 이마에 파편 스친 상처 하나, 턱에도 하나 스쳤고… 뺨에는 화살 스친 상처, 전신 타박상, 살갗 까진 곳 여기저기… 맞지?”
[ 그렇습니다. 그러나 뇌와 장기의 손상 여부는 2차 정밀 검사를 요합니다. ]
사실 목이나 팔 같은 곳의 자잘한 상처 빼고는 ‘스쳤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깊은 상처인 것 같았지만 나 스스로도 그렇게 인식하기로 했다. 이 판국에 흉터 걱정도 사치인 것 같고 말이다. 나는 몽몽의 진단 결과를 들으면서도 계속 섬 안 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 나 없이도 절대 전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이미 거의 일방적으로 끝나 간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하긴, 굉천포 깨트리면서부터는 거의 현대전처럼 폭격으로 먼저 초토화시키고 진압에 들어간 형국이었고, 마중제일녀(魔仲第一女) 대교라는 레벨이 다른 고수가 저렇게 앞장서서 종횡무진하고 있으니…….
“…좋아. 내가 어느 정도 활동하면서도 가능한 검사는 다 해줘.”
[ 존명~! ]
윽~! 이 자식, 또 애매한 요정 모드를…….
예의 무인도 대첩(大捷?)은 전투 개시 후, 약 세 시간 반 정도가 흐른 후에야 대교의 최종 보고와 함께 완료되었다. 전신 여기저기에 적의 피가 튀어 섬뜩하기까지 한 모습의 대교… 제기, 왜 얘는 저런 모습까지 아름다운 거야…? 끄응…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눈에 콩깍지가 쓰인 상태’인 모양이다. 어쨌든, 아직 완전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 병력의 두 배가 넘었던 적 병력(아마도 낙룡파에 가지 않고 남아 있었거나 나중에 보충된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다.)은 거의 전멸했고 포로로 잡힌 것은 닌자 두목과 역시 닌자들 세 명뿐이었다. 우리 측 손실은 고작 부상자 다섯 명이 더 생긴 것뿐이니… 대첩이라고 자화자찬 하기는 뭐해도 상당히 뿌듯한 전과를 올리긴 한 셈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급적 많이 사로잡으라고 하지 않았었나? 나중… 증인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야.”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묻자 대교는 천천히 다른 비연대와 혈랑대들을 슬쩍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 전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감정에 충실하라는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 말을 한 것도 나였다. 그리고… 시체가 많을수록 좋은… 그런 작전을 짠 것도 나였다. …그래, 이제와서 어쩔 거냐, 진유준. 이게 내가 택한 ‘후회하지 않을 길’이었다. 인정해라, 진유준.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서 용서나 이해, 혹은 망각… 그런 걸 싫어하는 것… 그게 네 본성이다.
“진하사님……?”
“뭐… 좋아, 대교. 이제… 마무리로 들어가자.”
나는 애써 상념을 털어내며 내 옆에 놓여져 있는 커다란 나무상자에 잠깐 시선을 옮겼다. 전투가 끝난 후 배에서 옮겨오게 한, 예의 ‘저주받은 금단의 무기’가 담긴 상자였다. 나는 대교를 스쳐 지나 뒤쪽의 병력들 앞에 서서 그들을 스윽 훑어보며 말했다.
“모두 수고했다. 이 것으로 왜인들에게 졌던 빚은 갚아 주었으니… 이젠, 낙룡파에서 자기 주인을 지켜내지 못했던 너희들이… 모두 죽어 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