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1-3화 : 진정한 복귀(3)
뭐, 어차피 대교가 머물고 있는 33층까지 올라가려면 현재 내가 서 있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는 했다.
[…적재적소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요원들의 즉각적인 운용 등, 사설기관치고는 보안체계가 잘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몽몽 말대로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1급 호텔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 줘야 하는 건데, 내 입장에서는 칭찬해 줄 때가 아니로군.
“저, 실례지만……”
드디어 바로 옆까지 온 보스급 남자가 은근한 목소리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왜요?”
난 태연히 그를 돌아보며 모자 챙을 조금 올렸다. 남자는 순간 긴장하는 듯했지만 곧 맥이 풀린 표정이 되어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죄송할 거까지야……”
인심 좋게(?) 말하며 마주 웃어 주고 있을 때, 비로소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띵동~ 소리와 함께 열렸고 나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음, 기왕 변신(?)하는 거 좀 더 잘생기게 할 걸 그랬나? …어쨌든, 용근확골공(用筋擴骨功)을 실제 상황에서 써먹기는 처음이라 내심 약간 불안했었는데 잘 넘어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역용술(易容術)의 최고 경지는 역시 내가 조금 전부터 쓰기 시작한 용근확골공이란 수법처럼 내공으로 직접 안면 근육을 움직여 얼굴을 변화시키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인피면구 같은 걸 만들어 쓰는 거에 비하면 무지하게 편리한 수법임에도 경비원들에게 들켰을 때야 비로소 쓰기 시작한 건… 무림에 있을 때 질리도록 다른 얼굴을 하고 살았기 때문인지 이제 웬만하면 얼굴을 바꾸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그리고 또, 이 용근확골공에는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는데… 그건 현재의 내 내공 수준으로도 상태 유지를 약 99분 정도밖에 못 한다는 점이다.
“내가 무슨 다크맨(Darkman.)도 아니고… 젠장, 내 능력은 왜 꼭 시간 제한이 걸리는 거지?”
나처럼 99분밖에 변신 못하는 괴인이 나오는 영화를 떠올리며 중얼거리고 있자니까, 엘리베이터 걸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26층에 멈춰 있었고 막 나 외의 손님들이 전부 내린 참이었다.
“아, 난 33층이요.”
“저어-“
“압니다, 그 층에는 스위트 캐슬 객실밖에 없다는 거. 뭐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33층, 스위트 캐슬로 모시겠습니다. 저희 호텔 27층부터 34층까지는……”
엘리베이터 걸은 다시 친절한 웃음을 담아… 여기서부터 이그젝, 뭐시기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귀빈층을 위한 공간이라는 안내를 해 준다.
으음- 왠지 처음 비화곡에서 원판의 창천각으로 갈 때 기분이 나기 시작한다. 뭐랄까… 그 비화곡 생활로 한때 호화 특권의 단맛을 보기는 했지만 역시 타고난(?) 서민 체질의 나로서는 감히 범접해서는 안 될… 그런 세계로 침범한다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33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자, 즉시 두 명의 사내가 내 앞으로 나섰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었다. 둘 다 어제 본 대교의 보디가드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정체를 숨겨도 조용히 통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슬며시 용근확골공을 풀고 모자까지 벗어 보였다. 헌데… 날 확인한 녀석들은 뜻밖에 정중히 고개부터 숙였다. 두 명 중, 머리는 거의 백발에 가까웠지만 실제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날 기다리고 있다고…? 대교 녀석, 혹시……
“그 전에 잠시 실례.”
쳇-!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녀석 쪽이 은근히 위압적인 분위기로 다가서는 바람에 얌전히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신체 검사를 받고 말았다. 대교와의 추억이 서려있는 물건인 정글도를 가지고 올까 하다가 그만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 주의하십시오. 둘 다 무기를, 특히 백발 남자는 왼쪽 가슴에 소형 총기를 휴대하고 있으며 실탄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으잉~? 뭐시라고라랄라~? 웬 권총?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외국 가수 보디가드들에게 총기 휴대를 허용한 거지? 으~ 대교 이 녀석, 날 기억해 낸 게 아니라… 자신의 사인회를 망친 악질 스토커를 아예 아작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조용히 보디가드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호텔에서 두 번째로 좋다는 호화 객실 스위트 캐슬… 그 문의 양쪽에도 양복 남자가 둘 서 있었고, 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대교는 안 보이고 거실에 다섯 명의 험상궂은 사내들만 더 대기 중이다.
[총기류를 휴대한 자는 처음의 백발 남자 한 명뿐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내들도 각자 대인 제압용 무기, 괴자(拐子)를 허리춤에 숨기고 있습니다.]
괴(拐), 괴자라 불리는 무기의 기본은 보통 40CM 정도 길이의 봉인데, 그 한쪽에 짧은 보조 손잡이가 달린… 미국 경찰(딴 나라는 잘 모르겠고, 미국 영화에서는 가끔 나오는 거 봤다.)들의 경찰봉과 같은 형태의 무기를 말한다. 쳇…! 권각법도 조금 익혀두긴 했지만 난 역시 정글도가 없으면 좀……
문이 스륵- 소리 없이 닫히는 기색이 느껴짐과 동시에 슬쩍 뒤쪽으로 다가선 놈이 다짜고짜 내 왼쪽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나는 뒤로 잡아채는 힘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돌리며 오른발을 박차 순간적으로 뒤쪽 놈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이미 내 왼쪽 팔꿈치는 놈의 명치를 찍었고, 이어 오른손으로 괴자를 든 놈의 팔을 금나수(擒拏手)로 잡아 버렸다.
순식간에 한 명을 제압하며 놈의 괴자까지 빼앗았기에, 조금 여유를 보이며 나머지 놈들도 괴자를 뽑아 드는 걸 기다려 주었다. 백발의 남자가 뒤로 물러서며 턱짓으로 공격 신호를 하는 보스 티를 팍팍 냈고, 다른 일곱 명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괴자로 갑자기 생사금마도결(生死金魔刀訣)까지 펼치는 건 무리겠지만… 나 진유준, 이래봬도 수천 명의 개떼 러쉬도 견뎌내고 마군황 자리까지 올랐었던 자로서 이 정도 수준의 협공은 그야말로 껌!
나는 공공보법(空空步法)의 초고속 이동으로 순간적으로 일대일 상황을 만듦으로써 한 명 한 명을 간단하게 제압해 나갔고, 결국 불과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백발 남자를 제외한 전원을 스위트 캐슬의 부드러운 양탄자 위에 눕혀 버릴 수 있었다. 습관적으로 괴자를 정글도처럼 어깨에 턱 걸치며 돌아보니, 그 사이 백발 남자는 권총을 빼들어 날
겨냥하고 있었다. 솔직히 졸라 긴장하여 온 신경을 백발 남자의 손끝에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뭐야. 내가 누군 지도 모르면서… 너무 하는 거 아냐?”
백발남자의 표정에 약간의 동요가 스쳐갔다.
“더구나- 우리 한국에서 총 같은 걸 쐈다가는 당신들도 곤란해질텐데?”
…이런! 백발남자가 갑자기 시니컬하게 웃었다. 입은 열지 않았지만, 눈빛이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뒷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으음~ 이제 보니 나의 흑주나 진하연의 암혼자(暗魂紫) 같은 오직 수령님, 아니 하여간 ‘절대충성인간’ 타입인가 보다. …어쩐다? 만약의 경우 이 거리에서 딴 건 몰라도 총알 피해 본 경험은 없는데……
“그쯤 해둬요, 오삼숙!”
대교였다. 그녀가 드디어 침실 쪽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보기에 오삼숙이 우려하는 자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모릅니다. 제가 확인해 볼 테니 아가씬 들어가 계십시오.”
대교는 고개를 저으며 백발남자에게 다가서더니 총을 쥔 그의 손을 잡아 아래로 내렸고, 이어 나에게 돌아서서 새액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디 저희의 무례를 용서하시기 바래요. 어제 일 때문에 다들 민감해져 있었거든요.”
평소의 나라면, 두 번만 민감했다가는 수류탄 까고 로켓포화가 이어지는 거 아니냐, 식의 농담부터 건네고 시작했겠지만….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이미 마군황에서 팔불출로 모드 변경된 나는,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녀의 미소에 눈물이라도 한 방울 떨굴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들고 있던 괴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금나수로 제압해 놓았던 자들의 혈도를 일일이 풀어 주었다. 대교는 그런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더니 곧 원목 탁자와 의자가 놓여진 창가로 안내했다. 드디어 힘들게 대교와 마주 앉게 된 나는 얼마간 정신없이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조금 의아해 하던 그녀가 결국 차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지만… 난 역시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선택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대로 아무 말 없이 언제까지나 바라보고만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어- 계속 그렇게 보지 말아 주세요.”
“…아, 미안.”
나는 대교가 직접적으로 부탁했을 때에야 조금 정신이 들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창 쪽으로 돌렸다. 몇 년이 지나 돌아왔어도 여전히 익숙한 서울 거리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나에게 대교가 먼저 불쑥 물었다.
“‘여옥(麗玉)’…! 그녀가 보냈나요?”
“누구?”
순간적으로 무림에 그런 이름의 여자가 있었던가, 생각해 보며 고개를 돌려보니 새삼 정색을 한 대교는 물론이고 그녀 뒤에 서 있는 백발남자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그녀가 보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오삼숙.”
대교가 조금 표정을 풀며 백발남자에게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인상을 긁은 채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이름을 꺼내 내 반응을 본 모양인데… 아무래도 ‘적’의 이름이겠고, 내 느낌상 연예계에서의 라이벌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당신은… 저에게 뭔가 많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 역시 당신에 대해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아요.”
“그렇…겠지.”
“음, 우선… 당신의 이름은?”
“진·유·준.”
“진,유준……?”
대교는 내 이름을 되뇌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 같았지만,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진유준씨, 당신은 중국인이 아니지요?”
“…그래. 난 한국사람이야.”
나는 새삼 대교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넌 정말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니?”
“…미안하지만, 그래요. 당신은 전에 저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일이 있나요?”
“…그래. 대교 너에 대해… 충분히 알만큼.”
내 말에 대교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당신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지만… 전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지 정말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저와 만났을 때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시겠어요?”
“넌 기억력이 나쁘지 않아. 다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지. 아무리 너라도… 잊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래. 천년의 세월에 마지막으로 환생한 후의 16년까지 더해진… 그래서 더욱 아득한……
“…미안해요.”
“뭐?”
“미안해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쳇! 네가… 네가 나에게 사과를 하다니… 빌어먹을-! 넌 그럴 필요 없어. 그 거지같은 타임씨와 무능했던 내가 너에게 용서를 빌어야지 왜 네가……”
“타임씨…?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당신이 하는 말도 이해가 안돼요. 하지만… 당신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꼭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제기! 말은 그래도 난 대교가 날 알아보지 못하는 게 조금은 섭섭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런 데……
“너는… 너란 여자는……”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솔직히 창문을 열고 사방에 ‘나 진유준이 사랑하는 여자는 이 정도다! 천년이 넘는 세월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날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라고 고함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전국의 솔로부대들 가슴에 불을 싸지르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뭐,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나는 무심코 한국말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쨌든 이제 내가 가야할 방향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집에 계신 부모님들께 사죄를 드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두 분! 아무래도 이 아들내미의 진정한 복귀… 평온한 보통 사람으로서의 생활은 또 당분간 멀어 질 것 같습니다요! 이게 다 팔자 소간이려니 하며 이렇게 낳아주신 두 분을 원망… 응? 사죄를 하다가 말고 웬 적반하장…? 으음~ 의식이 자연스럽게 삼천포로 빠지는 거로 보아… 나, 진유준. 대교와의 재회 충격 상태에서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군.’
괴이한 자가 점검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시 대교가 입을 열었다.
“제 아명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역시 제가 어렸을 때 만났던 분……?”
나는 일단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여 보았다. 지금의 대교가 어렸을 때라고 하는 건 기억도 안 날 법한 서너 살 이전을 얘기하는 거겠지만, 비화곡 시절의 대교도 내 기준으로는 확실히 어리긴 어렸었다. 근데… 젠장! 그러고 보니까, 이 것도 큰 문제다. 현재 대교의 프로필을 보면, 비화곡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만 16세! 우리 나라 식으로도 17세 밖에 안 되니, 무림에서 간신히 키워놓았던 게 도로아미타불 된 셈이다. 쓰바~! 이거 무슨 리셋 된 미소녀 육성 게임도 아니고……
“…말해 봐요. 언제 어떻게 저를 알게 된 건지.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 건지……!”
거듭되는 대교의 질문에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말해봐야 믿지도 못할 테고… 또한 대교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선 안 되는 것(몽몽의 존재)도 있고……”
갑작스런 나의 태도 변화에 대교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난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 버렸다.
“잠깐! 정말 말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왜 제가 믿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죠?”
“너와 내가 만난 건… 현재로부터 천년 전의 과거! 어때, 이런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나는 아까 바닥에 내려놓았던 괴자를 발끝으로 살짝 차서 위로 튀어 오르게 한 다음 손으로 잡아들었다. 백발남자, 오삼숙이 흠칫 긴장하며 다시 권총을 빼들었지만 무시 한 채 말을 이었다.
“아무려면 어때. 나, 대한민국 남자 진유준! 지금은 일단… 천년 전부터 널 사랑했다고 믿고 있는… 인기스타의 광적인 팬, 아니 그냥 미친 놈 정도로 알고 있어도 좋아. 하지만……”
나는 두 손으로 잡은 괴자를 아래로 들어 끝이 두꺼운 원목 탁자 위를 향하게 한 후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전음을 보냈다.
< 이건 기억해 둬. >
대교가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제는 역시 잘 못 들은 것이 아니었어! 다, 당신… 정말로 텔레파시, 아니 전음을 쓸 수 있는 건가요?”
< 물론! >
나는 짧게 대답한 후, 단숨에 괴자를 탁자에 찔러 넣었다. 빠악-! 소리와 함께 깊고 깨끗하게 원목 탁자에 박혀 버린 괴자로부터 손을 떼고 대교를 돌아보았다.
< 난 너에게 ‘무공이나 칼이 없는 보통 사람들도 항상 보호받을 수 있는 세계’를 약속했었지. 하지만 지금의 넌 경호원이 언제 어디서나 총까지 휴대해야 하는… 그런 세계 속에 있어. 난… 그걸 용납할 수가 없어. >
그래, 이젠 내가 널 호위하고 지켜 줄 거야. 천년 전과는 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