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3-3화 : 최초의(?) 연합작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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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23-3화 : 최초의(?) 연합작전.(3)


3-4. 최초의(?) 연합작전.(3)

“…형님. 마녀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된 거 아닙니까?”

“10분 아니 8분 정도 남았다. …그 쪽 준비는?”

“그 곳은… 모두 확인했습니다.”

제임스 놈, 아까 삐져서 나간 줄로만 알았더니 그사이 탈출로를 점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그래요. 우린 언제나 그랬듯이 함께 와서 함께 돌아가는 겁니다. 오늘 저녁은 형님이 쏘시는 겁니다. 아셨죠?”

“…당연하지.”

“에오스의 키스를 받으며?”

“그녀는 언제나 사랑스럽지.”

에오스…? 둘이 아는 여자 이름인가? …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 했더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이름이군. 그럼… 그냥 퍼마시며 날밤 까자는 뜻인가? 어쨌거나 아까 다툰 건 잊고 다시 예의 의리 모드…? 아니, 아니… 이번엔 웬지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익숙한 대화로 우정을 확인하면서도 은연중 서로 상대를 탐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내가 제대로 본 거라면 저 둘은 분명히 친하긴 친한데 지금은 뭔가 삐걱대고 있다. 그게 현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는… 으음…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으려나? 그럭저럭 시간 끌기는 성공했고 남은 건 직접 격돌뿐이니… 그래… 이제부터 내게 필요한 건 작전 시작 순간에의 집중력과… 그리고 새삼스런 각오이다.

소교와 다른 인질 소녀들, 그리고 나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는 놈들을 베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데 과연 어떨지… 놈들은 오늘 어린 학생들을 해친 것만으로도 분명 죽어 마땅한 놈들인… 건 분명히 그렇지만… 그래도 가급적 살인은 피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아니, 아니! 그렇게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이 쪽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특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게 칼침을 선사한 저 제임스 놈은 개인적으로도… 음… 근데 뭐지…? 왜 시간이 갈수록 저 놈에 대한 감정이 약해져 가는 걸까…? 뭔가… 뭔가 찜찜한 이 느낌은 뭐지…? 녀석들의 의리 모드 조금 봤다고 이러는 건가…?

쳇! 그럼 안되지, 진유준!

나는 작전 발동 시간이 가까워지며 더욱 새록새록 떠오르는 상념들을 머리 속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어느 덧 카운터 되던 숫자가 두 자리 수로 줄어들었을 때, 제임스의 위치는 소교와 인질들 바로 옆이었고 금방 변동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정글도가 놓여진 곳은 제임스와 탁한을 넘어 2미터 정도 뒤… 하지만 난 결국 소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잠깐 갈등이 있었기는 했지만, 갈수록 놈들을 베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사라져 가는 건 물론이고 내 육체와 정신이 기대 이상으로 확실하게 전투모드로… 얼마전 원판의 생체 강화 부대와 싸울 때 수준으로 돌아가 주고 있었다. 그건… 소교의 모습을 힐끗 다시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렇게 되고 있었다. 친구들을 위해서 계속 애써 강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지만 날 간호하고 있는 도중이라던가, 친구들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는 자신의 떨고 있는 손끝을 감추지 못했던 저 아이를 생각한다면……

[ 주인님! ]

< …왜? >

[ …… ]

< …뭐야? >

[ 최종 상황 점검 차원에서 적들의 신체 상태를 한 단계 더 정밀 스캔해 본 결과를… 알려드려야 할지, 저도 판단이 어렵습니다. ]

< 뭔… 소리야?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일단 알려주고 봐야지, 왜 그래? >

[ 주인님의 평소 방침은 그렇습니다만, 저 제임스라는 자는 아무래도…… ]

뭐, 뭐야? 설마 제임스 녀석이 설마 처음 스캔했을 때보다 더한 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건 아니겠지? 설사 그렇다해도 그걸 알리는 데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 …실은, 제임스라는 자의 등에서 특수한 화학물질로 새겨진 문신을 발견했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으나 체온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두 가지 형태로 육안 식별이 가능하게 되는 방식으로서 현재 문신의 형태는…… ]

뭐…? 포효하는 붉은 용…? 맙…소사! 체온 변화에 반응하여 모습을 드러내는 문신이란 것도 그렇지만, 몽몽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문신의 형태 자체도 그들… 일백마군의 상징과 일치한다는 거잖아? 저… 저놈이 정말 일백마군 중의 한 명이란 말야?

나는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제임스 놈 쪽으로 돌렸고, 때 마침 내 쪽으로 시선을 던지던 놈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놈에게 ‘너, 진짜 일백마군 중 한 명이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내고 있는 사이 놈은 다시 조용히 시선을 돌려 날 외면했다.

이제까지는 계속 내게 삐딱하게 나오던 놈이 새삼 시선을 피한다…? 설마 놈도 내 정체를 안다…? 어제 참석하지 않은 일백마군이 내 신분을 알아 볼 수 있는 건… 정글도…? 놈이 아까 내 정글도를… 그래, 분명 자세히 살펴보는 것 같기는 했다. 특별한 표정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가만…? 아까 탁한이 저 녀석보고 ‘너 답지 않은 흉내내지 말라’고 했었지…?

그 말은 저 놈이 내게 보여 준 싸가지 양아치 스타일이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 그리고… 그리고… 저 놈이 날 찌른 것도 어쩌면……

내가 놈을 계속 증오하기 어려웠던 건, 놈이 찌른 상처가 비록 깊기는 했으나 중요한 혈관이나 힘줄에는 거의 손상이 없었기 때문이 가장 컸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결과적으로 잘 풀린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제임스 놈은 소치나 탁한이 그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서서 내 피해를 최대한 줄여 주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임스, 아직 정체불명의 마군은 대체 뭘 어쩔 생각인 거지? 설마 녀석도 경찰이라던가… 그래서 사건이 있기 전부터 탁한 밑에 위장 잠입했다…? 그래서 탈옥 작전도 실패했었던 거고…? 그럼 탁한에 대한 감정도 전부 연기…? 만약 그렇다면 정말 명 연기자겠지만… 혹시 탁한에 대한 감정만은 진짜…? 위장 잠입했다가 정말로 친해진 케이스 일 수도 있는 거고… 으~ 하여간 막판에 이게 또 뭔 일이람?

제임스가 일백마군의 일원으로서 같은 지하무림 식구라면 언뜻 내게 최고의 동료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제임스는 왜 내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협동작전을 제안하지 않았을까…? 날 괴롭히는 척을 하면서 은연중 날 도왔다고는 해도 그건 내 정체를 알아서가 아니었던 건가…? 아무리 지하무림의 비상연락망이 좋아도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럼 지금 전음을 한 번 보내봐? 하지만… 만약 저 녀석이 위장 침투한 게 아니라 진짜 조직원이면…? 일백마군 중의 한 명이라고는 해도 지하무림은 본래 관리에서부터 범죄자까지 다양한 부류가 모여있는 조직이다.

게다가 난 아직 이 시대의 모든 일백마군에게 공인된 마군황이 아니니… 놈이 내 정체를 짐작하면서도 결국 현재의 의리를 택하는 거라면……

[ 주인님! ]

윽! 그 사이 20초도 채 안 남았잖아?

[ 경찰 병력들이 현 건물로의 공격 가능 지역까지 이동을 마쳤습니다. ]

으으~ 어쩐다?

[ 주인님! 혼란을 느끼시는 건 이해하지만, 결단을 내리셔야 할 때입니다. ]

결단…? 무슨 결단? 제임스에게 전음을 보내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는 거? 아니면 그냥 모른 채 예정대로 진행해서 제임스의 정체가 내 수하이건 말건 처치해버리라는 거야?

“음… 여긴 내가 마무리 할 테니, 제임스 넌 먼저 나가봐라.”

탁한이었다. 마녀 여옥 쪽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으니 자기들도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모양인데… 제임스의 반응은 과연……

“아뇨. 상대가 아무리 전경하가 이끄는 경찰 특공대라고 해도 3분… 길어야 10분 정도 버티는 일인데요, 뭐. 전 그냥 형님과 움직이렵니다.”

굳이 탁한과 함께 있겠다고…? 놈이 내 정체를 알고 있을 경우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남아서 날 돕겠다는 건가? 아니면 탁한을 위해서 날 막겠다는 의미? 너, 대체 어느 쪽인 거냐?

[ 주인님! ]

남은 시간 3초…? 젠장! 그래, 결단을 내려주지!

드디어 카운트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미리 알고 있던 나도 흠칫 할 정도의 굉음과 함께 건물이 통째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로켓포인가? 과연 전경하… 쎄게 나오는군.”

탁한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무심히 문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제임스에게 전음을 보냈다.

< 너! 일백마군 중, 누구냐? >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놈의 얼굴에는 놀람도, 최소한의 뜻밖이라는 표정도 없었다.

< …뇌옥마군(牢獄魔君)! >

차갑게 대답하는 제임스, 아니 뇌옥마군의 전음에서 나는 놈이 나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면서도 내 편이나 수하가 될 생각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전음을 보낸 순간에 이미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뇌옥마군의 총구 역시 날 겨냥한 상태였다.

< 죄송! >

간단한 사죄의 말과 함께 놈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끄아아악~!”

예상치 못했던 비명이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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