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8-2화 : 소녀의 질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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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28-2화 : 소녀의 질투.(2)


약 2시간 후, 나는 G.M.의 배를 얻어 타고 나왔다. 비록 천우신 기념관까지 안내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나름 예의를 지켜주어 서운하지는 않았다. 항공모함은 인상 깊었지만, 해저 연옥도에 비하면 뭐…

< 그래,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물론, 천우신의 편지를 발견하고 해저 연옥도를 돌아보지 못했다면 이렇게 얌전히 돌아가진 않았겠지만. >

나는 해신묘를 통과하는 배의 뱃전에 기대 몽몽에게 말했다.

< …근데 네 ‘버그’는 잘 침투시켰겠지? >

[ GM 시스템 방어가 좋아 완벽 장악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

< 아냐, 보물 창고를 열어보고 싶은 건 아니야. 천우신과 소령의 기록들은 정식 초대를 받아서 보고 싶어. 대교와 금동이, 현재의 소령이도 함께 가면 더 묘하겠지. >

[ 후후, 정말 그렇겠네요. 주인님도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

< 돌아가면 얘기할 시간이 있겠지만, 해신묘도 장난 아니었다. >

[ 신체 손상도가 14% 높아졌습니다. 방심하지 마시고 돌아가시자마자 회복에 전념하시길 권고합니다. ]

< 음… 몸이 무겁긴 하네. 내력 덕에 큰 지장은 없지만… 그래, 돌아가면 쉬어야지. >

“저어, 진대인.”

“음, 벌써 도착했소?”

“예, 진대인의 배까지 더 모시고 싶지만…”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고맙소.”

혼란스러워하던 첫 대면 때와 달리 이 남자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국 지부장 챈보다 더 극진하게 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동 기지가 자리 잡은 후, 단 한 명의 침입자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진대인께서는 해역을 맨몸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해왕’의 뒤를 쫓아 온 것이라니…”

상어에게 ‘해왕’이라는 별명을 붙인 듯했다. 해저 연옥도 작업 중 인부들이 그 상어에게 희생되었는데, 내가 얼결에 복수를 해준 셈이었다.

“처음 진대인을 봤을 때 전설 속 진하사님이 귀신이 되어 나타난 줄 알고 착각했습니다.”

아주 착각은 아닌데…

“그럼 이만 가보겠소. 챈에게도 안부 전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진대인.”

나는 그들과 작별을 고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 때문에 헤엄쳐 가야 했고, 기온 차가 큰 바닷물이 무척 썰렁했다. 목표 지점까지 한 시간쯤 걸릴 듯하여 내력을 더해 속도를 높였다. 도착하면 쉴 수 있으니 내력을 아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 주, 주인님! ]

< 왜, 요몽! >

[ 지나쳤어요! ]

나는 속도를 줄이고 돌아갔고, 곧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다소 민망했지만 구양대주 일행의 인사를 받으며 상어 이빨 하나를 꺼내 자룡대주에게 내밀었다.

“기념품. 약속했던 용이 없어서 일단 이거라도 가져왔어.”

“아, 이건 그 상어의……”

“아니. 그 놈은 더 손대기가 좀 미안해서… 대신 무덤에서 가장 크다 싶은 걸로 주워 온 거야.”

“무덤…? 상어의 무덤이 있단 말입니까?”

“어… 있더라구, 그런 게.”

자룡대주가 거의 단도 수준인 상어 이빨을 들고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나는 갑판 위에 벌렁 누워 버렸다. 결가부좌도 누운 것만큼 편하겠지만 지금은 그냥… 마냥 퍼지고 싶었다. 신불산을 나선 이후 겪었던 별의별 경험들의 기억과 함께 그만큼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 같았다.

< 몽몽… 밀린 얘기는 좀 쉬었다가 해야겠다. >

[ 알겠습니다. 편히 쉬시기를…… ]

[ 넵! 그럼 나중에 봐요~! ]

< 그래… 너희들도. >

나는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다음 순간 나의 전원 스위치가 찰칵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눈을 떴다.

깜박 졸았다는 느낌뿐이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게 하늘이 아닌 ‘형광등이 달린 천장’인 것으로 보아 ‘깜박 졸은’ 정도는 결코 아니지 싶었다.

음… 다른 장소로 들어 옮겨지는 것조차 몰랐으니 대체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었던 거지? 어, 나 지금 옷이 싸그리 벗겨져서 이불만 덮고 있잖아? 그럼에도 몰랐던 건데… 그런 깊은 잠에서 지금 왜 깨어난 걸까? 이런 상태에서라면 보통 위기의식을 느꼈을 때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가 누워 있는 침대 옆을 확인했고, 곧바로 위기의식의 정체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저기… 그냥 약만 먹으면 안 될까요?”

“어머? 정신이 드셨어요?”

놀라며 묻는 간호사에게 나는 다시 말했다.

“예. 그러니까… 그 주사… 꼭 놔야 돼요?”

나의 간절한(?) 부탁에도 간호사는 피식 웃으며 주사기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녀는 곧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선생님! 이상해요! 이 환자, 주사 바늘이 들어가지 않아요!”

간호사의 말에 곧 흰 가운의 의사 한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오고 있는 여자는… 자룡대주였다.

의사는 그럴 리가 있겠냐는 표정으로 간호사에게서 주사기를 건네 받았지만 자룡대주가 손을 들어 막았다.

“됐어요. 어차피 이 분의 신체에 그런 알량한 약물이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군요.”

이, 이봐. 그렇다고 그런 발언으로 의사 선생님을 화나게 할 것까지는… 으음, 어쨌든 주사 맞기 싫어서 호신 강기를 썼다는 건 밝히지 말아야겠다. 난 총칼은 괜찮은데(?) 주사 맞는 건… 물론 무서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좀……

“하아- 그렇지만, 걱정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도 좀처럼 깨어나지를 않으셔서……”

“…크흠, 흠. 음, 어차피 내상은 이렇게 쉬면서 혼자 치유해도 돼. 아, 뭐… 상처 소독 정도는 좀 부탁할까?”

“상처의 소독은 배에서 제가 이미……”

“그러고 보니 붕대도… 아, 내 전투복은?”

“어떻게 하실지 몰라 세탁을 하고 손질 중이지만 바지는 아무래도……”

쳇! 전투복 바지가 그 상어 녀석의 이빨에 찢겨졌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도 버리지 마.”

“알겠습니다. 대신 비슷한 디자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자룡대주는 슬쩍 한 걸음 물러나며 뒤쪽의 침대를 가리켰고 거기에는 내 항공 점퍼며 탄띠, 전투화 등과 함께 새 전투복이 얌전히 개어져 있었다.

쯧~! 난 그래도 메이드 인 한국군대 표가 더 좋은데… 하는 수 없군. 사실 그 바지나 전투화도 수명이 거의 다 된 상태였으니…..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지?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야?”

“11시간 26분…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여긴 구룡에 있는 병원입니다.”

“그랬군. 벌써 11시간이 넘게……”

많이 무리하기는 했었나 보다 싶었다. 나는 몽몽에게 내 몸 상태를 묻고 나 스스로도 운기하며 점검해 보았다. 종합적으로,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응급을 요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자룡대주.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약품과 붕대를 준비해 줘.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편도 예약해 주고 말야. 아참, 내 핸드폰 말고 점퍼에 핸드폰 하나 더 있었지? 그건 전경하를 통해 여수혜라는 소녀에게 돌려주도록 해.”

“복명!”

음… 존명하지 말랬더니 복명이라는 군. 암튼… 이제라도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군. 음… 으극~ 으… 제기!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통증은 여전하네. 윽, 실수. 이불이… 응…? 간호사도 살짝 고개를 돌리는데 자룡대주, 저 여자는 뭘 빤히 보는 거야?

아무래도 내 옷을 벗긴 것도 저 여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묻기도 뭐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메이드 인 홍콩제 전투복 바지만 빼고 다시 온몸을 한국 길거리 표로 무장한 나는 병원 앞 벤치로 나와 비로소 몽드폰을 들어 신불산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이 곳도 이미 밤 12시가 가깝고 한국은 홍콩보다 한 시간 정도 빠르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 …성원님과 준엽님의 핸드폰은 계속 아무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연님은 통화 중이며 상대는 ‘원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

< 녀석들에게서는 몇 번이나 전화가 왔었다고 했지? >

[ 진하연님으로부터는 어제 오전에 한 번, 친구 분들로부터는 전혀 없었습니다. ]

쳇! 이 것들… 없어진 날 걱정하기는커녕 아예 잊고 있는 거야, 뭐야?

[ 소령님이나 미령님과 연결을 시도해 볼까요? ]

< 하는 수 없지. 그래 줘. >

……………..

“…여보세요? 진유준씨?”

쳇, 하필 또 미령이가 받는 군.

“그래. 늦은 시간에 미안하다. 별일 없었지?”

“…예. 여긴 별일 없었어요.”

“내 친구 놈들 뭐하냐? 왜 전화를 안 받아?”

“두 사람은 지금 완전히 뻗어 있어요. 오늘 해가 지자마자 술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제기~! 친구는 여기서 별의별 뺑이를 다 치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구만, 이 것들은 남의 여동생 데리고 부어라 마셔라에 빠져 있었단 말야?

“…너, 걔들한테 내가 어디 갔다고 했냐?”

“그냥… 갑자기 누구 전화 받고 나가는 것 같았다고만……”

“그랬더니 지금까지 별 말 안 해?”

“…진유준씨가 나중에 또 그들과 직접 통화하지 않았나요?”

어제 몽몽이 나와 헤어지기 전에 내 음성을 가장해 전화를 걸어 두었다고 하기는 했다.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음, 하여간 알겠다. 그리고… 지금 하연은 괜찮냐?”

하연이 얘기가 나오자, 먼저 가볍게 웃는 기색이 전해져 왔다.

“그 여자… 쎄더군요. 적어도 술은.”

“에…? 뭐야? 너희들도 같이 마셔 본 거야?”

“아뇨. 당신 친구들은 보기와 달리 보수적이더군요. 우리는 어리다고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어요. 어쨌든… 오늘 술자리에서 먼저 뻗어 버린 건 그들이었어요. 진하연씨가 아니라.”

“훗~! 그랬냐?”

내 주위에는 왜 이리 여자 주당들이 많은지 모르겠군.

“소령이도 끼고 싶어서 좀이 쑤셨겠다.”

“예? 어떻게 알았죠?”

“그야 소령인 본래 주당… 아, 아니… 그냥 그럴 거 같아서.”

“……”

무심결에 실언을 했군. 하지만 뭐… 별로 상관없겠지? 이 녀석들의 정보망이라면 언젠가는 지하무림의 움직임도 알게 될 테고, 내가 진하사의 후예가 아니라 본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지난번에 숨긴 건 금동이 일을 중재하는 중에 그런 얘기를 꺼내기 어려워서 그랬던… 아니 잠깐. 내 정체는 그렇다 치고… 소령이와 미령이의 전생 얘기까지 가면 사연이 좀 복잡해지려나?

“…언제 돌아 올 거죠, 진유준씨?”

“음… 몇 시간 정도 후? 어쨌든 날이 밝기 전에 갈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뭐야? 너… 기다리는 거야? 날?”

“…그래요.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 졌으니까요.”

“흐음~ 뭔지 몰라도 지금 물어 봐도 돼.”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아. 난 짠돌이 맞지만, 다행히 국제전화 오래 쓰는 건 가능하니까 말야.”

사실… 딴 건 몰라도 핸드폰 요금은 아무래도 바가지 같아서 적당히 줄여서 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그 사이 어떻게 우리 본부까지 갈 수 있었는지가 알고 싶어요.”

음, 내가 연옥도에 간 일이 벌써 이 녀석에게도 연락된 모양이군.

“어… 니네 본부에서 얘기 안 하든? 뭐, 어쩌다 보니 그냥……”

“흥! 상어를 쫓다가 들어갔다는 얘기 말인가요? 그런 말을 지금 믿으라고요?”

“아니 뭐… 못 믿어도 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 그런걸?”

“…솔직히 말하세요. 남자답게.”

“솔직히? 남자답게? 뭘?”

“…챈이나 소령 언니를 속여서 정보를 얻은 건 아닌가요?”

“뭐?”

“아니면… 소령 언니의 노트북을 손댔거나……”

“에이 쒸! 야! 너 임마, 날 뭘로 보고… 내가 여자애 물건이나 뒤질 놈으로 보였어? 응?”

“…그럼 아니란 말인가요?”

“나 이런~ 으, 씨! 안 되겠다! 이건 정말 얼굴 맞대고 해야 할 얘기 같다. 기다려!”

나는 결국 살짝 열이 받은 상태로 전화를 끊고 말았다.

빌어먹을! 미령이 요 녀석…! 생각을 해도 꼭……

[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미령님의 의심도 일리가 있습니다. ]

< 뭐? >

[ 미령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추정입니다. 다만… 논리에 앞서 감정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

< 쳇! 바로 그래서 내가 더 열 받지. 다른 환생자들도 날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은데… 근데 왜 이 녀석만 이러냐구! 이 녀석 혹시 천년 전에도 날 싫어했던 거 아냐? >

[ …그랬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미령님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 성향으로 보아 당시에는 분명 주인님께 호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주인님께서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한 후로도 유효했습니다. ]

< …그런데 왜? 왜 지금은 이러는 걸까? >

[ 미령님이 GM의 한국 지부장, ‘재키 챈’에게 일반적인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

< 그…거야 나도 짐작은 했지만… 그게 나하고 뭔 상관인데? 내가 챈과 몇 번이나 만났다고… 아니, 그 전에 나와 그는 둘 다 남잔데 질투를 할 이유가… 어…? 가만? 설마, 챈 그 인간이…… >

[ …GM 본부 시스템에 침투한 버그를 가동시킬까요? ]

< 그, 그래라. 이번 한 번만. >

[ 알겠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가 날 바라보는 눈길이 결코 그렇게 끈적하지 않은 것 같았기는 한데, 딱 한 번 만난 사이치고는 지나치게 호의적인 것도 사실이고…

으- 설마……

GM본부는 역시 보안망도 강력한지 몽몽도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고, 덕분에 나는 그 동안 계속 팔에 돋은 소름을 가라앉히기가 어려웠다.

[ …무사히 검색을 마쳤습니다. GM의 요원들 신상명세에는 분명히 그에게 동성, 혹은 양성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

< 혹시… 본인이 숨기고 있을 가능성은? >

[ GM의 정보력과 요원 관리 체계를 감안하면 1% 미만입니다. ]

휴우~ 그럼 일단 다행이다.

< 그렇다면… 챈, 그 친구가 미령이에게 관심을 안 보이고 있다는 건가? 전혀! 조금도! 눈곱만큼도 얄짤없이? 미령이가 그 친구의 관심 대상이 남자건 여자건 그냥 물건이건 질투를 느껴야 할 만큼? >

[ …그러한 가정이 오히려 타당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 뭐야 이거? 내가 미령이에게 미움받지 않으려면 챈과 잘되어야 한다는 결론인가? 그럼 그건, 그거대로 어려운 문제잖아? 내가 뭘 어쩌기가 좀…… >

[ 에이~ 뭘 그러세요? 주인님은 그런 일 좋아하시잖아요. 누구와 누구를 연결시켜 주고 잘되는 거 보는 일 말이에요. ]

< 야 임마, 요몽. 그 것도 내가 할만한 일에나 그런 거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지… 아니 그건 둘째치고, 이렇게 이미 오래 전부터 고착된 관계에는 제 3자가 끼어 들 여지가 없단 말야. >

[ 흐음… 그런 거예요? ]

< … 보통 그래. 더구나 미령이는 어디서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깜찍이 아니냐. 그런데도 챈이 녀석과 거리를 두고 있다면… 그럼 챈이 본래 미령이 같은 타입을 싫어하는 거거나 아니면 이미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 거나, 그런 이유일 텐데… 으… 이거 나쁜 기억이 떠오르는 걸? >

[ 나쁜 기억…이요? ]

< …소교 말야, 소교. >

[ 아! 소교님이 주인님을 좋아했던 일이요? 그러내요? 그 때는 소교님이 주인님 때문에 애먼 천우신님을 미워했었죠? ]

< …그래. 만약 이번에도 같은 케이스라면… 그럼 나나 누구든 챈과 미령이가 연결되도록 유도할 수 없는 문제라고. 챈이 솔로라면 몰라도 이미 커플인 걸 깨는 건…… >

[ 과연…! 그렇다면, 주인님께 대교님이 계셨던 것처럼 챈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달랑 한 번 본 친군데. >

[ 하긴….. ]

요정몽에게는 일단 모르겠다고 했지만, 사실 짐작… 아니 의심…? 하여간 집히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추리(?)가 사실일 경우 얘기가 더 난감해 진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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