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51-1화 : 드림팀 결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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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51-1화 : 드림팀 결성?(1)


6-3. 드림팀 결성?(1)

…주인님! …주인님!

언뜻 몽몽과 요몽의 음성이 겹쳐 들린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주인님! 이 항공기는 곧 한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

[ 그만 기상하세요! 잠꾸러기 주인님! ]

< 어~ 그냐? …으아하함~ >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한 번 한 후에 다시 끄으어어으허허음- 괴이한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켠 후에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간의 홍콩에서 대교가 내렸으니 옆자리에 그녀가 없고 금동이만 남아있는 건 당연했다. 너무 늘어지게 잔 탓인지 간밤의 모든 일들이 꿈결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차츰 머리 속이 취침 모드에서 벗어나면서 모든 일들, 특히 대교의 감촉과 향기는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 홍콩에서 대교님과 헤어진 후로도 계속 잘 주무시데요? ]

< 그야 뭐…… >

사실 계속해서 대교의 무릎을 베고 올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긴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홍콩에서 대교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서 혼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후에도 나는 비교적 편안히 잠이 들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잠시의 꿀처럼 달콤했던 휴식 시간을 접고 다시 빡신 일정을 시작해야겠지만 말이다.

< 대충 1차 전 끝냈잖냐. 나도 좀 쉬어야 보람찬(?) 2차 전 뛰지. 안 그래? >

[ 그건 당연한 말씀이고, 몽몽 오빠도 그래서 계속 저에게 주인님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 거겠고… 뭐,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겠는데 말이죠, 주인님. ]

요몽 녀석은 그 사이 입이 근질근질 한 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내 코앞까지 바짝 날아오며 말을 이었다.

[ 원판씨에 관한 일은 1차든 뭐든 해결된 게 아니고 오히려 더 괴상망측한 사실만 알게 된 거잖아요. 근데 정말 이런 상황이 걱정 안되시는 거예요? ]

나는 복제 원판과 란을 상대하면서 몽몽의 하위체인 통신기를 켜두었었기 때문에 따로 알려 줄 것도 없이 요몽까지도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 걱정… 해야지. 이제부터. >

[ 하아~ 대교님 위력은 정말 무섭네요. 대교님이 주인님께 마음을 여시는 것 같으니까 다른 일은 이제 안중에도 없으신 거죠? ]

< 짜샤- 이제부터 걱정할 거라니까. >

내가 대꾸하면서도 피식 웃어 보이자, 요몽은 당연히 더 뭐라 따지거나 투덜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녀석을 무시하고 때마침 건너편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오는 은사마군에게 시선을 돌렸다.

“천주, 몇 분 후면 도착할 것입니다. 공항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았으니 곧바로 친우 분들이 계신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음… 알겠어.”

내가 조금 망설인 건, 내 차도 시내 외곽에 있으니 그걸 타고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난 결국 보천구룡대가 준비한 차량을 타는 것으로 결정하고 내 차는 따로 가져와 달라고 키를 은사마군에게 건네주었다.

[ 주-우인님! ]

은사마군이 돌아서자마자 다시 날 부르는 요몽. 조금 전의 청문회 분위기를 이어갈 기세였다.

< 뭐 임마. >

[ 치이- 언제나 제 말은 무시만 하시구. 몰라욧! ]

< 훗~! 녀석. 어쨌든… 고맙다. >

녀석은 심통이 나서 예의 ‘자기 방’으로 사라지려는 기색이었지만, 나의 ‘고맙다’는 말에 멈칫 했다.

[ 에…? 뭐가요? ]

< 대교도 대교지만, 사실… 내가 맘 편히 쉴 수 있었던 건 다 너희들 남매가 있기 때문 아니겠냐. 특히 요몽 너는 이번에 핵 기지까지 점령하는데 남다른 활약도 해 줬고… 너까지 더 믿음직해져서 난 정말 안심하고 쉴 수 있었던 거야. >

[ 저, 정말요? ]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몽몽만 믿음직하지만……

< 그럼, 당연하지. >

나는 어린아이에게 선의의(?) 거짓 칭찬을 해주는 어른 모드로 부드럽게 웃어 주었고, 요몽은 조금 전까지의 기분과 칭찬을 들은 기쁨 중 어느 쪽 감정에 몰두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애매한 표정이 되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 …뭐, 네가 왜 그렇게 초조해 하는 지는 알아. 나도 솔직히… 원판이 조금… 걱정되기는 해. >

[ 예? ]

삐친 요몽을 달래기 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요몽의 눈이 휘둥그래졌고, 몽몽까지 슬며시 은발 소년 모드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금동이를 깨우고 짐을 챙기기 시작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오해하지 마라. 이건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한 생각 일 뿐이니까 말야. 만약 정말 놈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힘을 제거하기 위해 멋대로 날 끌어들인 거라면, 당연히 놈은 제거 대상 1순위야. 어떻게 보면 놈이 정말 즐기기 위한 게임의 개념으로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거라면 차라리 순수(?)하기라도… …쳇! 말을 하다 보니 슬슬 더 기분 나빠지네? 친한 적도 없던 놈이 도움을 청하려면 공손히 부탁을 할 것이지, 어디 감히 그런 고자세로…… >

…뭐. 항상 감시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건 이해하지만……

< 어쨌든…! 어제까지의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원판 놈보다 상위의 존재, 개인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조직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그 조직이 전부터 날 알고 있었다는 거야. 원판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날 스카웃 하려는 것처럼 일을 진행해 왔는지, 아예 처음부터 내가 지하무림이라는 쓸만한 중급(아마도 놈들 기준에서는) 조직의 보스라는 걸 알리고 조직 차원에서 스카웃 내지는 흡수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 왔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광스럽게도(?) 그 대 조직께서는 나를 정말 특별한 인재로 생각하게 되긴 한 거 같아. 그 조직에서 무슨 이유로 원판을 구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후로도 원판을 대신할 복제인간을 보내 계속 나를 공격하게 했다는 게 증거이지. 물론 그건 앞으로 원판이 없어지더라도 놈들이 날 가만 둘 생각이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말야. 결국 나를 제거하거나 인재로서 스카웃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원할 것 같은데… 난 당연히 둘 중 어느 쪽도 싫으니까…… >

나는 새삼 한숨을 내쉬며 결론을 내렸다.

< 놈들과 싸우려면, 놈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원판 놈이 살아있어 줘야 내게도 유리하다는 얘기지. >

[ 와아~ 만세! ]

이런, 제기. 요몽 녀석이 기뻐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냐?

< …야 임마! 결국 내가 원판 놈의 덫에 빼도 박도 못하게 걸린 거라는 얘긴데, 그게 그렇게 신나냐? >

짐짓 퉁명스럽게 야단을 쳐봤지만, 요몽은 기뻐하는 표정 그대로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예? 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

< 그게 아닌 걸로 해석하는 게 더 어렵

겠다. >

[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주인님은 자존심이 상하시겠네요. 우응~ 그래도 전…주인님과 원판씨가 같은 편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웬지 신이 나서 그만…… ]

요몽은 여전히, 아니 생각할수록 더 주체할 수 없다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 전 비화곡주이며 현 비화곡주, 그리고 전 비화곡주이며 현 마군황…! 최고의 두뇌파 핸섬가이와 최강의 육체파(?) 터프가이가 마침내 한 팀이 되어 미지의 거대한 적을 상대로 싸움을 개시하다! 멋지잖아욧! ]

…이 녀석, 마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타입의 소설을 만나서 떨리는 손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는 독자 같은 기분이라도 느끼는 모양이다.

  • 안됐지만, 요몽.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내 입장에서는 원판 놈과 연합해 미지의 거대한 적과 싸우는 것보다는 그 적, 개인인지 조직인지 몰라도 하여간 그 쪽과 협상해서 원판을 제거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도 있거든.

나는 그런 말이 나오려는 걸 참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앞으로의 일은 알 수가 없는 건데 굳이 지금 그런 얘기로 녀석을 또 삐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난 요몽에게서 거둔 시선을 비행기 창 밖으로 옮겨 지상의 풍경이 가까워지는 것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요몽은 그렇다 치고, 나도 참… 내가 현재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아무리 나름대로 정신적인 각성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앞으로는 원판 놈조차 수십 년 동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인 조직을 상대로 싸워야 할 판국인데 왜 이렇게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걸까…? 요몽 말처럼 ‘대교 파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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