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6화 : 위험한 이름, 매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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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험한 이름, 매퍼. (2)

“뭐냐? 식전부터 숲속의 처녀 귀신인가?”

내가 한국어로 반문한 것은, 보이지 않는 처녀귀신(?)이 먼저 한국어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후후. 난 귀신이 아니지만, 당신은 진유준씨가 맞는 거 같네요.”

분명 유창한 한국어지만, 소위 버터 발음이 섞인 걸보니, 우리나라 토종은 아닌 것 같네.

“그래. 내가 진유준, 맞아. 그런데 넌 누구냐?”

나는 정글도를 어깨에 걸치며 물었고, 내가 칼질을 가늠해 보고 있는 허공이 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화면 전송 상태가 좋지 못해서 지글거리는 모니터를 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점차 화면 조정이 되는 것처럼 뭔가가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하는군. 근데, 저거, 젠장! 뭐야, 저게!

뭐라고 규정하기가 어려운 형체였다. 보통 인간의 서너 배쯤의 크기였으나, 사람은커녕, 그냥 커다란 초록색 덩어리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짙은 초록색 덩어리 여기저기에는 무수하게 많은 ‘눈알이 박혀있었다.

아놔, 진짜! 미국, 왜 이러니? 아무리 다인종 국가라고해도 그렇지, 어디서 이딴 거까지 받아들였던 거야?

“이봐, 눈알 괴물! 네가 목소리를 낸 거냐? 아니면………….”

응? 아니었나?

이제 완전히 뚜렷하고 선명하게 실체를 드러낸 초록 눈알 괴물의 중심부 쪽이 스윽- 좌우로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낯선 백인 아가씨 한 명이 나오고 있었다.

“하이~ 반가워요. 저는 신디, ‘신디 매퍼’라고 해요.”

나야 눈곱만치도 반갑지 않았지만, 신디라고 이름을 밝힌 아가씨가 한손을 흔들어서, 나도 대충 마주 흔들어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 눈알 괴물도 눈알이 하도 많이 박혀있어서 정신없는데, 이 아가씨도 만만찮게 정신없는 차림을 하고 있네. 저렇게 요란스럽게 화려한 차림새는, 그 뭐냐, ‘레이디 가가던가? 그 미국 여자 가수가 저러고 다니는 사진을 본 거 같은데, 미국에선 저런 유행이 오컬트계에까지 번진 건가?

내가 조금 눈살을 찌푸리며 보고 있자니, 레이디 가가인지, 레이디 신디인지 모를 아가씨가 새액- 웃었다.

“저와 저의 몬스터, ‘오스카’가 그렇게 흉하게 보이나요?”

저 눈알 괴물의 이름이 ‘오스카’라고? 일단 그거야 어쨌든.

“아니, 뭐, 꼭 그래서 이러는 건 아니야. 너희들이 나의 ‘적’일거 같으니까 경계하는 것뿐.”

“그런가요?”

레이디 신디는 자신의 입술 피어싱을 살짝 매만지며 새삼 나를 탐색하듯 보기 시작했다. 등장한 타이밍도 그렇고, 다른 요소 하나도, 레이디 신디와 눈알 괴물이 적으로서 나타났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긴 했지만, 아직 두 녀석 다, 나에게 그리 강한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그래서 다소 난감해하고 있자니까, 레이디 신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유준. 당신은 내가 아는, 어떤 한국 남자와 거의 닮지는 않았어요. 그런데도 저는 왜 그 사람을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이 아가씨, 유창한 한국어도 그렇고, 나름 한국통인 거 같긴 한데, 지금 한말은 대체 뭐야? 지가 아는 남자가 누군지를 내가 모르는데, 왜 나한테 묻는 거냐구.

“흐응~ 오스카. 너도 그렇단 말이지?”

레이디 신디는 자기 뒤의 허공에 떠있는 괴물 오스카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댔다.

“저기, 우린 초면이 확실한 거 같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너희들의 신분이나, 나를 찾아온 목적, 그런 걸 허심탄회하게 말해주는 것이 어떨까?” 내가 애써 점잖게(?) 묻자, 레이디 신디는 갑자기 큭큭-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아하핫- 하고 크게 소리 내어 웃어 제끼기까지 했다. 레이디 신디의 풍성한 단발머리가 웃음소리처럼 선명하게 붉은 빛으로 아침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주인님.」

친절한 몽몽 선생이 간밤에 보았던 웨인 놈의 과거 사진을 다시 띄워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전에 먼저 사진 속 인물들 중의 한 명을 떠올렸었다. 사진 속의 다섯 명 중에서 가장 우측에 서있는 한 남자, 그는 어딘가 레이디 신디와 닮은 얼굴과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이봐, 신디양! 그 머리카락, 그건 염색을 한 것이 아니지?”

레이디 신디의 웃음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 약간의 씁쓸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맞아요. 이 황혼처럼 붉은 색은 우리 매퍼 가문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이죠.”

“내가 아는 어떤 녀석이, ‘도널드 웨인을 치면, 상당히 위험한 가문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었지. 아가씨가 바로 그 위험한 가문의

선발대쯤 되는 건가?”

“그래요. 저는 도널드씨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월트’ 숙부님의 유언을 지키는 일은 중요해서, 어쩔 수없이 오게 되었네요.”

으음. 이제 정체와 목적이 확실해지기는 했는데, 말뿐 아니라 진짜로 ‘오긴 왔는데, 딱히 의욕은 없삼’이라는 태도가 너무 여실해서 나까지 흥이 안 나서 곤란하네.

“그렇게 되었고, 어차피 왔으니까, 우리, 싸울까요.”

내참. 이 아가씨 진짜, 계속 사람 맥빠지게하네.

나는 너무 성의 없고 시큰둥한 레이디 신디의 태도가 어이없어서 웃었고, 그녀는 그녀대로 싱겁게 웃고 있었다.

“저기, 신디양의 숙부가 남긴 유언이, 도널드 웨인의 적은 모두 대신 처리해 줘라, 인가?”

“그렇지는 않아요. 그가 불사의 생명까지 잃게 될 지경일 경우에만 도와줘라, 였어요.”

“그랬군. 난 사실 웨인 놈을 곧 끝장낼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도 이 자리에서 꼭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움~ 그럴지도 모르죠. 잠시 생각 좀 해 볼게요.”

레이디 신디는 그렇게 말하더니, 팔짱을 낀 자세로 초록 눈알 괴물 오스카에게 기대서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인니임! 저 왔어요오!」

-요몽? 너, 꽤 빨리 풀려났다, 아니, 아직은 아닌 거냐?

요몽은 은빛 오랏줄을 허리에 찬 채, 가상의 문을 열고 걸어서 나오고 있었다.

「몽몽 오라방이 갈수록 더 신경질적이 되어서, 저의 요정생이 피곤해져요.」

끄음. 이 녀석까지 나서서 분위기를 더욱 건전하게 파토 내 주는구먼.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건가요? 주인님이야, 여자와 싸우기 싫어하시니까 그렇다 쳐도, 저 아가씨는 또 왜 저렇게 의욕이 없대요?」

-글쎄? 자기말로는 웨인 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런다는 건데, 내가 보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 거 같아.

「오~ 그 이유를 벌써 감 잡으셨어요?」

-아직은 애매할 뿐이니까, 저 아가씨가 행동을 결정하면 물어봐야겠다.

기본적으로 추측되는 건, 레이디 신디가 ‘한국 사람’ 누군가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와 같은 한국 사람인 나에게까지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건데, 아직은 너무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다.

「혹시 말이죠. 저 신디라는 아가씨도 우리 BTS를 비롯한 K팝에 빠져있어서 이러는 거 아닐까요?」

-으음. 그건 생각 못했는데, 나름 설득력 있네.

「호홍~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주인님은 눈곱만치도 아이돌스럽지 않다는 거예요.」

젠장. 나도 내가 아이돌스럽지는 않고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 딱 잘라 말하니까 왠지 기분이 거시기해지네.

「하지만, 여기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한류는 K팝뿐이 아니죠. 주인님의 눈썹만큼은 닮았다고 할 수 있는 꽃돌 배우가 있기는 해요.」

-눈곱만큼 보다는 크다는 의미냐? 아니면 말 그대로 눈썹만 닮았다는 거냐?

「둘 다요. 암튼, 그게 누구냐면요.」

요몽이 나도 모르는 한류비사(?)를 까발리려는 순간, 레이디 신디가 한발 먼저 고민 포즈를 풀고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결정했어요! 싸워요, 우리!”

“응? 왜 그런 결론을 내렸지?”

“오빠들이 오기 전까지 당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면, 오빠들이 잔소리를 할 거 같아서요.”

“신디양은 선발대라기보다, 정찰대에 가까운 모양이군. 그럼 뭐, 나한테 직접 물어봐. 그냥 말해줄게.”

레이디 신디는 잠시 말이 없었고, 나도 내가 어이없었다.

우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아가씨와는 싸우고 싶지가 않아서 자꾸 이렇게 나가게 되네 그려.

“으음. 그럼, 그럴까요?”

오. 동의했다.

“진유준씨. 당신은 언제쯤 다시 도널드씨를 공격할 계획이죠?”

“아직 확정하진 않았어. 신디양이 원하는 시간대가 있으면 말해줘. 가급적 그때를 기준으로 하도록 일정을 잡아보지, 뭐.”

「주인님! 지금 모하시는 거예요?」

요몽까지 어이없어했지만, 레이디 신디는 잠깐 뭔가 계산해보는 눈치더니, 한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하루. 24시간 정도 후에, 오빠들 중 한 명이 먼저 도착할 거예요. 그 때가 좋겠어요.”

“오케이. 그러지.”

“후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나오시면 제가 더 뭔가 묻기가 미안하네요.”

“내가 친절한 남자 소리는 가끔 들어. 그보다, 사양할 거 없이, 더 물어봐도 돼.”

「주인니임?」

-됐으니까, 이따 얘기하자.

“좋아요. 이제 한 가지만 더 묻기로 하죠.”

살짝 요몽스러운 분위기였던 레이디 신디는 불연 듯, 진중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을 이었다.

“도널드 웨인, 그를 꼭 죽여야만 하나요?”

으으음. 이건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질문이로군. 이 아가씨는 아무래도 점점 더 싸우고 싶지가 않아져서 싸울 이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거 같아.

“그게, 정확하게 말하자면, 웨인 놈을 ‘반드시 죽인다.’가 나의 목표는 아니야. 내 행동의 본질은 ‘놈이 아무도 해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자는, 절대로 자기 본성을 버리지 못해. 그래서 결국 ‘죽여서 멈추게 한다.’가 된 거지.”

솔직히 그 쥐시키는 그냥 얼굴만 봐도 때려잡고 싶어지지만, 일단 어느 정도(?) 도덕적인 캐릭터를 자처해 본 건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그런가요? 역시, 당신은 ‘그 사람’을 닮았네요. 그 한없이 다정한 사람과.”

엑. 여기서 웬 다정?

“저기, 대체 누굴 자꾸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타입은 아니거든?”

“후후. 물론 당신은 그 사람과 정말이지, 행동과 말투, 어느 것 하나 닮지는 않았어요. 사상이랄지, 영혼이랄지, 그런 것이 닮았다는 거죠.”

사상이나 영혼? 이건 이거대로, 아니, 왠지 용모가 닮았다는 말보다 더 기분이 나빠지네? 대체 누구야, 그 놈?

“아, 이제 저는 물러가야 할 것 같네요.”

레이디 신디는 내 뒤쪽의 러브 하우스를 보고 있었고, 요몽은 대교가 나를 찾아서 나오고 있음을 알려왔다. 눈알 잔뜩 괴물 오스카가 다시 몸체를 벌려서 공간을 만들어주자, 레이디 신디는 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멈추었다.

“아참. 진유준씨의 신사도에 보답하려면, 저도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려야겠네요. 제가 오늘 당신과 싸우지 않은 것은, 나의 친구, 오스카가 말렸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 눈알 잔뜩 괴물은 레이디 신디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더러, 상당한 지능까지 가지고 있는 건가?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나의 오스카는 항상 옳은 판단을 하죠. 오스카는 당신이 너무 강해서, 단 한 번의 싸움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어요.”

이것 봐라? 저 단순 덩어리처럼 보이는 괴물 녀석이 나를 상당 수준으로 분석해 냈다는 건가? 그리고는 나름 필승의 작전까지 세웠다고?

“아하하! 미안해, 오스카 내가 너의 스마트한 작전을 누설해 버렸어!”

레이디 신디, 저럴 때는 카디녀석 비슷한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카디와는 달리, 의도적인 순진모드는 아닌 것 같아.

-오라버니!

황급하게 달려온 대교의 신형이 내 옆으로 착지할 때, 레이디 신디는 괴물 오스카의 몸체 속으로 모습을 감춘 후였다.

-대교! 모르는 척, 검기 한 방 날려 줘!

쐐액!

대교가 즉각적으로 날린 검기가 괴물 오스카의 몸체에 박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제야 한 팔을 들어 대교를 말리는 척을 했다. “아, 미안! 미안! 괜찮아? 괜찮으면 담에 보자구! 잘가아~”

뻔뻔하게 손을 들어 빠이빠이를 해줬더니, 일견 멀쩡해 보이는 오스카의 몸체가 처음 등장할 때와 반대로 흐려지며 사라져갔다.

느낌상, 사라지는 패턴이 공간 이동은 아니고, ‘투명화’ 더하기 ‘고속 이동쯤 되는 거 같지? 하지만 지능형 괴물이라면,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데 숨겼을 가능성도 있겠어. 이거, 이거, 평화적으로 잘 넘어가서 다행이지, 식전부터 싸우기에는 부담스러운 놈이었던 거 같아. 난 CR아그들만큼 식사량이 전투력에 직결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고프면 싸울 맛도 별로………………

-오라버니. 적, 이었던 건가요?

-아, 그게, 일단 그렇기는 해.

-대체 어떤 요괴였는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 안으로 들어간 아가씨의 옷차림이 더 굉장해 보이더군요.

훗. 우리 대교는 연예계 출신이면서도 그런 패션이 거슬렸었나보군. 하긴, 대교는 주가혜 시절에도 아이돌답지 않게(?) 보수적인 패션과 무대 매너를 고수했었다지?

-레이디 신디는 멋으로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닌 거 같지만, 어쨌든 이제 돌아가자, 대교.

나는 대교와 함께 러브하우스로 복귀하면서, 내가 아침 산책하다가 겪은 일을 들려주었다. 대교는 자신이 한칼 먹이기도 했던 괴물 오스카보다는 레이디 신디의 얘기에 더 주목하는 것 같았다.

-음~ 그러니까, 처음에는 그냥 철부지 아가씨처럼 보이기도 했고, 갈수록 우리 요몽처럼 천진한 모습도 보였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심지가 엿보이기도 했다는 거네요?

내 표현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대충 잘 전달된 거 같아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더니, 대교도 마주 웃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렵네요, 저로서는 음~ 그렇게 종잡기 어려운 성품이라고는 해도, 누군지 모를 한국 남자를 연모하고 있는 건 확실한 모양이네요.

-글쎄? 대충 그런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어쩐지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 ‘존경하고 경외하는’, 종교적인 숭배에 가까운 느낌도 들더라구. 대교는 좀 더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더 이상은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린 어느 사이 러브하우스로 복귀했고, 실내에는 주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몽은 나와 대교가 곧바로 식사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해왔다.

「그게요, 주인님. 소령님이 뱀프 타운의 프리제타까지 불러와서 더 상황이 ………………」

“로드!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데릭이 주방에서 나오며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니, 괜찮아.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

나는 애써 쓴웃음을 자제하며 나름 너그럽게 말해주었다. 다행히 데릭은 접시 하나에 몇 개의 중화풍 만두를 담아서 가지고 온 참이었다. 지금 주방을 점령하고 있는, 어벤져스인지 거지떼인지 모를 녀석들을 상대로, 이거 하나라도 건진 데릭이 오히려 대견하군. 저 굶주린 아귀떼들이 나와 대교의 몫까지 무시하고 퍼먹어대는 건 괘씸하지만, 그래도 간밤에 잘 싸워준 놈들이니, 한번은 봐주기로 하자. 난 정말이지, 저 아귀떼들이 밥 먹는데 건드리기 무서워 이러는 것이 아니야. 암.

“데릭. 난 먼저 해야 할 일이 조금 있으니까, 우리 식사는 천천히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로드! 최대한 빨리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데릭이 거실 한켠의 테이블에 만두 접시를 놓고 주방으로 돌아간 후, 나와 대교는 쓴웃음을 교환하며 마주 앉았다.

-몽몽! 산드라 호출해. 그리고 간밤에 산드라가 읽어낸 웨인 놈의 ‘심층 의식’, 그걸 전송받아서 분석에 들어가는 거다. 나는 만두 한 개를 입안에 던져(?) 넣으며 전음을 이었다.

-CIA와 매퍼 가문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패턴으로 웨인 놈을 끝장낼 방법을 찾아내는 거다. 몽몽과 요몽, 너희들이 책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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