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77화 : 정면의 칼(刀). 등 뒤의 칼(刀). 품안의 칼(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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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77화 : 정면의 칼(刀). 등 뒤의 칼(刀). 품안의 칼(刀). (1)


3. 정면의 칼(刀). 등 뒤의 칼(刀). 품안의 칼(刀). (1)

쐐애액-

소름끼치는 파공음과 함께 날아든 금속 총탄이 내 귓불을 스치고 지났다.

꽝!

등 뒤 바위에 박힌 총탄이 격렬하게 폭발했다. 총탄이 직접 스친 귓불의 아릿함은 물론이고, 미세한 바위 파편들이 등을 두드리듯 부딪쳐 온 느낌도 심하게 불쾌했다.

총탄이 폭발해? 탄두를 개조한 작약탄 같은 거였나? 아니, 그보다, 지금 상황은 뭐야?

난 방금, 위험을 무릅쓰고 반 박자 늦게 피함으로서, 총탄이 바위에 직격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성공을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

진유준을 추격해서 파괴하라!

총알에 그런 식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부여할 수도 있는 건가…? 아, 아니, 그건 아니야!

난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금속 총탄에 그런 자율의지와 움직임이 가능해진다는 건 총탄 자체가 요괴화 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방금 날 습격해 온 총탄에서 그런 존재감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그렇다면 뭐지? 어떻게… 웃! 또 온다! 근데, 이거, 이거!

삐잉! 씽~! 씽~! 씽~! 씽~

연속으로 감지되는 파공성을 무심결에 헤아리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내 등 뒤 바위 너머에서 쏘아진 총탄들은 위협사격처럼 바위 양옆을 스치듯 지나가 내 눈앞의 바다 쪽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예상대로, 총탄들은 일제히 방향을 내 쪽으로 바꾸며 엄습하기 시작했다. 뭔가 달라! 전부!

문득 떠오른 생각의 의미를 따질 틈도 없이, 가장 빠른 총탄이 내 몸을, 아니 내 잔상을 꿰뚫고 바위에 박혔다.

꽝!

역시 같은 개조 탄환, 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꽝꽝!칵! 카칵!

세 번째 총탄까지만 바위에 직격해 폭발했고, 다음 총탄들부터는 비스듬히 맞아 방향만 바뀌는 것 같았다. 난 일일이 확인할 겨를도 없이, 계속 이형환위를 펼치며 바위를 끼고 돌았다.

꽝!칵! 씨애악!

빗발치는 총탄들이 정신없이 바위에 직격되고, 비껴 맞거나, 스쳐지나갔다. 몇 발인지 알 수도 없었던 총탄의 소나기가 한차례 퍼부어진 직후, 내 이형환위도 멈추었다.

다시 돌아 올 총탄이 아직 많아. 그렇지만, 나 지금 감 잡은 거 맞지?

날 잡지 못하고 사방으로 날아갔던 총탄들이 다시 크고 작은 유턴 궤적을 그리며 반짝이고 있는데도 나는 작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작은 만족과 기쁨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대교 쪽으로 부터도, 개조된 총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 썅! 이게 진짜!

스각!

다시 날아들던 총탄 하나가 거짓말처럼 반으로 쪼개졌고, 나의 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섬세하고 치명적인 실선을 그렸다.

핏! 핏! 핏! 핏!

허무할 정도로 작은 파열음이 몇 번 더 이어진 후, 조각난 총탄들이 후두둑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쳇! 이형환위의 실전 응용력과 심도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좋은데 말이야. 지금 그런 기분을 즐길 때가 아니지? 

「아! 대교님은 무사하십니다. 오히려 주인님을 걱정하시고 계십니다.」

-훗. 나도 당근, 괜찮지. 걱정 말라고 해.

「다행입니다. 적의 성형작약탄 공격이 주인님께 집중된 것으로 감지되어, 저도 걱정했습니다. 총기를 이용한 탄환에는 코드명 ‘념력자’의 념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개조된 탄두의 파괴력은 두 분의 병기, 정글도와 청명검의 내구력까지 상회…….」

-자, 잠깐! 지금 뭐라고?

「개조된 탄두의 위험성을 설명 드렸습니다. 물론 두 분의 내력이 집중된 상태에서는 안전할 것으로 판단되나, 가급적 개조탄두를 정글도로 직접 방어하지 않으실 것을 권고합니다.」

이 녀석, 내가 작약탄인지 철갑탄인지를 무식하게(?) 정글도로 직접 쳐버릴 것을 걱정한 건가? 솔직히 조금 전에는 정말 그럴 뻔하긴 했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몽몽. 그 얘기 말고! 너 방금, 놈의 총으로 쏜 작약탄에는 ‘념 명령어’가 없다고 했냐?

「그렇습니다. 대교님을 노렸던 탄두에는 두발 모두에 념력자의 추가 념이 없었습니다.」

이것 봐라? 작약탄에 적용된 ‘념’은 나 진유준에게 쓸 탄환만 따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일단, 개수가 한정되어 있단 말이로군. 가,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혹시?

난 아까 처음 날아들었던 총알이 정수리를 스쳐 지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든 총탄들이 제각각 미묘하게 다른 부위로 날아들었던 것도 기억해냈다.

내가 ‘뭔가 달라, 전부라고 인식했던 총탄들의 목표, 그리고 총탄들의 개수는… 핫! 이거, 맞는 거 같은데?

「주인님?」

-몽몽. 놈의 ‘념 사용 패턴을 하나 더 알게 된 거 같다.

난 헤아리다가 말았었던 총탄 개수까지 다시 기억해서 차분하게 따져 본 후 결론을 내렸다.

-몽몽, 놈이 내게 쏜 개조 탄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 따라다니는 움직임을 보였었어, 이제 보니 그건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입은 상처를 목표로 날아들었던 거였어. 내가 뱀파이어 시그마와 침묵의 유령, 그 둘과 싸울 때 생겼던 상처들의 수와 조금 전 날아든 총탄의 개수까지 거의 일치해

「아! 그렇다면, 주인님을 공격한 개조 탄두들에 사용된 념은, 주인님의 혈액을 매개체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난 이제 놈의 다른 능력들도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어.

나는 아까 이형환위를 쓰기 직전에 땅에 떨구어 두었던 활과 화살을 내려다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등에 매고 있던 배낭까지 풀어서 그 옆에 내려놓았다.

활로 놈과 저격 맞짱 뜨려고 했던 건, 이제 취소! 혹시 모르니까 천잠사 같은 소도구만 좀 챙기고… 다시 가는 거다. 이제 진짜 놈을 잡으러! 얼마 후,

난 다시, 새삼 투지를 다지며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다. 대교, 몽몽 콤비와는 따로 전투를 치루는 동안 각자 확보한 적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간단한 작전회의까지 마친 후였다.

저격수의 탈을 쓴, 이상한 념력자 놈! 다른 에레보스 녀석들과 달리, 오랜 시간 철저하게 날 맞이할 준비를 해 놓은 거 자체는 칭찬해 주겠어. 훗, 그러니까, 나도 예의상(?) 네가 준비한 만찬을 가급적 전부 맛보며 깨주마.

파파파밧!

섬 안쪽으로 신형을 날려 들어가자마자, 무수한 트랩 탄환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맹렬하고 강력했으며, 헤아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숫자였다.

어디, 정말 그런지 해볼까?

나는 비교적 차분하게 정글도를 휘둘러 도막을 펼치며, 몸을 약간 애매하게 옆으로 기울였다.

도막에 막힌 것들은 당연히 그대로 부서지며 흩어졌고, 놓친 것들은 쉬익, 쌕! 내 눈앞이며 귓가, 겨드랑이 사이, 등등 몸 여기저기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왼쪽 옆구리와 어깨의 옷이 살짝 찢겨진 것 같고, 오른쪽 목덜미가 약간 찌릿하군. 뭐, 결국 상처라고 할 만한 부위는 없어.

난 나름 만족하여 지긋이 웃으며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파파박!슉! 슈슉! 씨익! 쌕!

가지각색의 파공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계속 적당히 정글도를 휘두르며 나아갔다. 처음 몇 번은 걸음을 멈추고, 소위 ‘념(念)의 만천화우(滿天花雨)에 대응해야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의 걸음은 거의 멈추지 않게 되었고, 피하는 숫자보다 정글도가 직접 쳐내는 숫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신체 각 부위로 날아드는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엉성한 춤을 추기라도 하듯 움직이던 나의 전신도 차츰 가벼운 산책을 하는어떻게든 대교 쪽의 상황을 확인해봐야…….

「주인님!」

아! 몽몽이 먼저?

「주인님! 대답해주십시오! 주인님!」

-어, 그래! 몽몽, 괜찮냐? 대교는?

「아! 대교님은 무사하십니다. 오히려 주인님을 걱정하시고 계십니다.」

-훗. 나도 당근, 괜찮지. 걱정 말라고 해.

「다행입니다. 적의 성형작약탄 공격이 주인님께 집중된 것으로 감지되어, 저도 걱정했습니다. 총기를 이용한 탄환에는 코드명 ‘념력자’의 념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개조된 탄두의 파괴력은 두 분의 병기, 정글도와 청명검의 내구력까지 상회…….」

-자, 잠깐! 지금 뭐라고?

「개조된 탄두의 위험성을 설명 드렸습니다. 물론 두 분의 내력이 집중된 상태에서는 안전할 것으로 판단되나, 가급적 개조탄두를 정글도로 직접 방어하지 않으실 것을 권고합니다.」

이 녀석, 내가 작약탄인지 철갑탄인지를 무식하게(?) 정글도로 직접 쳐버릴 것을 걱정한 건가? 솔직히 조금 전에는 정말 그럴 뻔하긴 했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몽몽. 그 얘기 말고! 너 방금, 놈의 총으로 쏜 작약탄에는 ‘념 명령어’가 없다고 했냐?

「그렇습니다. 대교님을 노렸던 탄두에는 두발 모두에 념력자의 추가 념이 없었습니다.」

이것 봐라? 작약탄에 적용된 ‘념’은 나 진유준에게 쓸 탄환만 따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일단, 개수가 한정되어 있단 말이로군. 가,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혹시?

난 아까 처음 날아들었던 총알이 정수리를 스쳐 지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든 총탄들이 제각각 미묘하게 다른 부위로 날아들었던 것도 기억해냈다.

내가 ‘뭔가 달라, 전부라고 인식했던 총탄들의 목표, 그리고 총탄들의 개수는… 핫! 이거, 맞는 거 같은데?

「주인님?」

-몽몽. 놈의 ‘념 사용 패턴을 하나 더 알게 된 거 같다.

난 헤아리다가 말았었던 총탄 개수까지 다시 기억해서 차분하게 따져 본 후 결론을 내렸다.

-몽몽, 놈이 내게 쏜 개조 탄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 따라다니는 움직임을 보였었어, 이제 보니 그건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입은 상처를 목표로 날아들었던 거였어. 내가 뱀파이어 시그마와 침묵의 유령, 그 둘과 싸울 때 생겼던 상처들의 수와 조금 전 날아든 총탄의 개수까지 거의 일치해

「아! 그렇다면, 주인님을 공격한 개조 탄두들에 사용된 념은, 주인님의 혈액을 매개체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난 이제 놈의 다른 능력들도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어.

나는 아까 이형환위를 쓰기 직전에 땅에 떨구어 두었던 활과 화살을 내려다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등에 매고 있던 배낭까지 풀어서 그 옆에 내려놓았다.

활로 놈과 저격 맞짱 뜨려고 했던 건, 이제 취소! 혹시 모르니까 천잠사 같은 소도구만 좀 챙기고… 다시 가는 거다. 이제 진짜 놈을 잡으러! 얼마 후,

난 다시, 새삼 투지를 다지며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다. 대교, 몽몽 콤비와는 따로 전투를 치루는 동안 각자 확보한 적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간단한 작전회의까지 마친 후였다.

저격수의 탈을 쓴, 이상한 념력자 놈! 다른 에레보스 녀석들과 달리, 오랜 시간 철저하게 날 맞이할 준비를 해 놓은 거 자체는 칭찬해 주겠어. 훗, 그러니까, 나도 예의상(?) 네가 준비한 만찬을 가급적 전부 맛보며 깨주마.

파파파밧!

섬 안쪽으로 신형을 날려 들어가자마자, 무수한 트랩 탄환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맹렬하고 강력했으며, 헤아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숫자였다.

어디, 정말 그런지 해볼까?

나는 비교적 차분하게 정글도를 휘둘러 도막을 펼치며, 몸을 약간 애매하게 옆으로 기울였다.

도막에 막힌 것들은 당연히 그대로 부서지며 흩어졌고, 놓친 것들은 쉬익, 쌕! 내 눈앞이며 귓가, 겨드랑이 사이, 등등 몸 여기저기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왼쪽 옆구리와 어깨의 옷이 살짝 찢겨진 것 같고, 오른쪽 목덜미가 약간 찌릿하군. 뭐, 결국 상처라고 할 만한 부위는 없어.

난 나름 만족하여 지긋이 웃으며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파파박!슉! 슈슉! 씨익! 쌕!

가지각색의 파공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계속 적당히 정글도를 휘두르며 나아갔다. 처음 몇 번은 걸음을 멈추고, 소위 ‘념(念)의 만천화우(滿天花雨)에 대응해야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의 걸음은 거의 멈추지 않게 되었고, 피하는 숫자보다 정글도가 직접 쳐내는 숫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신체 각 부위로 날아드는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엉성한 춤을 추기라도 하듯 움직이던 나의 전신도 차츰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듯 안정적인 움직임이 되어갔다.

좋아, 익숙해져 간다. 념의 트랩으로 가해져오는 공격의 스피드, 리듬, 각도 등등 모든 것이 말야. 이대로 다음 단계까지… 웃! 이건?

어느 순간, 이제 익숙해진 리듬 속으로 미묘한 엇박자가 파고들었다. 두 번째 념의 패턴, 념력자 놈이 직접 쏘아대는 탄환들이었다. 몽몽!

반사적으로 몽몽을 부르며 격하게 회피 동작을 하는, 나의 하복부와 허리께로 격한 뜨거움이 연속으로 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물론, 그 어떤 무엇도 내 몸에 적중되지 못했다.

방금 날아든 것들이 쏘아진 방향은… 음. 적당한 거리에서 뒤따라오던 대교와 몽몽 콤비도 념력자 놈의 위치를 감 잡고 추격에 나섰군.

나는 대교의 아름다운 신형이 멀어지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념력자 놈이 그녀를 피하기 위해 선택할만한 동선을 가늠해 보았다.

월광절화결, 청섬백!

언제 봐도 빨려들 듯 신비로운 초승달을 만들어 날려 보낸 후,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다. 청섬백이,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을 보며 몽몽에게, 그 방향과 속도를 알려주었다. 나는 다시 그리 서둘지 않는 걸음으로 청섬백이 날아간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청섬백이 놈의 움직임과 일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뭐, 아무려면 어떻겠어.

난 다소, 아니 꽤나 성의 없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걸었다. 내가 이 시점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두 가지였고, 그중 하나는 일찌감치 확인이 되었다. 계속… 아무것도 날아들지 않고 있군. 이제 념의 트랩 작동 키워드를 확실히 알겠어. 어디보자… 조금 전부터, 대교의 내력 발산이 은근해진 거 같으니까, 연락을 해볼거나?

-몽몽!

「예, 주인님. 연락 가능 상황입니다.」

-흠, 다시 놈의 종적을 놓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누적된 데이터로, 적의 동선을 7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예측 가능합니다.」

훗. 몽몽이라면 당근, 그래야지. 이젠 나도 그 정도는 감으로 알게 되었… 아, 이런. 내 경우는 아직 검증 안했던가?

-좋아. 근데 내 청섬백이 비슷하게 가긴했냐?

「말씀 그대로, 비슷한 지점에서 도주 중이던 념력자와 조우했으며, 청섬백 목격후의 도주 패턴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택도 없이 빗나가긴 했어도, 놈이 보고 식겁할 정도는 되었던 모양이니, 그 정도면 헛수고는 아니었군. 좋아~ 내 감의 정확도도 영점조절이 좀 된 거 같군.

-그리고 너 아까, 놈의 트랩 작동 명령어는 그냥 인간의 접근이 아니라, 내력을 가진 인간일지 모른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위험성이 높아, 대교님께 확인하시라고 권고할 수는 없었습니다. 헌데 주인님께서 직접 확인하신 것입니까?」

-당근, 계속 실험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지. 내력을 9할 이상 갈무리한 상태의 은신술 모드와 함께, 내력을 가급적 발쪽으로 돌리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알아낸 정도까지 조율하려면 현천기공의 아홉 번째 장에서 은산지수(隱山之水)의 흐름을 이용하는……..

아, 아차! 대교도 현천기공을 알고는 있어. 그러나 그녀의 기본 심법은 어디까지나 ‘마봉후(魔鳳后)’의 ‘수라진경(修羅眞經)’이야. 에고, 어쩐다?

「현천기공과 수라진경의 운용 상이점은 제가 조정해서 대교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오~ 역시 우리 몽몽 선생! 잘 부탁해!

「별말씀을! 그보다 주인님이야말로 전투 감각이 더욱 진보하신 것 같아 기쁩니다.」

-너야말로 별말씀을!

나와 몽몽은 어느 정도의 여유와 가벼운 웃음기로 두 번째 작전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아직 전부라고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파악된 념력자 놈의 공격 패턴은 나의 원초적인(?) 감과 몽몽의 오버 첨단 과학력에 의해 거의 까발려진 셈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상황을 간단 정리해 보자면, 섬 전체에 깔아놓은 트랩은 이제 대부분 무용지물, 직접 저격은 조금 전처럼 오히려 놈 자신의 위치만 노출시키게 되고, 나를 황당하게 했던 ‘살아있는 요괴처럼 공격해오던 작열탄’도 이제 다 써서 잘해야 한 발정도 남았을 거야. 념력자 놈, 나름 철저하게 날 사냥할 준비를 해놓았던 거지만, 결국 지금은 우리 쪽에서 놈을 역사냥하게 된 셈이랄까?

나는 몽몽이 전해오는 대교의 움직임과 념력자 놈의 움직임을, 내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려보며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이 섬에 도착한 이후로는, 내게 말조차 걸어오지 않고, 오직 놈의 척살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고 있는 우리 대교의 살벌 무쌍한 기운은, 점점 더 확실하게 놈을 몰아붙였다. 나는 놈이 대교를 피해 달아나는 동선을 대충(?) 찍어서 월광절화결로 역 저격하는 걸 몇 번 더 반복했다. 그때마다 몽몽이 내 깜깜이(?) 저격의 효과를 알려 주어서, 나는 계속 오차를 보정할 수가 있었다.

으으음. 이렇게 지원 사격으로 놈을 우리가 원하는 포인트로 몰아가는 건 좋은데, 이제 나의 내력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 좀…….

「주인님! 1분 22초 후에 해당 좌표로 부탁합니다. 마지막 지원 요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호! 그래? 그렇다면 기왕에 하는 거, 화끈하게 가자!

나는 정글도를 크게 치켜들었고, 나의 내력을 전부 달빛으로 화하여 햇살이 무색할 정도로 환한 달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월광절화결(月光切花訣), 홍염월(紅炎月)!

정글도가 뿜어낸 달빛의 정화는 일견 청섬백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초승달은 앞으로 나아가며 빠르게 차올라 완전한 원, 만월이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명칭처럼 붉은 핏빛을 머금은 달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내력으로 이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나는 이제, 념의 트랩이 반응할 정도의 내력이 아예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기에, 그냥 순수 육체의 힘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인님의 지원 공격이 성공적으로 념력자의 도주 경로를 변경 시켰습니다. 이제 곧 예정 포인트에… 아! 대교님의 내력과 청명검의 에너지 싱크로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에고. 이제 정말 적을 끝장낼 때가 되었다는 인식 때문일까? 얼음꽃 소녀 청명까지 풀 파워 전개인가보다! 역시 이젠 나도 말릴 수가 없겠어. 나는 계속 전력으로 달렸고, 내가 달려가는 방향으로부터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대교가 발산하는 냉기의 여파가 사방으로 폭사되는 것이 눈으로도 보일정도였다.

이런 제기! 대교가 나보다 내력이 깊은 거야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 정도 여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 념력자 놈의 마지막 저항도 만만치 않은지, 놈의 유탄이 이쪽까지 날아오기 시작했어.

조금 전에 홍염월을 펼치느라 내력을 전부 써버린 나로서는, 호신강기도 변변히 쓰기 어려운 상태이니… 쯧, 어쩔 수 없군.

나는 결국 싸움 현장에서 4, 50미터정도 거리부터 달리는 걸 멈추고, 약간 빠른 걸음 수준으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순수 체력만으로 뛰어오다 보니 숨이 좀 가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와 싸움 현장 사이의 나무들이 그리 빽빽하지 않아서, 얼핏얼핏 대교의 화려한 검무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아~ 역시 울 이쁜 대교! 저렇게 치명적인 검기와 검풍이 휘몰아치는 공간 속에서도 화사한 꽃처럼 피어나는… 그야말로 눈부신 칼부림… 응? 아, 아니. 칼부림 말고 거, 검무! 울 이쁜 대교의 검무는 킹왕짜앙! 큼. 크흠!

후반부에서 에러난 감상평을 서둘러 요몽스럽게 마무리하는 사이, 대교의 살벌한 칼부, 아니 멋진 검무는 빠르게 멈추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예의 ‘념력자 사냥 마무리 예정 포인트’에 도착했다. 내가 막 빠져 나온 숲이 끝나면서 농구 코트 정도의 작은 공터가 있었고, 맞은편은 그야말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이 좌우로 끝없이 이어진 지형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막다른 골목’이었던 것이다.

“대교.”

내가 낮게 부르자, 내게 등을 보인 채 서있던 대교가 문득 정신이 드는 듯 ‘아!’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보았다.

“유준, 오라버니.”

날 부르며 살포시 미소 짓는 대교의 얼굴은 아직 조금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항상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웠던 머릿결이 흐트러져, 몇 올이 뺨이며 목덜미에 달라붙어있다. 무엇보다 전신 여기저기의 옷이 약간씩 찢겨져 나간 모습 때문에, 안쓰러운 생각이 먼저 치밀어 올랐다.

아, 당장 대교의 상처를 살피고, 아니 먼저 무조건 안아주고 뭐라고, 뭐든 말해주고 싶은데… 치이~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야. 정신 차리자, 진유준! 나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며, 한 손을 뻗어 대교의 어깨부근을 살짝 잡았다가 놓고는 토닥이듯 몇 번 더 두드려 주었다. 나의 사랑스런 소녀는, 그런 정도로도 내 마음을 다 알고 받았다는 듯 기쁜 웃음을 환하게 피어 올렸다. 나는 몇 초인가를 마주 웃어 보인 다음, 슬쩍 고개와 몸을 돌려 념력자 놈이 주저앉아있는 쪽을 보았다. 하지만 당장은 놈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으으~ 차, 참고 말았다! 해냈어! 대교의 이렇게 미칠 듯이 사랑스런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쿨한척,에 성공했어! 나, 진유준의 인간 승리!?

만만쇄이~!

난 혼자 내심 주접을 좀 떤 다음에야 정신을 수습하고, 천천히 념력자 놈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의 하십시오! 적은 분명 치명상을 입고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불안요소가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하게…….」

-알아, 몽몽.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념력자 놈은 절벽이 시작되는 바위벽에 힘없이 기대앉은 채, 한손에는 토막 난 총의 일부를 쥐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피가 흐르고 있는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헐떡이고 있는 념력자의 3, 4미터 정도까지 다가서며 피식 웃었다.

-무엇보다 당장은, 이 녀석의 지금 이 죽어가는 듯한 모습, 이게 연극… 전부 뺑끼, 속임수일지 모른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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