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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43화


843화. 엘더갓들의 세계 ‘드림랜드’ (1)

“흐음. 상당히 많이 몰려오긴 했군. 겁도 없이 여러 계층에서 연합을 했다고 하더니. 최소한 7개 이상의 세력이 동맹을 맺은 건가.”

“다 긁어모은 게 고작 저 정도인 거겠지. 어차피 며칠 이내에 모조리 핏물로 변할 쓰레기들이다.”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연합 측의 총 숫자는 약 98만.

계속해서 아래층에서 병력을 보강해온 결과였다.

역사상 다시 없을 대병력이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50층 아래에서의 이야기.

50층의 존재들에겐 상상을 초월하는 세월과 그걸 녹여낸 군대가 존재했다.

쿵! 쿵! 쿵!

30m에 이르는 거대한 거인들과 기괴한 형태를 한 대형 몬스터들이 보인다.

양들의 요람이 있는 외벽을 따라 속속들이 각 신격이 거느리고 있는 병력이 집결했다.

“크르르….”

“췌에에엑!”

입에서 촉수를 뿜어내는 놈도 알 수 없는 기체에 휩싸여 있는 상위종들도 있었다.

일국을 멸할 수 있는 신화 속 괴물들이 끝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스이디크 님은 아직인가?”

“아직 풀어야 할 금제가 남아 있다고 하더군. 그게 전부 해소되어야 우리 역시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테고.”

신격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내부 성채’.

아직까지 그들도 이 외곽에 오는 것만이 간신히 허락된 상태였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성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건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이었으니까.

자신들도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된 금제들일진대, 외부에서 온 침입자들이 알아낸다는 건 불가능하겠지.

또한 이 철벽같은 방어진에 아무런 기책도 없이 돌진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결국, 뭔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낼 때까지 전면전보다는 관망을 할 확률이 높았..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두두두두….

바로 근처에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공격을 해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로군. 이번 적들은 기본적인 전력 파악이라는 것도 하지 못하는 건가?”

“너무 방심하지 마라. 어쨌거나 슈브니구라스께서도 놈의 이빨에 물리셨으니. 아마 무언가 장난질을 해뒀을 가능성도 있다.”

“크하하하! 즐거운 여흥이 되겠어!”

다양한 반응과 함께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

양들의 요람으로 가는 통로 중 하나.

서쪽 능선에 위치한 성채의 입구는 대규모 병력이 들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성문을 베는 건 내가 하겠다.”

“믿겠습니다.”

선두를 맡은 펜하이머와 에브라함이 오러를 끌어올렸다.

[적색기병이 ‘쐐기 대형’을 완성합니다!]

[돌파력과 방어력이 각각 100% 만큼씩 증가합니다!]

제국 제1 기사단. ‘적생기병 기사단.

특수한 중갑으로 무장한 기마대는 그야말로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다.

“크오오오!”

“므마…와카이아!”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인들이 다리를 막아섰다.

여섯 개의 팔에 들린 흉기가 그대로 기사단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지면이 통째로 파여버리는 듯한 충격.

그러나, 뼈와 살을 으깨버리는 파육음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기사단에게 실드를 걸어주던 마법사들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악!”

“커억!”

수용 가능한 충격을 넘어선 탓에 시전자에게 그 반동이 돌아가 버린 탓이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마법사들의 희생 덕에 한 번의 턴을 벌게 된 기사단이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두두두두두!

“힘을 내요!”

“빨리 조금만 더!”

정령계에서 온 바람의 정령수들이 마력을 불어넣었다.

선풍과 미풍이 몰아치면서 말들의 속도를 더욱 가속시켰다.

“방벽을!”

“시선을 끌게!”

운디네가 물로 된 방벽을 소환했고, 살라맨더는 불을 뿜으며 적의 시야를 차단했다.

“하아아압!”

오러를 끌어올린 펜하이머가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줄기줄기 몰아치는 푸른 빛 광휘가 당장이라도 성문을 베어버릴 듯 시시각각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멍청하구나.”

“고작 중층부의 소드 마스터 따위가 내 거인들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하하! 어디 해볼 수 있으면 한번 해보려무나. 그 검이 과연 성문에까지 닿을지!”

저 멀리.

외곽 성채의 위쪽으로 우주를 투사한 체스판이 보였다.

태고의 신격들이 저마다의 장기말을 늘어놓은 채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나 놈들에게 있어서 이 싸움은 아직까지 ‘게임’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압도적인 오만함.

자신의 동료들이 소멸당한 적이 있다고 한들, 그걸 자신의 운명으로 투영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홀로 다니다 죽었던 과거의 신격들과 달리 지금은 수많은 신격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 아닌가? 만에 하나라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허의 거인이 Lv135 ‘파쇄추’를 발동합니다!]

위에서…

・・・・・・ 아래로.

수백 톤에 이르는 망치가 낙하했다.

조금 전과는 위력 자체를 비교할 수 없다.

굳이 가늠하지 않아도 적색 기병 모두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기에 적중한다면 마법사들의 실드와 소드마스터의 몸뚱어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거란 걸.

“계속 가라!”

에브라함이 거인의 발목으로 파고들었다.

아킬레스건을 끊어서 균형을 무너뜨릴 생각이다.

동시에.

날아오는 파쇄추 쪽에서도 새로운 기운이 폭발했다.

[천마대멸 ‘영(嶺)’이 발동됩니다!]

그것은 무의 극의였다.

태고의 공포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한 분야의 끝에 도달한 자만이 보일 수 있는 격이 펼쳐졌다.

쩌저저적!

무기의 표면에 그대로 금이 가면서 검고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레벨? 무게?

그런 건 이 절대자의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콰콰콰콰콰콰!

갈려나간 파편들이 폭풍이 되어 공허의 거인의 몸을 헤집었다.

“크오오오!”

살점이 뭉텅이로 잘려나간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공허의 거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좌우로 쓰러졌다.

툭.

천마가 그 시체 위에 섰다.

“서쪽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 우호법과 좌호법은 제국을 도와 문을 확보하고 안에 거점을 만들도록 하라.”

“존명.”

“존명”

암황과 새롭게 좌호법에 오른 ‘묵호’가 고개를 숙였다.

천마신교의 정예들이 즉시 움직였다.

“천마신교나 사파에게 모든 걸 맡길 순 없다.”

“무림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놈들은 10년간 면벽수련을 시킬 테니 다들 각오해랏!”

화산과 무당 그리고 소림의 고수들 역시 이에 가세하였다.

서걱! 수많은 정사대전을 치르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았기에, 진을 갖추는 속도와 그 완성도 역시 감탄이 나올 수준이었다.

콰직!

“키엑!”

“케엑!”

공허의 거인들 주위로 있던 수천의 양산형 몬스터들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흑천마황공’을 극성까지 펼치는 암황과 또 다른 경지에 접어든 ‘월영’ 역시 눈부신 활약을 뽐냈다.

“서포팅은 이 정도면 되겠지.”

연이어 고성급 대결계들을 펼친 벨토르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묘하게 개입해서 전과를 극대화했는데.

적은 노력으로 꽤나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대로라면 안정적으로 서쪽 성문 하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했는데.

……!!

“위험해!”

벨토르가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쿠쿠쿠쿠

・・・콰아아앙!

성문 주위로 불기둥이 떨어졌다.

치이이익!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무림의 고수들과 제국의 기사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 살 점 하나 남기지 못했다.

적어도 100명 이상이 이 한 방에 증발해버렸다.

호신강기나 신성방벽, 혹은 갑옷들마저 녹여버리는 지독한 화력이다.

그리고.

꾸물꾸물.

그 이글거리는 심연의 화염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기어올라왔다.

“천마에… 고대의 등반자 중 하나라. 마침, 누구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군.”

슈드뮤엘.

수십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지렁이 형태의 신격이 성채의 입구를 가로막았다.

***

같은 시각.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쪽에서도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잔류월광으로 만들어낸 진혁의 분신, 그리고 서리혼령과 오필리아를 주축으로 한 일종의 사절단이었다.

직접적인 전투를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히이이…. 와아아.”

오필리아가 경외심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우터 갓들의 영역과는 또 다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장소.

찬란한 빛과 신비로운 동, 식물들이 가득한 풍경은 당장이라도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하늘 위로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행성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대거점 ‘드림랜드’에 진입합니다!]

엘더갓들의 핵심 거점 중 하나이자, 아자토스의 궁전을 제외한다면 50층 전체에서 가장 탄탄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성역이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엘더갓들이 아우터갓들로부터 전멸하지 않은 건 모두 이 드림랜드가 존재한 덕분이었다.

“초대받은 게 아니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장소로군요.”

“이처럼 완벽한 거점은 저 역시 처음입니다. 아예 틈 자체가 보이지 않아요.”

“저게 엘더갓의 병사들인가? 하나하나가 전부 괴물들이로군.”

아타락시아에서 온 혈족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잔뜩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전력 차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헤헤. 재밌네. 얘네들 피도 빨간색이려나?”

“글쎄 아마 조금 다르지 않을까? 나는 그것보단 얘네를 죽일 수 있으면 우리 ‘쾌락 살인’ 수치가 몇이나 오를지가 궁금해!” 호위 격으로 붙은 케이시와 주드로의 눈에 진득한 살기가 흘렀다.

“적당히들 해. 여기서 피를 보려다가 모조리 죽을지도 모른다고. 이 녀석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달라.” 아델이 핀잔을 주었다.

“에이. 그리 말하는 것치곤 오빠가 제일 굶주린 것 같은데?”

“맞아맞아. 손가락도 움찔거리고 있잖아? 아마 조금만 톡 건드려주면 바로 검을 뽑을 것처럼 말이야.”

그 말대로다.

“뭐, 맛있어 보이긴 하지.”

아델의 눈에는 케이시와 주드로보다 더욱 짙은 피비린내가 스며들어 있었다.

세 명의 호위가 애써 살심을 갈무리했다.

이성이 본능을 앞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분신이라곤 하나 진혁이 이 자리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지.

‘함께 데리고 온 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조금 떨어진 후미에서 걷고 있던 진혁이 셋을 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

툭!

누군가 다급히 어깨를 움켜잡았다.

“진혁 님.”

릭 헤네시였다.

“……!? 아니, 어떻게…”

진혁이 헛숨을 들이마셨다.

설마 여기서 릭을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탓.

소식마저 완벽하게 끊어졌기에 더욱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급하게 알려드려야 할 소식이 있어서 조금 무리하게 왔습니다.”

호흡을 가다듬은 릭이 말을 이었다.

“수리부엉이가 당한 것 같습니다. 수리부엉이는 엘더 갓 중 하나와 접선하기로 했었는데, 그걸 미리 읽어내고 남자와 천유성이 선수를 쳤습니다.” “무슨…! 아니, 그걸 대체 어떻게 미리 읽었다는 겁니까?”

충격적인 말에 진혁이 패닉에 빠졌다.

“수리부엉이가 있던 곳에 잔념을 읽어본 결과… 녀석은 제 기억이 봉인되어 있는 동안 제 능력을 복사했었고. 그걸 완전히 개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아마, 잔념에서 그 자가 언급한 ‘서브 엔딩’이나 ‘이스터 에그’와 관련된 추가 보상과 연관이 되어있겠죠.’

릭이 기록된 영상을 재생했다.

거기엔 수리부엉이와 과거의 천유성이 남긴 데이터. 그리고 현재의 천유성이 함께 있는 기억이 저장되어 있었다.

영상이 재생될수록 진혁의 표정이 점점 더 딱딱하게 굳었다.

탑의 법칙을 재배열할 수 있는 릭 헤네시의 고유권능.

그것마저 습득이 가능한 영역이란 말인가.

타인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는 걸 놈도 역시 할 수 있었다니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아니 그렇다는 건 설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제가 타인의 능력을 복사하는 데에는 필요한 요구조건들이 있습니다.”

진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릭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 제가 했던 게 아닙니다. 정확히는 저도 몇 개 정도는 거들긴 했지만… 전부 다 한 것은 아닙니다.”

빌어먹을.

지금까지 ‘복사조건’을 거는 건 시스템이나 아니면 이 탑을 창조한 릭이 오롯이 혼자서만 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의 천유성이 걸었던 거였다고?

그 또라이 같은 내용들이 전부 그 녀석의 작품이었단 말이야?

“제 기억이 부재였던 것을 활용하여 저를 연기하며 함정을 팠었습니다. 운영자 몇몇을 사냥한 것도 모두 미끼를 뿌려가며 꾀어낸 것이었죠.”

압도적인 권능을 펼치는 터라, 운영자들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더 미쳐버린 스토커의 광기가 태산처럼 다가오는 기분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었어요.”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릭이 마른 침을 삼켰다.

무얼 말하든 간에 저 입에서 나오는 건 최악의 경우를 뜻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예상대로.

“양들의 요람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릭은 모든 것의 끝을 고하는 선언을 했다.

승산이 조금이나마 있던 선택지들.

그것 역시 천유성의 데이터가 조작해놓은 거짓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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