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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65화


865화. 과거의 망령 (4)

타아아앙!

번개처럼 날아가는 탄환들.

노리는 곳이 같기에 탄환과 탄환이 가는 경로 또한 같았다.

“멍청하긴! 탄환의 크기와 거기에 담긴 마력이 얼마나 차이 나는 줄 아느냐!”

“알아.”

누가 멍청한지는 조금 뒤에 보면 알게 될 거다.

작으니까 가능한 곡예.

사용한 건. [혈액의 저주가 새겨진 관통탄] [파마(魔)의 탄]

주술탄 중에서 사멸자가 가장 공을 들여 만들어준 2개의 총알이다. 콰드득!

송곳니 모양의 탄환이 거대한 탄환 속으로 파고들었다.

단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타점을 노려야만 가능한 일.

이어진 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파아아앙!

관통했다.

너무도 깔끔하게.

그러고도 여전히 속도를 살려 목표물의 배와 오른손을 꿰뚫었다.

퍼퍽!

능력의 숫자와 질을 뛰어넘어.

이해도의 차이가 가른 승패였다.

“네가 얼마나 많은 회차에서 좋은 능력들을 모아왔는지는 몰라도. 그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네.” 

진심으로 즐겼다.

단순히 집착하고 갈망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흠뻑 빠져서 연구하고 또 연습하는 그런 나날을 보냈다. 그 결과가 이거다.

푸슉!

탄환이 파고든 자리에서 피가 뿜어졌다.

이번에는 회복되지 않는다.

과거의 망령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단순히 최고의 능력들을 모으는 것에만 집중했나 본데,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는 능력들은 극한까지 갈고 닦인 진짜 고인물의 능력을 넘어설 수 없어.”

“닥・・・쳐라! 우연히 한 번 이긴 것 가지고 승리에 취해 함부로 지껄이지 말란 말이다!”

진심으로 분노하는 걸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증거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25초입니다!]

완벽하게 숨통을 끊어놓기엔 이쪽 역시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무엇보다 ‘황야의 무법자’를 너무 극한까지 사용하면서 팔과 손목의 상태가 최악에 가까웠다.

정밀한 조준을 해야 하는 사격에 있어서 정확도를 조상님께 맡겨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물론,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타다다당!

타아앙!

진혁이 사력을 다해 모든 탄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퍼퍼퍼퍽!

퍼퍼퍽!

탄환이 엉뚱한 곳에 박혔다.

목표의 근처에라도 도달하는 비율이 채 40%도 안 됐던 것.

“하하하! 어딜 노리는 거냐?”

“…젠장.”

그렇게.

희비가 엇갈렸다.

***

[・・・ 종료됩니다!]

짧은 상태창을 끝으로 과거의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던 능력이 사라졌다.

사방에서 온 힘을 다해 서포팅을 해주던 천유성과 엘리스 그리고 테레사마저도 과거의 망령이 꺼낸 능력들의 향연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와서 알아낸 거지만 놈의 약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 많은 수의 능력 중에서 죽음에서 벗어나게 해줄 능력만 50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장이나 머리 혹은 다른 곳을 노리더라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수밖에.

굳이 다른 제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승부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래도 상당히 스릴 있었어. 나에게 실질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했고. 10분만 더 버텼으면 아자토스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 버렸을 정도로 아슬아슬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80점을 주도록 하지.”

“평가가 많이 후해졌네.”

“강자에 대한 경의 정도라고 해두마. 레인저 능력은 내 방어능력마저도 관통해 버릴 수 있는 격이 있더군. 솔직히 말해 놀랐다.”

“그래? 하아….”

진혁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툭.

두 자루의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신.

더 이상 총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준비한 3,500발의 주술탄 역시 모두 소진해버렸으니까.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은 있느냐?”

“꼭 짚어주고 싶은 게 한 가지 정도는 있네.”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25초 전에 내 사격이 많이 빗나갔잖아.”

“으음. 그때는 조금 실망하긴 했다. 부상을 입었다는 걸 감안 해도 명중률이 너무 형편없었거든.”

“그게 정말로 잘못 맞힌 거라고 생각해?”

“뭐…”

뭔가 이상하다.

라는 분위기를 느꼈을 땐 주위에서 기묘한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주술탄이 꽂혀 있는 지면으로부터 푸른 선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

“맞아. 내가 원했던 건 불사에 가까운 네 몸뚱아리가 아니라.”

탄환을 통해 주술결계를 그렸던 것.

여기에 사용된 주술탄엔 강화나 관통 폭발 따위 같은 게 아닌 오롯이 ‘잃어버린 언어’와 ‘고대결계’에 관한 능력만이 새겨져 있었다. 

“하하하…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날 놀라게 하는구나. 그래”

여전히 똥오줌 못 가리고 웃고 있네.

이게 온갖 기연이란 기연은 다 모아버린 놈의 자신감이다 이 말인가?

“그러고 보니. 너도 아직 내 새로운 능력은 본 적이 없지?”

진혁이 턱을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능력?”

“그래. ‘결계사’로 전직하고 나서 얻은 내 고유성창.”

다른 거야 다 알고 있을 테지만.

이번에 처음 고르게 된 ‘결계사의 끝’에 대해서는 알 리가 없을 테지.

그러니 보여줄게.

이 싸움의 마지막이 될 진짜 쐐기 못이 무엇인지.

[플레이어 강진혁이 결계사의 고유성창…]

이어진 빛줄기가 완전한 원을 그렸다.

동시에.

[‘금언(言)의 무게’를 발동합니다!]

푸른 빛이 어둠을 뚫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결계사로 대성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고유성창.

당연히, 수많은 고대 언어와 룬어는 물론 ‘잃어버린 언어’까지 습득하고 있는 진혁에게 있어 고유성창을 익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지금까지 아껴뒀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금제’ 스스로를 억압하고 발동조건을 까다롭게 할수록 고유성창의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 끔찍했던 슈브니구라스와의 전투는 물론, 외신들의 군주인 아자토스의 분신체에게마저 쓰지 않고 아껴뒀다.

당연히 압축되고 압축된 고유성창은 지금 최전성기를 구현할 수 있을 터.

“해방(解放).”

진혁의 언령이 개시를 고했다.

퍼퍼퍼퍼퍼펑!

과거의 망령 주위에 있던 총들과 포탄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휩쓸려 사라진 것만 해도 전체의 60%가 넘는 수준.

단 한 마디에 이 정도 결과가 나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이대로 무너지면 내가 알던 그 최강의 고인물이 아니지. 좋아. 아주 좋구나. 허나, 언령을 통한 결계만으로는 나에게 먹히진 않을 거다. 설령 고유성창급이라고 해도 말이지.”

“아니 통할 거야. 왜냐하면 너를 나와 같은 만능형이라고 상정하고 계획을 짜놨거든. 정확히는 내 상위호환이 너일 테지만.”

그러니 도라에몽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놈을 잡으려면 한 가지 룰을 강제해야 한다.

딱 하나.

사용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씩만 된다고.

[‘영생목(木)의 진액’을 사용했습니다.]

[앞으로 1분 동안 결계는 어떤 능력에 의해서도 오염되거나 파훼되지 않습니다!]

다음은….

진혁이 입을 열었다.

“외로운 독수리.”

쿠쿠쿠쿵!

왼쪽에서 일어나는 기둥.

수많은 ‘잃어버린 언어’들이 새겨진 기둥을 중심으로 12개의 결계가 나타났다.

“관조하는 갈까마귀.”

쿠쿵!

이번에는 오른쪽.

마찬가지로 튀어나온 기둥을 중심으로 12개의 결계가 나타났다.

“정의로운 푸른 족제비.”

쿠웅!

북쪽에선 15개의 결계가.

“붉은밤의 숫사슴.’

콰콰쾅!

남쪽에서는 18개의 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쿠쿠!

결계와 결계가.

기둥과 기둥이 공명한다.

수백, 수천 개의 선과 면이 이어지면서 50층을 환하게 물들일 대결계가 완성되었다.

[금언의 무게가 ‘최후의 선택’을 종용합니다!]

지금부터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단 하나뿐이다.

진혁이 거침없이 다음을 이어나갔다.

화르륵!

불꽃이 일어나며 선택된 능력이 개방됐다.

[고유성창 ‘파이널 제네시스’ – 특수 한정…]

일전에 중층부에서 안트라드와 싸울 당시 천유성과 함께 했던 ‘플레이어들의 세계’.

그리고 이것은.

[・・・・・・ ‘위대한 등반자들의 세계’가 발동됩니다!]

그것을 뛰어넘는 탑의 위대한 등반자들을 위한 심상세계다.

시야가 바뀐다.

파츠츠츠….

맑고 투명한 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깊지는 않다.

기껏해야 발목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펼쳐진 장면은 마치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일명 ‘거울호수’.

그 이름 따라 모든 게 아름답고 경이롭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낸 장관은 그저 한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나.”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저번에 그거랑 똑같은 거로군. 이번엔 4명이나 들어올 수 있는 거였나.”

곳곳엔 100m가 넘는 검과 칼 도끼와 창 등을 비롯한 무구들이 꽂혀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주인을 알 수 없는 고대의 성유물들이다.

“말도 안 된다….”

과거의 망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어느새 검은 운무를 흩뿌리던 몸은 사라졌고, 수많은 외눈들과 붉은 번개들 역시 전무 소멸해 버렸다.

수많은 회차에서 쌓아온 능력들이.

온갖 종류의 사기적이고 변칙적인 성유물들이.

죄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단 하나를 제외하곤.

콰악.

손바닥에 피가 나올 정도로 휘두르고 또 휘두른.

검.

손에 쥐어져 있는 건 먼 옛날 천유성을 천유성으로서 있게 해준 상징이었다.

***

“고른 건 역시 ‘검의 노래’인가? 백야는 왜 안 선택하고?”

“이게 가장 나에게 맞다.”

진혁의 말에 천유성이 부드러운 눈으로 은은한 선율에 몸을 맡겼다.

“하기야 검의 영역만은 나와 대등하지. 개인적으로 네 검은 내 검만큼이나 훌륭하다고 생각해.”

“훗! 그 말 한 번 듣기가 정말이지 더럽게도 힘들군.”

만족한 미소를 짓던 천유성이 이내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잠깐. 그럼, 검의 영역’만’은 이라는 건 다른 것까지 쓰면 어떻게 된다는 의미냐?”

하여간 눈치는 빨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전부 다 쓰고 싸우면 1무는 어림도 없었지.”

뭘 당연한 걸 또 묻고 그러냐.

괜히 더 얼굴 붉으락푸르락 해지게.

500만 번을 싸워도 글쎄. 1승 따기보다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빠를 거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자자,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고, 지금은 마무리에 집중하자. 모처럼 네 명이서 함께 싸우는 거잖아.”

거울호수에서 네 명의 영웅들이 무기와 능력을 개방했다.

쿠쿠쿠쿠쿠!

개벽의 계시록.

역대 최강이라 칭송받는 아타락시아의 가주를 상징하는 고유성창.

콰콰콰콰콰콰

붉은 피보라가 몰아치며 수많은 꼬챙이들이 과거의 망령에게 쏟아졌다.

카가가가강!

“크윽!”

과거의 망령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반으로 잘린 꼬챙이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분명, 현란하고 굉장한 검놀림이긴 하다만 조금 전 수많은 능력으로 압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롯이 검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똑같은 조건의 고인물 하나가 남아 있을 뿐,

“갈게요!”

테레사가 ‘세라핌’을 발동한 채 앞으로 내달렸다.

황금빛 신성력이 방패에 깃들며 무시무시한 돌진이 이어졌다.

막강한 방어력과 신성력을 통한 자가치유까지.

콰아아앙!

과거의 망령이 휘두른 검이 그 방어벽을 벗겨내지 못했다.

“쿨럭!”

충격으로 인해 저려하는 팔.

확실히 조금 전과는 다르다.

완전무결한 괴물의 몸에 조금씩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혁과 천유성이 동시에 앞으로 내달렸다.

좌와 우에서 가로지르는 검격.

카아아앙!

3개의 검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카가각!

ᆞᆞᆞ츠거걱!

칼날과 칼날이 갈리면서 불똥이 떨어졌다.

“아무리… 내가 하나의 능력 밖에 쓰지 못한다고 해도 그거면 충분하다. 검 하나만으로도 너희 전부를 다 죽여버릴 수 있단 말이다!”

처절한 고함 소리와 함께 과거의 망령이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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