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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90화 완결


890화. 최종장 (3)

성공이다.

어째서 마지막에 에테리온이 모든 걸 단념했는진 모르지만, 덕분에 살았다.

“모기….”

고구마가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에테리온의 눈을 바라봤다.

서로만 알고 있는 감정들이 오고갔다.

띠링! 띠링! 띠링!

[고대룡 ‘에테리온’이 쓰러졌습니다!]

[세 번째 침식을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차원 브레이커’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들.

‘이럴 수가.’

진혁이 헛숨을 들이마셨다.

차원 브레이커.

원류에 가까운 레플리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곧바로 에테리온의 입 주위에 떠 있던 두 개의 검을 움켜쥐었다.

쿠쿠쿠쿠!

상상을 초월한 마력이 요동쳤다.

태고의 기운이 미친 듯이 폭주하면서 새로운 주인의 부름에 응답했다.

“정말 지긋지긋하군요.”

니알라토텝이 흑안에 맺힌 겁화를 들이부었다.

농축될 대로 농축된 원액이었다.

하지만,

쩌저적!

부유하는 흑안이 발사한 겁화를 그대로 베어 가른다.

차원마저 잘라버리는 검광은 전장에 새로운 판도를 마련했다.

완벽한 동수.

서로가 서로를 넘어설 수 없는 탓에, 두 개의 고유무장이 지닌 장점이 빛을 바랬다.

당연히 이런 상황이 유리한 건 고인물 코퍼레이션 측이었다.

“거의 다 정리했어요!”

“이쪽도!”

에테리온이 사라진 시점에서 백설 여자 고등학교에 있는 악귀와 괴조만으로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로키를 죽임으로써 북유럽의 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도 컸다.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니알라토텝이 허공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파츠츠.

허공에 균열이 일어나며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새하얀 꽃과.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

바로 원래 세계의 모습이었다.

‘무슨 짓이지?’

원래의 공간으로 도망치는 니알라토텝을 본 진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곳이 놈에게 그다지 유리한 건 아니었으나, 아직 활용할 수 있는 괴담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나 교장실에 있는 ‘그걸’ 사용한다면 충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놈은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계약자!”

“진혁 씨!”

엘리스와 테레사가 조금씩 좁아지는 차원문을 보며 소리쳤다.

그래. 지금 다른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당장은 놈을 죽이는 것.

그것 하나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콰앙!

진혁이 자리를 박찼다.

나머지 멤버들도 그 뒤를 따라 빠르게 원래의 차원으로 몸을 날렸다.

***

시야가 바뀐다.

“기왕이면 간 김에 저 녀석까지 처리하고 올 것이지. 더럽게 거추장스러운 놈까지 달고 왔구나.”

반대쪽에 있던 천유성이 만나자마자 반갑다는 인사를 뒷구멍으로 했다.

쓰읍.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해주면 어디 덧나나?

“우리도 마냥 놀기만 한 건 아니거든.”

진혁이 차원 브레이커를 슬쩍 보여줬다.

“아자토스의・・・ 무구인가.”

“엣헴! 눈이 옹이구멍은 아니네.”

“제대로 다루지도 못할 것 같은데, 나한테 넘겨라. 니알라토텝이고 나발이고 간에 일검에 끝내주지.”

미친 건가.

이건 시련의 탑을 플레이하면서 다룰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없는 건데.

그런 귀한 기회를 칼 바보에게 넘길 생각은 없다.

진혁이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천유성을 밀어냈다.

“아주… 여유들이 넘치시는군요. 다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런 둘을 보며, 니알라토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몇 번 위기가 있긴 했는데, 고비는 전부 넘겼어. 이젠 우리 차례야.”

이쪽은 아직 전력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니알라토텝은 차원 브레이커를 뺏겼을뿐더러 휘하의 세력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른 침식으로 도망가서 새로운 판을 짠다면야 이야기는 달라지겠으나…

그렇게 두진 않을 거다.

스릉!

척!

이미 천마를 비롯한 강자들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이 백색의 꽃 전체를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었으니까.

저벅.

모두가 조금씩 니알라토텝을 중앙으로 몰았다.

저벅.

니알라토텝이 오딘 바로 옆에 섰다.

“후후, 우습군요. 단순히 눈앞의 싸움에만 전념하는 꼴이라니. 전투에선 제가 패배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전쟁에서는 승리했습니다.”

“그건 무슨 뜻이지?”

“글쎄요. 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즘엔 ・・・ 당신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게 될 겁니다.”

패배자의 넋두리라고 하기엔 너무 자신감이 넘친다.

바로 그 순간.

“이제 그만 피날레를 장식해보도록 하죠.”

우드득! 콰드득!

니알라토텝이 양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갈랐다.

쩌저적!

갈라진 배에서 피로 물든 두 개의 손이 천천히 튀어나왔다.

심장을 든 채.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것만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피가 오딘의 전신을 적셨다.

[‘피에타의 신전’이 완성되었습니다!]

떠오른 하나의 메시지.

-원수의 피. 순수하지만 순수하지 않은 혈통. 그리고 선택받은 영혼이 금서에 발을 디딜 때 멈춰있던 태고의 시간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리라.

그러더니 이내 핏바울이 불길한 글자들을 자아냈다.

“키히히하하! 되, 되었다. 이걸로… 된 것이야.”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던 니알라토텝의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잃었다.

그것은 자해였을까.

아니면 희생이었을까.

목적은 또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아직 전력을 한참이나 남겨뒀음에도 니알라토텝은 이러한 선택을 했다.

오싹.

진혁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시련의 탑을 오르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불길한 적은 처음이었다.

***

50층이 봉인된 이후 시작된 니알라토텝과의 전쟁이 끝을 고했다.

탑의 각 세력들은 침식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복구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결코 작지 않은 희생을 치렀으나, 괜찮을 거다.

이미 수많은 시련을 극복해 나간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약 6개월이 흐른 어느 날.

블랙 캐슬에는 경사가 찾아왔다.

마침내 진혁과 엘리스 사이에 결실이 맺히게 된 것이다.

“주치의 말로는 남자아이라고 하더구나. 출산은 첫눈이 내릴 무렵이라고 하고.”

엘리스가 행복한 얼굴을 한 채 다리를 파닥였다.

이불 속에서 발가락이 있는 부분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그래서 계약자는 이 아이의 이름이 어떤 거였으면 좋겠느냐? 참고로 짐은 로열 팰리스 아방가르드 율리우스 카이사르 라펠테르 폰 아타락시아로 지었으면 한다.” 

음.

아마 그렇게 지으면 나중에 호적에서 파달라고 하든, 아니면 개명신청을 하든. 아예 삐뚤어져서 인성 파탄자가 되든. 배드 엔딩 확정이다.

“강요한.”

진혁이 남자아이의 이름을 정했다.

사도 요한의 이름을 따서 착하고 반듯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렇게 하면 에덴에서도 성부 성자의 이름으로 가호까지 내려준다고 했으니, 썩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짐의 것만큼은 아니지만, 뭐… 나쁘지 않은 이름이구나.”

엘리스도 가만히 이름을 곱씹더니 이내 수긍했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의 성과. 그가 속한 나라의 특징인 두 글자짜리 이름.

그 정도면 만족이다.

충분히 애정을 갖고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계약자!”

“응?”

“그… 세스피안 열매가 막 당긴다! 입맛이 없는데 그걸 먹으면 확 살아날 것 같구나.”

31층에 있는 유적 최심부에서만 열리는 환상의 열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희귀품이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데 약 100km가량 걸리는 데다, 온갖 몬스터와 끔찍한 자연환경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보통의 신혼부부들은 마트에 가서 딸기 정도 사달라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던데.

시련의 탑은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컸다.

“음. 에덴에 있는 선악과 같은 거나 올림포스의 암브로시아로는 안 될까?”

“내가 아니라 우리 요한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니라.”

엘리스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선배들이 말하곤 했지.

임신 시기에 잘못했다간 평생 간다고.

후우.

[고인물 코퍼레이션 전체 메시지가 전송됩니다.]

[사장 ‘강진혁’이 사원들에게 긴급사항을 전파합니다. 앞으로 30분 이내 완전 무장을 갖춘 채 31층으로 집결해 주십시오.]

[부재 시 ‘퇴사’ 처리 당하오니 모쪼록 결원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레이드를 가야 할 것 같다.

“오늘 자정이 넘어가면 새로운 게 먹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느니라.”

제한 시간은 단 12시간뿐이었다.

*

시간이 흐른다.

1년, 2년, 5년…

아기였던 강요한은 어느새 8살이 되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앞머리 부분만 하얗다.

눈동자 역시 흑요석 색깔이었다.

엘리스보다는 진혁에게서 더 많은 피를 물려받은 탓이리라.

그리고 현재.

진혁과 엘리스는 부부 동반으로 무림이 있는 층계에 방문한 상태였다.

“천소희라 한다.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내길 바라는 바다!”

작은 소녀가 당차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천유성과 추혼사영의 딸.

금지옥엽으로 키운 데다, 재능마저 출중한 터라 매일 같이 무림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덕분에 무림맹에서 거의 울다시피 하며 매일 추혼문에 사절을 보냈다.

물론.

-우리 딸내미에게 뭔가 문제라도?

딸바보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멸문지화를 당하기 싫으면 그냥 당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

요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버지가 이 꼬맹이랑은 사이좋게 지내라고, 아니면 앞으로의 인생이 많이 고달파질 거라고 해서 적당히 어울려 줬는데. 만날 때마다 귀찮게 군다.

“훗! 겁을 먹은 것이냐? 하기야 차기 천하제일인이 될 이 몸의 앞에 선다면 당연한 반응이긴 하다.’

파츠츠!

천소희의 검을 따라 피어오르는 푸른 강기.

‘추혼검’의 절기가 펼쳐지자 주변의 풀과 꽃잎들이 오소소 일어서기 시작했다.

“네 아들내미는 영 실력에 자신이 없나 보군. 그에 비해 우리 소희는 4살 때부터 어찌나 열심히 무공을 갈고닦던지. 하하하.

“하하. 우리 애가 누구와 달리 워낙 인내심이 강하고 약자를 배려해야 말이야. 맞고 울고불고하는 걸 보기 싫어하기도 하고.”

“뭐라고 했냐? 뒈지고 싶은 건가?”

“호오. 간만에 서열 정리 한번 들어가 줘?”

진혁과 천유성이 이마를 맞댄 채 으르렁거렸다.

“그만하거라. 오늘 밤에 성의 문을 잠가버리는 수가 있다.”

“천공자, 체통을 좀 지키세요.”

엘리스와 추혼사영이 가차 없이 양쪽의 목덜미를 제압했다.

“커억!”

“케에엑.”

호랑이에게 물린 강아지처럼, 진혁과 천유성이 얌전해졌다.

그 사이.

“가겠다!”

천소희가 움직였다.

파팟.

가볍고 경쾌하게. 특유의 쾌검이 검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굳이, 쓴맛을 보고 싶다면야.”

파츠츠,

요한의 손을 타고 붉은 핏방울들이 솟구쳤다.

그렇게.

대를 이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짧은 후기.

이로써 외전까지 모든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외전은 개인적으로 약간 뇌를 비우고 등장인물들이 망가지는 부분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본편에서는 보여드리기 애매했던 부분이나 상황들을 많이

표현하려고 한 것 같아요.

신작은 6월 17일. 진혁과 엘리스의 아들. 강요한이 ‘금서’를 무대로 한 내용으로 네이버 시리즈에서 런칭하니, 그때도 봐주시면 정말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감사하겠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비축도 넉넉하게 쌓아뒀습니다! 추가로 현재 웹툰 팀에서 차기작도 담당해주셔서 아주 예쁘게 캐릭터들이

감사합니다.

작가 메슬로우 드림.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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