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19화 : 북경 풍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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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4권 – 19화 : 북경 풍운 (4)


북경 풍운 (4)

북경의 상징인 자금성. 그 자금성 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벽라점 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멀리서 올려다봐야 그 형체를 한눈 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본점은 크 고 넓었다.

정오가 지날 무렵 한 쌍의 연인이 벽라점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 다 부잣집 자녀들인지 화려한 비단 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오랜만에 찾아든 손님에게 여점원 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듯이 다가 갔다. 최고만을 추구하는 벽라점이 라 그런지 여점원의 미모는 사내들 의 눈을 한 번에 휘어잡을 정도로 빼어났다. 특히 오른쪽 입가에 찍혀 있는 미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옷을 찾으시나요?”

여점원이 여자 손님에게 시선을 맞 추며 물었다. 돈은 사내가 낼지라도 물건을 선택하는 건 여자의 몫이라 여긴 것이다. 예상대로 여자는 원하 는 바를 자연스럽게 얘기했다.

“이곳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진 옷 으로 가져와 봐요, 다른 옷은 내 격 에 맞지 않으니까.”

여인은 허영기가 다분했다. 하지만 여점원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손님이었다.

‘이거 오랜만에 실적 좀 올리겠는 걸, 가뜩이나 요즘 점주님 눈치가 보여 죽을 지경이었는데.’

“손님, 이쪽으로 와 보세요. 오늘 새롭게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품이랍 니다. 특히 요 가슴에 수놓인 나비 들 보이시죠? 북경에서 명성이 자자 한 침선 님의 작품이에요.”

여점원은 침선의 이름을 강조했다. 침선은 십여 년 전에 은퇴한 벽라 점의 대표 장인으로 자수를 놓는 솜 씨가 신선과 같다 하여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고관대작들치고 그가 만든 옷을 입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여점원의 설명에 여자 손님은 침선 의 작품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그런 데 여점원의 기대와 달리 그리 만족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척랑, 아무리 봐도 이 옷 촌스럽 지 않아요? 색깔도 칙칙하고 옷맵시도 영………….”

“침선의 작품이잖아.”

“이미 은퇴한 사람이잖아요. 그리 고 십 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그 실력이 전만 하겠어요.”

“그럼 어쩌지? 약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일품점이 있다고 하던데, 우리 거기로 가요. 이번에 황궁 경연에 참석하기 위해 설가장의 장남이 왔다는 소문도 들 었어요. 운 좋으면 그 사람한테 옷 을 맞출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설가장의 장남이면 한때 신의 손 이라 불렸던 그 천재?”

“네.”

“그럼 그쪽으로 가지 뭐, 나한텐 예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 

두 연인은 주저 없이 발걸음을 돌 렸다. 여점원이 붙잡아 보려 애를 썼지만 한번 돌아선 마음은 좀체 돌 아올 줄 몰랐다.

연인이 가게를 나간 뒤 한 남자가 여점원을 찾아왔다. 남자를 본 여점원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총점주님.”

“방금 전에 연인이 우리 가게에서 나가는 것 같던데, 침선의 작품이 나간 것이냐?”

“그, 그게, 침선의 작품을 보고도 맘에 안 든다며 나가 버렸습니다.” 

“억지로라도 붙잡았어야지, 큰손처 럼 보였는데.”

“저도 붙잡으려 애는 썼습니다. 한 데 여자 쪽에서 설가장의 장남에게 옷을 맡긴다며 부득불 나서는 바람 …….”

“지금 뭐라 했느냐? 설가장의 장남 이 왔다고?”

“네. 황궁 경연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이놈들이 기어코 우리 자릴 넘보 겠다는 것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내의 두 눈에 시퍼런 적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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