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23화 : 위기 중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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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4권 – 23화 : 위기 중첩 (4)


위기 중첩 (4)

잠시 후 태화전에서 어로를 통해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금 황제 는 피를 나눈 조카를 왕좌에서 밀어 내고 스스로 황위에 오른 영락제였다.

“만세, 만세, 만만세!”

태화전 뜰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를 보고 바닥에 바짝 몸을 엎드렸다.

영락제는 백성들에게 철혈의 황제로 불렸다.

이 수식어에는 존경과 두려움의 감 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만큼 영락제 가 황위에 오르는 과정은 붉은 피가

강이 되어 흐를 만큼 험난했다. 

“모두 고개를 들라.”

영락제가 입을 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임에도 그 안에는 강한 울림 이 담겨 있었다.

설우진은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그를 올려다봤다.

‘크다.’

영락제를 눈앞에서 본 첫 번째 소 감이었다.

단순히 기골이 장대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설우진은 과거로 돌아온 뒤로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위축된 적이 없었다.

한데 영락제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고 절로 손바닥에 땀이 찼다.

그사이 영락제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 열리는 경연은 자혜의 열여 덟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실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우승을 차지하는 이에 게는 그에 상응하는 포상이 따를 것 이다.”

대가라는 말에 모두의 눈빛이 뜨겁 게 달아올랐다. 황제가 약속한 것이 니만큼 엄청난 이권이 주어질 게 분 명했다.

잠시 후 영락제는 태화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궁의별장 안태성이 채웠다. 안태성은 특유의 오만한 눈빛으로 참가자들을 내려다 보며 입을 뗐다.

“이번 경연의 목적은 한 벌의 옷으 로 자혜 공주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따로 경연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 각자 최선을 다해 자 혜 공주님이 맘에 들어 하실 만한 옷을 지어 내도록 해라. 경연에 주 어진 시간은 단 두 시진. 그 안에 옷을 완성해 내지 못한 이들은 자동 으로 실격 처리되니 꼭 시간을 엄수 토록 해라.”

안태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연이 시작됐다.

그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들 맹렬한 기세로 옷 짓기에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 온 비단을 자혜 공주 의 체형에 맞게 자르고 바느질을 통 해 이어 붙였다. 기본적인 틀을 잡 는 과정이었기에 다들 바쁘게 손을 놀렸다.

그런데 설우진은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확연히 속도가 느렸다. 제대 로 움직여 주지 않는 오른손 검지가 문제였다.

‘후훗, 저 상태라면 더 볼 것도 없 겠군. 한데 아까는 왜 그렇게 여유 만만이었지? 그 표정을 보고 깜빡 속을 뻔했잖아.’

벽라점의 깃발이 내걸린 자리에 총 점주 고성만이 설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경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슴 한구석에 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오문에서 얼굴에 여유가 철철 넘치는 설우진 을 본 탓이었다.

그런데 막상 경연이 시작되고 보니 설우진은 홀로 축축 처졌다. 잠깐의 찝찝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입 가엔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가지고 제때 옷을 지어 낼 수 있겠소?”

설우진의 맞은편에서 나철환이 걱 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그는 보조 자격으로 설우진을 따라온 상태였다.

“후훗, 뭘 그렇게 혼자 초조해하고 그래?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잖 아.”

“주변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 시오? 다들 옷의 형태를 갖춰 가는 데, 공자만 팔소매를 만지고 있지 않소.”

나철환은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 였다. 하지만 설우진은 그 말을 듣 고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느릿하게 바늘을 놀렸다.

“아휴, 맘대로 하쇼.”

좀체 빨라질 줄 모르는 바느질에 나철환은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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