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5권 – 17화 : 낭왕, 응징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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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5권 – 17화 : 낭왕, 응징하다 (4)

낭왕, 응징하다 (4)

학사풍의 서관천이 의견을 냈다. 용인문은 무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곳은 아니었지만 지리적인 이점 때 문에 강호에 영향력을 적잖게 발휘 하고 있었다.

서관의 의견은 모두의 동의를 얻 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뒤이어 용 인문까지 이동하는 문제가 거론됐 다. 서안에서 용인문이 자리한 서협 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그래서 인 솔자 없이 움직이기엔 부담이 있었다.

“누가 좋겠는가?”

사마무기가 물었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적 사호 쪽으로 쏠렸다. 한데 그 눈빛 은 호의보다는 경계의 감정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학사님, 사회생활에 신경 좀 쓰시 지 그러셨어요. 다들 한마음으로 학 사님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데요.

설우진이 적사호에게 일침을 날렸다.

-못난 놈들일수록 시기심이 큰 법이다.

-그 말씀은 학사님은 잘났다는 얘기네요?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

적사호는 평소 학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처음엔 학사들 중 일부가 먼저 다가서기도 했지만 그는 철저 히 벽을 치고 밀어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쌍룡맹에 적을 둔 무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적 학사, 용인문까지 아이들을 데려다줄 수 있겠나?”

사마무기가 정중히 물었다.

그는 쌍룡맹이 한 일에 대해서 부 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무림 인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는 매번 적사호에게 깍듯이 예를 갖췄 다. 학사들이 반감을 갖는 데에는 사마무기의 이러한 행동도 큰 영향 을 미쳤다.

“알겠습니다. 용인문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지요. 대신 제가 돌 아올 때까지 섣불리 마천과 부딪치 지 마십시오. 지금의 전력으론 필패 입니다.”

“후훗, 그건 걱정 말게. 맹의 지원 이 오기 전까지는 얌전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걸세.”

“그럼 됐습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떠나도록 하지요.”

적사호가 사마무기의 청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회의는 끝이 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설우진이 적사호를 붙잡고 물었다.

“이제 수호 가문과 역천회는 완전히 갈라선 겁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적사호가 굳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학관으로 돌아오기 전에 흑성을 만났습니다.”

“흐음, 흑성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 냐?”

“별거 없었습니다. 그저 수호 가문 내부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존재한다 는 것 정도였습니다.”

“흑성이 쓸데없는 얘길 했구나.” 

“역천회! 그 본심이 뭡니까?”

설우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차 마천 쟁투가 끝난 후 역천회는 본격적인 군림의 야욕을 드러 내며 함께 손을 잡았던 마천의 뒤통 수를 쳤다. 역천회의 간교한 술책으 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던 마천 은 두 눈 뜨고 애써 얻은 천하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걸 묻는 저의가 무엇이냐?”

“학사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 리고 싶어섭니다.”

잠시 둘 사이에 깊은 침묵이 흘렀 다. 적사호의 얼굴엔 고민하는 기색 이 역력했다.

그로부터 한참 뒤 적사호가 어렵게 입을 뗐다.

“역천회는 쌍룡맹에 대한 복수심으 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마천과 손을 잡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데 언 제부턴가 그 마음이 변질되기 시작 했다. 복수 끝에 맺어지는 달콤한 과실에 마음이 동한 것이지.”

적사호는 언제부턴가 역천회가 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띌 정 도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회 내부의 사적인 모임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 모임의 중심에는 역천회 결성에 회의적이었던 수호 가문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현무문과 주작문 그리고 백호 문이었다.

세 가문은 적사호의 가문인 통천문 과 청룡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 가 덜했다.

“정상적으로 대계가 이뤄졌다면 그 들은 필시 가슴속에 숨겨 두고 있던 욕망을 표출했을 것이다.”

“그럼 이제 학사님은 어찌하실 생 각입니까? 역천지계는 제대로 파투 난 것 같은데요.”

“이제 와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난 어떤 식으로든 쌍룡맹을 부술 것이 다.”

“왜 그렇게까지 쌍룡맹에 집착하는 겁니까?”

“내가 목숨처럼 아꼈던 여인이 놈 들의 음모로 죽임을 당했다. 싸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는데도 쌍룡맹 놈들은 뻔뻔하게 그녀의 도움을 청 했고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전장에 나섰다. 한데 놈들은 그녀가 위 험에 처한 것을 보고도 철저히 외면 했다.”

‘비극적인 연애사로군. 이 양반이 미쳐서 날뛸 만해.’

설우진은 가슴 한구석이 짠했다. 만약 자신이 그의 입장이었어도 그 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이다. 미리 짐을 챙겨 놓도록 해라. 집결 지는 학관 정문 앞이다.”

적사호는 괜한 얘기를 털어놨다는 듯 급하게 대화를 끝맺으며 숙소로 향했다.

“뭐라?”

대전 안에 성난 목소리가 메아리쳤 다. 그 주인공은 마천의 수장인 서 진용이었다.

그는 방금 전 청랑대가 황룡 학관 에 들어갔다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는 보고를 전해 들었다. 승전보를 기대하고 있던 그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소상히 보고해라.”

“학관 안에 사마무기와 적성 외에 예상치 못했던 고수가 숨어 있었다 고 합니다.”

“그게 누구지?”

“아직 정확한 정체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얼굴이 아주 젊었다고 합니 다. 나이를 아무리 높게 봐도 약관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랍니다.” 

“그런 애송이에게 마백풍이 당했다?”

“네. 보고서에는 마백풍이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일방 적으로 당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군사, 누군지 짐작되나!”

서진용이 사마중달을 불렀다.

“역천회와의 연계가 끊긴 이후로 상당 기간 정보의 공백이 있었습니 다. 지금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정 보로는 정체를 알아내기 어렵습니 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아마도 황룡 학관에서는 관도들을 밖으로 빼돌리려 할 것입니다. 그 무리에 정체불명의 고수가 속해 있 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적랑대가 적당하겠군. 흑 무!”

서진용은 허공에 대고 이름을 불렀 고 순간 한 줄기 연기가 뭉치더니 이내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흑무는 서진용의 그림자였다.

“하명하십시오.”

“지금 바로 적랑대주를 찾아가 발 이 날랜 녀석들을 선발하라고 해라. 그러고 준비되면 곧장………….”

서진용은 말꼬리를 살짝 흐리며 사 마중달 쪽을 쳐다봤다. 이에 사마중달은 익숙하게 말을 이어 갔다.

“하남 서협으로 보내라고 하십시 오. 섬서 땅에서 넓게 관도가 이어 져 있는 데다 쌍룡맹의 총단과도 지 리적으로 가까워 그곳으로 향할 가 능성이 높습니다.”

사마중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 무는 다시금 연기가 되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떠난 뒤 서진용이 다시 입을 열었다.

“군사, 역천회를 어찌하면 좋겠느 냐?”

“그들은 품 안의 칼날입니다. 제대 로 감싸 놓지 않으면 우리들이 베이 게 될 것입니다.”

“하면?”

“적의 손으로 그 칼날을 뽑게 만들어야 합니다.”

“차도살인지계를 쓰자?”

“네. 쌍룡맹과 역천회는 정도라는 한배를 타고 있지만 그 머릿속에는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불씨만 던져 주면 활 활 타오를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럼 그 일은 군사에게 일임하지.”

그렇게 마천의 중지에서 음모의 싹은 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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