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5권 – 22화 : 적랑 출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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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5권 – 22화 : 적랑 출현 (1)


적랑 출현 (1)

천천히 단전을 자극시켜 내기를 뽑 아냈다. 그리고 뽑아낸 내기를 하단 전과 중단전을 거쳐 검을 쥔 오른손 으로 흘려보냈다.

하압!

짧은 기합과 함께 조인창이 왼발을 축으로 세우고 정면에 마주 선 나무 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푹.

‘뭐지? 왜 이렇게 검이 가볍게 들어가지?”

조인창은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당황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전과 똑같이 내지른 검이었 다. 한데 검 끝에 실린 위력이 판이 하게 달랐다. 평소 같으면 세 치 정 도가 한계였을 텐데 지금은 다섯 치 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어때?”

“전보다 힘이 강하게 실리는 것 같 아.”

“후훗, 그게 바로 내가 얘기한 변 독의 효과야. 물론 벌모세수처럼 영 구적으로 길을 뚫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효과를 이어 가려면 변독을 장복해야 하지만 이 정도의 효과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독이지.”

“대체 그 촌장님은 정체가 뭐야?”

조인창이 뒤늦게 괴독의에 대해 물 었다. 설우진은 자세한 설명 대신 그냥 독에 미친 늙은이라고 간단하 게 얘기해 줬다. 두 사람의 대화가 깊어 가는 사이 중천에 떠오른 해가 조금씩 왼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다들 푹 쉬었을 테지?”

‘뭐? 푹 쉬어?’

‘저 인간이 뚫린 입이라고 제 멋대로 지껄이네.’

마을의 초입, 황룡 학관의 관도들 은 설우진의 말에 각양각색의 표정 을 드러냈다.

특히 북리강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 러져 있었다. 그는 설우진 덕분에 변독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두 번 째 변독은 첫 번째보다 더 강했다. 일부러 강도를 높인 건 아니었지만 이미 헐어 버린 그곳이 문제였다.

‘설우진, 지금은 네놈이 뭐라도 된 것처럼 기고만장할지 몰라도 어디 용인문에 도착해서 보자. 내 권력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마.’

북리강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설우 진을 사납게 노려봤다. 가뜩이나 좋 지 않았던 감정이 변독으로 인해 절 정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오늘 날이 저물기 전에 섬서 경계를 넘는다. 언제 마천의 무리가 따라붙을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용인 문의 권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설우진은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렸 지만 이에 반발하는 관도는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일반 관도들은 그에게 넘어간 상태였고 북리강을 필두로 한 유력 세가의 자제들도 변독으로 기세가 제대로 꺾여 버려 겉으로 싫은 내색 을 하지 못했다.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후일 이 곳을 지나게 된다면 좋은 술을 대접 하겠습니다.”

관도들을 한발 앞서 출발시킨 설우 진은 마중 나온 귀독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클클, 네 녀석이라면 언제든 환영 이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거 든. 그래서 내 작은 선물을 하나 준 비했다.”

귀독의는 붉은 빛이 감도는 단환 하나를 건넸다. 그 빛깔은 왠지 모 르게 섬뜩함을 자아냈다.

‘설마 독은 아니겠지?’

설우진은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단 환을 건네받았다. 그 마음을 읽었는 지 귀독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 으며 대화를 이었다.

“어혈단이다. 네 녀석이 잡아온 황 금화리의 피를 모아서 만든 것이지. 황금화리의 피에는 강한 양기가 담겨 있다. 한 모금만 마셔도 거기가 발딱 설 정도지.”

“그럼 이건……?”

“서다 못해 바지를 뚫고 나올 게 다. 관상을 보아 하니 계집들이 많 이 따를 듯한데, 몸이 힘들다고 느 껴지면 그걸 복용해라. 아마 사흘 밤낮은 쉼 없이 달릴 수 있을 것이 다.”

‘이런 천고의 보물이.’

어혈단을 바라보는 설우진의 시선 이 확 바뀌었다. 정력제에 사내들이 미치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 건 남다른 정력을 자랑하는 설우진 도 마찬가지였다.

벽뢰진천은 그 자체로 양기 덩어리다. 그걸 익힌 덕분에 그는 여인들 과의 잠자리에서 한 번도 먼저 지친 적이 없었다. 한데 부족하지 않음에 도 욕심이 났다.

정력이란 남자에게 그런 것이다. 

“최고의 술로 찾아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만수무강하십시오.”

설우진이 환하게 웃으며 어혈단을 품 안에 소중히 갈무리했다.


“부대주님, 이번 일은 천주님께서 잘못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청랑대 그 멍청이들이 일을 망쳐 심기가 틀 어지셨다지만 어찌 저희에게 애송이 무리를 쫓는 일을 하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천주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이다. 거기에 불만을 표하는 건 엄연 한 하극상이다.”

날 선 검을 연상케 하는 중년 사 내가 투기를 발산했다.

사내는 천주의 명을 받고 황룡 학 관의 관도들을 처분하기 위해 중원 으로 나선 적랑대의 부대주 삭월이 었다.

삭월은 천주를 맹신했다. 천주가 하는 말이라면 하늘이 두 쪽 난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삭월의 사나운 눈빛을 정면에서 받아 내고 있는 청년 태찬 월은 천주에 대한 반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왜일까? 그 답은 태찬월의 출신 성분에 있었다. 태찬월은 전대 천주 를 배출한 마룡 태가의 후예였다. 현재는 천주 자리를 다른 가문에 내 주기는 했지만 태가의 영향력은 여 전히 마천 내에서 상당했다. 그도 그럴 게 태가 출신들 중 상당수가 마천의 오대 무력대에 속해 있었다. 그중에 간부급들만 다섯이 넘었다. 

“네놈의 투정을 받아 주는 것도 여 기까지다. 이 이상 천주님의 권위에 흠집을 낸다면 그때는 태가의 분노 를 덮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의 혀를 잘라 버릴 것이다.”

삭월이 단호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에 태찬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순순히 그 말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멍청한 놈. 천주의 권력이 얼마나 갈 것 같으냐? 이번 마천 쟁투가 끝나고 나면 우리 태가가 다시 천주 의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되 면 네놈도 내 발아래 무릎 꿇게 될 테지!’

태찬월은 웃는 낯으로 마음속에 칼 을 갈았다.

“부대주님, 놈들은 어떻게 사냥하 실 생각입니까? 그 숫자가 적지 않 다고 들었는데.”

태찬월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 에 삭월도 투기를 거두며 대화를 이 었다.

“우리는 돌격대다. 힘으로 찍어 누르면 그뿐이니 복잡하게 머리 굴릴 필요 없다.”

“부대주님, 이곳은 쌍룡맹의 권역 입니다. 단 한 놈이라도 눈치채고 도망친다면 퇴로가 막힐 수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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