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12화 : 구출 작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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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6권 – 12화 : 구출 작전 (1)



구출 작전 (1)

‘이게 무슨 상황이야?’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던 설우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살짝 멈칫했다. 단순하게 길을 물어보려 달려온 것인데 다가와 보니 금방이 라도 칼부림이 일 것 같은 분위기였 던 것이다.

그가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푸한이 방향을 틀어 그가 서 있는 쪽으로 향했다.

-미안하오. 잠시만 저들의 발을 묶어 주시오. 이 빚은 내 두고두고 갚 으리다.

푸한이 바람처럼 설우진의 옆을 스 쳐가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놈이 도망친다, 쫓아라!”

“이 새끼들아, 자그마치 황금 백 냥짜리목이다. 넋 놓고 쳐다보지 말고 쫓아!”

두 무리가 동시에 푸한을 향해 움 직였다.

그런데 그들보다 한발 앞선 이가 있었다. 바로 설우진이었다.

그는 낙타의 등을 거칠게 찬 뒤 푸한의 등 뒤로 날아가 한손으로 그 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렇게 푸한은 뿌리칠 새도 없이 모래 바닥에 내리꽂혔다.

“이 새끼야, 양해라는 건 일을 벌이기 전에 구하는 거야. 일 다 벌여 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 용이야!”

“겨, 경황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제, 제발 보내 주십시오. 꼭 전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건 네 사정이고. 그보다 이 근 처에 누란국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 디쯤이지?”

설우진은 푸한의 다급한 사정 따위 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란국의 위치 부터 물었다.

“무슨 일로 누란국을 찾으십니까?”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이름이……?”

“음, 투, 투르판이라고 했던 것 같…….”

“저희 스승님을 아십니까?”

“그가 네 스승이라고?”

설우진이 두 눈에 이채를 띠며 되 물었다. 설마 사막 한복판에서 투르 판의 제자와 만나게 될 줄 누가 예 상이나 했겠는가.

“투르판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왕궁 감옥에 수감돼 계신 터라..”

“그럼 감옥으로 가면 되겠군.”

설우진이 간단명료하게 답을 내놨다.

“그,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스승님 이 갇혀 계신 곳은 왕궁 지하에 마 련된 금뇌고입니다. 그곳으로 들어 가기 위해선 세 번의 검문을 거쳐야 합니다.”

푸한이 얘기하는 금뇌고는 왕궁이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 왕과 그 측근 들의 피난처로 이용되던 곳이었다. 모든 출입구가 만년 한철에 버금가 는 강도를 지녔다는 흑광철로 제작 돼 열쇠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누란국이 여러 번의 국란에도 왕권 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금뇌고의 역할이 컸다.

“그럼 그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 지?”

“옥장 타후란입니다.”

“그놈한테 안내해.”

설우진이 푸한을 일으켜 세웠다. 그 사이 누란국의 병사들과 마풍사 의 마적들이 두 사람을 빙 둘러쌌 다. 단단히 열이 받은 얼굴들이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건 마풍사 주 자바드였다.

그는 유난히 날이 넓고 큰 만도를 흔들며 설우진에게 진한 살기를 뿌 렸다.

“감히, 내 먹잇감을 가로채다니. 네 놈의 모가지를 잘라 사막신께 바치 마.”

부웅.

자바드의 만도가 사막의 거친 바람을 헤치며 설우진의 면전으로 들이 쳤다.

기교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직선적 인 칼 놀림이었다.

이에 설우진은 발끝으로 허리를 가 볍게 차올려 천뢰도를 밖으로 빼냈 다.

그렇게 천뢰도를 쥠과 동시에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켜 자바드의 만도를 사납게 두들겼다.

쨍강.

자바드의 만도가 부러졌다.

천뢰도 안에 실린 뇌기를 이겨 내 지 못한 것이다.

자바드의 두 눈이 사납게 흔들렸 다. 눈앞의 상대가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괴물임을 인지한 것이다. 

‘부딪치면 필패야.’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자바드가 황 급히 부러진 만도를 내던지고 설우 진과의 거리를 벌렸다.

마풍사는 사막을 근거지로 활동하 는 마적들 중 그리 규모가 큰 세력 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마풍사가 타클라마칸의 터줏대 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처럼 물러설 때를 잘 알았기 때 문이다.

“돌아간다.”

자바드가 부하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한 명 정도는 그 명령에 의문을 표할 법도 하건만 그들은 아무런 소리 없이 자바드의 뒤를 따랐다. 

“거, 싱거운 놈들이네.”

설우진은 깔끔하게 물러서는 마풍 사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머금었다.

“마풍사 놈들의 행동에 동요할 것 없다. 우린 누란의 자랑스러운 태양 군이다. 저 무도한 자는 이 나스리 가 맡을 것이니 너희들은 푸한의 목 을 베라.”

나스리가 동요하는 병사들을 독려 하며 거칠게 말을 몰아 설우진에게 향했다.

기병과 보병의 싸움은 그 상성상 아무래도 기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좁은 시야에서 공격해야 하는 보병 과 달리 기병은 말 위에서 넓은 시 야로 상대의 빈틈을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타타닥.

거칠게 말을 몰아 간 나스리가 말 옆구리에 채워 있던 장창을 빼 들었 다.

‘일격에 꿰뚫는다.’

설우진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스리가 장창을 한껏 비틀었다.

말이 달리는 속도에 손목의 근력이 더해졌다.

장창은 한 줄기 폭풍이 되어 설우진의 가슴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너무 정직해.’ 

설우진은 야수안을 발하며 창의 궤 적을 읽었다. 그리고 되레 창이 날 아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오른손을 뻗었다.

‘설마, 맨손으로?”

정말 잡았다.

나스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 다. 피하는 상황까진 어느 정도 예 상하고 있었지만 쇄도하는 창을 맨 손으로 틀어잡다니……………

“그런 눈으로 볼 것 없어. 이 정도 는 눈썰미가 뛰어나고 외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

“자, 이제 결정해. 여기서 죽을지 아니면 날 도와주고 목숨을 연명할지.”

설우진이 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누란국의 병사들을 죽이기보 다는 이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 렸다.

투르판을 만나기 위해선 옥장을 찾 아가야 하는데 수배자로 얼굴이 팔 려 있는 푸한보다는 눈앞의 병사들 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마리를 두고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어. 그리고 옥장님이라면 분명 이 괴물 같은 자를 제압할 수 있을 거야.’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던 나스리는 어렵게 설우진의 제안을 받아들 였다.


“자스민, 널 볼 면목이 없구나. 너 만은 이 지저분한 싸움에 끌어들이 지 않았어야 했는데………….”

“언니, 포기하지 마. 투르판 아저씨 라면 분명 우릴 밖으로 빼내 줄거 야.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푸른 초지 위의 건물 안. 자스민은 안색이 창 백한 여인을 무릎에 눕히고 훤히 드 러난 가슴에 적신 천을 가져갔다. 자스민과 얼굴이 꼭 닮아 있는 여인은 누란국의 제일 왕녀 아슬라였 다.

아슬라의 가슴에는 길게 가로지른 상흔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격전 중에 입은 상처였다.

그녀는 누란국에서 손꼽히는 여전 사다. 어릴 때부터 검을 익혀 서른 무렵에는 누란 최고의 강병들이라는 아지르를 꺾기까지 했다.

한데 그녀는 뛰어난 육체적 능력에 비해 너무 마음이 여렸다.

아슬라는 뮬란의 야심을 전쟁이 일 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뮬란을 치지 않고 되레 위로 했다. 대화로 동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다.

한데 뮬란은 그녀의 여린 마음을 철저히 이용했다. 계승식 전까지 그녀를 따르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자신의 세를 결집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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