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2장 – 은루(銀淚) (5)
다른 종족들과 공유할 만한 예술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나 가지만, 그들에게 예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월등한 시각 때문에 미술이 없고 너무 빈약한 청각 때문에 음악이 없지만 나 가에게도 훌륭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은 있다. 따라서 그들은 춤 을 출 줄 안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무용의 본질에서 나가의 무 용은 다른 종족들의 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무용의 감상에 있어서는 다시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종족들 또한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흐름과 박자를 즐길 줄 알지만 나가는 거기 에 덧붙여 무용가의 주위에서 움직이는 기류를 본다.
나가들은 춤을 출 때 손에 독특한 물품을 들곤 하는데, 긴 쇠 막대에 나무 손잡이가 달린 이 물건을 인간이 본다면 아마도 인 두라고 생각할 것이다. 춤채라고 불리는 이 물건은 실제로 인두 에서 파생된 것이며 인두처럼 화로에 의해 달궈진다. 하지만 그 쓰임새에 있어서 춤채는 인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가 무용수들은 달궈진 춤채를 들고 춤을 춘다. 춤채가 없을 경우 횃불 등의 물건을 쓰기도 하지만 횃불의 경우엔 그 온도가 너무 높아서 효과가 신통찮다. 달궈진 쇠막대, 무용수의 손에 쥐 어진 두 개의 찬란한 광선이 가장 적합하다. 무용수는 그 광선들 로 공기를 희롱하고 전율시키고 광포하게 날뛰게 만든다. 따라서 나가는, 그리고 오로지 나가만이, 무용수 주위에 일어나는 형언
키 어려운 색채의 향연을 볼 수 있다.
페이 가문의 여인들과 가문에 체류 중인 열 명의 남자들은 한 결같이 사모 페이가 만들어내는 찬란한 움직임에 넋이 빠져 있 었다.
걷고, 웅크렸다가, 도약하고, 빙그르르 도는 일련의 동작들. 사모가 허공에 펼쳐내는 빛의 피륙을 타고 기류가 현란하게 춤춘 다. 동작과 동작이 나뉘어지는 순간들마다 사모는 나가로 돌아오 지만 다음 동작이 시작되자 어느새 빛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로 바 뀐다. 구경꾼들은 모두 사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춤이 끝났다.
남자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물그릇에 손을 담근 다음 화로 표 면에 물방울을 던졌다. 그리고 춤을 춘 자가 사모였기에 여인들 또한 사심없이 찬탄을 표했다. 사모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인 다음 춤채를 화로에 꽂고 중앙에서 물러났다. 사모와 비교되고 싶지 않았던 여자들은 자리를 지켰고 남자들 중 두 명이 동시에 뛰어나왔다가 서로를 머쓱하게 바라보았다. 그들이 겸양과 양보 를 표시하는 사이 사모는 구경꾼들의 원진을 빠져나왔다.
사모가 기둥 옆을 지나칠 때 기둥 뒤에서 한 손이 튀어나왔다. 사모는 놀란 얼굴로 그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물잔이 쥐어 져 있었다. 잠시 후 그 손을 따라 기둥 뒤에서 륜 페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모는 어색하게 물잔을 받아들었다.
<멋진 춤입니다. 화로가 다 식었군요.>
사모는 싱긋 웃었다. 모든 구경꾼들이 경쟁적으로 물방울을 던 졌기에 화로의 표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뜨거운 화로에 차가운 물방울이 튕겨졌을 때의 온도 변화와 공기의 급격한 움직임은 나가의 눈에는 유성의 번득임보다 강렬하게 보인다. 찬사의 표시 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화로가 식는다.’는 니름은 나 가 관용어로 놀라운 기량에 바치는 찬사를 의미한다.
물을 마신 사모는 잔을 돌려주며 닐렀다.
<너는 물 뿌리지도 않았잖아.>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적출식에 관련된 농담도 지겹고 격 려랍시고 해주는 니름들도. 물론 좋은 뜻에서 들려주는 니름들이 라는 것 잘 알지만. >
륜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계속 닐렀다.
<대신 저는 박수를 쳤어요. 들으셨습니까?>
사모는 고개를 갸웃했다.
<박수가 뭐지? 듣는다고?>
<불신자들은 소리를 잘 듣지요. 그래서 그들은 찬사를 표시하
고 싶을 때 손바닥을 부딪쳐서 소리를 냅니다.〉
륜은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귀를 기울였던 사모는 동생의 손에 서 퍼져나오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모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괴상한데. 그게 어떻게 칭찬의 의미가 되는지 모르겠군. 그런 데 넌 어떻게 그런 것을 알지? 아, 화리트가 가르쳐주었니?>
<아니요.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다른 사람?>
<예. 다른 사람.>
<아.>
사모는 륜이 누구를 니르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이런 무언의 공감은 나가에게도 침묵의 시간을 가져오며 그래서 사모와 륜은 잠시 정신을 닫은 채 서로를 쳐다보았다. 륜은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닐렀다.
<바람 좀 쐬시지 않겠습니까?>
사모가 앞장서서 걸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홀을 나왔다. 열주 가 늘어선 바깥 복도는 그대로 정원을 면하고 있었다. 사모는 정 원 가운데로 걸어갔고 그녀의 뒤를 따르던 륜은 자신들이 정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자의 돌의자는 한낮의 햇살을 받아 뜨겁게 데워져 있어 앉기 좋았다. 자리에 앉은 사모는 갑자기 닐렀다.
<앉아. 륜.>
이미 허리를 반쯤 굽히고 있던 륜은 그만 엉거주춤한 동작으로 멈춰 선 채 사모를 바라보았다. 사모는 기분 좋게 웃었고 륜 역 시 당혹한 웃음을 지은 채 사모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모는 짓궂게 닐렀다.
<너는 너무도 예의 바른 남자라서 여자가 앉으라고 닐러야 앉잖아.〉
<어제는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사모.>
<오오, 역시 예의 바른 남자. 저렇게 엄숙하게 사과하니 사과받는 쪽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군.〉
륜 페이는 그만 어찌해야 될지 모르게 되었다. 사모는 부드럽게 닐렀다.
<어제는 내가 참 민망한 꼴 보였지? 미안해. 많이 당황했나 보
구나. 나도 그렇게 울 줄은 몰랐어.>
<신경쓰지 않습니다.〉
<대단히 신경쓰였단 니름이군.〉
륜은 다시 곤혹스러워했고 사모는 몸을 약간 기울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더이상 신경쓰지 마.>
륜은 돌탁자에 시선을 둔 채니름 없이 앉아 있었다. 사모는 다시 눈을 내려 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아이는 되어줄 수 없더라도 친구는 되겠지?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단다. 시시한 잡담들로 가득한 서신이나 나누고,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네가 우연히 하텐그라쥬를 지나치게 될 때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내가 너를 만나러 여행하 기도 하고. 그게 거북하니?>
<사모. 저는……>
륜은 문장을 완성하지 않은 채 정신을 닫았다. 잠시 기다리던 사모는 확인하듯 닐렀다.
<나는 대용품 따위로 나 스스로를 기만하지는 않아. 하지만 네 게 내 모습이 그렇게 비춰졌다면 내 태도나 행동에 뭔가 그렇게 비칠 만한 소지가 있었다는 니름이겠지. 고치겠어. 그러니 너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니름을 가장 내 본심에 가까운 니름으로 여 겨줘. 내가 원하는 건 아이가 아닌 친구야.>
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에겐 이미 많은 친구가 있잖습니까.>
<세상에는 멋진 농담과 감사의 니름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있어. 좋은 친구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고 보는데.>
륜은 그런 의미로 니르지 않았다. 모든 가족들의 아낌을 받는 사모 페이와 같은 여인이 친구에 굶주릴 리는 없다. 그녀는 륜에게 끈을 남겨두자고 니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끈의 한쪽에 자신
이 서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문득 륜은 자신이 얼마나 사모 페이를 사랑하는지를 깨달았다. 심장을 잃는 것은 페이라는 이름을 잃는 것이고 페이라는 이름을 잃는 것은 사모 페이와의 끈을 잃는 것이었다. 남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침실에 들 수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관 계. 하지만 륜이 모든 관계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사모 는 친구라는 이름의 끈을 새로 이어보였다. 그가 그토록 큰 상처 를 주었고 그 때문에 그녀가 은루(銀淚)를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는 환하게 웃었다.
〈고맙구나. 아, 들어가서 춤 추지 않을래?>
<전 여기에 더 있겠습니다.>
〈그래.〉
사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리기 전, 사모는 돌탁자 너 머로 손을 뻗어 륜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륜이 하고 싶었던 니름을 꺼내었다.
<고마워, 륜.>
륜은 아무 니름도 못한 채 사모를 떠나보냈다.
방심 상태 속에 앉아 있는 륜의 곁으로 수만 가지의 의미가 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한 채 흘러지나갔다.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던 륜의 시야에 어떤 물체가 들어온 것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륜은 심장탑을 보고 있었다.
도시 어느 곳에 있어도 그 200미터 높이의 탑은 눈에 들어온 다. 그 아름다운 탑을 바라보며 륜은 자신에 대해 놀랐다. 요근래 그가 심장탑을 바라볼 때 그 시선은 항상 분노로 채색되어 있 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거의 분노가 없는 상태에서 심장탑을 바 라보고 있었다. 륜은 왜 자신이 분노를 느끼지 않는가에 대해 생 각해 보았다.
답은 단순했다. 심장탑은 심장을 빼앗아 가는 곳이며 그럼으로 써 그와 사모 페이의 관계를 강탈하는 자들이 있는 곳이다. 하지 만 조금 전, 사모는 그들이 뺏어갈 수 없는 관계를 륜에게 선물 했다.
륜은 두 손을 모으고 그 위에 이마를 얹었다.
갑자기 격한 울음이 터져나왔다.
분노는 사라졌지만 대신 비늘이 떨어져나갈 정도의 공포가 그 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곳에 있었지만 지금껏 분노에 가려져 있던 공포가 륜의 마음속 깊은 심연으로부터 부상했다. 륜은 사모에게 감사하며 동 시에 그녀를 원망했다. 분노하고 있을 때 륜은 심장탑을 쏘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륜은 은빛 눈물로 얼굴과 두 손을 적시 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1년이 지났지만, 륜 속의 어떤 부분은 여전히 열한 살에 붙들어 매어져 있었고 륜은 십일 세 소년으로서 울고 있었다.
11년 전, 심장탑 안의 어떤 손이 그토록 가볍게 죽음을 행사했 을 때, 온몸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한 남자의 모습은 륜의 영원한 악몽이 되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요스비.
륜의 아버지였다.
마침내 샤나가가 달 뒤로 숨었다. 그리고 화리트 마케로우는 절망적인 기분에 젖어 있었다.
카루와 스바치는 비아스가 독극물을 제조하고 있다는 결정적 인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비아스가 그들 앞에서 독극물 수십 병을 늘 어놓았다 하더라도 그 병에 ‘독극물’ 이라고 적혀 있지 않다면 카 루와 스바치는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루와 스바 치는 솔직하게 그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카루는 동시에 가주가 되고 싶어하는 비아스가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지적했다.
<적출식 도중에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것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 킬 거야. 화리트. 비록 죽은 것이 남자라도 대단한 추문이 될 것 은 분명해. 분명히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 어질 테고, 우수한 약술사인 비아스가 가장 먼저 의심을 받겠지. 비아스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을걸. 더군다나 그냥 네 가 밉다는 이유로 그러지는 않을 거야. 이성적으로, 비아스에겐 너를 죽일 이유가 없어. 비아스는 이성적인 나가지?>
물론 비아스는 이성적인 나가다. 12년 동안이나 아이를 갖지 못했으면서도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비아스 외에 누가 더 이성적일 수 있겠는가. 화리트는 카루의 니름을 받아들이기로 결 심했다.
하지만 가문이 마지막으로 선물해 주는 깨끗이 세탁된 의복을 걸치면서도 화리트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다.
영원히 떠나는 아들을 위해 마케로우 가문은 지체 있는 가문다 운 준비를 해주었다. 깨끗한 옷과 며칠 입을 여벌 옷, 금편 꾸러미와 예리한 단검. 심지어 춤채 한 벌까지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화리트는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춤에 소질이 거의 없는 화리트에게 춤채를 준비해 주는 것은 배려라고 하긴 힘들다. 흠 잡힐 데 없는 채비를 갖춰줬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것뿐이리라. 화리트는 역시 가문이 준비해 준 작은 배낭에 그 모든 것을 쑤 셔넣은 다음 가문의 여자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나섰다.
두세나 마케로우와 소메로 마케로우는 각자 훌륭한 처신을 보 여줬다. 몇 가지 덕담과 상하를 잘 가리고 언제나 예를 잃지 말라는 등의 약간의 가식적인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화리트 역시 22년 동안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절대로 그 은혜 를 잊지 않겠다는 니름으로 화답했다. 물론 은혜 어쩌고는 완전 히 무의미한 니름이다. 이제 문밖을 나서면 화리트와 마케로우 가문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카린돌 마케로우는 화리트를 놀라게 했다. 무서운 니름 을 듣게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며 카린돌을 찾아갔던 화리트 는, 카린돌이 갑자기 자신을 포옹했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다.
<네가 떠나면 이제 나 홀로 남게 되는구나.>
화리트는 무슨 니름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와 카린돌 은 둘 다 두세나 가주의 자식들이다. 하지만 가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두세나의 친자가 아닌 소메로다. 물론 소메로는 가주 계승자로 여겨질 만큼 품위 있는 사람이지만 만일 그녀가 가주가 된다면 가주의 친자인 카린돌은 불편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남자에 불과한 화리트는 카린돌에게 의지가 되진 않겠지만, 이렇게 완전히 떠나는 것을 보게 되자 카린돌은 감정 이 북받쳤던 것이다. 화리트는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위로의 니름을 꺼냈다.
<누님. 소메로 누님은 덕 있는 분이십니다.>
카린돌은 사나운 눈으로 화리트를 쏘아보았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 그래. 소메로는 덕밖에 가지고 있지 않 지. 야심이나 교활함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화리트는 카린돌이 무슨 니름을 하는지 몰라 당황했다. 그러나 카린돌은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았다.
카린돌의 니름이 무슨 뜻인지 화리트가 깨달은 것은 비아스의 방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놀라움 때문에 화리트는 복도 가 운데 멈춰서고 말았다.
카린돌은 소메로가 야심이나 교활함이 없어서’ 비아스에게 가 주의 계승을 뺏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고, 그 결과 가 가져올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소메로는 덕을 가진 나가 며 따라서 카린돌에게도 약간 불편한 기분 이상은 주지 않을 것 이다. 하지만 비아스가 가주가 된다면 카린돌의 남은 나날은 단 순히 불편한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비아스가 소메로를 제치고 가주가 될 수 있을까? 카린돌 은 어떤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한 걸까?>
상념에 빠져 있던 화리트는 한참 후에야 비아스의 방문 앞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또 뭔가 위험한 약 술 실험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던 화리 트는 잘됐다고 생각하며 재빨리 몸을 돌렸다. 마지막 인사를 하 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정문 앞에서 카루와 스바치가 무장한 채 화리트를 기다리고 있 었다. 그들의 근심섞인 표정을 보며 화리트는 그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리트는 짐짓 기운차게 닐렀다.
<자, 심장을 뽑으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