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5장 – 철혈(鐵血) (2)
수호자 세리스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첫 번째이자 세 번째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간단합니다. 여자를 죽이는 걸로는 첫 번째고, 남자까지 포함한다면 세 번째라는 의미입니다. 바로 화리트와 수호자 유벡스지요.>
세리스마는 정신적으로 실소했다.
<그걸 그렇게 구분한단 말인가. 참 대단한 여자군. 그렇다면 비아스 마케로우가 살해자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륜 페이는 화리트 마케로우의 대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명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 가지 문제는 지금 그가 암살자에게 쫓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루가 그것을 해해야겠지만, 카루는 륜이 살해자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스바치의 아쉬워하는 니름에 세리스마는 빙긋 웃으며 닐렀다.
<카루를 믿어야겠지. 비아스가 살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카루 자신이 제기한 것 아닌가? 어쩌면 카루는 벌써 오래전에 비아스가 살해자라는 증거를 포착했을지도 모르지.>
스바치는 그렇게만 되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냐는 표정으로 수호자 세리스마를 바라보다가 문득 세리스마의 웃음이 조금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리스마는 환하게 웃으며 닐렀다.
<그러곤 이미 하텐그라쥬로 돌아와 어느 침대에서 피곤한 몸을 달래고 있을지도 모르지.>
스바치는 수호자의 침실로 통하는 문으로 달려가 그것을 확 열었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카루를 발견했다.
카루는 잠시 후 일어났다. 한계선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터라 피로가 완전히 가시진 않은 모습이었지만 카루는 스바치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대충 정리해서 닐러 주었다. 스바치는 사모의 추리에 감탄하고 사모의 행동에 놀랐다.
<그렇다면 사모 페이는 동생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생에게 편안한 죽음을 주기 위해 암살자 지명을 받아들인 거란 말인가?>
<그녀 자신이 그렇게 니른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
<대단히 곤란하군. 륜은 어떻게 되었지? 한계선을 넘어갔나?>
<그랬을 것 같아. 내가 페이와 헤어졌을 땐 한계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이었어. 페이가 그전에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륜을 해치긴 어려울 거야. 레콘도 있고 도깨비도 있으니까. 게다가 전설 속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나가 살육자도 있고.>
<자네 이야기 중에선 그 두억시니 괴물하고 나가 살육자 이야기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렵군.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야.>
<직접 보고 온 나도 아직까지 내가 본 것을 믿지 못하겠어. 어쨌든 나는 그 길잡이들이 사모의 방해를 물리치고 한계선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사모를 계속 따라다니며 그녀를 방해하는 대신 빨리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어.>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모자란 잠부터 보충해야겠다고 결정했고?>
스바치의 니름에 카루는 억울하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달려야 했던 거리를 생각해 봐. 하지만 자네의 비난에도 일리는 있군. 빨리 할 일을 해야겠어.>
니름을 끝낸 카루는 수호자 세리스마를 바라보았다. 세리스마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닐렀다.
<자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서 뭐라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 당장 나는 자네 두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군. 륜 페이. 우리의 계획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우리 일을 대신 해주고 있는 그 청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오는군. 자기 혈육에게 목숨의 위협까지 당하면서 말이야.>
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닐렀다.
<사태가 끝난 후, 그를 다시 한계선 이남으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를 받아야 마땅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거의 없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생각해 보세. 일단 급한 일부터 하고. 할 일을 해야지.>
카루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후 뱀 단지를 들고 돌아왔다. 그동안 스바치는 바닥을 치워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카루는 바닥에 뱀을 쏟고는 그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바치와 함께 물러났다. 수호자 세리스마는 바닥을 미끄러지는 뱀들에게 정신 억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