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5장 – 철혈(鐵血) (5)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의 우두머리는 다거트 슈라이트라 했다. 그리고 다거트 슈라이트는 매우 행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엄왕이 성문 통과자들에게 부과한 통과세는 은편 다섯 닢이었던 것이다. 그 얼빠진 여행자들은 한 사람당 여섯 닢의 돈을 지불했고 따라서 다거트에겐 네 닢의 은편이 남게 되었다. 물론 공모자들인 다른 병사들과 나눠야겠지만 그렇더라도 다거트를 행복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다른 병사들 또한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 빨리 문 닫지? 해도 다 졌는데.”
그들의 말은 물론 조속히 성문을 닫고 조금 전 그들에게 발생한 불로소득을 이용하여 음성적 여흥에 매진하자는 의미였다. 다거트는 기분 좋게 웃으며 성문을 닫을 준비를 갖췄다. 그때 병사 하나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잠깐. 뭐가 하나 더 온다.”
병사가 가리키는 곳을 본 다른 이들은 어둑어둑한 땅 위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자보로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분명했다. 다거트 슈라이트와 병사들은 성문을 닫는 손길을 늦추었다. 그들이 느지막이 도시의 품으로 찾아드는 여행객을 배려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은편 네 닢보다는 은편 다섯 닢이 제공할 여흥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쨌든 그들은 느긋하게 성문을 닫았다. 그때 다거트가 눈살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저거 레콘인가? 대단히 빠른데.”
그 말에 병사들도 덩달아 이맛살을 찌푸렸다. 만약 레콘이 성문을 무시한 채 성벽을 뛰어넘는다면 그들은 그 레콘을 찾아 성벽 주위를 뛰어다녀야 한다. 그리고 결코 유쾌해하지는 않을 그 레콘에게 통과세를 받아야 한다. 오늘의 행운이 혹 불쾌한 불운으로 끝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병사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불쾌한 불운이 아니었다. 그것은 끔찍한 재난이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점차 커지는 그 모습은 분명 네 발로 달리는 동물의 것이었다. 병사들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고 상대방의 얼굴에서 공포를 발견했다.
틀림없었다. 집채만 한 덩치, 선명한 얼룩무늬,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땅을 박차는 강인한 네 다리. 다거트가 목이 찢어질 듯이 외쳤다.
“대, 대대대, 대호다!”
“닫아! 성문 닫아!”
병사들은 성문에 몸을 부딪쳤다. 거대한 성문이 심한 쇳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동안 병사들은 몇 번이나 성문을 팽개치고 달아나고 싶은 갈등을 느꼈다. 대호는 잔인할 정도의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병사들은 성문을 닫았다. 다거트가 빗장을 거는 순간 성문에서 무서운 충돌음이 들려왔다. 병사들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고 그중 한 명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성문을 할퀴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성벽을 증축한 무라 마립간에게 지극히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다거트는 좀 다른 것을 생각했다. 빗장을 걸기 직전, 다거트는 좁은 문틈으로 본 대호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거트는 대호의 등 위에서 본 것이 황혼녘의 햇살이 만들어 낸 환상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그것이 검은 모피 망토로 몸을 감싼 사람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