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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0)


륜은 마당으로 내려섰다.

지붕 위에 있던 아스화리탈이 날아들었다. 륜은 아스화리탈을 받아 안은 채 두억시니들의 사이로 걸어갔다. 마루나래는 두억시니들을 지휘하는 듯한 위치에 앉아 있었다. 잠시 륜을 돌아보았지만 마루나래는 오랫동안 바라보지는 않았다. 지금 그 대호는 마당 반대편에 서 있는 승려들 때문에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물론 어느 쪽 신경이 더 곤두서 있는지를 겨룬다면 당연히 승려들 쪽의 우세다. 승려들은 두억시니들과, 그리고 대호와 대치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억시니들 앞에 앉아 있는 마루나래처럼 승려들 앞쪽에는 쥬타기 대선사와 오레놀, 그리고 티나한이 서 있었다. 오레놀은 륜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긴장하고 있을 것이 뻔한 륜을 위한 의도된 몸짓이었다. 륜은 고맙게 웃었다. 쥬타기 대선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대선사는 그 무거운 침묵을 감히 깨지는 못했다. 그 침묵은 긴장감과 흥분의 권능이었고 누구도 그 권능에 대항하지 못했다. 심지어 티나한까지도.

륜은 마당 가운데로 걸어갔다.

오레놀과 행자들이 죽편을 참고해 가며 마당 가운데 그려 놓은 만다라는 복잡했다. 만다라를 그리기에 앞서 오레놀과 행자들은 땅 위를 기다시피 하며 마당의 편평도를 검사했고 몇 동이나 되는 피를 부었고 다시 일곱 군데의 샘에서 떠온 물로 그것을 씻어 내었다. 그리고 그 젖은 땅에 모래를 뿌려 가며 만다라를 그렸다. 만다라를 완성하는 데는 이틀 밤낮이 꼬박 소요되었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계속 물로 적시며 그린 만다라는 마침내 완성되었지만, 지금 그 물기는 마르고 있었고 그래서 오레놀과 행자들은 옆 사람의 입김에도 기겁했다. 다행히 산의 공기는 고요했다. 바람이 없는 것에 감사하며 쥬타기 대선사는 륜을 바라보았다. 륜은 만다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륜이 아스화리탈을 놓아 주지 않는 것을 보며 승려들은 조바심을 느꼈다. 용의 존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륜은 아스화리탈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만다라의 중심에 선 륜은 오레놀을 잠시 바라보았다.

오레놀은 륜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만다라는 겉치레일 뿐입니다.”

그토록 고생하며 그린 만다라를 간단히 폄하해 버리는 오레놀의 태도에 륜은 당황했다. 오레놀은 설명했다.

“이건 굳이 따진다면 예의 문제입니다. 조야하게 비유한다면 귀한 분을 만나기 앞서 의복을 정갈히 하는 태도에 해당할까요. 예. 만다라가 당신이 하려는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지입니다.”

오레놀은 륜의 의지라는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리고 만다라 중심에서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 두라고 권고했다. 륜은 그 권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생각이라니요? 당연히 여신을 부르겠다는 생각 아닙니까?”

“그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일 자체는 지금 현재에도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어느 구석에서는 생명의 위험에 처한 누군가가, 혹은 다른 어떤 위기 때문에 두려움과 슬픔, 어쩌면 분노 속에서 신을 부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단지 신을 부른다는 것뿐이라면 당신과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당신보다 훨씬 절실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그런 사람들 앞에 펑! 하고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가이너 카쉬냅은 그런 태도를 비꼬아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가 신을 신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전일 근무 가능한 무보수 만능 하인’이라는 본명이 부르기 지나치게 번거롭기 때문이다’라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들과 달라야 합니다. 그들은 신이 자기에게 맞추어지기를 바라지요. 당신은 그 반대로 해야 합니다. 당신을 신에게 맞추세요.”

“알 듯 모를 듯한 말이군요.”

“더 이상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당신과 당신의 신부 사이의 일입니다.”

“제 신부요?”

“네. 당신의 신부. 발자국 없는 여신은 이곳이 사원이고 저희들이 정성껏 만다라를 그렸기 때문에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들이 필요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신께서는 그 무엇보다도 만다라 가운데서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만나러 오는 겁니다. 그걸 유념하세요. 그리고 그 가운데서 무슨 생각을 할지 결정해 두세요.”

륜은 오레놀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한번 더 오레놀을 바라보고, 그 옆에 서서 초조감을 감추지 못한 채 수염병을 비틀고 있는 티나한을 바라보았다.

륜은 만다라의 중심에 앉았다.


스바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꽤 이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다지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생애를 살아왔지만 스바치는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잠에서 깨어난 경험이 없었다. 몸을 뒤척여 보려던 스바치는 뒤통수에서 엄습하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굳이 말로 바꿔 본다면 “으아악!”에 해당하는 니름이었다. 그 니름을 들은 누군가가 니름을 걸어왔다.

<스바치, 일어났나?>

스바치는 고통을 참으며 겨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밧줄에 꽁꽁 묶인 카루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난 자네가 깨어나면 바로 그걸 질문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로선 몸도 마음도 같은 처지라는 의미군.〉

<여기가 어디지?>

<심장탑 안쪽이라는 느낌이 들어.〉

스바치는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로 이루어진 바닥과 벽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둥그스름한 벽을 확인한 스바치는 카루의 니름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장탑이 아니라면 저런 둥그스름한 벽이 필요한 곳은 거의 없다. 고통을 참으며 계속 관찰하던 스바치는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옷장처럼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옷장을 만드는 가구공이 그 니름을 들었다면 화를 낼 것이다. 그것이 옷장과 닮은 점은 대충 입방체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 그리고 앞쪽에 두 개의 여닫이문이 달려 있다는 점뿐이었다. 거기에는 온갖 괴상한 돌출물들이 달려 있어 완전한 입방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기묘한 모습의 금속관들이 도대체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구부러져 입방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한쪽에는 혹처럼 생긴 작은 금속 상자가 돌출해 있었다. 그 속에는 아무리 보아도 도기제 항아리처럼 보이는 것의 일부가 보였다. 금속 상자가 그것을 둘러싸고 있기에 도기의 정확한 모양은 알 수 없었다. 그 외에도 금속 입방체의 인상을 괴이한 것으로 만드는 온갖 부속 기관들이 붙어 있었다. 카루는 스바치가 관찰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닐렀다.

<괴상한 물건이지? 나는 지금까지 저것을 관찰했지만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도 되지 않아. 내가 알아낸 건 저 물건의 한쪽이 이상하게 뜨겁다는 사실뿐이야.〉

<뜨겁다고?>

<자네가 있는 쪽에서는 보이지 않겠군. 하지만 내 쪽에서는 볼 수 있어. 저 물건의 한쪽 면에서 계속 열이 나오고 있어.>

〈정말 괴상한 물건이군. 심장탑 안에 저런 물건이 있다는 니름은 듣지 못했는데. 그러면 여기는 심장탑이 아닌가? 그리고 도대체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지?>

<앞쪽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겠지만, 뒤쪽 것은 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바치 또한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신자들이군!〉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도대체 어떻게 우리 정체를 알게 된 걸까? 그리고 마케로우 가문에 있는 우리를 어떻게 잡아온 거지?>

<함께 마케로우 가문에 있었으니까.〉

스바치는 카루의 니름을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가 아파서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스바치를 위해 카루는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비아스 숭배자들 기억나나?>

<아!>

<그래,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벌써 의심했어야 했어. 갑자기 그런 숭배자들이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을. 그놈들은 우리를 붙잡을 기회를 노리기 위해 마케로우 가문에 들어온 거였어.〉

스바치는 비늘을 부딪쳤다. 카루의 니름대로였다. 당연히 그런 이상한 방문자들에 대해 신경 썼어야 했다. 하지만 요 근래 스바치는 카린돌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 있었고 주위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스바치가 그 사실에 대해 분개하려 할 때 카루가 닐렀다.

<누가 온다.>

스바치는 누군가의 정신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카루와 스바치는 머리를 움직였다.

방문이 열리며 몇 명의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중 몇 명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마케로우 가문에서 본 적이 있는 비아스 숭배자들이었다.

하지만 스바치와 카루는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경악 때문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들은 모두 수호자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처구니없어하는 것을 본 수호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일어났군, 스바치. 카루.>

<다, 당신들······ 왜 그런 옷을?>

<수호자가 수호자의 옷을 입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너희들의 적이 수호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텐데.〉

물론 카루와 스바치는 살신을 계획하는 자들이 어떤 수호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비아스에게 파견한 자들까지 수호자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카루가 사납게 닐렀다.

<당신들은 여신의 신랑이잖아! 어떻게 여신이 아닌 다른 여인에게 몸을 준 거냐!〉

수호자들은 그런 비난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카루와 스바치를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그랬잖아?>

<우리는 수호자가 아니야!>

수호자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들 중 한 명이 닐렀다.

<저 녀석들의 니름이 맞아. 저놈들은 수호자가 아니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그러면 저 녀석들에게도 신명이 있을 텐데.〉

<아아, 그래야겠군. 그럼 신명이 없나?>

<그래, 신명을 받기 전에 지위를 반납했지. 장차 비밀스러운 임무를, 그러니까 여자들에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는 임무를 수행할 자들로 세리스마가 따로 뽑아 두었지. 저들은 세리스마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호자의 길도 포기했고, 독종들이야.〉

수호자들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루와 스바치는 세리스마라는 이름에 경악했다. ‘저자들이 세리스마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그들의 정체에 대해 설명했던 수호자가 그들의 의문을 짐작한다는 듯이 닐렀다.

<그래. 나는 너희들뿐만이 아니라 세리스마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스바치와 카루는 격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수호자 세리스마에 대해서도 안다면 그들의 모든 것이 들킨 셈이다. 그러나 카루는 쉽게 패배를 선언하지 않았다.

〈우리들에 대해 다 알고 있군. 하지만 너희들은 늦었어!>

다른 자들은 카루의 니름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금속 입방체 주위로 걸어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카루와 스바치가 무시당한 것은 아니었다. 갈로텍이 의자를 가져와 앉아서 카루와 스바치를 내려다보았기 때문이다. 바빠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갈로텍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닐렀다.

<내 이름은 갈로텍이야. 그런데 늦었다고 했나?>

<그렇다. 갈로텍! 이미 신명을 가진 자가 대사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는 여신께 너희들의 계획을 물어볼 테고, 그리고 너희들의 계획을 분쇄할 거다!>

<신명을 가진 자라고 하지 말고 륜 페이라고 닐러도 돼.〉

<제기랄, 모르는 것이 없군. 그렇지만 너희들이 늦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오히려 잘된 일이군.〉

<잘됐다고?>

스바치 또한 뭐가 잘됐냐는 듯이 카루를 바라보았다. 카루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닐렀다.

<너희들은 륜을 제지할 수 없어! 만약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화리트가 심장을 적출하고 떠났겠지. 그러면 너희들은,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을 간파한 너희들은 화리트의 심장을 파괴했겠지. 하지만 륜은 심장을 가지고 있다! 너희들은 저 먼 북부에 있을 륜을 제지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어!>

스바치는 탄성을 내질렀다. 카루의 니름대로였다. 하지만 갈로텍은 실망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닐렀다.

<네 니름대로군. 하지만 륜은 심장뿐만이 아니라 그를 죽이기로 맹세한 암살자도 가지고 있는데?>

카루는 비늘을 부딪쳤다. 그는 사모와 헤어졌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갈로텍은 그런 카루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군, 카루.>

<······ 암살자는 실패할 거다. 갈로텍. 북쪽에서 그녀는 활기차게 움직일 수 없어. 반면 륜의 주위에는 불신자들이 있지. 그들이 사모를 막을 거야. >

<음. 타당한 추리군.〉

<그래, 너희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갈 거다. 지금이라도 그 허무맹랑한 계획을 포기해라. 너희들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을 모르나?>

갈로텍은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막 대답하려 할 때 금속 입방체 주위에 있던 수호자들이 닐렀다.

<갈로텍. 준비됐어.>

갈로텍은 그쪽을 흘끔 바라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금속 입방체를 향해 걸어가며 갈로텍은 카루에게 닐렀다.

<카루. 내 생각에는 위험에 빠지는 것은 세계가 아니야. 불신자들이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이 죽는다고 해서 세상이 더워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갈로텍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관대함을 가지고 상대해 주던 것에도 질려 버린 듯한 태도였다. 갈로텍이 금속 입방체 앞에 서자 어떤 수호자가 이상한 옷을 건네었다. 그것은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외투였고 키보렌에서는 아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두껍고 커다란 그 옷은 추운 지방에 사는 더운 피의 불신자에게나 유용할 듯한 옷이었다. 갈로텍은 그 이상한 옷을 입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명의 수호자가 좌우에서 금속 입방체의 여닫이 문을 열었다.

금속 입방체 안에서 거대한 암흑이 흘러나왔다.

스바치와 카루는 흠칫하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틀림없이 냉기였다. 그것도 그들이 평생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지독한 냉기였다. 가장 깊은 물도 그토록 차가운 어둠으로 물들어 있지는 않았다. 스바치는 더듬거렸다.

<물보다 차갑…..다? 어떻게?>

갈로텍은 돌아보지 않았다. 두터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갈로텍은 냉기를 피하느라 몇 발자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카루는 그 입방체가 내부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장치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카루는 왜 입방체 한쪽에서 열기가 흘러나오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입방체 내부에서 강제로 꺼낸 열이었다. 그렇게 계속 열을 퍼내기에 내부는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루는 도대체 어떤 기술이 그런 마법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스바치가 고통스러운 니름을 토했다.

<카린돌!>

카루는 깜짝 놀라 스바치를 바라보았다. 스바치는 그 기괴한 입방체 내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카루는 눈을 돌렸고 그 내부에 사람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 조금 더 주의 깊게 바라본 카루는 꽁꽁 얼어붙다시피 한 카린돌 마케로우를 발견했다. 카루는 헛바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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