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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8)


<전 세계라고?>

〈그래. 우리는 대확장 전쟁을 재개할 것이다!>

케이건은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케이건은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빨리 말을 끝내려 애썼다. 그의 주위에 몰려든 승려들과 륜, 그리고 티나한은 케이건의 설명을 들으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쥬타기 대선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증거가 증거가 있나?”

“여신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 증거입니다. 여신께서 왜 신랑의 부름에 나타났다가 대화도 하지 않고 사라졌겠습니까? 아마 지금쯤 여신은 자기 신랑들의 손에 억류되셨을 겁니다.”

“자신들의 신부를…………..!’

“그렇습니다.”

티나한은 자신이 륜과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나한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이 죽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륜의 신부가 억류되었다는 것에는 동정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티나한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 놈들이 여신의 힘을 가져서 뭘 하겠다는 거지?”

“대확장 전쟁을 재개할 거요.”

“어떻게? 놈들은 한계선을 넘을 수 없어.”

“세상이 더워지면 가능하오.”

티나한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고 그것은 륜 또한 마찬가지였다. 설명할 기력이 없었던 케이건은 쥬타기 대선사를 바라보았다.

“대선사님. 설명하십시오.”

대선사는 모든 이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입술을 깨물던 대선사는 빠르게 설명했다.

“간단히 설명하겠소. 발자국 없는 여신의 힘은 물이오.”

티나한은 물이라는 말에 질겁했다. 학식이 높은 승려들 몇몇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승려들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쥬타기 대선사는 다시 말했다.

“물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소.”

티나한은 그게 무슨 설명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륜이 먼저 당황하여 말했다.

“그럼 다른 신들께서는……………?”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힘은 땅이오. 그 이름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요. 도깨비들을 가호하시는 자신을 죽이는 신의 힘은 불이지. 탈수록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며 결국 자신을 죽여 가는 불 말이오.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신의 힘은 바람이오. 바람은 어디에도 없소.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일 뿐이지. 이해하시겠소?”

티나한과 륜은 이해할 듯 말 듯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쥬타기 대선사의 설명을 계속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현재 나가들은 물의 힘을 손에 넣은 것이오. 그런데 물은 열을 흡수하오. 륜 자네가 잘 알겠지.”

“예. 그런데요?”

“물이 열을 흡수한다는 것은, 바꿔 말한다면 물이 열을 보관한다는 의미도 되오. 사막이 왜 밤에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추운지 아시오? 사막에는 물이 없소. 그래서 사막은 낮의 열을 보관해 두지 못하기 때문에 밤에 그렇게 추운 거요. 대체적으로 더운 지방은 곧 물이 많은 지방이오. 메마른 곳은 춥지.”

륜은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사는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깨물다가 다시 외쳤다.

“그 자들은 키보렌에 있소! 그 자들은 키보렌의 열을 물속에 보관시켜 한계선 너머로 보내어 올 수 있소. 아니, 단순히 이 북쪽을 습기 찬 곳으로 만들어도 북쪽의 기온은 상승할 거요. 세계가 더워지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의미가 없어진 한계선을 넘어올 거요. 비와 눈보라와 홍수 등의 자연력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채!”

대선사는 격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남쪽을 바라보며 비탄을 토했다.

“내가 그들에게 속았다. 그래서 세계가 그들이 일으킨 열독 속에 신음하도록 만들었어!”

격노하던 대선사는 문득 당황하여 케이건을 쳐다보았다. 케이건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리고 쥬타기 대선사는 자신이 더 큰 불행 앞에서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꼴을 보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선사는 불과 얼마 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나가를 믿지 않아. 그것들이 약한 척, 아픈 척, 죽은 척한다고 해서 칼을 칼집에 꽂아 넣는 것은 미련한 짓이야. 나는 그런 속임수에 너무 많이 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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