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9장 – 북부의 왕 (5)
무학당 앞을 지키고 있던 행자들은 울상이 되었다. 늙은 변경백은 수염을 바르르 떨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런 무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행자들은 괄하이드의 눈빛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행자들이 조금이나마 안도하게 된 것은 그들의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을 때였다. 행자들은 뒤를 흘끔 쳐다보았고 케이건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에 안도했다.
케이건은 행자들의 곁을 지나쳐 괄하이드의 앞으로 걸어왔다.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소?”
괄하이드는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행자들의 모습을 보며 말을 삼켰다. 그는 케이건에게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가자는 몸짓을 했고 케이건은 그를 뒤따랐다.
그들은 조그마한 수풀 옆으로 걸어갔다. 행자들에게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괄하이드는 케이건의 등 뒤쪽에서 비죽 솟아 있는 바라기의 칼자루를 보며 말했다.
“케이건 드라카. 그것이 진짜 영웅왕의 검이오? 내 대도는 영웅왕의 검에 맞아 부러진 거요?”
“……티나한에게 들었소?”
“진짜요?”
케이건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괄하이드는 그대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말했다.
“그걸 증명할 수 있소?”
“증명해야 하오?”
“제발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아 주시오! 그걸 증명할 방법이 있소?”
케이건은 변경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괄하이드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 검은 최후의 대장간에서 벼려진 검이오. 하지만 최후의 대장간은 레콘들 이외엔 찾아갈 수 없으니 안 되겠군. 그러나 하인샤 대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죽편을 뒤지면 영웅왕 시대의 기록도 찾아볼 수 있을 거요. 그 기록들 중에는 영웅왕의 두 자루 검이 어떻게 해서 한 자루로 합쳐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소.”
“두 자루가 하나로! 그래서 그렇게 생긴 것이군?”
“그렇소.”
괄하이드 변경백은 침착하려 애썼다.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꾸며낸 이야기라면 이토록 기상천외하지는 않을 것이다. 괄하이드는 크게 뜬 눈으로 바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소. 그 기록을 찾아보겠소. 그런데 그전에 묻고 싶군. 당신이 왜 영웅왕의 검을 가지고 있는 거요?”
“손에 들어왔으니 가지고 있는 거요. 과텔과 케나린이 임자 없는 것을 가졌듯이.”
“영웅왕의 검은 아라짓 전사의 충성의 대상이오!”
“알고 있소.”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당신이 영웅왕의 검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아라짓 전사를 가질 수 있단 말이오. 아라짓 전사들은 영웅왕의 검의 계승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니까!”
“아라짓 전사를 가져서 뭘 하라는 거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요?”
“왕이 되라는 말인가 보군. 나는 관심 없소. 그날 내가 했던 말은 당신을 충동질하기 위해 꾸며낸 말이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소.”
괄하이드는 수염을 잡아 뽑고 싶다는 표정이 되었다.
“우리에겐 왕이 필요하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왕이 없었소. 당신에겐 눈이 없소? 나가처럼 듣지 못하는 거요? 왕을 원하는 저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없고 그 소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거요? 왕은 돌아와야 하오. 더군다나 나가들이 짐작하기도 힘든 힘을 손에 넣은 지금에 와서는 반드시!”
“그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내가 왕이 될 생각은 없소.”
괄하이드는 무서운 눈으로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변경백이 말하기 전 케이건이 먼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소.”
“뭐요?”
“이 바라기를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것을 거부하겠소.”
괄하이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케이건 드라카! 스스로 왕이 될 생각이 없다면, 왕이 될 재목에게 그걸 넘기는 것이 정당한 처사잖소!”
“이건 내 소유물이고, 내 소유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내 재량이오.”
“그건 당신만의 물건이 아니오! 왕을 기다리는 모든 자의 것이오!”
케이건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괄하이드는 그런 거리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케이건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괄하이드는 멈춰 섰다.
케이건은 단조롭게 말했다.
“그렇다면 왕을 기다리는 그들 모두에게 권리를 주겠소.”
“권리? 무슨?”
“나를 죽이고 바라기를 뺏어갈 권리.”
괄하이드는 충격을 받았다. 변경백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사이 케이건은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 등에 걸려 있는 바라기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괄하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케이건이 몸을 돌린 채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시도하지 않기를 바라오. 괄하이드 규리하.”
“왜?”
“당신은 이미 왕의 것을 보관하고 있소. 그것도 훌륭히 더 이상 왕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오.”
괄하이드는 머리끝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노(老) 변경백이 그의 왕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케이건이 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괄하이드는 무엇인가가 충족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바라기를 가진 자의 말이기 때문일까? 괄하이드가 뭔가 대답의 말을 해 보려 했을 때 케이건은 이미 무학당으로 들어서는 굽이를 돌아 들어간 뒤였다. 괄하이드는 케이건을 볼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변경백은 몸을 돌렸다.
흥분은 가시지 않았고 감정은 조금도 정리되지 않았다. 걸음걸이마저 이상하게 바뀐 듯한 느낌에 변경백은 당혹했다. 괄하이드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걸어 내려갔다.
잠시 후 그들이 서 있던 곳 옆의 수풀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영리하게 생긴 그 남자는 조금 전 훔쳐 들은 대화를 곰곰이 생각하며 변경백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반 시간쯤 지났을 때 자신의 아버지와 형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발케네의 대족장 코네도 빌파는 경악했다.
“영웅왕의 검이라고!”
토카리 빌파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사원의 기록을 조사하면 증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토카리의 형이자 코네도의 장자인 그룹 빌파는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그거 비싼 물건이겠군요?”
그룸은 아버지와 동생이 자신에게 보내어 오는 눈길에 당황했다. 토카리는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코네도는 그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다. 아들 중 하나를 대사원에서 공부하게 한 것은 정말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자찬하며 코네도는 토카리에게 말했다.
“네 형에게 설명해 줘라.”
“예. 그 옛날 아라짓 전사들은 영웅왕의 검을 계승한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영웅왕의 검이 사라진 직후 아라짓 전사들이 그 용맹함을 잃고 소작농들을 끌어모아 만든 오합지졸만큼도 못한 존재로 변해 버린 것은 바로 그런 사정에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영웅왕의 검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는 아라짓 전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셈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건 이름일 뿐이잖아. 누군가에게 아라짓 전사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고 해서 그 자가 옛날의 진짜 아라짓 전사처럼 훌륭한 전사로 바뀌는 것은 아닐 텐데.”
“저 괄하이드 변경백을 생각해 보십시오! 제왕병자들 중에는 꼭 왕이 되고 싶은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왕병자들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보다 왕의 전사, 혹은 왕의 신하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들에게 적법한 권리에 의해 아라짓 전사의 이름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주퀘도 사르마크는 그 영용함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추종자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왕이 돌아오기를 원하는 자들이 그렇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퀘도 사르마크에게 아라짓 전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었다면 어떠했을 것 같습니까?”
그룸 빌파는 그제야 동생이 말하고픈 바를 이해했다. 그의 눈이 조금 전과는 다른 광채로 빛났다. 코네도는 두 아들이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말했다.
“그 검을 가져야겠다. 훗날 거사를 일으킬 때 그 검은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어떻게? 훔칠 방법이 없습니다. 무학당에 틀어박혀 있으니까요. 게다가 밖으로 혹 나온다고 해도 그 녀석, 괄하이드 변경백을 가지고 놀 정도의 칼잡이인데요.”
그룹의 지적에 코네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녀석 스스로 가지고 나오게 해야지.”
그날 밤, 대족장을 따라왔던 발케네 사내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대사원을 떠났다. 깊은 새벽을 틈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말의 발까지 싸맨 다음 떠났기에 아무도 그가 대사원을 떠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발케네 사내가 대사원을 떠나고 있던 시각, 케이건은 방문을 열고 나오는 륜을 바라보고 있었다.
륜은 마루에 서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심사가 사나운 듯 비늘을 곤두세우던 륜은 문득 마당 저편에 케이건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륜은 놀라서 마루 아래로 내려섰다. 두억시니들도 곤하게 잠들어 있는 가운데 마루나래만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 륜은 마당을 가로질러 케이건에게 걸어갔다.
마당에 돗자리를 깔아 둔 채 누워 있던 케이건은 륜이 가까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돗자리 앞에 선 륜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왜 밖에서 주무십니까?”
“여름이다. 륜. 밖에서 자는 것도 괜찮아.”
“저를 지키고 계셨던 겁니까? 하지만 이곳에는 마루나래도 있고 두억시니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스화리탈도 있고…….”
그렇게 말하던 륜은 아스화리탈이 아직 날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륜은 지붕 위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아스화리탈이 배를 하늘로 향한 방만한 자세로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케이건이 조용히 말했다.
“근면 성실한 경호자라고 하긴 어렵겠군.”
륜은 헛웃음을 지으며 돗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름이라는 케이건의 말을 생각한 륜은 걸치고 있던 흑사자 모피를 조심스럽게 벗었다. 하지만 산속의 밤은 아직 그에겐 쌀쌀했다. 륜은 모피를 다시 어깨 위로 끌어올렸다.
“아까 느닷없이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지.”
“시도해 볼 만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뭘 하고 있었는데?”
“누님을 깨워 보려고 했습니다.”
“여신의 힘으로?”
륜은 깜짝 놀라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케이건은 두 손으로 돗자리를 짚은 채 여름의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도 신명을 가지고 있잖아.”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여신이 감금되었을 때부터.”
“……저는 아까 낮에 깨달았습니다. 그것도 유해의 폭포가 닐러 줘서.”
“그랬나. 네 모습을 보아하니 일이 잘 안 된 모양이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신의 힘을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는 그 일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낫으로 못을 박고 망치로 풀을 베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여신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군.”
“예. 간혹 누님의 정신과 접촉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건 제 간절함 때문에 느낀 착각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누님의 정신에 닿았음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니름을 전할 수도 없었고 제 존재를 깨닫게 할 방법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신이 아니다. 륜.”
륜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중도 포기한 수련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 들더군요. 저는 여신의 힘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문제라면 쥬타기 대선사나 오레놀 대덕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지금 주무시겠지요?”
“아니.”
“예? 왜 안 주무시는 거지요?”
“종규 해석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대선사는 종규 해석소에서 퇴장하지 못하고 있어. 오레놀은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바쁘고.”
“왜 길어지는 거지요? 그건 대선사를 용서하기 위한 요식적인 행사 아니었던가요?”
“용서는 끝났다. 문제는 향후의 대응 방향이다. 하지만 지금 승려들에겐 나가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해. 하텐그라쥬와 통하는 유일한 연락 수단이었던 뱀 단지는 이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건 승려들을 기만하는 수단이었지.”
“그걸 가져온 것은 요스비였습니까?”
케이건은 고개를 돌려 륜을 바라보았다.
“어떤 나가가 그 뱀 단지를 가져왔다더군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 저와 제 누님 이전에 한계선을 넘어온 나가는 제 아버님이었습니다.”
“네 아버지가 이 음모에 관련되었을 거라고 의심하는 거냐?”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버님은 11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렇다면 뱀 단지가 북부에 오게 된 건 그보다 전의 일이겠지요.”
“그 뱀 단지는 요스비가 하인샤 대사원과의 연락을 위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요스비는 정신 억압자였지.”
“그렇다면 누님은 아버님의 자질을 이어받은 것이군요.”
케이건은 몸을 꿈틀했다. 륜은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예. 누님의 아버지도 요스비였습니다.”
“요스비의 제자가 아니라 요스비의 딸이었단 말이냐?”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 둘 다…….”
“요스비의 자식입니다.”
“그렇군.”
케이건은 조금 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렇군.”
“이제 당신이 제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케이건은 륜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다고 생각한 륜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무학당을 바라보았다.
“누님을 제외하면 당신은 요스비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누님은 저렇게 의식을 잃은 채 누워 계십니다. 이제 요스비를 기억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과 요스비의 관계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당신이 요스비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언제?”
“제가 아버님의 죽음을 알려 드린 날, 유료 도로당에서, 당신은 기묘한 장소에 서서 폭풍 치는 하늘을 향해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핏값을 받아 내겠다고. 물론 저는 나가가 인간을 낳았다는 식의 황당한 이야기는 믿을 수 없습니다. 왜 요스비를 아버지라고 불렀던 겁니까?”
“그는 내 마지막 아버지였다.”
“네?”
케이건은 오른쪽 무릎을 끌어당겨 그 위에 오른팔을 얹었다. 그리고 오른손등으로 턱을 받친 채 마루나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 옆에 있는 나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사람이다. 내 생애는 나를 잡아먹으려고 발톱을 곤두세운 야수였지. 기나긴 도주와 추적이었다. 그 야수는 몇 번이나 나를 잡아먹을 뻔했다. 하지만 내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내게 목숨을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두 명의 여자를 제외하면 모두 남자들이었지. 나는 내게 목숨을 준 그 남자들을 아버지로 여긴다. 요스비는 내게 목숨을 준 마지막 남자였다.”
“요스비가 당신을 살려 줬단 말인가요?”
“왼팔을 잘라 먹여서.”
륜은 비늘을 곤두세웠다.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이야기였다. 륜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두 명의 여자는 어머니로 여깁니까?”
“한 명은 실제로 나를 낳은 어머니다.”
“다른 한 명은?”
“내 아내였다. 나가들이 잡아먹은.”
또다시 익숙해지기 힘든 이야기였다. 륜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케이건의 과거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가와 인간은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