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18화
동천이 길고긴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두 사나이들은 지겹다는 표정을 얼른 지우고는 희색(喜色)이 만면한 얼굴로 동천을 바라봤다. 그나마 이 지겨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소화자 용독사건- 이 퍼지게 된 배경에 지금 그들의 앞에있는 꼬마 어린애가 끼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재미 없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게 그들의 본심(本心)이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예, 무척 재미가 있더군요!”
“하하하!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있는 아야기는 처음 들어 봅니다!”
그 둘의 열렬한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동천은 웃으면서 말을했다.
“그럼, 제가 다른 이야기도 해드릴 까요?”
동천이 다른 얘기를 해준다고 하자 그들은 큰일이 났다고 생각을 했지만 달리 할말이 없었다.
“아.. 저기..”
난처해 하는 왼쪽 장한의 말에 동천은 왜그러냐는 듯이 말을 했
다.
“왜요? 무슨 다른 할말이라도 있어요?”
뭐 다른 할말이 있냐는 말에 오른쪽에 있던 장한은 문득 생각이 나는게 있었다.
“저기.. 전주(傳主)님을 만나시러 온게 아닙니까?”
전주라는 말에 궁금증을 느낀 동천은 오른쪽 장한에게 되물어 보았다.
“전주(傳主)님이 누군데요..?”
동천의 말에 그 장한은 아! 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바꿔서 말을 했다.
“하하하! 그게 아니구요. 역천(逆天)님 말입니다. 바로 동.. 동… 하하! 성함이…!”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자 동천은 상냥하게 가르쳐 주었다.
“동천이요.”
“예! 바로 동천님의 사부님이 되실분을 만나러 오신게 아니냐구요!”
그제서야 동천은 생각이 난 듯 깜짝 놀라며 말을 했다.
“아! 맞어. 헤헤! 그러면 나중에 봐요~!”
동천은 다급히 말을 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저기.”
왼쪽에 있던 장한은 다급히 동천을 부르려고 했으나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동천은 약왕전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 이었다. 역시 왼쪽 장한의 예상(豫想)대로 조금후에 동천이 멋적은 듯이 휘파람을 휘휘! 불면서 팔자 걸음으로 다가왔다.
“헤헤헤! 아저씨, 사부님을 만나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해요?”
동천의 말에 왼쪽에 있던 장한은 기분좋게 웃더니 자기가 같이가주겠다고 말했다.
“하하하! 제가 전주님께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왼쪽에 있던 장한은 우선 동천과 같이가기 전에 자신과 옆의 장한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비록 여기에서 문이나 지키고 있습니다만 나름대로의 자부심(自負心)을 가지고 있는 연호(然號)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 옆의 이사람은 하련(賀練)이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연호와 하련이 나란히 자신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자 동천은 기분이 째지는 것을 느끼며 말을했다.
“헤헤!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기나 하자구요!”
“예! 어서 가시지요!”
연호는 싱글벙글! 하는 동천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 가면서 내부의 방대함을 본 동천은 입을 다물줄 몰라 하면서 연호의 꽁무니만을 쫓아 다녔다. 재미있는 것은 어디를 지나 가던지 약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진동하는 약 냄새를 맡으면서 동천은 속으로 누가 약왕전이 아니랄 까봐.. 하고 생각했다.
“자! 여기가 바로 역천님이 계시는 곳입니다. 어서 들어 가시죠!”
연호의 들어가라는 말이 있었지만 동천은 그럴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가슴이 콩딱콩딱! 뛰는게 주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웅장하게 솟아있는 건물의 처마와 암약전(暗藥傳)이라고 써있는 현판(懸板)을 바라보는 동천은 마음 속으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럼, 이만 가보세요. 여기서 부터는 내가 갈테니까..!”
동천의 말에 연호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예!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제게 말을 낮춰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하하하! 제가 더 부담스럽 습니다.”
동천은 연호의 말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수가 있었다. 아무리 똘아이 라고는 하지만 그런 것을 못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쪽팔림을 모르는 동천이라 해도 이번 만큼은 잠시 머뭇 거릴수 밖에 없었다.
“하하.. 그렇.. 다면. 야..! 이만 가봐도.. 조오.. 아!”
연호는 그런 동천의 모습이 귀여운지 웃으면서 인사를 마치고는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동천의 개같은 성격을 나중에 신물이 나도록 느낄거지만..
동천은 연호가 저만치 가는 것을 바라본후 씽끗! 웃으며 심호흡을했다.
“후-우! 후우! 그럼 들어가 볼까?”
따사로운 오후..
햇쌀이 처마끝을 스치며 동천의 모습을 비추는 가운데 운명의 흐름은 조용히 회오리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