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34화
밖에 나가서 한숨을 돌린 동천은 시간을 때우다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다시 들어왔다.
“헤헤, 죄송합니다.”
동천이 들어왔을 땐 이미 식사가 끝난 듯 말끔히 치워져있었다. 사정화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배가 아프다기에 네 것까지 치웠어.”
동천은 얼른 맞장구를 쳐주었다.
“잘 하셨습니다. 사실, 배가 아파서 더 먹기가 그랬거든요.”
사정화는 동천의 사탕 발린 말에 한 소리 해주려다 그만두었다. 오늘만큼은 참아주려는 것이다.
“동천, 그때 네가 준 그 단환 말이야. 효과가 아주 좋더구나.”
동천은 저도 모르게 안면 근육을 씰룩였다. 아픈 곳을 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화는 아직도 배가 아픈 줄 알았다.
“아직도 배가 아프니?”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동천은 황급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사부님께서 자랑스러울 때에도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하셔서 억지로 참다보니 그랬던 겁니다.”
사정화는 오랜만에 얇은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 역천이 제대로 가르치고 있나 보구나.”
동천은 그녀의 미소에 잠시 넋 나간 얼굴을 했다. 이때만큼은 아름다웠던 것이다. 사정화는 금세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할 말 있으면 해봐.”
아마도 그녀는 동천이 무슨 할 말이 있어 자신을 빤히 본 거라 착각한 모양이었다. 당황한 동천은 우물거리기만 하다가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그러니까, 에……. 아? 아까 전에 아가씨의 방에 들어가 보니, 아주 보기 드문 도자기가 있던데 누구의 작품입니까?”
이때 끼어들기 좋아하는 수련이 말했다.
“아? 그거? 그건, 아가씨의 어머님께서 생전에 만드셨던 거야.”
콰쾅! 콰콰콰쾅!
때아닌 벼락이 동천의 뇌리를 때렸다. 당황한 동천은 목소리를 높였다.
“무, 뭐라고? 그게 아가씨의 어머님께서 만드신 거라고?”
사정화는 차갑게 말했다.
“동천, 시끄러워.”
정신을 차린 동천은 급히 잘못을 빌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사정화는 동천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흥분한 거지?”
동천은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어차피 거짓말로 살아온 인생에 점 하나 더 찍는다고 변할 게 있겠는가?
“그건, 그렇게 완성도 높은 도자기를 만드신 분이 바로 마님이셨다는 것 때문에 놀랐던 거였습니다.”
사정화는 미심쩍은 얼굴을 했다.
“정말이야?”
“그럼요!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동천의 강력한 태도 때문인지 사정화는 믿는 듯 굳어있던 안색을 부드럽게 풀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겠어.”
그때 수련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아가씨. 그런 의미에서 오늘만큼은 아가씨의 방에서 자는 게 어때요?”
동천은 하마터면 “뭔 개소리야!”라고 외칠 뻔했다.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던 동천은 황급히 사정화의 표정에 주목했다. 사정화는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에 동천은 한시름 놓았다.
‘휴! 우선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천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애석하게도 사정화는 수련의 말에 동조했다.
“그럴까?”
“아이, 좋아라!”
“예에?”
수련은 기겁을 하는 동천의 목소리 때문에 덩달아 놀랬다.
“깜짝이야. 왜 그렇게 놀라니?”
동천은 바싹 마르는 입안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왜 놀라긴. 나, 나도 기뻐서 그렇지.”
수련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서 동천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네가 왜 기뻐하는데?”
동천은 사정화의 눈치를 살피며 대충 말했다.
“기, 그냥. 하하하!”
“그냥 같은 소리하고 있네.”
수련은 같잖지도 않다는 눈을 했다. 그러나 동천은 그녀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동천이 이미 말이 나온 김에 은근히 사정화의 의중을 떠보았다.
“아가씨, 그런데 그게 아가씨에게 굉장히 귀한 건가 보죠?”
사정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연 것은 수련이었다.
“당연하지. 아마 거기에 누군가가 흠집이라도 내면 죽음일걸? 아가씨, 안 그래요?”
사정화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걸 본 동천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맛보았다.
‘주, 죽어? 흠집만 내도? 으으!’
두렵기도 하리라. 이건 흠집이 아니라 아예 박살을 냈으니 말이다.
“우와! 역시, 그렇게 귀한 것이었구나! 하하하!”
너스레를 떨며 말하고 있는 동천의 가면 뒤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옥죄어 왔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다행히도 다리만 떨렸다. 식탁에 가려져 아무도 못 보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동천의 뇌리에서는 살 궁리를 찾기 시작했다.
‘도, 도망이다. 도망뿐이야!’
사정화와 점심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동천은 무의식적으로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있는 대로 다 집어넣은 동천은 그것을 등에 지고 나오다가 그 부피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자기 몸체의 2배나 되었던 것이다. 동천은 등에 진 보따리를 냅다 팽개쳤다.
“안돼! 이렇게 크면 너무 튀어서 내 행적이 노출될 게 뻔해. 으으, 그럼 어떻게 하지?”
안 그래도 헝클어진 머리를 쥐어뜯듯 잡아챈 동천은 벽에다가 머리까지 박아가며 고민을 했다.
“그년이 잠깐 수련동에 들어갔다가 저녁때 다시 돌아와 잔다고 했으니 시간은 많아 보았자 반나절! 그 안에 무사히 튀어야만 해.”
동천은 광기 어린 눈으로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마, 맞아! 돈이야! 돈을 들고 가면 되는 거야! 히히히!”
그동안 돈이 없어도 풍족하게 먹고 살았던 동천은 뒤늦게 돈을 떠올리게 되었다. 기뻐하며 돈을 챙기려던 동천은 시초부터 한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그런데 돈이 없잖아? 제기랄! 이걸 어디에서 구하지? 그냥, 아무 하인들에게 뜯어낼까? 아니야. 튀면 안돼. 조용히, 조용히 처리를 해야 해.”
동천은 튀면 잡힌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손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해 안달이던 동천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 맞다! 약재 창고! 분명 거기에서 많은 약재들을 취급하고 있을 테니까 돈이 풍부할 거야! 그래, 거기야!”
동천은 생각난 김에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약재 창고로 가는 것은 쉬웠다. 아무나 붙잡고 안내하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소전주님,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바쁘고도 바쁜 동천이었으나 자신이 예전처럼 같다는 것을 상대에게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 몸가짐을 추스렸다.
“으음, 다름이 아니라 이 몸이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그런데 몇 푼 가지고 있는 거 있나?”
창고지기는 이 사악한 꼬마가 약초도 모자라 이제는 돈까지 뜯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고지기는 환한 미소를 떠올려야만 했다.
“그럼요! 있습니다요! 얼마나 드릴깝쇼?”
대충 머리를 굴린 동천은 은자 100냥을 떠올렸다. 그래서 검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 정도면 충분해.”
감을 잡은 창고지기는 허리를 굽히고 안으로 들어가 두툼한 복 주머니를 들고 왔다. 그것을 받고 주머니 안을 약간 열어본 동천은 반짝이는 싯누런 물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엇? 은이 아니라 금? 이게 몇 개야? 하나, 둘, 셋……. 대충 100개. 그렇다면 은자로 1000냥! 이, 이런 거금을 주다니. 이 새끼도 어지간히 미친놈이구나.’
창고지기는 소전주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심을 했다.
“헤헤, 이 정도면 충분하십니까?”
동천은 다소 넋이 나간 모습으로 손을 휘휘 저어댔다.
“됐어. 추, 충분해. 잘 있어.”
창고지기와 헤어진 동천은 이대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도 난점이 많았다. 적어도 이 암흑마교를 빠져나가려면 마차를 사용해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도 반나절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약왕전이 전방에 위치해 있어서 망정이지. 제일 먼 독전에 동천이 기거하고 있었다면 하루 이상 걸렸을 게 뻔했다. 그런고로 우선 마차가 필요했다. 암한문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방법을 써서 돌아온 동천은 무지막지하게 쌓아놓은 보따리를 풀어서 정말로 필요한 옷가지만을 간소하게 꾸렸다. 이번에는 한 손에 딱 들어맞을 정도였다. 이제 마차를 타고 튀려던 동천은 험난한 길에 맨손으로 나갈 수 없기에 벽에 걸려진 혈천도를 냉큼 집었다.
“휴우, 이 명도를 빠뜨렸으면 나중에 후회할 뻔했네.”
모든 걸 챙겨서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동천은 또 무언가를 빠뜨렸다고 생각했다.
“음. 으음. 뭐지? 뭘 빠뜨렸지? 으으음. 음. 아?”
동천은 얼른 붓과 먹을 준비해 화선지에다 급히 써갈겨 내려갔다. 동천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정말로 떠나려고 몸을 틀었다. 마차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동천은 마차에 올라탔다.
“가자!”
“어디 가십니까?”
기겁을 한 동천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획 틀었다. 그곳에는 도연이 무심히 서 있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무사인 줄 알고 놀랐던 동천은 진이 다 빠지는 것을 느꼈다.
“에이, 씨발놈! 네가 알 것 없어! 야! 마부 새끼야! 빨리 안가?”
마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마부가 말에게 채찍을 가하려는 순간, 도연이 말을 꺼냈다.
“멈추십시오.”
마부는 주춤했다. 그걸 본 동천이 발악을 했다.
“어? 멈춰? 저 새끼가 멈추란다고 정말로 멈추냐? 에라이 병신 새끼야!”
뻐억!
“켁?”
마부는 난데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아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야 말았다. 이에 당황한 것은 동천이었다.
“아앗? 야! 기절하면 어떻게 해? 일어나! 일어나 새끼야! 빨리 가야 한단 말이야!”
도연은 밖으로 나와 마부의 멱살을 쥐고 있는 주군에게 말했다.
“급하게 가셔야 합니까?”
“왜! 네가 마차를 몰게?”
“제가 조금 몰 줄은 압니다. 예전에 먹고살려고 마차를 모는 마부의 보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순간 동천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동천은 쓸모가 없어진 마부를 옆으로 휙 내던졌다. 마부석에서 내려온 동천은 도연의 두 어깨를 턱, 짚었다.
“도연아. 넌 나의 부하지?”
“그렇습니다.”
동천은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 그렇다면 넌 언제나 내 편이지?”
“그렇습니다.”
동천은 더욱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 난 지금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연의 얼굴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무슨 소립니까?”
동천은 한시가 급한 이때에 도연과 실랑이를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도연은 납득을 시켜줘야 따르는 유형이라 동천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이 몸은 수행 차 이곳을 잠시 떠나려고 한다. 이것은 갑자기 생각한 것이 아니다. 나는 어느 날 나 자신을 깨달았다. 아아, 난 너무도 무기력해. 아마도 이곳에서 이렇게 풍족하게 살다가는 나태해져서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거야, 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단단히 마음을 먹고, 1년간 세상의 거친 파도를 몸으로 부대껴 보련다. 어떠냐? 너도 같이 가보지 않으련?”
도연은 무심히 대답했다.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씨! 싫으면 말어! 누가 너 같은 새끼하고 같이 간대? 꺼져 새끼야!”
묵묵히 주군을 응시하던 도연은 혼자 말을 몰려고 허둥대는 주군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 그러시다면 여행길을 하루 늦추시지요. 적어도 장로님들께 인사를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동천은 싫다고 발광하는 말들에게 당황하면서도 대뜸 소리쳤다.
“이 씨발놈아! 이 몸은 사부님께도 기별을 안 했어! 피장파장 아냐!”
이렇게 되면 도연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주군께서는 잠시 충동적으로 저러시는 걸 거다. 아마도 일주일을 못 버티실 거야. 으음……. 따라가 보는 게 좋겠다.’
동천의 성격을 알고 간단하게 생각한 도연은 조용히 마부석에 올라갔다.
“제가 마차를 몰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이에 동천은 반색을 했다.
“오오, 역시 너는 내 충실한 수하야! 좋았어! 히히!”
한시름 놓은 동천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후 도연에게 소리쳤다.
“가자!”
혈귀옹은 차(車)를 집어서 한 수 옮겼다.
“장이야.”
그러자 역천은 한방 먹었다는 얼굴을 했다.
“이런, 제기랄! 이곳에서도 그게 먹히네?”
“잔말 말고 빨리 막아라.”
“으음. 음.”
그런데 골머리를 싸매던 역천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눈을 들어 혈귀옹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나보고 가자고 했냐?”
혈귀옹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적 없어. 못 막겠으면 죽어. 이상한 소리 말고.”
“그래? 거 참 이상하네?”
역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한참을 울어대던 소연은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일어나려던 소연은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끼고 기겁을 했다.
“아앗? 누, 누구? 아? 화정이구나.”
소연이 옆에서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 자고 있었던 화정이는 씨익 웃었다.
“깼다.”
화정이의 말에 소연은 대충 해석했다.
“그래, 깼어. 화정아 잠깐 여기에서 놀아. 청소 해야 하니까.”
“응.”
착실하게 말을 잘 듣는 화정이를 뒤로하고 먼저 동천의 방으로 간 소연은 주인님이 계시나 안 계시나 탐색을 한 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소연은 방안에 들어가자마자 잠깐 묘한 기분을 느꼈으나 자신이 너무 민감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후우우!”
깊은 한숨은 내쉰 소연은 이리저리 치우다가 서탁 위에 어질러놓은 문방사우를 보게 되었다. 소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것들을 치우다가 무언가가 쓰여있는 종이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것을 읽어보았다.
“소연아. 화정이 잘 가르쳐라. 이 몸은 간다? 이게 뭐야?”
아주 간단한 글귀였다. 잠시 머리를 굴려보던 소연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곤 금세 화선지에 쓰인 동천의 글을 제쳐두었다.
“잠시 어디를 갔다가 오시려나 보지 뭐. 후우, 난 이제 어쩌지?”
소연은 나중에 주인님이 돌아오면 같이 자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랄라랄라! 오늘은 아가씨께서 이곳에서 주무신다네. 랄라.”
수련은 아가씨의 방을 청소하러 2층에 올라갔다. 즐거웠다. 매일 혼자서만 자서 심심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랄라라. 랄, 응?”
흥얼거리며 방 청소를 하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초점이 향한 곳은 침대의 머리맡이었다. 수련은 볼품없는 도자기를 집어들고 의아해했다.
“어? 어째서 하나가 비는 거지?”
뒷머리를 긁어가며 생각을 해봤지만 동천이 깨트려서 내다 버린 것이 갑자기 나타날 리 없었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었던 그녀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괜찮아. 이것만 무사하면 되지 뭐.”
수련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들고 있는 도자기를 닦았다. 도자기에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한 사람은 크고, 한 사람은 작았다. 그리고, 그 도자기의 하단 부에는 투박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엄마와 나.
이렇게 해서 동천은 어이없는 착각으로 강호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의 앞길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