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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261화


순간 민소희의 얼굴에 우려의 빛이 나타났다. 갖춘 것도 없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으음, 시간을 좀 더 넉넉히 잡고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감송은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 듯 털털하게 웃었다.

“허허허! 걱정이 되는 모양이구려. 하지만 마음 놓으시오. 말이 일주일이지 그때 바로 떠난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요?”

“우선, 약전주에게 가서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소. 혼자 조용히 나가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이오.”

민소희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끝났나요?”

그녀는 자신의 질문이 끝나자 고개를 젓는 남편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문제로 내일 일찍 찾아가 보려고 하오.”

이미 결심을 굳힌 남편에게 그녀가 좀 더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 소문주님이 기한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보장만 있어도 잡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조여오는 무리들과 냉소천의 비밀을 전해야 하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남아있던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문주님이 밖으로 나가서 문주님에게 소식을 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나, 남편이 약전주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절강성과 정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 않은가. 감송과 민소희의 입장에서는 냉소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문주님이 어째서 곧바로 절강성 쪽으로 가지 않았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결정을 내리셨다니 저도 웬만큼은 준비를 해야겠군요.”

감송은 손을 내저었다.

“부인의 마음은 고맙지만 만약 부인이 움직인다면 놈들이 눈치챌까 두렵소. 내 당신의 마음만 받겠으니 도와주려거든 평소와 같이 행동해주시오.”

“…….”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지요.”

역천은 새벽녘에 잠이 깼다. 그러나 결코 기분 좋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2년 전 어느 날 곤히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제자가 피를 토하며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와 비슷한 꿈이었다.

“어째 꿈이 더럽네?”

오늘 꾼 꿈도 그때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오늘 꿈이 그때와 달랐던 점은 멀쩡한 제자가 히히거리며 귀영유수를 가르쳐달라고 했다는 것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역천은 안 가르쳐줬다. 지금 제자의 수준에서는 절대로 3단계의 경공을 익혀서는 안 되니까. 거기에서 꿈이 끝났으면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매몰차게 거절을 하자 제자가 두 눈에 혈루를 뿌리며 사라졌다는 데에서 기분이 매우 잡쳤다. 아울러 별의별 생각이 다 났다.

“그때 당시 폐혈서생 자식과 엽소 놈의 부근에서 제자의 흔적이 발견되어 한동안 뒤숭숭한 밤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 사부를 불렀던 것이 아닐까?”

2년 전 그 당시, 폐혈서생과 안휘 분타에서 반역을 한 엽소가 공멸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 주위에서 제자의 흔적을 보았다는 역마대의 보고를 받게 되었다. 당연히 역천은 깜짝 놀랐고 혹여 사랑스러운 제자가 구경한답시고 꼽사리를 꼈다가 피해를 입었으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한 달 뒤에 역마대가 무사하다는 보고를 올렸지만 그동안 역천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한심이 다가와 ‘전주님, 피부가 많이 상하셨습니다. 헤헤, 요즘은 약발이 잘 안 듣나 보죠?’ 라는 말까지 했겠는가. 그 뒤로 한심이 며칠간 사라진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추가로 말하지 않겠다.

“으음, 아무래도 불안해…….”

왔다 갔다 갈피를 못 잡았다. 더군다나 무의식중에 경공을 펼치는지라 평범한 사람이 보았다면 눈이 어지러워 핑핑 돌아갈 정도였다. 그러던 중 한 순간 신형을 멈춘 그는 쏜살같이 침대에 누웠다.

“아무래도 다시 꿈을 꿔서 사랑스러운 이 몸의 제자에게 무슨 일인가 물어봐야겠다. 그래, 그러는 거야.”

역천은 제자와 정신적인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귀의흡수신공 중 상단전을 운기했다. 그리곤 제자가 다시 꿈속에 나타나길 바라며 깊은 수면상태로 빠져들었다.

‘사랑스러운 제자야, 어서 나와서 이 사부에게 무슨 일인가 설명해다오.’

그렇게 한 시진여가 지났을까?

“드르릉. 드르르릉…….”

아무래도 별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전주 님.”

섬세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역천은 너무도 깊은 잠에 빠져들어 깨어날 줄을 몰랐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던 문밖의 여인은 다시금 역천을 불렀다.

“전주 님, 송 영감님께서 오셨습니다.”

역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잠이 덜 깨 귀찮은 마음에 짜증스러운 어투로 중얼거렸다.

“으음…, 나중에 다시 오라고 그래.”

감송은 자신이 너무 빨리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아니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랐으니까.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초향은 그것을 알면서도 감히 역천을 다시 부르는 행동은 삼가 했다. 그녀는 감송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어제 밤 노곤한 작업을 하셨나 봅니다. 두어 시진 후에 다시 오시지요.”

감송은 별 내색 없이 받아들였다.

“허허, 그리하겠네.”

한 발 물러선 그가 역천을 다시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정확히 두 시진 뒤였다.

“정말 죄송하외다. 사소한 일로 잠을 좀 설쳤더니 아침에 감송님께서 오신 줄도 몰랐지 뭡니까?”

정성스러운 역천의 사과에 감송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별도 없이 일찍 찾아온 제가 무례지요.”

간단히 사과를 주고받은 역천은 감송에게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제자 놈 소식이 궁금하여 찾아왔습니까?”

아니라고 말하려던 감송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이겠지요. 허허, 겸사겸사 왔답니다.”

역천의 눈이 반짝였다.

“겸사겸사라는 말씀은…….”

감송은 지나가는 말처럼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젠 가야지요.”

“으음? 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역천은 곤혹스러워했다. 감송이 지금 떠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아니, 떠나도 되지만 그의 최종 목적지가 만독문이어서는 안 됐다. 최후의 선택이지만 죽여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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