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66화
“처제에게…… 말이오?”
“예.”
“하지만 그때 그렇게 떠난 뒤로는 연락이 끊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민소희는 어색해하는 남편의 모습에 안쓰러워했다.
“당신의 심기가 어지러워 질까 봐 연락이 닿았음에도 숨겼었어요. 그것을 지금 밝히게 되어 죄송해요.”
감송은 얼른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소. 내 당신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소. 다만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약간 당황했을 따름이니 괘념치 마시오.”
남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민소희는 더 이상 그것에 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떠난 다음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가 상대편의 이목이 당신에게 쏠렸을 때 가는 게 좋겠어요.”
감송은 부인의 결정을 십분 배려해주기 위해 잠자코 그 의견에 따랐다.
“좋소. 당신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시엔 그만큼 생각한 바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안심하고 떠나겠소.”
민소희는 살며시 웃었다.
“고마워요.”
마주 웃던 감송은 문득 소연에게 생각이 미쳤다.
“헌데 말이오. 그렇다면 소연이는 어떻게 할 것이오?”
민소희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방금 전 그것도 생각해 보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이 데려갈 생각이에요.”
“으음.”
감송은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 혼자 가기에도 분명 벅찰 텐데 어린것까지 동행시킨다 하니 아까와는 다르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당신이 그 아이를 아끼고 있다는 걸 알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민소희의 고개가 살며시 저어졌다.
“그렇지 않아요. 그 아이에게는 초혼강시가 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던 감송은 감탄을 했다.
“오오, 그렇구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도 못했소. 허허허.”
“소문주님을 기다리고 있는 그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그 초혼강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그렇겠지. 그렇겠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제자인 소연을 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죄책감이었을까? 민소희는 좋은 쪽으로 부연 설명을 더했다.
“제가 동생이 있는 곳까지 간다면 몇 년 더 수련을 시키다가 이곳으로 다시 되돌려 보낼 생각이에요.”
감송은 약간 눈을 치켜 떴다.
“다시 이곳으로?”
“그래요. 역천도 그 아이만큼은 예뻐하고 있으니까 별 탈은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 더군다나 소문주님의 곁에 그 아이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요. 만일 그때까지도 소문주님께서 돌아오시지 않는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 아이가 소문주님을 보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 거예요.”
그제야 감송이 제법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다.
“거기까지 안배를 해놓고 있었을 줄은 몰랐소. 허허, 다시 봐야겠는걸?”
민소희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너무 띄워주지 말아요. 안배는 무슨…….”
감송은 껄껄 웃었다.
“허허허! 알았소. 헌데 처제가 머무르고 있는 곳이 어디요?”
갑자기 민소희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동생이 자신의 거처가 알려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서 자세한 것은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다만 형산(衡山)에서 사십 리밖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감송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먼 곳으로 정착했기 때문이었다.
“형산? 그렇다면 호남성에 자리한 바로 그 형산이란 말이오?”
“네, 자세한 것은 제가 그곳에 도착하면 인편으로 소식을 띄울 테니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허허, 당신은 마치 내가 무사할 거라는 듯 말하는구려.”
민소희는 어린애마냥 즐거워했다.
“제가 이렇게라도 해야 궁금해서 당신이 살아남지 않겠어요? 안 그래요?”
감송은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과연! 과연 그렇소!”
그들은 마치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처럼 즐거워하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부부가 좋은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