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343화


“제발 살아나라. 제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마사지를 하던 동천은 불현듯 사부의 뒷말이 떠올랐다.

-아?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미친개처럼 쉴 틈도 없이 마사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촌각의 사이를 두고 세 번 정도를 반복하다 인공호흡을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

동천은 뭐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인공호흡을 포기해서 두 번째를 택한 것인데 그것이 또 거론되자 이유 모를 분노가 치솟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그 방법에도 소용이 없다면 셋째를 가르쳐주마. 그것은 상대의 손가락 끝을 째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멈추었던 피가 움직이게 되어 심장박동을 되살릴 가능성이 있지.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동천은 손톱 끝에 내공을 주입시켜 문정의 열 손가락을 모두 째버렸다. 그러자 검은 피를 밀어내던 문정의 상처부위는 차츰 선홍빛으로 물들어갔다. 그에 따라 희망을 갖게된 동천은 마지막인 네 번째를 생각해냈다.

-마지막으로 넷째, 숨이 멈추거나 간당간당한 상대에게 생혈(生血)을 먹이는 것이다. 물론, 그 피는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의 피를 구해야겠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엄지나 검지를 살짝, 아주 사알짝 그어버리면 되는 것이란다. 참고로 사랑스러운 제자인 네 손가락이 아니라면 인정사정 봐줄 필요는 없단다. 알겠느냐?

그리운 사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저도 모르게 ‘예.’ 라고 대답한 동천은 왼손 검지로 오른쪽 검지를 무자비하게 그어버렸다. 날카로운 통증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떨어지려는 피가 아까워 얼른 입에 물었다. 그런 뒤 손가락을 빼 문정의 입으로 가져간 동천은 피가 떨어지지 않자 잠시 할말을 잃었다.

‘아무리 내 손가락이지만 참으로 배은망덕한 놈이로다. 에잇, 에잇! 네가 이래도 꼭꼭 걸어 잠글 테냐?’

상처부위를 쥐어짜 다시 터트린 그는 하늘에 계신 하늘님께 빌고 또 빌며 문정이 되살아나길 빌었다. 그의 바램이 진실 되어 하늘에 닿았는가? 쉴새없이 동천의 피를 앗아가던 문정의 입에서 희미한 기침 성이 흘러나왔다.

“쿨럭…, 쿨럭쿨럭…….”

동천은 기뻐 소리쳤다.

“오오, 드디어 네가 살아났구나! 제자야, 눈을 떠보거라!”

겉으론 깨어난 듯 보이지만 기실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문정은 어두운 방안에서, 오직 희미한 빛을 발하는 창가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부터 걸어갔냐고 묻는다면 ‘숨이 멈춘 그때부터.’ 라고 대답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다가가도 바로 앞의 창문은 닿지 않았다.

‘왜 닿지 않는 것일까? 한발만 뻗으면 바로 앞인데?’

바로 그때, 새하얀 손가락이 창문을 경유해 문정 쪽으로 들어왔다. 순간 오싹함이 전신을 맴돌았다. 그것을 아는지 손가락에 이어 손목, 그것을 지나 눈부시고 가는 팔이 드러나더니 종래에는 착 달라붙은 어깨선을 지나 요염한 이십대의 여인이 웃음을 짓고있는 것이 보였다. 두려움은 금새 물러났다. 절로 안심이 된 문정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는 누구시죠?”

그러자 요염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말인가요?”

산뜻한 충격에 잠시 할말을 잃게된 문정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가씨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죠? 분명히 사부님의 방인 것 같긴 한데 어두운 것은 물론 아무도 없군요?”

물어본 문정은 무언가 기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딱 꼬집어 그것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뭘까? 뭐가 이상한 것일까? 분명히 뭔가 놓친 듯 한데…….’

이상한 걸로 치자면 지금의 상황이 모두 이상하다 할 수 있었지만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전혀 의구심이 일어나지 않는 문정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가 고심하는 사이,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듯 여인이 말했다.

“아녀자의 입장에서 이름을 가르쳐줄 순 없으나, 한가지를 가르쳐드리자면 묶여진 것에 묶여질 수밖에 없는……, 그러한 존재라고나 할까요?”

“박박(縛縛)?”

여인은 가지런한 이를 드러냈다.

“호호, 제 이름이 고작 그러하다면 전 아마도 자살하고 말았을 거예요.”

섬뜩한 소리에 문정이 물러서자 그녀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어도 묶여진 것에 묶여진 존재가 바로 본녀이기에 어림도 없지요. 당신은 이해가 가나요?”

문정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전 머리가 나쁜가봐요. 그 사부 같지도 않은 사부의 말씀이 저처럼 진도가 느린 녀석은 처음 본데요. 인체의 혈도를 외우는 것도 한 달이면 족할 것을 몇 달이나 걸렸대요. 그것은 저도 인정하는 부분인데요. 글쎄, 중간쯤 외우면 앞에 외웠던 것을 까먹어버리지 뭐예요? 에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계속 주절거리던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이상한 말을 했네요. 헌데,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보다시피 이 창문을 넘어오려고 했었어요.”

“그러세요? 그럼, 이리로 넘어오세요. 저는 그쪽으로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아가씨께서 넘어오시면 딱 이겠네요.”

여인은 조금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어쩌죠? 저도 넘어가고는 싶지만 아직은 힘들어요. 이렇게 팔을 뻗는 게 고작이죠. 하지만 곧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겠죠?”

문정은 유쾌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얼마든지 기다릴게요.”

그에게 전염된 듯 그녀 또한 유쾌히 말했다.

“호호, 당신은 참으로 순수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아니에요. 그것보다 본녀가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을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나 나누어볼까요?”

“찬성이에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보죠?”

“으음, 글쎄요. 아? 혹시, 형산(衡山)을 알고있나요?”

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호남성 형산현에서 삼십여 리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그곳을 말씀하시는 거죠?”

“정확히는 형산현에서 서북방 삼십 리예요. 그곳을 시작으로 팔백여 리나 이어졌죠.”

문정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웬 형산을 거론할까 궁금했다.

“그래서요?”

여인은 붉은 입술을 얇게 오므리다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형운곡(衡雲谷)이란 곳이 있어요. 지세가 험하진 않지만 독충과 독물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죠.”

문정은 무심코 이야기를 듣다 어느새 바짝 다가온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여인의 상체는 창문에서 거의 벗어나 있었다. 그들의 거리는 문정이 손을 내밀면 서로 맞잡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여인이 말했다.

“이제 조금밖에 안 남았어요. 아주 조금이면 충분하겠군요. 그전에…, 손 좀 잡아주겠어요? 당신이 손을 잡아주면 훨씬 수월하거든요.”

문정은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나긋나긋한 손으로 문정을 맞잡았다.

“고마워요.”

찰나였지만 팽팽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여인의 부드러운 감촉이 그것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문정은 여인의 비단결처럼 고운 손가락을 음미하며 그렇게 서있었다. 문득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문정이 먼저 수줍음에 고개를 돌렸다.

“오, 오래 걸리나요?”

문정의 물음에 여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충분히 본녀가 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고있어요.”

“그런가요? 후우. 그런데… 공기가 좀 희박해지지 않았나요? 후우, 후.”

여인은 안쓰러운 얼굴을 보였다.

“어머, 이 땀 좀 봐. 힘든가요? 하지만 이제 곧 끝나요. 그러니 힘들어도 참아요.”

여인의 격려는 문정에게 힘을 주었다. 그는 점점 거칠어지는 숨결을 감내하며 물었다.

“그, 그런데 아까의 형문산은……, 헉헉.”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 눈가에 스며들었다. 오른쪽 눈이 따끔거렸다. 그가 남은 손으로 땀을 닦는 사이 여인이 말했다.

“그건 말이죠. 생각이 바뀌었어요. 호호, 가르쳐줄 수 없네요.”

“그러세요? 헉헉, 그렇다면 저에게도 다 생각이 있다고요.”

여인의 생각을 읽기 위해 고개를 쳐든 문정은 어느새 차갑게 미소하고 있는 상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불가능해요.”

서리가 내린 듯한 얼굴의 그녀는 목소리조차 차가웠다.

“뭐, 뭐라고요? 헉헉, 뭐가 불가능하다는……, 아?”

그제야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을…,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

그렇다. 문정의 능력은 눈앞의 여인에게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처음에 느꼈던 이질감의 정체가 지금에야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빠지지 않는 손아귀를 잡아 빼며 두려움에 물든 어조로 물었다.

“다, 당신은, 헉헉, 당신은 누구죠? 지금은…, 지금은 꿈인가요?”

여인은 더욱더 차게 말했다.

“본녀가 말했지 않나요? 묶여진 것에 묶여진 존재라고. 아? 시간이 없네요. 당신은 곧 잠이 들 것 같아요. 흐음, 그전에 말이죠.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자장가를 들려드리겠어요.”

여인은 미세하나마 처음의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노래를 불렀다.

하나가 보이면 하나를 데려가네.

두개가 보이면 두개를 데려가네.

그것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나에게 있어 자비란 필요 없네.

보이면 데려가네.

숨어도 데려가네.

그것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나에게 있어 타협은 필요 없네.

화를 내면 무섭다네.

슬픔이란 모른다네.

그것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행함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인과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그것에 있어 나는 묶여진 존재.

묶여진 것에 묶여질 수밖에 없는…….

바로 나를 가리키는 것이라네.

무언가 오싹하고 서늘한 음색의 노래가 끝나자 여인은 새하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눈매는 갑작스레 치켜올려졌다. 이어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렸다.

우르르르릉―!

덕분에 여인의 손을 놓치게 된 문정은 숨결이 되돌아오고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현상을 겪게되었다.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경각심을 돋우며 숨결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표독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던 여인이 금새 표정을 가다듬고 처음의 그때처럼 매혹적인 미소를 뿌렸다.

“호호, 당신은 왜 그곳에 있나요? 이리로 다가와요. 아까의 이야기를 마저 해주겠어요.”

“시, 싫어요!”

거부의사는 분명했다. 그러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시금 그녀 쪽으로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붕괴되는 가운데 그녀에게로 향하는 일직선은 좁기는 하나 용케도 버티고있었다.

“착하군요. 조금 더, 조금만 더.”

여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더디게 다가가는 것은 가능했다. 문정은 상대가 눈치채 챌 수 없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었다.

“아, 아까의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면 나는…, 나는 가지 않겠어요.”

문정에게는 억겁과도 같은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그의 고개 너머에서 여인이 말했다.

“좋아요. 흐응, 어디까지 말했죠? 아, 형문산까지 말했나요?”

“형문산이 아니라 형운곡이에요.”

여인은 싸늘한 조소 뒤에 맑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머리가 나쁘다더니 그렇지만도 않군요? 너무해요. 거짓이었나요?”

들려오는 목소리가 거의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닫자 문정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야기를 돌린다면 나는 가지 않겠어요!”

문정은 온몸을 비틀며 버티는 척했다. 그러자 그의 격렬한 움직임에 여인은 다급히 말했다.

“말해줄 테니 너무 화를 내지 말아요. 그러니까 그 형운곡이 있는데 언젠가 당신은 그곳에 볼일이 있게 되요. 그렇지만 당신은 그곳으로 들어가서는 큰일이나요. 알겠나요, 꼬마야?”

여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허억?”

기겁을 하여 고개를 돌린 문정은 분노에 물든 상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여인은 이를 갈며 문정에게 소리쳤다.

“이 못된 것! 감히 본녀에게 천기를 누설하게 하다니!”

“아악, 살려줘요! 저, 저는 그 형운곡으로 가겠으니 살려주세요!”

그러자 여인의 눈동자에서 화광(火光)이 일었다.

“정말이더냐? 확답을 해라!”

문정은 뭔지 모를 불길함에 대답을 주저했다.

“그, 그러니까…….”

“어서 확답을 해라!”

절로 오줌을 지린 문정은 입을 열려는 찰나 자신의 몸이 붕 뜬다는 것을 감지했다. 여인의 눈빛이 흔들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여인은 잡고있는 머리채를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듯 거세게 말아 쥐고 악을 썼다.

“네놈이 감히 대답을 않겠다는 것이냐? 내 사지를 뒤틀고 그 목을 뽑아버리겠다! 어서, 어서 확답을 해라!”

문정은 머리채가 뽑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곤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악! 아악, 놔라 악귀야!”

“이놈! 확답을 해라!”

뿌득, 뿌드득!

머리카락이 뽑혀 가는 소리였다.

“악, 문정 살려!”

문정의 비명을 내지르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마침내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뽑혀나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신형은 하늘 위로 끝없이 떠올랐고, 한 맺힌 듯 문정을 노려보던 여인은 움켜쥔 머리카락을 내던진 후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아깝다, 아까워. 모든 것을 회수하질 못했구나. 그러나 이다음에 또 한번의 기회가 생긴다면 오늘날과 같은 행운은 없으리라.”

여인은 문정이 사라진 공간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으음, ‘그’의 도움이 없어 성공할 줄 알았거늘. 내 동천이란 어린놈을 너무 과소평가 했나보구나.”

창가에서 물러난 여인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창문은 소리 없이 닫혔다.

“쿨럭쿨럭! 헉헉, 여, 여기는…….”

힘겹게 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는 가운데 기쁨에 물든 동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시여, 드디어 깨어났나이다!”

뭐가 뭔지 몰라 잠시 헤매기를 반복하던 문정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자 공포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 제가 그곳에서 벗어난 건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꿈이었던 건가요?”

동천은 이 자식이 뭔 소리하나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제자야, 몸은 어떠하냐. 이제 아무 이상이 없더냐?”

그 말에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몸을 만지작거린 문정은 손가락들에 상처가 있는 것 빼고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 사부님. 손가락들이 다쳐있는 것 빼고는 문제없습니다. 이게 어찌된 연유인지요.”

동천은 제자가 무사한 듯 보이자 절로 안심이 되었다.

“휴우, 그것참 다행이로구나. 그럼 잠깐 본 사부의 얼굴을 보거라. 땀이 범벅이지?”

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 겨울에 웬 땀입니까?”

제자가 묻자 동천은 사부 된 도리로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이 자식아! 웬 땀이냐고? 본 사부가 네놈을 깨우기 위해 얼마나 힘을 쓰셨는지 알아? 이 몸의 성스러운 피까지 제공해 줬는데도 감히 안 깨어나서 근 반 시진 동안 귀의흡수신공으로 심장마사지 해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려 이 자식아! 니가 지금 알면서도 모른 척 잡아떼려는 것이냐?”

다급해진 문정은 잘못한 것도 없이 빌기부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일부러 물어본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을 벌게된 그는 서둘러 동천의 눈치를 살폈다. 시선을 들어올린 그는 한동안 멀거니 바라보다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럴 수가!’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고 할말을 잃게된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것을 접한 동천은 문정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한 대 치려던 손을 급히 거두었다.

“야, 너 왜 그래. 또 심장이 갑갑하고 그래? 정신 차려봐, 임마.”

짝, 짜작!

가볍게 따귀 몇 대를 맞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문정은 치켜뜬 눈으로 황급히 동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시 눈가를 비빈 후 다시 바라보던 그는, 결국 한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흑흑, 없어졌어요…. 으흐흐흑!”

동천은 제자가 장난하는 것 같진 않자 차분히 그를 달랬다.

“자자, 울지 말고 자세히 말해봐. 뭐가 없어졌다는 거야.”

눈물콧물 징징 짜던 문정은 말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이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그러니까요…. 흑흑흑, 제, 제 능력이 없어졌어요. 엉엉!”

동천은 문정의 어깨를 다독였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따위 있지도 않은 내공 따위는 금방 생성된다고.”

아무래도 뭔가 착각하고있는 듯 했다. 그 증거로 문정은 웬 개소리냐는 듯 동천을 쳐다보았다.

“흑흑, 내공 따위가 아니라……. 내공 따위가 아니라 사람의 심중을 파악할 수 있는 제 능력이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엉엉엉!”

동천은 할말 다하고 다시 엎어져 울고있는 제자를 달랬다.

“나참,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그런 능력 따위는…….”

한참을 서럽게 울어대던 문정은 웬일인지 사부가 조용해지자, 궁금함을 못이기고 눈물이 범벅된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는 곧 악마를 보았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