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397화
오해 속의 오해.
다음날 아침 사부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갔던 소연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자 앞에서 언제나 위엄 있고 자상하게 행동했던 민소희는 평소와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단호함이 엿보였다.
“이 사부의 말 대로다. 급히 떠나야 하나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떠나야 하니 그렇게 알고 입 단속을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절대로 당부하건데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제 동생인 수련까지도 안되나요?”
민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이다.”
어떻게든 이곳의 끈을 잡고 싶었던 소연은 마지막 패를 던졌다.
“그러면 주인님에 관해서는……. 제가 기다려야 하는데.”
미리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던 민소희는 거침없이 대꾸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떠나는 것이 화급을 다투고 비밀리에 가야하는 것이지만 네가 몇 년간 이 사부의 밑에서 무공 수련을 잘 다지면 이곳으로 다시 돌려보내 줄 것이니까.”
그래도 희망적인 대답이었던지 소연은 눈물을 꾹 삼켰다.
“정말이지요?”
민소희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사부가 언제 거짓말을 했더냐?”
찔끔한 소연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됐다. 그럼 그렇게 알고 너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거라. 떠날 때 필요한 물품은 이 사부가 다 준비할 것이니.”
“헌데, 화정이는…….”
이미 결론을 마친 민소희는 마음이 여린 제자를 위해 안색을 폈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어찌 내버려두고 가겠느냐.”
소연은 천만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가만히 인사를 받은 민소희는 그만 나가보라는 말을 끝으로 소연에게 관심을 끊었다. 여전히 앞마루에 몸을 의지하고있는 감송에게 인사를 건넨 소연은 자신의 방에 돌아와 시무룩한 얼굴로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아, 사부님께서 같이 떠나신다는 것을 어찌 거역하겠는가 만은 수련과 아가씨. 그리고 그 동안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눈물이……. 흑흑!”
소연은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냥 떠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떠난다는 소리에 더욱 슬펏던 것이다.
“흑흑흑!”
그녀가 침대 위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을 때 언제 들어왔는지 화정이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집었다.
“운다. 오랜만에 운다.”
화들짝 놀란 소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화정이의 품에 안겨 더욱 서글피 울었다. 비록 생각은 짧아도 성인 체구에 안겨서 그런지 한참을 울며 들썩이던 소연의 어깨가 점차 잦아들었다. 잠시 후 비로소 소연의 눈물이 그쳤다. 그녀는 얼른 눈가를 훔치고 딱딱하게 웃었다.
“에헤헤, 보기 흉했지?”
화정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코에서도 물이 나온다.”
“차, 창피하게! 훌쩍!”
소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붉혔다. 등을 돌리고 깨끗이 뒷마무리(?)를 한 그녀는 다시 돌아보았을 땐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소연은 금새 웃음을 되찾고 가만히 화정이를 껴안았다.
“고마워. 주인님께서 가시고 너마저 없었으면 혼자 어떻게 견딜지 막막했을 거야.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