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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20화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혹여 위조품이지 않을까 자세히 들여다 본 곽술이는 진짜가 틀림 없자 놀라했다.

“어? 손님, 이 방의 번호패는 응창삼황이라는 분들의 것으로 알고있는데 실례하지만 어떻게 구입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동천은 당황한 기색 없이 대꾸했다.

“그야 당연하지. 그분들 중 한 분이 나의 먼 친척 뻘이 된다네. 그러니까, 아버지의 외숙부의 이종사촌과 결혼한 작은고모 남편의 둘째 부인의 어머니와 약간 관계가 되어있는 친척이라고 할 수 있지.”

“아, 네에…….”

곽술이는 뭐라고 지껄인 건지 도통 정리를 할 수 없자 우선 고개부터 끄덕이고 보았다. 모른다고 창피를 당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전에 계시던 손님들이 방금 빠져나갔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따라오시지요.”

이층 구조로 되어있는 주점은 어느 곳에서나 그렇듯 위층에 손님들의 숙식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마지막인 아홉 번째 방이었고, 동천의 방은 바로 앞쪽에 마련된 좌측에 있었다. 그는 곽술이가 안내를 마치고 무언가 바라는 듯한 눈초리이자 ‘옳거니!’ 하며 말했다.

“좀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네? 가서 저녁식사 좀 푸짐하게 차려와.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지 말고. 어? 빨리 가져오라니까?”

은근히 수고비를 바랬던 곽술이는 한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알겠다고 대답한 뒤 물러났다. 성질을 내며 주방으로 들어온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닥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제길!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어린놈이어서 쫓아 보냈는데 역시나 그렇군! 이놈의 자식, 두고 보자. 다른 일행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본때를 보여주마!”

바쁘게 음식을 만들고있던 주방장 고씨는 곽술이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얌마, 밖에서 손님들 주문 받기에도 바쁠 텐데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곽술이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내저었다.

“아아, 나 바쁘니까 말시키지 마요. 그리고 칠호 자식들이 푸짐하게 차려 오라고 했으니까 알아서 맛있고 비싼 거나 왕창 만들어 줘요. 돈은 지들이 알아서 내겠지.”

고씨는 이놈이 또 무언가에 화가 났다고 생각해서 좀 누그러지게 물었다. 그가 아무리 주방장이지만 실질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은 곽술이였고, 이곳 주인인 송금 또한 그를 예뻐하고 있는 상태여서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손님 수는?”

곽술이가 신경질 적으로 대꾸했다.

“넷이요!”

그의 불성실한 대답에 고씨가 매서운 눈을 했다.

‘저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위아래도 없네? 확, 그냥! 불에 달군 냄비로 얼굴을 짓이겨버릴 까보다!’

속에서 분노의 열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어쩌겠는가. 곽술이 본래의 성격이 어떠하든 점원은 손님만 잘 끌어들이면 다 용서가 되는 것이거늘. 고씨는 속으로 ‘내 처자식만 아니면 엎어버리고 그만두는 건데!’ 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잘 닦지 않고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곳들만 골라 들쑤시고 다녔던 곽술이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쥐새끼 두 마리에다 노래기, 죽은 날파리, 바퀴벌레, 먹다 버린 지 삼일 쯤 된 고기조각. 큭큭큭! 이놈의 시키. 어디 두고보자. 한때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악동이었던 나에게 감히 그따위 불성실한 태도로 명령을 내리다니!”

음식을 만들다 말고 눈살을 찌푸린 고씨는 바둥바둥 거리는 쥐새끼들을 바라보며 내키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

“이봐이봐. 또 그 심보가 발동된 거야? 이러다 언젠가는 들키게 되어있다 고. 며칠 전만 해도 이명호월인가 뭔가 하는 늙은 무림인들이 맛이 이상 하다고 해서 들킬 뻔했잖아.”

곽술이는 전혀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똑바로 떴다.

“걱정도 팔자유. 그때는 그 늙은이들의 미각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그랬던 거니까 너무 그러지 마요. 또한, 내 재치로 몸에 좋은 음식들을 특별히 첨가했다고 말해서 원만하게 넘어갔잖아요. 그러니까 이것들을 알아서 토막내어 섞어주기나 해요.”

한참이나 어린것의 명령적인 말투에 잡고있던 식칼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고씨는 딸린 처자식들을 떠올리며 애써 참았다. 그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쥐의 모가지를 잘라 버리곤 구역질을 할 뻔했다. 흔히들 말하길, 중원사람들은 발 달린 살아있는 생명체는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할 정도로 못 먹는 음식들이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못사는 사람들이거나 대단한 미식가. 아니면 특이한 성격의 인간들에게만 속한 것이었다. 보통 계층이거나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혐오 식품인 것이다.

“다, 다 섞었다.”

진땀 섞인 고씨의 말에 젓가락으로 이 음식, 저 음식들을 훑어본 곽술이는 만족의 웃음을 흘렸다.

“좋아요, 좋아. 역시 주방장님은 솜씨가 좋아요.”

‘그따위 칭찬은 사양한다, 짜식아!’

그는 별 대꾸 없이 음식들을 차례차례 접시에 쏟아 붓다가 말했다.

“갖다 주기나 해. 아직 만들 요리가 몇 가지 남아있긴 하지만 후에 들여 온다고 하면 문제는 없을 테니까.”

곽술이는 냉큼 받아들고 끄덕였다.

“알았어요. 헤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걸?”

여섯 가지의 음식들을 큰 받침대에 올려놓고 신나게 걸어 올라간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며 흥얼거렸다. 비록, 상대는 무엇을 먹고있는지 알 수 없을 테겠지만 자신은 알고 있었기에 즐거운 것이다.

“손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오오! 어서 가져와!”

동천의 반기는 목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간 곽술이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동천은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를 맡더니 아주 침까지 흘릴 태세였다.

“으아∼,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맛보는 진수성찬이냐.”

곽술이 또한 신나 했다.

‘그렇고 말고! 흐흐, 네 생에 다시는 맛 볼 수 없을 진수성찬일 게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친절하게 수저까지 건네주었다.

“우리 주점의 대표적인 음식들이라 아주 맛있을 것입니다. 잠시 후에 몇 가지를 더 가져올 예정이오니 마음껏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소연이 반듯하게 그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자 곽술이는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눈에 뜨이는 미녀가 역겹고 온갖 잡다한 것들을 먹는다고 생각하자 못할 짓을 한 게 아닌가 뒤늦게 찜찜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동천에게 먹일 것만 따로 넣어서 권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 내키지 않아 다른 것을 먹는다고 하면 도로아미타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예전에 그런 경우가 있었기에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안하오, 소저. 원망하려거든 저 싸가지 없는 자식의 일행이었다는 것을 원망해주시오.’

저 혼자 잡생각이나 하고있던 곽술이는 물러가는 척하면서 동천이 수저를 드는 것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그래! 먹어! 빨리 먹으라구!’

동천이 한 수저 푹 떠올리자 나머지 일행도 수저를 들었다. 이때만큼은 화정이도 고분고분하게 눈치를 보다가 뒤이어 수저를 들었다. 왜냐하면 이전의 식사 때 먼저 먹는다고 나섰다가 동천에게 한 대 맞았기 때문이다.

“자암∼깐!”

먹을 것을 제일 탐했던 동천이 어쩐 일인지 돌연 멈추라고 명했다. 곽술이는 설마 들켰을까 싶어 심장이 철렁했지만 동천이 멈추라고 말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왜 그러십니까. 이 음식들이 무언가 못마땅하기라도?”

도연이 묻자 동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음, 그것이 아니다. 내 예전에 우리 위대하신 사부님께 강호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사랑스러운 제자야. 강호란 온갖 지저분한 위험들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무엇을 하던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느니라. 특히―! 음식에 독을 섞거나 그 외의 잡다한 것을 먹게 하는 수법들이 비일비재하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하느니라, 라고 말이지.”

‘헉? 저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곽술이가 놀라는 사이 소연이 말했다.

“주인님, 그런 것은 불건전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거예요. 우리 같이 시선을 끌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쾅!

동천이 식탁을 내려치며 일어났다.

“뭐시라? 네가 감히 본 위대하신 사부님의 말씀을 개 코딱지로 알아듣는다는 소리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게 그러니까……. 아? 제가 잠시 착각했었나 봐요. 맞아요. 그러니까 그만 화 푸세요. 호, 호호!”

궁지에 몰린 소연이 재빠른 판단으로 동천을 안정시키자 그는 마지못해 제자리에 앉았다.

“흐음,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정리하여 다시 말하겠다. 요는, 이 음식들에 정상인이 먹어서는 안될 그 무언가가 섞여 있으리란 예감이 이 몸의 뇌리를 강타했다는 것이다. 잘 알겠느냐?”

“예.”

모두들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 모든 상황을 충분히 지켜본 곽술이는 그 사이 안정을 되찾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자에 손님과 같은 무림인들이 종종 있는지라 저희 주점에서는 항시 은수저를 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담가 보시면 독의 여부를 알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반색을 한 동천은 곽술이를 대하는 말투를 달리했다.

“호오? 자네, 생각보다 준비성이 밝군. 이리 줘보게.”

그는 곽술이이게서 은수저를 받은 후 여러 음식들을 차례차례 휘저었다. 당연히 은수저에는 색깔의 변화가 없었다. 곽술이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거 보십시오. 철저한 관리 하에 만들어지는 음식인데 이상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화정이까지 끼여들었다.

“동천, 아무 이상도 없는 거야? 그럼 빨리 먹자. 나 배고파.”

동천이 획 노려보았다.

“시끄러워, 이년아! 배때기에 거지새끼가 얹혀 들었냐? 확, 여기 있는 음식들 다 엎어 버릴까보다!”

기겁을 한 화정이는 식탁을 부여잡으며 애원했다.

“히잉, 잘못했어. 음식 엎지마.”

한껏 떠벌렸다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 동천은 인정할 수 없었던지 쥐고있던 은수저로 음식을 한 움큼 퍼 올렸다. 그는 금세 부드러워진 얼굴을 하고 곽술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하, 이보게. 이렇게 보니 자네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네. 내 치하하지 않을 수 없으니 먼저 한 수저 들게나.”

까무러칠 정도로 놀란 곽술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 그 무슨 말씀입니까! 저, 점원 주제에 감히 손님의 음식을 먹다니요!”

동천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수저를 곽술이의 입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사양하지 말게나. 자네가 먹는다고 해서 여기에 욕할 사람 아무도 없다네.”

곽술이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입술을 묘하게 비틀었다. 평소대로 놔둔다면 가까이 다가온 음식이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그게…….”

“어허, 뭘 그리 사양하는가. 자네는 그저 철저한 관리 하에 만들어졌다고 자부한 이 음식을 아무 부담감 없이 음미만 하면 그만인 게야.”

‘욱! 우욱?’

냄새를 맡는 것조차 역겨워서 구역질이 목까지 치밀고 올라왔다. 그는 여태껏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던 전적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을까? 이렇게 유난스러운 놈이 있을 줄이야. 우욱!’

그때 도연이 말했다.

“주군, 그 점원의 안색이 샛노래지는 것으로 보아 속이 안 좋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억지로 먹이는 것에 무리가 있을 듯 보이니 그만하시지요.”

그 말에 돌파구를 찾게 된 곽술이는 희색이 만면하여 소리쳤다.

“그, 그렇습니다! 이 동네 의원이 말하길, 자네는 속병을 앓고 있어서 무엇을 먹어도 체하게 되어있으니 당분간 내가 지어주는 약으로만 생활하게나. 라고 말했습니다! 전 정말 이것을 먹고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아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실 이 음식들은 저도 먹어보기 힘든 재료들을 사용한 것이니까요.”

살짝 눈살을 찌푸린 동천은 수저를 내려놓고 그의 팔목을 잡아챘다.

“어디보세. 내 이래 보여도 의술에 일가견이 있다네. 오죽 했으면 만독 어쩌구 방광 할아범이 네 의술은 경지에 달했구나! 라며 칭찬을 했겠는가.”

쓸데없는 뒷말에 잠깐 머리를 굴렸던 곽술이는 곧 별말 아니었음을 깨닫고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속병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안 보이는 곳에서 질 나쁜 장난질을 하고 다녔던 그는 백수생활 좀 그만하고 나가서 돈이나 벌어오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와 연줄이 닿아있는 이곳 주점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점원의 특성상 남을 골탕먹이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자 돈 버는 재미도 느낄 수 없을뿐더러 급기야는 원치 않은 속병까지 앓게 되는 것이 아닌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의원을 찾아갔고 나머지는 위의 그가 말했던 대로였다. 그나마 요 근래에는 이런 짓으로 차도가 보이는 와중이었는데,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천이 맥을 집어본다고 하자 어찌 마음이 놓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맥을 집어봐라. 설사 진짜 의술에 소질이 있다고 해도 속병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 큭큭! 역시, 내가 하는 일에 실패란 없다니까?’

곽술이가 자신만만해 있을 때 귀의흡수신공으로 진기를 흘려보낸 동천은 거세게 저항하는 혈들이 몇몇 느껴지자 가차없이 뚫어버렸다. 돌연,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한 곽술이는 자신도 모르게 긴 트림을 했다.

“끄윽―! 아, 죄송합니다.”

동천은 화를 낼만도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두어 번 손으로 휘휘 저은 후 웃는 낯으로 물었다.

“어떤가. 앓던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나?”

“어?”

그러고 보니 가슴속이 상쾌해지고 얹혀있는 듯했던 무언가가 뻥 뚫려있는 기분이었다. 앓던 것에서 해방된 느낌은 이루 설명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이럴 수가! 정말입니다! 이렇게 신기할 데가!”

그 광경을 지켜본 소연이 내심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중얼거리는 가운데 동천이 다시 수저를 들었다.

“하하, 뭘 그런 것 가지고 놀라는가! 내 처음부터 의술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했거늘! 자자, 그건 그렇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어서 한술 들어보게. 그 동안 속병을 앓아 먹는 것이 부실했을 터인데 아무 염려말고 마음껏 먹게나.”

곽술이는 기분 좋다가 잡치는 것도 유분수라고 생각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아, 아니 그게 말입니다. 그게 그러니까.”

돌연 동천이 수저를 내려놓고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역시 그렇군.”

곽술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뭐가 말입니까?”

동천은 부드럽게 말했다.

“내 의술을 행하는 자로서 모든 것을 용서해줄 터이니 바른대로 말하게. 분명히 독은 아닌데 이상한 것이 들어있긴 들어있네. 자네의 행동으로 보아 알고있는 듯 하니 사실대로만 말해준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네.”

너무도 부드럽게 변한 동천의 태도에 곽술이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떻게 한다? 사실대로 말할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소문이 퍼져 나는 물론이고 이 주점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텐데? 으으, 그렇다고 입을 다물면 저것을 억지로라도 먹일 것이 분명하니…….’

곧이어 생각을 마친 그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저, 정말 사실대로 말씀을 드린다면 없던 일로 해주시겠습니까?”

번쩍!

순간 동천의 눈이 먹잇감을 노려보는 독사의 눈처럼 희번덕거렸다. 그러나 그는 상대를 눈앞에 두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끔 진심을 감추었다.

“물론일세. 하하, 사람이 사람을 이리도 믿지 못한다면 세상이 각박하여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꿀꺽!”

일단 마른침부터 삼킨 곽술이는 결정을 내린 듯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잠시 어떻게 되었는지 이런 훌륭하신 분에게 못된 짓을 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동천은 곽술이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자자, 자초지정을 차근차근 말해보게나.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네.”

“예, 사실은 그게…….”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감탄사를 터트린 동천은 알겠다는 듯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소연을 바라보았다.

“소연아,”

음식을 향해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연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예? 예, 주인님.”

동천은 말했다.

“문 잠가.”

“예, 알겠습니다.”

이번만큼은 소연도 아무 이견이 없는 듯 보였다.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에 당황한 곽술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동천에게 물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부, 분명 없던 일로 해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동천은 잔인한 미소를 드러내며 손가락 마디들을 뚜둑, 거렸다.

“물론이지. 이 씨발놈아. 단, 해결할 건 해결하고 없던 일로 해줄게. 그래야 공평한 거거든.”

부들부들 다리를 떨던 곽술이는 다급히 엎어져 빌었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안 그렇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러고 착한 일 많이 하겠습니다! 제발 좀……!”

동천은 낮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호오, 이놈 봐라? 기특하게도 밟아달라고 알아서 기네? 이 잡놈의 새끼! 미미년 똥꼬의 기생충 같은 놈 같으니라고! 착한 일? 암―! 당연히 해야지! 착한 일 많이 하고 불쌍한 사람들 많이 도와줘야지! 맞을 건 다 맞고 말이지! 알겠냐? 응? 알겠냐고 이시꺄!”

“예? 아니 그게 아니……, 끄에에엑?”

퍽퍽퍽퍽! 퍼퍽! 콰득? 퍼버버벅!

“커헉? 으아아아악! 사, 살려, 켁?”

“죽어! 죽어 이새꺄!”

근 일각 동안을 그렇게 얻어맞은 곽술이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송금에 의해 업혀서 내려갔다. 곽술이는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어, 없던 일로 해준다며…….’ 라고 중얼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난 송금은 이놈이 무림인들의 비위를 건드렸구나 싶어 찍 소리도 못 냈다고 한다. 참고로 곽술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성격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늘 말하는 거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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