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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67화


#56

“다 챙겨 왔어?”

동천이 바리바리 짐을 챙겨든 소연에게 묻자 다른 것도 아닌 먹을 것을 이렇게 싸들고 간다는 것에 내심 질려하고 있던 소연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대답해주었다.

“예? 예에, 주인님께서 평소 즐겨하시는 음식들을 성심성의 것 준비했다며 주방장 아저씨께서 자부심이 대단한 얼굴로 말씀하셨으니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동천은 자신이 원했던 부분을 들었던지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거야 본분이 주방장이니까 당연한 거고. 늦지나 않을지 몰라?”

그 문제에 관해서는 소연이 확답을 해주었다.

“보란 듯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니까 늦을 일은 없을 거예요. 반대로 우리 쪽에서는 마차를 타고 갈 거니까 더더욱 그렇고요.”

소연의 정보를 신임한 동천은 출입구 쪽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문제 될 것은 없겠네? 빨리 가자.”

“예, 주인님.”

그녀는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무거운 음식 보따리들을 양손에 쥐고 종종걸음으로 주인님의 뒤를 따랐다. 그나마 내공을 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 아니었다면 진짜로 허리가 삐끗했으리라.

“올라타십시오.”

문을 열어준 마부가 공손히 입을 열자 만족한 얼굴로 한발을 들어 옮기던 동천은 잠깐 멈칫하더니 마부의 안색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얼레, 얼굴이 누렇게 뜬 게 상태가 좀 그러네? 자네의 집에 무슨 우환이라도 있는가?”

마부 방삼은 그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어이구, 아닙니다요. 그런 건 아니옵고 요새 봄을 타는지 춘곤증이 밀려오고 매사에 무기력해지는지라 조금 신경을 쓰고 있을 따름입니다요.”

드디어 자신의 숨은 실력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 동천은 말했다.

“그으래? 어디 손 좀 내밀어 보게. 내 진맥을 해줌세.”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개망나니 소전주라 해도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갖추었으리라 생각한 방삼은 황송해하는 얼굴로 흔쾌히 허락했다. 동천은 바로 진맥에 들어갔다.

“음, 음음! 그래, 그랬던 것이로군.”

무언가 아는 척 진맥을 끝마친 동천은 궁금해하는 방삼에게 이어 말했다.

“요새 자네, 쉽사리 피곤하고 졸립고 나른해지지 않던가?”

방삼은 생각했다.

‘그 말은 방금 내가했던 말인데…….’

내심 그 뒷말이 있겠거니 생각한 방삼은 얼른 대꾸했다.

“예에, 틀림이 없습니다요.”

그러자 동천이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그랬군! 자네는 이제부터 이 몸이 하시는 말씀을 잘 듣게.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물 한 사발을 들이키고, 배뇨를… 그러니까 오줌을 눈 다음에야 식사를 하게나. 점심과 저녁도 마찬가지일세.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한 사발을 들이킨 후에 오줌을 누고 수면을 취해야 함을 명심하게. 알겠는가?”

방삼은 꽤나 진지한 소전주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방삼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말씀대로 하겠사온데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감히 여쭈어 봐도 될는지……. 헤헤.”

의외로 동천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어려울 게 있겠는가? 지금 자네의 몸 안에는 피로 누적에 의한 노폐물들이 상당히 쌓여있는 상태라네. 그래서 쉬이 피곤하고 졸음이 오는 것이지. 바로 그런 이유로 물을 많이 먹고 몸 안에 쌓인 노폐물들을 오줌을 통해 쏟아내게 하려고 그러한 처방을 내려준 것이라네. 이제 알겠는가?”

“아? 그러했군요! 감사합니다, 소전주님.”

동천은 손사래를 쳤다.

“하하, 감사는 무슨. 그보다 시간이 조금 지체된 듯 하니 어서 가기로 하세나.”

방삼은 즉각 대답했다.

“옛, 소전주님!”

동천과 소연이 올라타자 마차는 재빠르게 움직였고 한가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동천은 어디에선가 기묘한 눈길이 느껴지자 자연스레 그곳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바로 소연이었는데 뜻밖에도 동천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냐?”

주인님의 반응을 접한 소연은 화들짝 놀라 대꾸했다.

“예? 아, 아니에요.”

창피함에 살짝 얼굴을 붉힌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던 동천은 계속 물었다.

“뭐가 아니라는 건데? 응? 괜찮으니까 말해봐.”

소연은 하는 수 없이 부끄러워하며 이야기해주었다.

“그게요. 진맥 후 침착하게 처방을 내려주시는 모습을 보니, 역시 약왕전의 후계자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바라보았던 거예요.”

동천은 피식 웃었다.

“아아, 그거 때문이었어? 난 또 뭐라고.”

소연은 주인님께서 별 것 아닌 듯 이야기하시자 양손을 저어가며 자신의 마음을 좀더 드러냈다.

“아니에요. 진맥하시는 모습이 여느 의원들 못지 않게 멋있고 훌륭해 보이셨어요. 언제 그렇게 의술을 쌓으셨어요?”

으쓱해진 동천은 양손을 머리 뒤로 깍지낀 뒤 느긋하게 말했다.

“훗, 그거야 기본이지. 그리고 저 마부새끼는 밥 잘 처먹고 헛소리를 해대기에 그냥 냉수 먹고 속차리라는 뜻에서 그런 처방을 내려준 것일 뿐이야. 별거 없다구.”

“네에―?”

기가 막혀진 소연이 달리 할말을 잃자 동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반응이 그러냐? 떫어?”

화들짝 놀란 소연은 바로 부정했다.

“아, 아뇨! 떫기는요…….”

잠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연의 위아래를 쳐다본 동천은 그냥 넘어가 주었다.

“흐음, 뭐 그렇다 치고 만독문의 소전주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거라도 없냐?”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이었던지 소연이 잠시 골몰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대답을 하는 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가 신분이 신분인지라 다른 건 모르겠고요, 듣기로는 상당한 미인이라고 하던데요?”

순간 동천이 안면을 구겼다.

“뭐? 고작 상당한 정도밖에 안 돼?”

예전에 항광이 천하제일의 미녀를 신부감으로 보내준다고 철썩(?) 같이 약속을 해놓고서 고작 상당한 미인을 보내줬으니 그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젠장!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입만 산 개 호로 영감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아니, 도대체 인륜지대사를 뭘로 아는 거야?’

이유는 몰라도 주인님께서 왠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소연은 은근슬쩍 말을 바꾸었다.

“아? 그게 아니라 굉장히, 아니 엄청나게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했던가? 에에,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제야 동천이 금새 구겨졌던 표정을 풀었다.

“흐응… 그래? 그럼, 그렇지. 하하하!”

시원하게 웃으며 소연의 볼을 가볍게 잡아 흔든 동천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시 혼자만의 생각을 했다.

‘걔가 정화보다 예쁠라나? 큭큭, 분명 예쁘겠지? 뭐 봐서 내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소교주 새끼하고 잘 먹고 잘 살라고 사내답게 행복을 빌어주는 거고, 그 반대라면 이 몸의 매력적인 살인미소로 일단 마음을 빼앗아 놓고……. 큭큭큭큭!’

무언가 음흉한 기운을 느낀 소연은 슬금슬금 움직여 주인님과의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망상(妄想)을 끝마친 동천은 소연이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아, 아앗?”

대경한 소연은 너무도 놀라 안절부절못했지만 동천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뭘 그리 놀라냐?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데?”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남녀가 유별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리라. 더군다나 방금 전의 음흉한(?) 기운도 있었고 말이다. 어쨌든 소연은 무릎 위에서 빤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을 주인님과 시선을 마주치기가 어쩐지 쑥스러웠다. 수줍은 표정의 그녀는 발그레 달아오른 고개를 살짝 바깥쪽으로 돌리며 대꾸해주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너무도 갑작스러운 행동이셔서 당황을 좀…….”

“호오! 당황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동천은 이리 눕고 저리 돌아누우며 머리를 좌우로 비벼댔다.

“그럼 이것도 당황스러워? 이런 것도? 이런 것도?”

“꺄, 꺄악!”

미묘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소연은 다급히 양손을 사용해 동천의 머리를 부여잡고 똑바로 고정시켰다.

“그, 그만하세요! 자꾸 이러시면, 저… 저, 내, 내릴 거예요?”

감히 내린다고 말한 것치고는 야무진 맛이 없었다. 이러니 동천으로서는 그저 웃길 수밖에.

“큭큭, 알았어. 그냥 누워서 눈만 부칠 테니까 도착하면 깨워 줘.”

“예? 그게…….”

소연이 무슨 말인가 해보려고 했지만 동천은 자신의 볼일이 끝나자 바로 눈을 감아버렸고, 나직이 한숨을 내쉰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명령 아닌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아아, 어쩌면 좋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고, 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흥분이 교차되었다. 아울러 둘만의 공간이 너무도 조용 하자 그러한 기분이 수배나 증폭되어 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헌데, 한 순간에 달아오른 그녀의 감정을 깨트려버리는 소리가 있었으니…….

“쿨, 쿠울∼.”

‘쿠울?’

설마 하는 마음에 자신의 무릎 쪽을 내려다 본 소연은 놀란 입을 다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나! 눈 좀 부치신다고 한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코를!’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절대로 믿을 수 없었던 그녀는 대담하게 동천의 콧잔등을 살짝 밀쳐보았다.

“음냐!”

잠결에 작은 벌레라도 앉았다고 생각했던지 동천이 가볍게 얼굴을 어루만진 후 소연 쪽으로 돌아누웠다. 깨면 어쩌나 뒤늦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인님을 살펴보던 그녀는 문득 잠이든 주인님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했다.

‘어머, 이렇게 보니까 상당히 귀여우시네?’

상당히 위험한 망상에 빠져버린 그녀는 동천의 얼굴에서 쉽사리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물론 그녀도 평소의 주인님 성격을 잘 알고있었지만 당장에 처한 현실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는데 누가 어쩌겠는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동천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던 소연은 문득 자신의 시선이 주인님의 입술에 고정됨을 느꼈다.

‘입술이네.’

그저 본 대로 생각했고 딱히 이상한 마음을 품을 것도 아닌데 절로 마른 침이 삼켜졌다. 되려 그것을 계기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마음을 먹게 되었으니,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입맞춤은…… 어떠한 느낌일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까지 설레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지 않아도 심장 박동수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그녀 자신이 느낄 정도까지 된 것이다.

‘가, 가볍게만 하는 거니까 괜찮겠지? 그래! 그럴 거야. 틀림없어!’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시킨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숙여갔고, 뒤이어 윤기 있는 머리카락이 가볍게 출렁이며 동천을 향해 길게 늘어졌다.


“아가씨! 아가씨!”

거실에서 오랜만에 차를 마시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사정화는 헐레벌떡 뛰어오는 수련의 모습에 바로 질책의 시선을 내비쳤다.

“너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하구나.”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던 수련은 곧 깨달았다.

“예? 에에… 에헤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사정화는 물었다.

“그래, 바쁘게 달려온 이유가 뭐지?”

수련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거요? 그게 말이죠,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만독문의 소문주가 오늘 도착했다지 뭐예요?”

“그래서.”

사정화는 무뚝뚝하게 대답했지만 수련은 그런 아가씨의 반응에 익숙해진 터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네, 그래서 한번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러 가보는 게 어떨까 싶고, 또 듣기로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미모도 출중하다던데 정말로 그런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요. 어때요? 저야 상관은 없지만 아가씨께서 너무 활동이 없으셔서 이 기회에 바람 좀 쐴 겸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말이 자신은 나가보지 않아도 상관없다지, 지금의 그녀는 구경을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얼굴이었다. 얼굴에 도장을 찍은 듯 확연하게 드러나 있는 상태인 것이다. 당연히 이런 수련의 심정을 모를 리 없었던 사정화는 말했다.

“관심 없어.”

“으윽? 그러지 말고 같이 나가봐요. 이 꽃다운 나이에 매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한다는 것은 불행이라고요. 혹시 아가씨의 귓가에 아아, 불행해. 아아, 불행해. 라는 환청이 들리지 않아요?”

그 말이 거슬렸던지 사정화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헛소리하지마. 그리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된 거라고 생각해.”

영락없는 고집쟁이 성격이었다.

‘어휴, 시집 가셔서도 저러면 큰일인데…….’

반대로 너무 순종적이 되어도 왠지 이상하게 보일 것 같다고 수련은 잠시 생각했다. 어쨌든 답답해진 수련은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으아, 미치겠네. 아가씨만 됐다고 생각하면 뭐해요. 남들이 그걸 인정해 주지 않는데!”

사정화는 그런 수련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너는 남들이 인정해줘야만 어떠한 일을 행하고, 모든 일에 있어서 주위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런 인생도 있겠지만 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싶지는 않아. 네 가치관이 소중하듯 내 가치관도 소중한 거니까.”

수련 또한 이에 반론을 제기하자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는 긴 시간을 기다려줘야만 그것이 가능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에에, 그게……. 어쨌든! 구경하러 나가요∼. 예? 아이, 아가씨이이이!”

수련은 나름대로 귀여운 표정과 애처로운 표정들을 번갈아 가며 지어 보였지만 역시나 사정화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정히 보고 싶다면 너 혼자 가보도록 해. 나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어차피 차후에 서로 만나보게 될 사이라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이리하여 결국 설득에 실패한 수련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에휴! 저 혼자가면 무슨 재미로 구경하겠어요. 차라리 집안 청소나 할래요.”

아가씨가 그녀의 푸념 섞인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이길 기대하며 내뱉은 소리였지만 애석하게도 사정화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오늘 저녁은 고기 없이 채소로만 먹고싶으니까 그렇게 해줘.”

“네에…….”

힘없이 대답한 수련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내뱉은 대로 집안 청소에 들어갔다.

덜컥! 덜컥!

문이란 문은 죄다 거칠게 열어놓은 그녀는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당최 원상복귀 시킬 생각을 안 했다.

“쳇, 이 닦아도 닦아도 매일 같이 생기는 먼지들 좀 봐. 내가 아주 일에 치여 죽겠다니까? 콜록콜록! 으으, 내가 그 동안 들이마신 먼지들을 내뱉어도 분명 쌀 열 가마니는 넘을 거야. 아아! 자고 일어나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밥하고 마무리 작업을 한 뒤에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밥하고 마무리 작업을 한 뒤에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결국 자신이 불행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수련을 잠시 바라보던 사정화는 그녀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음… 수련아. 생각이 바뀌었어.”

‘아? 드디어 아가씨께서 내 마음을 알아주셨구나! 그럼, 그렇지!’

내심 기쁨의 탄성을 내지른 수련은 혹여 아가씨의 마음이 변할까봐 재빨리 대꾸했다.

“뭔데요? 뭔데요? 호호, 빨리 말씀해보세요!”

고개를 끄덕인 사정화는 말했다.

“저녁에 말야, 아무래도 고기를 먹어야할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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