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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76화


#65

“부교주님의 보옥(寶玉)이신 사정화 아가씨와 요림의 전 림주이신 태상요림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순간 적룡등천각 내부가 한순간 조용함으로 물들었다. 소문으로만 무성한 마도제일의 미녀가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렇다할 표정을 지운 사정화는 쓸데없이 소리 친 문사를 잠시 노려보다가 마냥 서있을 수만은 없어 안으로 들어갔다.

“아!”

“오오…….”

웅성웅성.

갑자기 정적에 물든 내부가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메워져갔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정화의 차가운 아름다움이 그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들은 모두 사정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는데 뒤늦게 뒤따라오는 정원을 발견하곤 역겨움에 못 이겨 일제히 고개들을 돌렸다. 사정화는 의도하지 않아도 좌우 양쪽에서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정 중앙으로 걸어갔는데,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역시 사람들의 시선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자 순식간에 몸을 날려 상석에 도착했다. 유연한 그녀의 몸놀림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사정화는 의식하지 않는다는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가 여러 장로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간 강녕들 하셨는지요.”

파벌이라면 파벌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부류로 나뉘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장로들은 반갑게 그녀와 정원을 맞아주었다.

“오오, 이게 누구인가! 부교주님의 따님이 아니신가. 잘 왔네. 허허, 정말 보기가 힘들구먼.”

사정화는 전대의 사혼대. 즉, 육장로부터 구장로가 왔는지 슬쩍 살펴보았으나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일단 회답부터 하고 보았다.

“별 말씀을 다하는군요.”

그녀의 짤막한 대꾸가 끝나자 바로 옆의 장로가 끼여들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이 확실히 날은 날이군. 사 아가씨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견줄 만큼 보기 힘들다는 태상요림주께서도 납시었으니 말일세.”

“맞는 말이외다. 자주 종종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야지, 안 그랬다간 우리 식구도 못 알아보는 사태가 벌어지겠소이다? 허허허!”

그렇게 장로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거들었고 사정화는 그들의 관심에 예의를 갖추어 살짝 웃는 시늉을 해주었다. 정원은 아가씨가 그것으로 끝이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말상대를 해주어야 했고 말이다.

“켈켈, 그런 것으로 따지자면 장로 분들도 못지 않다고 생각지는 않는지요?”

장로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이거 되려 당했구려.”

“그러게 말이오. 허허허.”

그들의 웃음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린 정원은 아가씨가 당장에 궁금해하는 부분을 용케 예측하고 대신 물어봐 주었다.

“켈켈,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지금 어디에 있답니까?”

그 질문의 답은 비대한 체구의 익살 가득한 삼 장로가 해결해주었다.

“도착은 아침부터였다고 하더이다. 우리들 정도면 미리 볼 수도 있었지만 이 많은 장로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어디 겁줄 일이라도 있겠소이까? 헐헐, 그래서 우리도 지금 궁금함을 만끽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요.”

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나니 저도 빨리 구경하고만 싶은 마음이군요. 켈켈켈.”

그때 그들의 뒤쪽에서 자신감에 가득 찬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태상림주님과 사 소저가 아닙니까.”

귀에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것이 반갑고 아니고를 떠나서 말이다. 느릿하게 신형을 돌린 사정화는 상대가 생각했던 대로 소교주 냉현이자 서늘한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로군요.”

좀더 길게 말할 줄 알고 사정화의 뒷말을 기다리던 냉현은 뒤늦게 그녀의 성격을 떠올리곤 주저 없이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었다.

“후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여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래, 장로님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나누고 계셨습니까?”

사정화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어린 저인지라 세월의 격차를 조금 느끼겠더군요.”

별로 재미없었다는 말이었다. 설마 대놓고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장로들은 적이 당황해하는 한편 은근히 기분 나빠하는 장로들도 몇몇 보였다. 그러나 냉현은 장로들과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사정화의 말을 해석했다.

‘흐음, 일부러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내뱉은 뒤 장로들의 반응을 지켜보자는 속셈이로군. 아무래도 다음 교주위에 앉게될 자신이 한 말인데 그것을 기분 나빠하는 자들은 그만큼 충성심이 결여된 인물이라고 점찍어도 틀린 생각은 아닐 테니까.’

그는 역시 자신이 마음에 둘만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신분이 자신과 평행선만 아니었어도, 교주와 부교주의 자식들은 서로 맺어질 수 없다는 금기사항만 없었어도, 그는 사정화를 다른 사내들에게 빼앗길까봐 낚아채도 벌써 낚아챘을 것이 분명했다.

“켈켈, 아무래도 이야기가 통하는 소교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시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진작에 그렇다고 말씀을 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켈켈, 그런 의미에서 이 늙은이가 잠시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어떻게든 아가씨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가고싶었는지 정원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장로들 또한 아주 허튼 소리도 아니자 가능한 원만하게 넘어가고자 했고 말이다.

“허허, 이 늙은이들이 눈치가 없어도 한참이나 없었구려! 자자, 앞으로 본교를 이끌어 나가셔야할 두 분이 미리 손발을 맞춰보시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될 터이니, 우리 같은 노물들은 잠시 자리를 피해줍시다.”

냉현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는 장로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 참. 본의 아니게 자리를 빼앗은 꼴이 되었군요. 여기에서 이럴 것이 아니라 자리라도 옮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정화는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했다.

“곧 있으면 만독문의 소문주께서 나오시지 않을까 하는군요.”

냉현은 말했다.

“음, 아버님과 부교주님의 말씀이 길어지는 듯하여 당장에는 연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허면, 그녀라도 미리 만나보시겠습니까?”

귀찮은 것이 질색인 사정화였지만 이곳에 온 목적이 강소홍의 얼굴을 한번 봐두는 것이었던 것만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야 고마울 따름이죠.”

“하하, 따라오십시오.”

객실로 안내되는 동안 말없이 냉현을 따르던 사정화는 의외로 먼저 말을 걸었다.

“혈살(血殺)과 함께 돌아오셨다고 들었는데 어째 보이지가 않는군요.”

그녀의 억양은 언제나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말끝의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도연도 같은 부류였고 말이다.

“만일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소문주의 방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동안 산관이 제 곁에 붙어있지 않음을 궁금해하신 사람은 사 소저가 처음이로군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긴 웃었는데 사정화가 장단을 맞춰주지 않자 멋쩍어진 냉현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오실 때 약 소전주와 동행하여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곁에 없어서 의외였습니다.”

사정화는 냉현의 말 중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지 말끝을 살짝 올렸다.

“무슨 말씀인지요?”

냉현은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어투로 해명했다.

“아?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듣기로는 약 소전주가 사 소저의 하인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자리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신뢰가 깊은 주종의 관계가 성립되어있지 않았을까, 미리 짐작했던 것일 뿐입니다. 그것뿐이죠.”

사정화는 하마터면 피식 웃을 뻔했다. 동천과 관련하여 신뢰라는 단어가 언급될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신뢰할만한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녀석인데 많은 실수를 했음에도 용케 가끔씩 불러서 대화를 해주는 자신이 참으로 용하다고 생각되었다. 동천의 입장에서는 그게 고문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일단 내 밑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쉽게 내치지 않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런 녀석이 밑으로 들어온다면 바로 내쫓았을 테지만 녀석이 들어왔을 때는 분별력이 모자란 어렸을 적의 일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현재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잘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넌지시 관계없는 말을 꺼냈다.

“그래도 자질은 우수하니 다행이 아닙니까. 어렸을 적에 벌써 재능이 입증되어 약왕전주에게 낙점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정화는 역천이 동천을 제자로 받아들였던 그때의 상황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어서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건 몰라도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다고 역천이 칭찬하기는 하더군요.”

냉현은 대소를 했다.

“하하! 무인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재질을 지녔다는데 나쁠 것이야 있겠습니까?”

더 이상의 대화가 거북해진 사정화는 칼로 자르듯 이야기를 끊었다.

“물론 없지요. 아직 멀었나요?”

냉현은 소리 없이 웃고 난 후에 말했다.

“다 왔습니다.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소문주의 객실이 나오지요.”

그녀를 안내한 냉현은 그의 명으로 문밖에서 엄중 경계를 하고있는 산관에게 말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냐고 여쭈어보거라.”

사정화의 등장에 잠시 놀란 산관은 곧 정신을 차리고 사정화에게 인사를 올린 뒤 명령에 따랐다.

“강 소문주님, 소교주님께서 부교주님의 따님이신 사 아가씨와 함께 오셨습니다.”

곧 안쪽에서 강소홍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라 하세요.”

산관은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어주었고 냉현과 사정화는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까지 걸어나온 강소홍은 손님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 소저의 명성이 자자하여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로 오늘 이렇게 뵙게되니 그 소문들이 모자라다고 여겨질 정도로군요.”

사정화는 그런 이야기로 감정을 표현할 여인이 아니었다.

“고마워요. 분발하라는 소리로 듣겠어요.”

대답만 놓고 보자면 좀더 정숙해지거나 내외적인 미를 잘 가꾸겠다는 의미였지만 말투는 전혀 엉뚱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잠깐 헷갈린 소홍이 머뭇거리자 냉현이 나서서 해결해주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찾아온 것은 여기 사 소저께서 강 소저를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만나 뵙고 싶다하기에 실례를 무릎 쓰고 찾아온 것이외다.”

강소홍은 약간 서먹했던 분위기였는데 잘 넘겨주어서 고맙다는 눈인사를 한 뒤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랬군요. 혹여 실망하시지나 않으셨는지 내심 걱정이 되는데요?”

냉현은 대변자 역할을 하듯 웃으며 부인해주었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느 모로 보나 두루 겸비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 없듯이 소홍도 꺼려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감사하다는 대꾸를 해준 뒤 조용히 사정화를 바라보았다. 도통 말을 아끼는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정화의 시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바로 소홍의 뒤쪽에 시립해있는 문영 쪽이었다.

‘저 아이…….’

문영에게서 무언가를 느낀 사정화는 날카로워진 눈으로 계속 그녀를 주시했고, 그런 사정화의 시선을 눈치챈 강소홍은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소녀의 시녀로서 어렸을 적의 주화입마로 행동이 보통사람과 약간 다르답니다. 혹시, 그런 것 때문에 살펴보셨는지요.”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살짝 입술을 뗀 사정화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그저 물어보는 질문에나 답해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군요. 묘한 분위기가 풍겨서 잠시 바라보았던 거니까.”

강소홍은 부드러운 미소를 드러내 보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이 아이를 처음 대할 때엔 다들 그렇게 느꼈다고들 말하죠. 호호, 그것 때문에 가끔은 일일이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곤 한답니다.”

사정화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확실히.”

강조하듯 은근히 같은 말을 반복한 사정화는 사실 문영에게서 화정이의 분위기를 느꼈다. 꽤 오랫동안 같이 수련한 적도 있었고 가끔 화정이와 함께 찾아오는 소연이 때문에 더더욱 확실히 느꼈다고 말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확증 없이 속단할 수는 없는 법. 이 문제는 차후 기회가 오면 다시 거론하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소교주인 냉현이 말했다.

“갑자기 어렸을 적이 생각나는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즐거웠던 그때의 시절 말입니다.”

강소홍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소교주께서는 성인이 되어있는 지금의 생활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가 보죠?”

다소 흥미가 동하는지 사정화가 냉현을 바라보았다. 냉현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정화의 시선을 만끽하며 점잖게 말했다.

“솔직히 반반이지만 그래도 한쪽을 고르라면 어렸을 적을 고르겠지요. 이 젊은 나이에 할 소리는 아니지만 다시 한번 새로운 삶을 살 수만 있다면 후회했던 예전의 몇몇 일들을 바로 잡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

사정화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언제 지켜보았냐는 듯 조용히 차 한 모금을 들이마셨고 그나마 강소홍이 말상대를 해주었다.

“음, 자신이 후회했던 부분을 고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일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우리가 매사에 후회가 없게끔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낮게 미소한 냉현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양손을 깍지꼈다.

“맞는 말이외다. 아? 그러고 보니 약 소전주가 어렸을 적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던데 곁에서 지켜보았던 사 소저가 보기에도 틀림이 없었습니까?”

사정화는 확실하게 하고자 헷갈리는 부분을 질문했다.

“자질이라면 어느 자질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냉현은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무인에게 무슨 자질을 말했겠습니까. 바로 무공을 배우는 자질을 말했던 것이지요.”

사정화는 내심 중얼거렸다.

‘무공을 배우는 자질이라…….’

그녀는 과연 동천에게 그런 재능이라도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한 뒤에 말했다.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어느 날 갑자기 몸에 탄력이 붙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군요.”

동천의 잘못으로 그녀가 직접 때렸을 때 그 나이 또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월등한 신체조건에 그녀의 손이 상했던 기억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끔 역천을 만날 때마다 노력만 하면 대성할 녀석이라고 들었지만 그래도 품안의 자식이라고 깎아 내리는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제일 무난한 이야기를 한 것이고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혹시, 그때가 언제였는지 확실히 기억하고 계십니까?”

갑자기 눈을 치켜 뜬 냉현이 적극적으로 물어오자 사정화는 깊은 호수 같은 눈으로 냉현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동천에 관해서 은근히 궁금해하시는군요.”

내심 아차 싶었던 냉현은 어디까지나 속으로만 당황했을 뿐 겉으로는 전혀 변화된 표정 없이 사정화의 의심을 풀어주었다.

“하하, 사실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 중에 자꾸 저와 그자를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지라 저도 사람인 이상 의식하고 그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물어봤던 것입니다.”

냉현의 성격상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정화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소교주나 되는 자가 의외의 녀석을 의식하고 있음에 어쩐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비록 소문에 의한 냉현의 관심이었지만 자신은 높게 평가하지 않는 동천이 주목받고 있자 그녀도 이해할 수 없는 심기가 자극되었던 것이다.

“그랬던가요? 그렇다면 그 소문이 와전되었던 모양이군요. 녀석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으니 관심을 줄여도 될 듯 싶어요.”

그것으로 사정화는 냉현의 행동에서 관심을 끊었다. 그러나 강소홍은 어렴풋이 무언가가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다름 아닌 사정화의 입에서 동천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저번에 소교주가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거론하다가 겨울하늘. 즉, 동천이라는 부분에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었다. 그때 나는 설마하니 사람의 이름이 관련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궁금증만 일으키다가 말았다. 헌데, 실제로 동천이라는 이름이 있었다니. 그것도 결코 낮지 않은 신분으로…….’

미약하게 흥분한 그녀는 무언가 들춰내서는 안될 기밀서류를 손아귀에 쥐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도로 긴장된 그녀의 얼굴은 표정관리까지 무너질 정도가 되었고 그것을 간파한 그녀는 낮게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일신시켰다.

“아? 죄송해요. 갑자기 재채기가.”

냉현은 마음에 든 여인의 재채기라서 그런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아니외다. 사람인 이상 생리현상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바로 그때 산관에게서 전음이 들려왔다.

<소교주님, 약왕전의 전주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움찔한 냉현은 역천이 왔다면 필시 동천도 왔으리라 생각하고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곧 연회가 시작할 시간이었고 말이다.

“자아! 산관의 말이 조금 후면 연회가 시작한다고 합니다. 만약 하실 말들이 아직도 남아있으시다면 차후 시간을 내어 다시금 모이도록 하지요.”

“네, 소녀는 언제라도 환영이랍니다.”

강소홍은 고개를 끄덕였고, 사정화는 딱 부러지게 말했다.

“저는 만족할만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되는군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연회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냉현은 잠깐 볼일이 있다며 다른 길로 떠났고 소홍은 아는 사람도 없는데 새장 속의 새처럼 멀거니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부를 때까지 방안에 남아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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