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8화
짹짹! 짹짹! 푸드득–!
“아-아–으-윽!!! 이게 뭔 소리여.. 가 아니라… 아이구 나 죽것네!!”
동천은 새 소리에 잠이깨서 하품을 하다가 입안이 찢어지는 느낌에 아까전에(동천은 또다시 하루가 지난 것을 또 모름.) 맞았던 고통이 새록새록 솟아 나는 것을 느꼈다.
“아이구.. 한쪽눈이 아까보다 더 안보이네!! 아야! 드럽게도 아프네..”
동천은 오른쪽 눈을 살며시 비비며 일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맞은건 그렇다 치고 왜이렇게 몸에 힘이 없고 어지러운 거지? 꼭 며칠 못먹은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네… 후유증(後遺症) 인가…? 아마 그럴거야. 내 평생 그렇게 맞아 본적이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뭐 먹을만 한게 없나?”
주위를 둘러 보다 먹을 만한 것이 티끌만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동천은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꽈당-!”
“아이고!! 나죽네—!”
힘없이 걸어 나가던 동천은 방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였다. 재수가 없는지 하필이면 넘어질 때 또 눈을 맞았다. 얼마나 아픈지 절로 눈물이 솟아 내렸다.
“잉! 잉! 이게 무슨 꼴이야! 그냥 세가에 갔었으면 될걸…”
동천은 후회막급(後悔莫及) 이었지만 어쩔수 없는지라 힘없이 걸었다. 이번에는 감히 나무 열매를 따먹을 생각은 못하고 집 주위를 돌면서 구조(構造)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우선 이 정원의 후면에 네 채의 집이 있어 제일 오른쪽이 자신이 나온 집이고(그중 제일 작다.) 자신의 집이 제일 작다는 것을 확인한 동천은 연신 “씨발! 씨발!” 하면서도 건물의 구조를 자세히 살폈다. 그 옆의 집이 너비가 한 두어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사이를 띄고 세 채의 집이 모두 붙어 있었다. 그 집들중 가운데가 제일 큰게 아마 그 꼬마 마녀가 사는 것 같았고 오른쪽은 또다른 하인들이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맨 왼 쪽의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후다다닥—!”
동천은 천신(天神)을 만난 듯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냉큼 뛰어 가서 문을 열어 제꼈다.
“벌컥–!”
“앗..! 누-누구–? 아.. 깜짝이야! 너로구나..”
문을 열자 자기 나이 또래쯤 되어보이는 꽤 귀엽게 생긴 여자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동천을 쳐다보았다. 오직 밥 생각밖에 없던 동천은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부엌이라는 것을 알자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
“어? 여자애네?.. 너.. 날아니? 가.. 아니라 밥있어? 밥 있으면 밥줌줘!! 배고파 죽겠어! 빨랑줘!!”
배가 고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 동천의 밥달라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여자 아이는 엉거 주춤 하면서 밥솥이 있는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 그래! 너무 그러지마 주.. 줄게. 잠깐만!”
착한 여자 아이는 후다닥 뛰어 가더니 솥에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소고기 볶음을 들고 가져왔다.
“고.. 고기다! 이렇게 귀한걸 먹.. 먹어도 돼?”
동천의 좀 당황한 말에 여자아이는 동천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먹어도 돼.. 어? 야!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동천은 먹어도 된다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우걱 우걱 입에 쳐넣었다. 마치 남에게 빼았길 것처럼 개걸 스럽게 먹었다.
사실 배고픈 것도 있지만 하인 신분에 이런 귀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원단(元旦)이나 중양절(重陽節)등, 명절(名節)아니면 윗분들의 생일(生日)날 에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 마다 이러한 수준으로 밥을 먹던 수련과는 달리 동천 에게는 굉장히 귀한 것이었다.
“꺼-억! 아–! 잘먹었다.. 이제야 살것같네… 그런데 너도 하인 이니?”
동천은 무려 세그릇 이나 뚝딱 하고는 배가 부르자 느긋하게 물었다.
“으응-! 니 이름이 동천 이라며? 내 이름은 수련(睡蓮)이야..”
수련이란 말에 동천은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어제 사정화 에게 맞아서 보기 흉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했다.
“졸린 연꽃이라고? 히히히! 너 진짜 이름 웃끼다! 히히히히!”
그 말을 들은 수련은 기분이 상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치며 말을 했다.
“아냐! 졸린이 아니라 잠든이야!! 잠든 연꽃!”
수련이 열 받아서 소리를 쳤지만 동천은 시큰둥 하면서 말을 했다.
“졸린이구 잠든이구 뭐구 어쨌든 그게 그거 아냐.”
수련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서더니 씩씩 거리며 동천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니라니까!!”
동천은 더 이상 수련을 놀리면 귀찮아질 것을 예상 하고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 했다.
“야- 알았어! 잠든 연꽃하면 되잖어! 너무 노려보지 말라구!”
그제서야 수련은 못이기는척 분을 삭이며 다시 쪼그려 앉자서 이번에는 자신이 동천을 놀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너는 어떻게 된게 삼일 동안 잠만 자니? 더 신기한건 처음에는 괜찮더니 이틀날 가니까 눈이 밤탱이가 되있더니 오늘 가니까 지금의 너처럼… 호호호호! 니 얼굴 진짜 웃기다. 우리 아가씨 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 얻어 맞았니?”
동천은 일순간 멍 해졌다.
‘삼일(三日) 이라고? 그럼 내가 눈을 뜰때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가 있었 던거란 말이야? 칫-! 어쩐지.. 그래서 배가 무지하게 고팠던 거구만…’
“그럼 니가 쓰러져있던 날 업고 침대에 ᄂ혀 줬니?”
그말에 수련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말을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아가씨가 새로운 하인이 들어왔는데 뻗어서 침대에 누워 있다길래 가서 니 얼굴에 묻은 피만 조금 닦아 줬을뿐이야!”
“그럼 누가..?”
‘에이-! 설마 그 계집은 아닐테고.. 아니지? 그래도 쪼끄마한 양심이 있어서 데례다 놓았을 수도 있겠지! 아닌가? 맞나? 아닌가? 맞나?…’
동천이 속으로 횡설수설 할 때 수련은 포기하질않고 동천을 놀릴려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너 괜찮니? 나같으면 아직 까지도 못일어 났을 텐데…”
“흥! 고작 내가 동마녀(童魔女)한테 맞았다고 못일어 날줄알어? 어림도 없지! 암! 어림도 없구말구!”
동마녀 라는말에 의문을 느낀 수련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동천에게 물어 보았다.
“동마녀가 누군데?”
수련이 의문을 표하자 동천은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수련에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정화(精華)말이야 정화! 고 계집애 말야!!”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하던 수련은 곧 얼굴이 새파래 지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 너.. 무.. 무슨 말을.. 너도 죽고 싶어서 그러니?”
너도라는 말에 동천은 깜짝 놀라면서 수련에게 물어 보았다.
“어? 너도라니? 그럼.. 히-익–! 누가 죽었어?”
수련은 새하얘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원래 니가 오기전에 너 또래의 남자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가 멋도 모르고 아가씨를 흉보다가 그 다음날 부터 보이질 않았다구… 너도 조심해!”
수련의 겁에 질린 말에 한순간 쫄아 버린 동천은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
동천은 한순간 침묵 하다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말했다.
“하. 하. 하! 알. 았. 어! 다음부터는 조심 할게!”
“휴–! 좋아. 다음부턴 그러지마. 여기는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가는 곳이야. 다행히 아가씨가 없으니까 다행인줄 알어!”
아가씨가 없다는 수련의 말에 동천은 저으기 안심을 하면서 수련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으-응! 그럴게! 그런데 너 몇살이니?”
동천의 물음에 수련은 아까일은 잊어 버린 듯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 나는 올해 9살이야. 그리고 참고로 아가씨도 9살 이구 무공(武功)도 꽤 익히셨어. 남들이 말하는데 몇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소질(素質)을 가지고 계시대! 그리구 이제부턴 나도 무공을 배울 생각이야. 아가씨가 새로운 하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같이 무공을 배우라고 하셨거든. 아참! 그런데 너는 몇 살이니?”
동천은 계집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자 속으로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어쩔수 없는 지라 투덜대며 말했다.
“치-! 나보다 많이 살았네.. 나는 8살이야! 앞으로 잘 지내자! 참! 그리고 내가 혼자 생각 할 때는 불러도 소용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둬! 그건 내 버릇 이니까.. 알았지?”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천이 반말로 하자 수련은 신경질 투로 말을 했다.
“야! 그건 알겠는데 너는 왜 나보다 어리면서 반말하니? 너 맞고 싶어?”
수련은 못마땅 하다는 듯이 동천을 보며 두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는데 동천의 눈에는 그게 그렇게 귀여워 보일수가 없었다.
“훗! 그러고 보니까 너도 꽤 귀엽구나! 앞으로 크면 미인 소릴 들을 것 같은데?”
수련은 동천의 아부(阿附)하는 듯한 소리를 듣자 나이도 어린게 얼굴이 빨개져서 두 손을 양쪽 볼에 모으며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 했다.
“아이–! 내가 이쁘면 얼마나 이쁘다고.. 아가씨에 비하면 보름달과 반딧불 차이인데… 가 아니라 너! 맞을래? 이런다고 내가 봐줄줄 알어? 이제 부터는 진짜 반말 하지마! 너 안그러면 진짜루 맞는다!”
귀여운 여자아이의 위협이 들어 먹힐 리가 없었다. 동천은 실실 웃더니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잘 먹었어! 이따가 저녁이 되면 밥먹을 때 보자! 안녕!!”
수련은 동천이 도망치듯이 말을 하자 분한 듯 동천을 향해 소릴 쳤다.
“이-이게! 흥! 내가 너같은 놈에게 밥을 줄 것 같아? 어림도 없다! 다시 오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테니!!”
수련은 나가는 동천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 사이 동천은 밖을 거닐며 배가 두둑해지고 서정화 마저 없다고 하자 안심하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한 참을 돌아 다니다가 정원 쪽으로는 더 이상의 구경거리가 없자 동천은 정원 밖으로 나섰다.
동천은 뭐가 그리 흥겨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랄랄랄–! 동마녀는 집에 없고,
졸린 꽃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네—!
랄랄랄–! 동마녀가 돌아 오면,
잠든 꽃은 잠에서 깨어나겠지—!
랄랄랄–! 동마녀는 구박하고,
잠들었던 꽃은 혼자 운다네—!
동마녀를 이기는건 오직 나! 오직 나!
겨울 하늘! 겨울 하늘! 겨울 하늘 이라네—!
“캬–! 쥑인다! 이 노래는 기억해 뒀다가 영원히 이 세상에 길이 남을 노래로 내 후손(後孫)들 에게 전해 줘야지!”
동천이 흥겨워 하는 동안 앞에서는 두 사람이 걸어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보니 나이는 30~40살 정도이고 옷차림은 흑의를 입고 손에는 장검(長劍)을 들고 오는 것이 동천이 황룡세가 에서 보았던 순찰(巡察)을 도는 사람들 인 것 같았다.
오른쪽의 사나이는 평범한 얼굴에 눈 밑에 사마귀가 있었고, 왼쪽의 사나이는 두눈이 쭉 째진게 재수없이 생긴 사람 이었다.
“어?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동천이 묻자 왼쪽에서 걸어 오던 두눈이 쭉 째진게 재수없이 생긴 장한이 먼저 말했다.
“그러는 너는 뭐하는 아이냐? 이 근처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재수없게 생긴 장한의 말에 사마귀 장한은 자신의 의견(意見)을 말했다.
“이봐! 혹시 사아가씨 의 새로 들어온 하인이 아닐까?”
사마귀 장한의 말에 재수없게 생긴 장한은 올다쿠나 하고 말을 했다.
“아–! 그렇군! 삼일 전에 들어와서 왠일인지 집에만 쳐밖혀서 나오지도 않는다던 그 아이 말야?”
재수없게 생긴 장한의 말을 듣고 있던 옆에 있던 장한은 동천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쌍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런 것 같애! 그런데.. 푸하하하!! 얘 얼굴이 왜그렇지? 아마 아가씨에게 잘못해서 이렇게 맞았나 보군!”
재수없게 생긴 장한도 맞받아 쳐서 말했다.
“하하하! 그러게 말야! 이건… 큭큭큭! 저녀석 눈탱이 좀봐! “
“그렇구만! 한쪽눈만 씨커먼게 꼭! 점박이 같군! 크하하하!”
“점박이? 하하하! 그러고보니 그말도 맞는 듯 하네그려. 하이고.. 너무 웃어 제꼈더니 웃는 것도 힘들군! 아참? 우리 늦었으니 이런 어린 애와는 상관 말고 얼른 순찰(巡察)돌러 가세나!”
재수없게 생긴 장한은 웃다가 자신들의 임무가 생각이 났는지 옆에 있던 사마귀 장한에게 빨리 순찰을 돌러 가자고 재촉했다.
“음–! 그러고 보니 얼른 돌아야 겠군! 점박아! 이 아저씨들은 갈테니까 다음에는 더 재미있게 맞은 얼굴로 만나자! 하하하!”
두 장한은 서로 낄낄 대며 웃으면서 길을 걸어갔다. 동천은 뭐가 어찌구 할 사이도 없이 지나간 이 상황을 제데로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이–! 중간쯤 늙은 것들이!! 아가리가 뚫렸다고 개 같은 소리만 하고 지랄 이네!”
동천이 혼자 멍하니 있는 사이에 순찰들은 좀 멀어져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천이 하는 말을 안들을 래야 안들을 수가 없었다.
“휘-익!”
짧은 파공음이 들리더니 두명의 순찰들이 동천의 앞에 나타났다.
“이자식이 지금 뭐라고 했지?”
눈이 쭉- 찢어진 장한은 살기 어린 눈으로 동천을 보면서 말은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사마귀 장한이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킥킥킥–! 이자식이 어디 한곳 부러지고 싶은 모양이지?”
사실 동천은 그정도의 거리라면 세가의 순찰들은 듣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놓고 욕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동천의 생각을 뒤엎고 이 순찰들이 그 욕을 알아 들었는지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 자신을 어떻게 한다느니 어쩌구 저쩌구 하니까 눈 앞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고.. 요 놈에 입 때문에… 도망가야 하는데 다리가…’
동천은 도망가야 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 부절하고 있었다.
“흐흐흐.. 이자식아! 잠시만 참아라! 조금만 손봐주고 돌아 갈테니.. 우리도 지금 꽤 바쁘다구!”
“우둑! 우두둑!”
사마귀 장한은 옆에서 슬슬 주먹을 풀고 있었다.
“저.. 아저씨! 어린 아이의 철없는 말이었다고 생각 하시고 한 번만 봐주세요.. 네?”
동천은 퉁퉁 부운 얼굴을 무기로 최대한으로 처량맞게 애원 했지만 불쌍 하게도 전혀 먹혀들 것 같지가 않았다.
“꼬마야! 미안하지만 이 어르신네들 께서는 봐주실 맘이 없으시단다.. 그럼…!”
사마귀 장한이 드디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비로서 동천은 끝이구나 하고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女神)은 동천에게 있는지 주먹을 들었던 사마귀 장한은 들어 올리다가 멈춰야만 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두사람이 다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모두 여자 들로 일소일노(一少一老)였다.
그 중에는 동천이 알고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까만 해도 자기 혼자 욕을 퍼붓고 다녔던 사정화 였고 그 옆의 노파(老婆)는 오른손에 대가리만 큰 씨꺼먼 지팡이(용두괴장(龍頭怪張) 이라고함.)를 들고있고, 얼굴에는 주름살 투성인게 뭐가 좋은지 몇 개 밖에 안남은 누런 이빨을 다 드러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아가씨–!”
뭔가 이상한 낌새에 눈을 살며시 떴던 동천은 눈 앞에 사정화가 보이자(노파는 보이지도 않음.) 이제 살았구나 하고 두 장한들의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와 사정화를 향해 달려 나갔다.
두 장한들도 사정화 일행을 알아보고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동천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사정화 에게로 달려 갔지만 사정화와 그 옆의 노파(老婆)가 보기에는 기뻐 보이는게 아니라 얼굴이 찌그러져 달려 오는게 얻어 맞고 울면서 오는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늙은 노파는 가까이 있으면 냄새가 펄펄 풍길 것 같은 더러운 이빨을 헤벌레 하며 웃으면서 징그러운 얼굴로 물었다.
“켈켈-켈–! 아가씨! 저 놈이 새로들어온 하인 입니까요?”
옆의 할멈의 말에 사정화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동천! 무슨일 이지?”
동천은 일단 정화로 인해 느긋해지자 겉으로는 울먹 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저 싸가지 없는 저 중간쯤 늙은 것들을 어떻게 골려 줄까 생각하고 있었다.
“흐윽-! 흑-흑–! 아가씨… 글세 저 아저씨들이 저를 보고 왜 그렇게 얼굴이 엉망 이냐고 하길래! 제가 잘못해서 아가씨한테 맞았다고 그러니까… 엉-엉–! 엉–!”
동천은 일단 여기까지는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울먹이면서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천의 말을 듣고 있던 사마귀 장한은 억울 하다는 듯이 소릴 쳤다.
“아! 아니..! 저!.. 아가씨! 아닙니다요.. 저희 들은 손 한 번 댄 적도 없고요, 저녀석이 도리어 우리.. 욱!”
사마귀장한의 말에 못생긴 할멈은 눈쌀을 살짝 찌푸리더니 순간적으로 한 손을 움직였다.
“퍽! 퍽!”
“끄억!”
변명을 하다가 맞은 놈은 그렇다 치고 옆에서 그렇다는 얼굴로 동조하던 장한은 얼떨결에 배를 얻어맞고 더욱 더 고통스러워 했다.
“켈켈–! 이놈들아 죽고 싶으냐? 감히 아가씨 께서 말씀하시는데 어느 안전 이라고 끼어드느냐! 켈켈켈-! 아직 시비(是非)가 가려지지 않아서 이 정도로 끝낸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예! 예! 감사 합니다요!”
“주.. 죽을 죄를 졌습니다…!”
그저서야 두 장한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사정화는 그 꼬락서니를 보고 눈쌀을 살짝 찌푸리더니 동천을 보면서 말했다.
“울지말고 계속해봐.”
동천은 두 장한들이 맞는 것을 보자 십년 묵은 체증(滯症)이 확풀리는 것(아직 십년도 못살았지만.)을 느꼈다.
“예! 아가씨.. 흑흑! 저.. 그러니까.. 그게.. 그게.. 저… 아가씨..”
동천의 말에 사정화는 얼른 말해 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뭐지? 어려워 말고 어서 말해봐.”
그러나 동천은 사정화의 작은 배려(配慮)를 무시하고는 사정화의 얼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가 어디까지 말했었죠?”
“뭐?”
사정화는 어이가 없었는지 할말을 잃고 동천을 쳐다봤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인데 뭐 저런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 이었다. 특히 두 장한들이 더욱더 그러 했는데 지금 상황이 동천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생각이 안나네..?’
사실 동천이 아까 우는척 할 때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두 장한이 맞는 것을 보고 통쾌해 하다가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었다.
“켈켈! 이놈아 잘 생각해 봐라!”
웃으며 말하는 것과는 달리 노파의 얼굴에는 짜증이 난다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러니까.. 저기.. 에…”
“그만가요 할멈.”
사정화는 기다리며 듣는게 지겨웠던지 옆의 노파에게 그냥 가자고 말하며 걸어 갔다. 노파는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따라갔고, 두 장한들은 살았다는 듯이 연신 그 자리에서 사정화를 향해 절을 하면서 기뻐했다.
역시 제일 못맞당한 것은 동천이었다. 동천은 사정화로 인해 자신이 살아난 것도 까먹고 속으로 욕을 해댔다.
‘지랄갔은 년! 은.. 너무했고 싸가지 없는년! 음! 이게 그래도 좀 났군. 그렇다면 그런줄 알고 지나갈 것이지 왜 꼬투리는 잡고 지랄이야? 내가 니 하인 이라도 되냐? 가만? 하인 맞지?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하인 이면 하인 다운 대우(待遇)를 해줘야 될거아냐? 그러니까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고, 열받는 일이 있으면 몇대 쳐서 기분(氣分)이라도 좀 풀고, 그리고… 오잉? 얘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안되는데… 에이! 어쨌든 기분 드럽게 나쁘네!’
동천은 자신이 생각했던게 불리한 쪽으로 흐르자 자신의 생각을 단호히 일축(一蹴) 시켰다.
한편 사정화는 동천이 뒤따라 오는 기미가 없자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할멈.”
사정화의 말에 할멈은 뒤에서 시립(市立)한체 최대한으로 공손(恭遜)하게 말했다.
“예, 아기씨.”
사정화는 여전히 동천을 쳐다 보면서 말했다.
“죽지만 않게 한 대만 쳐줘!”
사정화는 동천이 한 대맞고 갈(?)것을 염려 했는지 죽지 않게라는 말을 해 줌으로써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그냥 걸어갔다.
“예? 아..! 알겠습니다요.. 켈켈..”
늙은 노파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사정화를 쳐다 보다가 사정화의 시선(視線)을 따라가 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동천을 향해 무시무시 하게 생긴 용두괴장을 휙! 휙! 휘두르며 다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