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4권 13화 – 마천칠걸의 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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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14권 13화 – 마천칠걸의 신상

마천칠걸의 신상

“설란 언니. 누구죠, 저들은?”

일곱 명의 호위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받으며 사라지는 그를 보며 이진설이 물었다. 역시 마천각에 대한 일은 그곳 출신인 은설란에게 묻는 게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여겨졌던 것이다.

“마천칠걸! …대공자 비의 친위수호대라 할 수 있는 이들이죠.”

은설란이 약간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그랬군! 설마 설마 했는데 소문이 사실이었어!”

옆에서 꼽사리 껴서 듣고 있던 장홍이 탄성을 터뜨렸다. 놀라려면 혼자 놀랄 것이지 왜 느닷없이 고함을 질러 주변 사람들까지 놀라게 만드는 걸까? 주위의 흘겨 보는 냉랭한 시선을 의식했는지 장홍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저씨, 뭐가 사실이라는 거야?”

비류연이 되물었다.

“나도 지나가는 풍문으로만 들은 게 고작이지만 말일세…….”

그러면서 장홍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천각의 숨은 실력자 대공자 비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여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인이 있는데 그 개개인의 실력이 너무나 출중하고 비범해 주위에 적수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지. 그래서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그들 일곱을 가리켜 ‘마천칠걸’이라 칭한다고 하더군.”

지나가는 풍문치고는 지나치게 자세한 이야기였다.

“뭐야, 호위꾼? 그럼 단순한 똘마니에 불과하잖아!”

부드러운 대사란 게 무엇인지 비류연은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음에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말들을 저토록 감쪽같이 피해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 다.

은설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 소협, 저들을 무시하면 안 돼요. 비록 강호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대공자의 곁을 지키며 그 곁을 멀리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 뿐, 그 지닌바 힘과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랍니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했던 것뿐이죠. 사실 마천각 내에서도 소문만 무성할 뿐 그들이 얼마나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 는지 그 진짜 실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요.”

그녀 역시도 그들의 본실력이라고 할 만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몇 가지 간간이 내보이는 몇 수만으로 그 뒤에 숨겨진 잠력을 짐작해볼 뿐이었다.

“마천각 내에서조차 그들은 철저하게 비밀에 싸인 존재들이죠. 사실 이번 화산지회에 참가한 것조차 의외였어요.”

왠지 이번 화산지회는 심상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그런데 칠걸이란 호칭 속에 여자까지 끼어들어 있다니 신기하네요. 굉장히 화려한 사람이던데…….”

이진설의 말대로 걸(傑)이라 하면 호걸(豪傑),영걸(英傑) 등 남성을 떠올리게 마련인 것이다.

“혈심란 교옥, 천기련(妓聯) 련주 홍화선자(紅花仙) 옥교교의 기명제자로 마천칠걸 유일의 홍일점이죠. 특기는 아까 잠시 선보였던 투침술. 하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그녀의 손에 걸리면 어떤 장신구도 암기로 뒤바뀔 수 있죠. 게다가 그녀는 그런 암기술보다 훨씬 더 무서운 무기를 지니고 있죠. 그건 바로…….”

“매력이로군.”

장홍이 끼어들며 말했다. 은설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잘 아시는군요. 어떤 사내도 홀릴 수 있을 듯한 가공할 매력이 그녀의 가장 큰 무기죠.”

“아, 조금뿐입니다. 천기련이 어떤 곳인지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죠. 유명한 곳이니까요, 특히 사내들한테는!”

“어떤 곳인데요?”

이진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물었다.

“아…, 뭐…….”

장홍은 대답하기가 좀 껄끄러운 듯했다. 하지만 이 다람쥐 같은 아가씨가 자꾸만 재촉하니 대답해주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곳은 기녀들의 조직이라네!”

“기녀라면 그…….”

장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기녀라네.”

화악!

무엇을 상상한 걸까? 이진설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개졌다.

“하지만 기녀라고 해서 꼭 몸 파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세간에 퍼진 잘못된 상식이죠. 오직 춤과 노래 같은 기예만을 파는 청기(靑妓)들도 있어요. 꼭 몸 을 파는 홍기(妓)만 기녀인 건 아니죠.”

은설란이 보충 설명해주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남자가 몸을 파는 곳도 있지. 소수지만 말이야. 세상이란 그런 곳이라고.”

장홍이 짓궂게 말했다.

“거짓말!”

이진설이 놀라 외쳤다. 그곳은 그녀가 처음 접해보는 미지의 세계였던 것이다.

“하하하, 아직 순진한 아가씨구만.”

장홍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천기련은 달라. 그곳은 강호 기루 세력의 반 이상을 암중으로 장악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지. 강호의 기루 중에 절반 이상은 모두 그녀들의 입김이 미친다 고 생각하면 되네. 물론 총련은 따로 있지만 거의 모든 기루가 그녀들의 하부조직라고 생각하면 돼. 정확히 말하면 기루가 아니라 기녀들이지. 사실 기루로부터 기 녀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거든. 때론 그 수법이 상당히 은밀하고 잔인하다는 이야기까지 있어. 하지만 사회적으로 약자인 기녀들에게 있어 그녀들 의 조직은 구세주나 다름없는 거야. 때문에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사심 없이 그녀들에게 전해주지. 때문에 천기련이 가진 정보량은 어마어마해. 게다가 조직의 특성상 권력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

정보 이야기가 나오자 상당히 열을 올리는 장홍이었다.

“게다가 그곳의 특급 기녀들은 오히려 남자들을 매혹시켜서 그녀들의 노예로 부린다고 하더군. 그곳은 어릴 때부터 미색이 출중한 여아들을 모아 특수훈련을 통 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농락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소문이 있네. 만일 사실이라면 살 떨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

생각만으로도 추워지는지 과장되게 어깨를 털었다.

“아마 사실일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될 수 없죠.”

그녀의 표정을 보니 천기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참에 나머지 여섯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알려줄게요.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편할 거예요.”

사실 그녀는 이들이 마천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해서 나중에 피해를 보게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알아서 편해지게 내버려두면 안 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 나 지금 그녀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좀 망각하고 있는 듯했다.

“쇠꼬챙이 같은 검을 써서 비 공자의 측신을 암습한 사람은 마천칠걸 중 육걸로 잔무일점혈(殘霧一點血) 무정(無情)이라는 사람이에요. 사실 이 사람은 이름하고 별호만 밝혀져 있지 그 신상내력은 모두 비밀에 붙여져 있어요. 출신까지도 비밀이죠. 다만 방금 전 공격으로 알 수 있듯 은신잠행에 능하며 은밀하고 악독한 일검 필살의 쾌검을 구사하죠.”

비류연은 조금 전 여섯 번째 공격을 떠올려보았다.

“확실히 그것은 암살자의 검이었죠. 상당히 유능한 살수일 가능성이 농후해요. 게다가 전문가이구요.”

여기서 전문가란 검에 보다 많은 피를 묻힌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진정한 암살가의 후예라면 저토록 철저하게 자신의 신상을 숨기는 것도 이해가 갔다.

“다섯 번째로 공격했던 사슬낫을 부리는 사람은 쇄풍겸 오문추예요. 왼손으로 낫을, 오른손으로 사슬추를 쓰는 인물이죠.”

“꽤 특이한 무기였죠. 처음 보는 것이더군요.”

비류연이 회상하며 말했다.

“쿠사리가마라 불리는 무길세. 중원과는 동떨어진 작은 섬나라 ‘왜’에 저런 희한한 무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풍월로 들은 적이 있네. 그러고 보니 마 )라 천각에서 왜의 무사들과 가끔 교류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

약방의 감초처럼 장홍이 또다시 끼어들었다.

이것저것 잘도 주워들은 모양이라며 사람들이 감탄했다. 이 정도면 ‘소문풍문풍월’ 집합소라 불러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듯했다.

“쿠사… 뭐라고?”

웬 알아먹지 못할 방언을 씨부리냐는 듯 비류연이 반문했다.

“쿠·사·리·가·마! 저 무기를 뜻하는 왜어일세.”

장홍이 다시 한번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되풀이해주었다.

“우와, 그런 것도 알아?”

“뭐, 필요했으니깐!”

이것 이외에도 몇 개 더 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이 아저씨, 의외로 평범한 아저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이에요. 일부 부처에서 왜의 무사들과의 무공교류를 명목으로 사람을 초빙해오기도 했다더군요. 아마 그는 그런 초빙무사 중 한 사람에게 사사 받은 모양이 에요. 그들의 무리는 중원과 무척이나 달라 배울 점이 많이 있죠.”

은설란이 그의 말을 확인해주었다.

“사걸은…….”

그녀가 막 칠걸 중 네 번째 인물을 설명하려고 할 때 또다시 장홍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태도가 이 앞과는 좀 틀렸다.

“사교검(劍) 백사영, 나이 28세, 애병은 기문병기 사교독검편(蛇蛇毒劍鞭), 독문무공은 사교검蛇蛇劍) 십이맹아(十二猛)!” 장홍은 무척이나 사무적인 어투로 그에 대한 정보를 나열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은근히 불편한 감정들이 실려 있었다.

“어머! 잘 알고 계시네요, 장 공자!”

은설란은 경탄하며 말했다.

“뭐, 조금…….”

장홍은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삼고 싶지 않은지 말을 대충 얼버무렸다. 은설란도 눈치 빠르게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 한두 가지는 가슴속에 품고 사는 것이다. 눈앞의 이 아저씨는 그게 좀 과하게 많은 듯 보였지만 말이다.

“세 번째로 채찍을 휘두르며 공격한 자는 마천삼걸 사갈검편(蛇竭劍鞭) 도추운이에요. 맹사문(猛蛇門) 문주 사갈마혼편(蛇揭魔魂鞭) 도곡의 제자이자 아들인데 검날이 달린 묵빛 채찍을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부리는데 사갈蛇揭)이라는 이름처럼 무척이나 수법이 잔인하고 괴이한 자예요. 생긴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음험한 자죠.”

“맞아요! 눈이 좌우로 쫙 찢어지고 하관이 얄팍한 게 정말 뱀같이 생겼더라고요. 아까 전에 날 한번 쓱 쳐다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거 있죠.”

이진설이 질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도 그때의 소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성에 대한 버릇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진설도 조심해요.”

은설란이 경고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소문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인물인 모양이었다.

“두 번째 창을 이용해 일곱 번 연환공격을 펼친 이는 바로 이걸 칠련창(七連槍) 종리추라는 사람이죠. 일곱 개의 창을 동시에 부린다 해서 붙여진 별호예요. 창에 관한 한 마천각 내에서도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고수죠. 한 번 창을 내뻗으면 나무든 바위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가루로 만들어버린다고 하더군요.”

“전 그렇게 창을 빠르게 던지는 사람을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정말 무시무시한 빠르기였어요. 특히 마지막 칠격은 정말 전율이 일 정도로 강맹한 위력이었죠.” 이진설이 감탄조로 말했다.

“확실히 그 정도 속도와 파괴력이라면 무영창(無影槍)의 달인 질풍묵흔(疾風墨痕) 구천학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을 듯하더군.”

장홍은 전 철각비마대 대주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비류연이 한마디 했다.

“아! 그 오성묵룡창(五星墨龍槍)인가 뭔가 하는 창 다섯 자루 들고서 말을 타고 다니던 아저씨 말이지! 하긴 그 아저씨는 다섯 자루고 이쪽은 일곱 자루니 이쪽이 훨씬 더 세겠네!”

구천학이 들었으면 눈 까고 길길이 날뛸 만큼 이상야릇한 셈법이었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그냥 넘어갑시다.”

장홍이 가장 현명한 대처 방안을 제시하자 은설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검은 기형병기를 사용해 첫 번째로 공격을 펼친 사람이 바로 마천칠걸 중 서열 일위인 일걸 마검익(魔劍翼) 추명이라는 자예요. 칠걸 중 가장 강하다고 공인받고 있는 남자죠.”

“그러고 보니 그의 무기도 참 특이하더군.”

비류연이 그의 등에 차고 있던 검은 물체를 떠올리며 말했다.

“회선인의 일종인데 ‘흑응익’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그 묵빛처럼 검은 광택이 나는 색깔 때문이죠. 그 검은 날개는 한 번 노린 사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만큼 집요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조금 전 비류연은 그 검은 매의 발톱을 보기 좋게 피해냈다.

“무척 과묵하지만 한 번 결정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시키는 무서운 의지력의 소유자라고 하더군요. 그의 사문이나 스승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요. 마천칠걸 중에는 그런 자가 한둘이 아니어서 더욱더 주위 사람들의 의혹을 부채질하죠. 궁금증과 호기심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그들에 대해 아는 건 이 정도 뿐이에요.”

마천각 토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로서도 이게 한계인 모양이었다.

“보통 음지에서만 활동하며 태양 아래는 나타나는 법이 극히 드물다고 들었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특히 대공자 비는 아무런 이유 없이, 단순한 변덕만으로 움직일 만큼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만 할 뿐이었다.

“아까 그 눈동자 봤어요?”

비류연이 나예린을 향해 물었다.

“네!”

나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눈동자는 쉽게 잊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 그 눈동자 속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아요? 예린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요?”

“약간은요. 그의 눈동자는 더없이 곧고 단단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그것이 이 세상의 진리라도 되는 양! 그리고 아마 그에게는 그것이 이 세상의 진리겠지요.”

역시 대단하다고 속으로 감탄한다.

“맞아요, 바르게 봤어요. 그는 자신의 승리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요. 터럭만큼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이요. 그 자신감은 너무나 강렬해 마치 태 양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것은 오만과는 차원이 다른 빛이었다. 그는 그것이 절대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느닷없이 그런 질문을 한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아, 별거 아니에요. 그런 것만 보면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요. 그 자존심이 뭉개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아요?”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비류연이 씨익 미소 지었다. 다들 황당한 표정으로 이 막무가내의 사내를 주시했다.

“저 머리통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뚜껑을 따서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그들의 몸을 간질였다.

“마천칠걸…, 저런 쟁쟁한 인물들을 일곱 명씩이나 하인처럼 부리다니……. 대공자 비! 역시 범상한 인물은 아니로군!”

장홍이 경계 섞인 눈빛으로 저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뭔가 어두침침한 걸 잔뜩 품고 왔을걸!”

비류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맹독(猛毒)이라…….”

그가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재미있어지겠군.”

그것은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얼마나 치명적인 독으로 변할지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움일지도…….?

무시무시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비류연이었다.

“저런, 저런!”

노인이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얼굴의 주름살을 활짝 펴며 젊은이들을 지켜보았다.

“저렇게나 불타오르다니! 역시 젊음이란 좋은 것이로군.”

금방이라도 피가 튈 듯한 상황이었는데도 노인은 마냥 좋은 모양이었다.

“젊었을 때는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

노인의 이론대로라면 젊은이들이 크기 위해서는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치 않을 것이다.

“자신감이 넘쳐서 보기 좋구먼.’

노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흡족해 했다. 자신감, 확실히 그것은 젊은이의 특권이긴 했다. 하지만 이 특권은 때로 제어와 자제심을 잃고 수시로 폭주하며 자만과 오만 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터무니없는 무모함으로 변한다.

“승리라…….”

아직 저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겠지. 분명 그러하리라. 그것은 지난 대회에 참가했던 선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일 테니깐.

“후후…, 이 대회의 실체와 본질을 알고서 실망하지나 말았으면 좋겠구먼.”

그렇게 되면 늙은이의 마음이 무척이나 아플거라고 노인은 한탄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노인의 머리가 펼치는 주장과 달리 노인의 입가에는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노인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을 주요리를 기다리는 미식가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살 만큼 산 노인의 도락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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