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2권 1화 – 천리길 망상도 한 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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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2권 1화 – 천리길 망상도 한 걸음부터

천리길 망상도 한 걸음부터

-고행의 망치질

힘껏 내려친 망치가 못을 때린다.

땅!

깊은 밤의 적막을 단숨에 깨뜨리며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 거센 힘에 난타당한 못이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못이야 원래 어딘가에 박으라고 만들어진 것이지만, 야심한 시각이라 그런지 상당히 살벌한 분위기였다.

땅!

무식한 망치가 다시 한 번 힘껏 못을 내려쳤다. 엄청난 힘, 엄청난 박력. 치면 칠수록 망치에 실린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망치를 든 주인공은 더욱더 살벌했다. 야밤에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채 혼신을 다해 망치를 내려치는 여자다. 일격일격에 실린 힘은 웬만한 남자보다도 더 우악 스럽다. 더구나 여인이 왼손으로 벽에 꾹 눌러 고정하고 있는 물건은 아무리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노리끼리한 지푸라기를 배배 꼬아 만든 기분 나쁜 인형. 대충대충 사지(四肢)만 구분되게 건성으로 묶어놓은 티가 역력하다. 어딜 봐도 훌륭한 장식품이라고 여겨 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지푸라기 인형의 심장 부위에는 이미 두 개의 대못이 빼기도 힘들 만치 푸욱 박혀 있었다. 망치를 든 여인은 인형의 가슴이 점차 대못으로 빼 곡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형이 보기엔 참으로 허접하고 괴이하게 생겼지만, 기실 이곳 중원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중품이었다. 사용법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녀 역시 사랑의 만능봉사꾼을 자청하는 흑십자회의 흑월을 통해 비밀리에 구입한 귀한 물건이었다.

“이건 말이죠, 사랑을 이뤄주는 효과 만점의 주술 도구예요. 무려 외제라구요. 바다 건너서 온! 정말 귀엽게 생기지 않았어요? 사용법도 무척 간단하답니다.”

흑월의 말이었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바다 저편의 희귀 물건을 구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 때문일까, 가격은 역시 엄청났다. 이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하여 그녀 는 화려한 홍옥 팔찌 두 쌍을 흑월에게 넘겨야만 했다. 그래도 우연히 미리미리 이런 물건을 구해놨기에 다행이지, 지금은 돈 따위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연비 이년, 두고 보자!”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그 개뼈다귀만도 못한 것이 그분의 청혼을 받다니…….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었다. 낭군님이 워낙에 출중하신 탓에 보통 때도 잡것들이 항상 꼬리를 치긴 했지만, 낭군께서 누군가에게 청혼을 하셨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계집이 도대체 무슨 요사스런 사술을 부렸기에……! 그녀는 다시 금 으드득 이빨을 갈았다. 돌도 씹히면 부스러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도 이것만 있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술(邪術)에는 사술! 국산을 써볼까도 했지만, 역시 외제가 더 믿음이 갔다. 왠지 ‘이게 뭐야!” 싶게 생긴 것이 도리어 그녀의 마음에 쏙 들 었다. 멀쩡하게 생긴 것들이 알고 보면 부실한 경우가 많으니, 허접하게 생긴 이 물건은 반드시 진품이리라! 무엇보다도 다른 것보다 열 배는 비싸니 그만큼 더 효과 가 좋을 게 분명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인형 안에 넣고 심장 부위에 대못을 푹푹 박아 넣으세요!”

그러면 사랑의 염(念)이 담긴 화살이 대못처럼 님의 심장에 직격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방해꾼을 제거하는 살충 효과까지 발휘한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효과를 봤다고 하니 틀림없을 거예요. 제대로 꽂히기만 하면 정말 화끈해진다더군요.”

두 손에 인형을 꼬옥 쥐어주던 흑월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영험한 물건이리라.

‘믿어라! 믿어라! 믿쑵니다!’

이런 일엔 무엇보다 맹목적인 믿음이 중요했다. 의심없는 마음, 의심없는 마음, 정신통일, 정신통일, 일점집중, 일점집중! 땅!땅!땅!

다시 한 번 대못에서 성난 불꽃이 튄다.

촛불 두 자루만이 달랑 켜진 을씨년스런 방에서 사랑을 위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지푸라기 인형의 심장을 향해 힘껏 대못을 박고 있는 그녀는 바로 장 강수로채의 딸, 교룡미(蛟龍) 해어화였다.

물론 해어화도 굳이 처음부터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겐 평소에 즐겨 실천하던 간단하고 즉각적인 방법이 있었다. 믿음직스런

심복 중 하나를 불러서 넌지시 한마디를 던져 넣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어제 오후, 의미심장한 얼굴로 검지를 들어 보이며,

“연비는, 절.교.야. 알았지?”

라고 했던 것처럼. 그 계집만큼은 반드시 재기불능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굳센 다짐의 일환으로, 그녀는 이례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너니까. 알아서 잘하리라 믿으마.”

묵묵히 명령을 듣던 심복은 험상궂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기괴하게 클클거렸다. 그는 항상 여자에게 이상한 쪽으로 잔혹하다고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계속 그를 냉대해 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일부러 불러다 놓고 ‘너니까 알아서 잘할 거라니. 그녀가 뜻하는 바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입가로 흘러내리려는 침 을 꿀꺽 삼키며 희희낙락했다. 그녀에게 원한을 산 여인들치고 미모가 빠지는 계집은 하나도 없지 않던가. 흉흉하게 웃는 부하를 보면서 해어화는 만족스러운 미소 를 지었다.

그러나 바로 오늘 오후, 그녀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고 말았다.

신이 나서 달려갔던 그 심복이 괴상한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마에 ‘변태(變態)’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건 별문제도 아니었다. 본래 광포함과 잔혹함만이 유 일한 개성이던 그였건만, 초점을 잃은 눈으로 털레털레 돌아온 그는 어쩐지 순해빠진 한 마리의 양(羊)처럼 변해 있었다. 해어화는 동공이 풀려 버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헤벌쭉 웃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오한으로 몸을 떨었다. 정말이지 끔찍한 미소였다.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의원은 눈동자와 맥을 확인하며 간단히 검사를 마치더니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문 용어로 투라우마(透羅寓魔) 상태에 빠졌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에에, 이를테면 지옥에서 올라온 나찰(羅刹)을 만난 듯 극도로 끔찍한 상황에서 정신적인 외 상을 입어 마(魔)에 씌었달까요?”

“뭐어, 쉽게 말하자면 주화입마의 친구 같은 겁니다.”

“고칠 방법은?”

“세월이 약이지요, 허허허.”

그녀의 계획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역시 연비라는 계집은 사술을 부리는 요녀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쪽도 사술로 대응해야 하는 법! 때마침 그 녀에겐 며칠 전부터 공을 들이던 주술 도구들이 있었으니.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쉐에에에에에엑!

따―앙!

굳건한 결의를 갈무리한 망치가 질풍처럼 내달리며 다시 한 번 대못에 작렬했다.

파밧!

또다시 불꽃이 튀었다.

***

“큭!”

남자는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꺄아아아아악!! 왜 그러세요, 자군님?”

그를 둘러싸고 있던 여인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괜, 괜찮소. 갑자기 심장이 못에 찔린 듯 아파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자군의 안색은 핏기가 가신 듯 매우 창백했다.

“꺅! 정말 괜찮으세요?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요!”

그 정도 되는 고수면 생체대사활동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한 법인데, 지금 그의 이마엔 송골송골 식은땀이 잔뜩 맺혀 있었다. 체면상 가까스 로 참고 있을 뿐 상당히 괴로운 모양이었다.

“마, 맞아요. 마치 불치병에 걸린 미소년 같아요. 새하얀 침상에 앉아 찬바람이 불 때마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눈물짓는 가녀린 미소년 말이에요.”

“아아, 병약…….”

어째 그렇게 말하는 여인의 얼굴이 묘하게 상기돼 있었다. 아무래도 망상이 폭주하는 모양이었다.

“꺄악! 그런 모습도 너무너무 매력적이에요.”

다시 한 번 여인들이 열광했다. 그네들이 열광할 만한 모습만 보여주면 사람이 아프든 말든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자군은 또 자군 나름대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훗!”

아, 역시 자신은 죄 많은 인간이었다. 자신 같은 초미소년은 아프고 병약한 모습마저도 하나의 미적 결정체로 승화되어 여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고 마는 것이다. 하아, 이 얼마나 죄 많은 삶이란 말인가.

“아아아앗……!”

몇몇은 갑자기 코를 틀어막고 비틀비틀 무너져 내린다. 옆에선 재빨리 쓰러지는 이들을 부축한다. 몰래 야밤에 모여 연습이라도 한 것일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러다 자군이 진짜 꼴까닥해 버리면 다들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질 것 같았다. 집단 자살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빨간 글씨로 기록될 사인(死因)에는 ‘망상의 극 치’라는 내용이 포함될지도 모른다. 현실이 환상에 침범당한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근거가 있든 없든, 현실성이 있든 없든, 이들에게 이미 망상 은 삶을 살아야 할 의미가 되어 있었다.

거짓도 진실만큼, 아니, 때로는 진실보다 훨씬 더 현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강대한 모양이다.

***

“하악! 하악! 하악!”

여인은 망치를 축 늘어뜨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내려친 것일까? 어깨가 심히 뻐근했다. 일격일격마다 혼신의 힘을 담은 결과였다. 그런데 효과는 정 말 있는 걸까? 당장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너무도 답답했다.

“에잇, 뭐가 이렇게 힘들어!”

짜증이 치밀어 오른 해어화는 들고 있던 망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로선 이제 막 효과가 나타나려던 참이라는 사실을 알 리 없었던 것이다. 꿈이 됐든 주술 이 됐든, 뭔가를 이루려면 역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몇 날 며칠씩이나 계속 이 짓을 해야 한다니, 해어화는 생각만 해도 더욱더 팔이 욱신거렸다. 게다가 흑월의 말에 의하면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던가.

“개인차가 있으니까요. 그치만 사용설명서대로 부지런히 하면 보름에서 한 달 사이엔 대개 효과를 본다네요.”

성격 급한 그녀에겐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었다.

“대개 효과를 본다니, 그럼 그 대개’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데!”

그녀는 뒤늦게 흥분을 하면서 땅에 떨어진 망치를 콱콱 발로 밟았다. 웬만하면 사랑의 힘으로 참아보려고 했건만, 결국 사(四) 일째에 이르자 사랑의 인내심 따윈 바윗덩이와 결착해서 해저 삼만리 밑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다.

“나 안 해, 안 해, 안 해!”

그녀는 평소에 또 달리 즐겨 쓰던,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꿰고 있는 그녀만의 방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아빠! 도와줘요!’ 작전!

권력창창, 재력풍부, 무력막강의 존재인 그녀의 아빠는 한 방울의 눈물과 한마디의 애교면 그 즉시 어디서든 달려와 도와줄 터였다. 그 만능의 힘을 지금 쓰지 않 으면 또 언제 쓴단 말인가.

그녀는 바로 책상 앞에 앉아 일필휘지로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비생산적인 일에 유달리 부지런한 그녀였다.

물론 마지막 마무리로 한 방울의 거짓 눈물을 떨어뜨려 서명을 흐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비록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 눈물 젖은 편지의 힘은 강력했다. 장강의 지배자라 불리는 흑룡왕은 노발대발해서 그 즉시 자신의 최정예 수하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른바 ‘장강십용사’, 물에서도 물 밖에서도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들이었다. 장강수로채에 대항하다가 불시에 이들의 방문을 받은 자들은 누구 하나 무사하 지 못했다. 이들은 곧 장강수로채의 힘의 상징이었다. 최근엔 이들 전원을 소집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고작 눈물 젖은 편지 한 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어딥니까?”

어디가 되었든 즉시 달려가서 쓸어버릴 기세였다.

“마천각.”

의외의 이름에 십용사가 술렁거렸다. 아무리 장강수로채라도 마천각은 손을 대기가 껄끄러운 곳이었다. 마천각의 체면을 생각해 주고자 그간 동정호에선 아예 영

업 활동도 안 하지 않았던가.

“한 녀석만 손봐주고 바로 귀환해라.”

흑룡왕의 말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채주의 머리가 갑자기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건 아닌 듯했다. 하나 아직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저희 열 명이 다 나서야 할 만한 녀석입니까?”

“몰라!”

“예?”

실로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우리 딸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거겠지.”

“…..”

“뭐냐? 그 눈빛들은! 불만이냐?”

흑룡왕이 눈이 찌릿 빛났다. 그는 개기는 부하들을 너그러이 보듬을 만큼 아량이 넓지 않았다.

“빨리 가서 후다닥 해결하고 와라. 최대한 확실히, 신속하게.”

이 일로 인해 그들의 장강수로 지배권이 약해질 가능성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양이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팔불출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이들 십용사 역시 그동안 부대낀 세월이 세월인지라, 말대꾸를 해봤자 매만 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부하 주제에 어쩌겠는가. 상관이 까라면 까야지.

그래서 그들은 즉시 장강수로채에서 가장 빠르다는 쾌속선 ‘해신’에 올라타고 마천각으로 향했다.

육십 명의 장정이 일사불란하게 젓는 스무 개의 노가 날개처럼 펄럭였다.

‘해신’은 질풍처럼 빠르게 장강을 가로질렀다.

사라져 가는 해신의 궤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흑룡왕은 배가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겨우 몸을 돌렸다.

“그럼 간만에 맡은 의뢰를 처리해 볼까.”

그는 딸의 서찰을 받기 직전에 만났던 의뢰인을 떠올렸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중양표국의 뱃길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딱 하나, ‘약탈’이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의뢰인은 이렇게 답했었다.

“좋소, 좋구려.”

재밌는 일에, 재밌는 의뢰인이었다.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흑룡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간 한두 번도 아니고 꽤 여러 번 봐왔던 의뢰인이다. 표면 적으로는 계속 모른 척하고 있지만, 사업의 안전을 위해 뒷조사는 진작 끝내놓은 지 오래였다. 그는 바로 강호제일표국을 자부하는 중원표국의 사원검 중 하나. 자 칭 ‘정파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곳 장강수로채는 원래 그와 같은 정파의 인간들이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중양이고 중원이고 간에 우리야 떡고물이나 두둑이 챙기면 그만이지만, 표물의 목적지가 하필 또 마천각이라니.’

흑룡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귓구멍을 후볐다. 중양 어쩌고 하는 잔챙이 표국이야 알 바 아니었지만, 마천각의 심기는 되도록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장강의 패자라지만 사업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전제일 아닌가.

계집애 하나를 손봐주는 일쯤은 문제가 되더라도 적당히 둘러댈 수 있지만, 배를 굴려서 표물을 털어오는 것은 엄연히 ‘영업’인지라 뒷수습이 까다롭다. 하지만 중원표국은 보수도 보수려니와 단골 거래처 중 하나인 곳이니…….

‘큰 놈 한 척으로 비밀리에 후딱 치고 빠져야지 뭐.’

빨리빨리 처리하고 의뢰비나 듬뿍 받아 흥청망청 써버리자는 원대한 계획을 마무리하고, 그는 자신이 아끼는 심복 부하를 불렀다.

“사각(四角)선장을 불러라!”

치고 빠지는 데 있어 물 위에서 그의 조함술을 당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입까지 무거우니 이런 일에는 최적이었다.

‘중양 어쩌고 떨거지들도 머잖아 고기밥이 되겠군. ……당분간 우리 딸내미는 식사 때 물고기가 나와도 먹지 말라 그래야지. 하여간 집단 급식 체제 이거 문제라 니까. 뭘 먹고 사는지 검증도 안 한 물고기들을 애들한테 주다니. 에잇, 나쁜 놈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망상은 이미 천 리 길을 달려가고 있는 흑룡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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