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노학:(경계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본 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전 항상 대사형으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내일을 향해 나아 가고 있는 명랑거지 노학입니다. 이번 28권 이후 제가 더 이상 안 나온다는 루머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다 뻥입니다.
앞으로 시작될 한 외팔이 거지의 장대한 대서사시 ‘비뢰도 외전ᅳ걸왕지검ᅳ노학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기대해 주세요.
이제 대사형의 시대는 갔습니다.
앞으로는 저 노학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거지 만세! 개방 만세! 노학 만세!
(퍽!)
노학:(뒤통수를 움켜잡으며) 악! 왜 때려요? 전 환자라고요!
비류연:누가 이런 데서 루머 퍼뜨리래? 여러분, 방금 들으신 이야기는 지금 바로 잊으셔도 됩니다. 그런 이야기는 안 나올 테니까요.
노학:나, 나, 나, 나올 수도 있잖아요?
비류연:(풋!) 그럴 리가.
노학:저, 전희망을 버리지 않겠어요. 우리 엑스트라에게도 엑스트라만의 삶이 있단 말입니다! 우린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비류연: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그런 삶이지. 게다가 넌 못생겨서 안 된대.
노학:왜, 왜요? 전 못생긴 게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생긴 것뿐이라고요. 평범한 것도 죄인가요? 게다가 전 이제 외팔이잖아요. 개성이 생겼단 말입니다. 비류연:외팔이가 도대체 언젯적 소재인데 그걸 부각시키려 드냐? 같은 외팔이라도, 신조협려에서 양과가 팔 잘린 거랑 네가 팔 잘린 거랑 똑같겠냐? 비교할 걸 비 교해야지.
노학:(울면서 뛰어간다) 으아아아아아아앙! 대사형, 미워어어어어어!
비류연:(나레이션 조로) 그 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홍:(딱하다는 듯) 너무 괴롭히지 말게. 요즘 들어 힘든 일도 많았던 친군데 너무 갈구는 거 아닌가?
비류연:현실의 엄격함을 알려준 것뿐이죠.
장홍:(주위를 둘러보며) 이번 좌담회는 조촐해 보이는군. 게다가 항상 있던 효룡 군도 안 보이니 어딘지 좀 허전하네.
비류연:정말요? 덕분에 요즘 자기 출연 비중 높아졌다고 내심 좋아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장홍:(화들짝 놀라며) 누, 누, 누가 조, 조, 좋아했다는 건가?
비류연:이번 권이 끝나면 슴가 아저씨로 유명세 좀 타겠네요.
장홍:은근슬쩍 슴가 얘기는 왜 넣나!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잖나? 이상한 이미지 심어주지 말게!
비류연:(시치미를 떼며) 음, 그런데 이번 권 제목은 잘못 붙인 것 같아요.
장홍:왜? 흑백 원정대가 어때서?
비류연:반지 버리러 갈 것도 아니고…….
장홍자넨 뭐 좋은 제목이라도 생각해 둔 게 있나?
비류연물론 나야 생각해 둔 게 있죠. 내가 대안도 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장홍:(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사람으로 보이네.
비류연(무시하며) 들어나 보라고요. <얼음과 불의 굴욕(屈辱)>, 어때요?
장홍:.
…….어디서 많은 들어본 여운을 가진 제목이군.
비류연:이번 권을 이만큼 확실하게 나타내 주는 말도 없는데, 참 아쉽네요. 이번 권이 안 되면 다음 권으로라도 비슷하게…….
장홍:비슷하게 뭘로 지으려고?
비류연(단호하게) <얼음과 불의 치욕(恥辱)>. 아니면 제2후보로 <얼음과 불의 수치(恥)>. 어때요?
장홍:두 사람의 부끄러운 과거라도 나오나?
비류연:글쎄요. 그것도 재밌을 것 같긴 하네요.
장홍:본래 줄기에서 이야기가 벗어나는 것 같은데?
작가M:……작가 없는 데서 다음 권 이야기 마음대로 정하지 말아주겠나?
비류연:칫, 꼭 살리고 싶었는데.
(저 멀리서)
다음 권 제목은~ ‘노학의~귀환~’ 화안~화안~화안~
비류연(못 들은 척하며)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오는군.
작가M:그러니까 작가 없는 데서 스토리 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비류연:어차피 작가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에도 ‘적당한 길이로 쓰겠다’고 해놓고, 엄청 길어졌으면서. 작가M: (웃!) 그건 불가항력적으로……. 괜찮아! 덕분에 이번 권도 슈퍼 볼륨이 됐으니까! 그것도 초슈퍼 볼륨이! 비류연대답을 회피하는군.
작가M:안녕하세요, 비뢰도 작가M입니다. 이번 권도 엄청난 볼륨을 가진 채 탄생되게 되었습니다. 원래 16만 5천 자 기준에서 2만 자 정도만 더 쓸 예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24만 자나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30만 자에서 6만 자를 압축시켜서 만든 24만 자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28권 역시 27권에 지지 않는 슈퍼 볼륨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겼습니다. 압승입니다.이게 모두 캐릭터들이 작가 말 안 듣고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한 결과입니다. 다 캐릭터 잘못입니다. 제 잘못 아 닙니다.
두 권 분량 써서 한 권 반 분량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저도 손해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흑흑.
(우~우~우~)
저 역시 작가이니 긴장의 완급과 감정의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 려면 멀었군요. 언젠가 도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높은 산을 한 걸음 한 걸음씩 올라가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일환으로 집필 기 간을 2개월로 단축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모티베이션을 올려서 속도를 올려보고 있습니다만, 역시 쉽지는 않군요. 28권 역시 초고는 2개월 만에 썼지만, 최고 를 최종본까지 수정하는 데 한 달이란 기간이……. (쿨럭) 끝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섯 번을 다시 고쳐쓰고, 분량도 24남 1천 자로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쉽지 않지만, 다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다음 29권은 좀 더 빠른 텀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권은 스토리상 새로운 캐릭터가 잔뜩 나오는 한 권이었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커다란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이번 권은 이야기의 워밍업에 해당하는 한 권이었지요. 앞으로 텐션을 쭉쭉 올려갈 생각입니다.
집필 속도를 올리다 보니 노블코어(www.novelcore.net) 비뢰도 외전의 집필이 잠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멀티로 서너 개의 작품을 동시에 쓸 수 있는 분들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아직은 한 번에 한 가지씩밖에 집중력을 쏟아 부을 수 없군요. 저도 분심이용(分心異用)을 익혀서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고 오른손으로 동그 라미를 그릴 수 있게 되면, 두 작품을 동시에 집필하게 될 수 있을까요?
실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쓰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던 한 권이었습니다. 잘하면 몇 가지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다음 권은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권까지,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