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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 33화


“아흔여섯! 좋았어!”

소리를 듣고 계산했던 대로 정확히 아흔여섯 걸음 만에 천폭에 도착했다. 종리추는 옷을 훌훌 벗었다. 낮에도 시퍼렇다 못해 검어 보이는 소는 더욱 깊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첨벙!

물속에 뛰어들자 몸과 정신이 확 깨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왔다.

우르릉…!

하얀 포말이 비산했다. 거대한 물줄기가 세상을 쓸어버릴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종리추는 소를 헤엄쳐 들어가다 중간쯤에서 물속으로 잠수했다. 한참 후, 종리추는 폭포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암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암벽과의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오랜 세월 물에 깎인 흔적일 수도 있고, 원래부터 그런 암벽이었는지도 모른다. 종리추의 걸음으로 두어 걸음 옮길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다.

‘오른쪽으로 두 걸음이라고 했지? 그러면 저긴데…’

가까이 다가간 폭포는 굉렬한 굉음을 흘리고 있어 감히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모진아는 조금씩 가르쳤다. 소에 들어가 목욕만 하고 나온 종리추에게 폭포를 맞으라고 일러준 사람도 모진아다. 유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지만 모진아가 지시 내린 것이 틀림없다.

‘제길! 폭포를 맞고 싶어도 근접할 수가 있어야 맞지.’

모진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며칠 동안을 지켜본 뒤 전갈을 보내왔다. 폭포가 소로 떨어질 때의 압력은 만 근 바위가 내려치는 것과 버금간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모진아는 물속으로 잠수해서 압력을 피해 암벽으로 접근하라고 가르쳤다.

‘미치지 않았나? 여길 뛰어들라고?’

하지만 마음과 달리 종리추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모진아가 무슨 뜻에서 무공 수련을 돕는지는 몰라도 악의는 없다. 어린아이를 두고 악의 같은 게 있을 까닭도 없다. 물속으로 잠수한 후 종리추는 물살에도 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처음에는 전부 똑같이 느껴졌는데 잠수가 숙련되고 난 다음부터는 물살의 결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결을 찾아 헤쳐 나가니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압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으며 빙글 돌아 암벽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난관은 계속 닥쳤다. 폭포를 넘어 암벽까지는 도착했는데 도무지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폭포를 맞겠다고 한가운데 털썩 앉았다가는 패대기쳐진 개구리처럼 나가떨어질 판이었다.

‘산 넘어 산이네. 이걸 맞으라고? 완전히 미쳤네.’

결국 뛰어들지 못했다. 십여 일 정도가 지난 후, 유구는 어김없이 입을 열었다.

“가에서부터 맞아. 쥐방울만 한 놈이 욕심은… 물방울 한두 방울만 맞아도 충분해. 일회생 이회숙이라는 말 알아? 모르면 배워둬. 처음에 할 때는 서툴러도 두 번째 할 때는 익숙해진다는 뜻이야. 나중에는 반드시 가운데 들어가 앉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해.”

“그런데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일회생 이회숙… 쓸 줄 아세요?”

종리추는 폭포 한가운데로 걸음을 떼놓았다. 수만 근의 압력이 머리를 때렸지만 단전에서 솟구친 미증유의 거력이 전신을 휘감아 보호했다. 유구가 말한 곳으로 갔다. 평소 폭포를 맞던 곳에서 오른쪽으로 두 걸음…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힘이 전신을 강타해 하마터면 폭포에 휩쓸려 소 속으로 곤두박질칠 뻔했다.

‘이, 이렇게 무거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통으로 맞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힘일 줄은 정말 몰랐다.

‘끄응…!’

신음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속으로 토하는 데 만족했다. 거대한 물줄기는 숨을 쉴 여력조차 주지 않는다. 손으로 만지면 미지근한 물인데 전신으로 맞으면 빙굴에 들어간 것처럼 몸을 얼린다. 잠시만 방심해도 소 속으로 처박아 버리고, 물에 처박은 것도 모자라 한없이 깊이깊이 밀어 넣는다. 거기서도 아차 방심하면 죽는다. 항거할 수 없는 물살은 몸의 자유를 빼앗고, 입으로 코로 쏟아져 들어온 물은 숨통을 막아버린다. 숨이 막히고, 세상이 깜깜해지고, 정신을 놓아버리면 끝난다. 종리추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소 속으로 곤두박질 당한 경험이 있다. 물살의 결을 찾지 못했다면, 지식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정신력이 조금만 부족했다면… 난관을 헤치는 데 장애가 되는 그 무엇이 하나만 있었다면 벌써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게다.

‘좋아, 해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종리추는 거센 둔기로 전신을 강타하는 것 같은 폭포 속에서 간신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공은 기를 익혀 안에 있는 힘을 이끌어낸다 하여 도인이라고 하며, 외공은 힘을 익힌다 하여 경기공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외공이니 내공이니 떠들지만 외공 없는 내공 없고, 내공 없는 외공 없다. 내공이 없는 외공은 한낱 춤꾼에 지나지 않는다. 외공이 없는 내공도 그렇다. 외공이 없으면 장생술을 연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지인살은 전에 없이 근엄했다. 차라리 외공이니 내공이니를 따지지 말고 연공이냐 경공이냐를 따져야 한다. 연공은 유유히, 잔잔히… 그러나 꾸준히 흐르는 강물에 비유할 수 있고, 경공은 천폭처럼 급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비교할 수 있다.”

내공의 전수였다.

“대부분 무인들은 경공을 수련한다. 연공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나 경공은 짧은 시일로도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공은 익히기도 쉽고 효과도 빨라 강경양공이라고도 한다. 반면 연공은 익히기 힘들지만 십성을 익힌 후에는 경공이 따를 수 없는 위력을 보인다. 권각은 몸에 닿지 않고도 적을 쓰러뜨릴 수 있지. 그래서 연공을 유경음공이라고도 한다. 양광수, 장심뢰 등이 그렇다. 넌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

“금종수는 어느 쪽에 속하나요?”

“경공이다.”

“경공과 연공을 같이 배울 수도 있겠네요?”

“그러기는 쉽지 않다. 경공과 연공뿐만이 아니라 같은 경공이라 해도 문파가 다르면 배우기가 어렵다. 무공이란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문파마다 무공마다 초식이 다르듯이 내공도 다르다. 문파에서 정리한 내공이란 자기의 초식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종리추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연공을 익히느냐, 경공을 익히느냐… 그 물음은 앞으로 어떤 초식을 배우느냐와도 연관이 있었다. 적지인살의 말대로라면 익히는 내공의 종류에 따라서 무공 초식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금종수는 경공, 나는 금종수를 익혔어. 경공과 연공을 동시에 익히기는 힘들다지만… 이 년 안에 모진아와 같은 수준에 이르려면…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연공을 배우겠어요.”

종리추는 결단을 내렸다. 적지인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나는 연공을 모른다. 내가 익힌 내공은 경공이지. 경공을 배워라. 싫어도 할 수 없고.”

종리추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럼 뭐 하러 물어봤어요!”

“모르고 배우는 것보다 알고 배우는 게 낫잖아!”

적지인살이 마주 소리쳤다. 내공 수련은 의념이 주를 이룬다. 내관, 관조 등등 여러 가지 말로 불리는 의념은 몸 안에 흐르는 무형의 기운을 유형화시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임맥을 타고 흐른다. 독맥을 탄다. 또는 소주천, 대주천… 기혈의 흐름을 정리한 말들은 많으나 눈으로 볼 수 없으면 모두 그림의 떡이다. 종리추는 눈앞에 실물을 보듯이 기의 흐름을 감지해 냈다. 금종수를 익히면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생겨난 능력이다. 호흡을 하여 공기를 받아들이고, 인체에 쌓인 기운과 버무려져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음만 정순하게 가다듬으면 한눈에 보였다.

“단전은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단전이라 부르는 곳은 하단전으로 전칠후삼에 있다. 관원에서 일곱 푼, 뒤에서 석 푼 되는 곳에 단전기혈이 위치한다. 하단전은 정을 쌓는 보고다.”

상부는 붉은색으로 화기를, 하부는 검은색으로 수기를, 좌부는 푸른색으로 목기를, 우부는 흰색으로 금기를, 중부는 황금색으로 토기를 간직한다. 수화목금토 오행오기가 하단전에 축적되어 합일된다. 하단전이 인체의 오장육부를 관장한다면 중단전은 연기화신으로 감정을 지배한다. 중단전이 열리면 늘 호기롭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감정이 풍부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마음을 버리니 유무가 하나라. 감정의 잔재가 없으니 내가 곧 자연이라. 마음이 곧 하늘이요, 중심이다. 마음을 텅 비워 맑고 깨끗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 중단을 닦는 것이며 연기화신이다. 상단전은 도가에서 말하는 신이 머무는 광명의 집이다. 연신환허, 머릿속 중심, 즉 이환궁이 상단전이다. 상단전에도 오행이 있다. 뇌와 골수는 흰색으로 금이며, 혀는 붉은색으로 화다. 코의 점액은 청, 황, 백이 어울려 있고, 피부는 황, 눈은 흑이다. 상단전의 오행이 합일되면 상단전에서 투명한 빛이 나온다고 느껴진다. 눈을 감고도 천리를 볼 수 있다는 육신통은 상단전의 연마에서 비롯된다. 소위 말해서 염력이 있다는 자들이나 신기가 있는 무당도 상단전이 발달한 사례다. 인간의 몸은 앞과 뒤가 균형 잡히게 발달되어 있다. 음양의 상대적인 작용이다. 내공을 수련하지 않아도 임맥과 독맥이 스스로 살아 움직여 인간이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무인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단전에 축기하여 임맥과 독맥의 교차점인 회음을 뚫어야 한다. 뚫는 순간 몸속에 쌓인 탁기가 백회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혈명무극신공.

적지인살이 전수해 준 혈염무극신공은 하단전에 축기하는 내공법이었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전신을 휘돈 다음 다시 단전으로 모여들어 오행의 성질별로 나뉜 다음 자기의 터전에 자리 잡았다.

‘이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

진기가 눈에 보이는 종리추는 연공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적지인살은 상당히 어려운 듯 말했다. 마치 내공이 무공의 전부인 양 과장되게. 종리추는 폭포에서 내공을 수련한 지 이틀 만에 아버지의 말뜻을 깨달았다. 내공이 모이지 않는다. 아니, 모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극히 미약하다. 원래 모을 것이 없으니 소주천도, 대주천도 빨리 끝난다. 미약한 진기를 권에 실으니 위력도 약하다. 금종수와 수투의 힘이 아니라면 돌조각은커녕 나뭇조각도 부수지 못할 힘이다.

“내공은 축기가 생명이다.”

결정적인 말뜻을 깨닫고 나니 난감하기만 했다. 또 하나 깨달은 점이 있다. 진기라는 것을, 운기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단전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금종수의 진기다. 상단전에서 일어나 상단전으로 모여드는 신기. 귀신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금종수에는 육신과 정신을 완벽히 바꾸는 탈태환골의 거력이 숨어 있었다. 또 하나 있다. 변검 양부가 일러준 운기토납법도 내공 수련법이다. 백회혈을 통해 받아들인 외부의 진기는 중단전으로 치달아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종리추는 세 가지의 다른 운기법을 고루 수련했다. 폭포에 들어서기 전, 금종수가 이끄는 대로 상단전을 연마한다. 상단전에서 신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수리에선 푸른 원기가 꿈틀거린다. 도가에서 말하는 동왕공이다. 그는 삼색 진주로 된 옷을 입고 있다. 동왕공은 정수리 왼쪽에 왕자교를, 오른쪽에는 적송자를 배치했다. 동왕공이 정수리에서 뛰어다닌다. 정기가 점점 쌓여 둥글게 변하더니 태양이 된다. 왼쪽 눈이다. 왼쪽 눈이 태양이다. 오른쪽 눈은 달이다. 왕부가 오른쪽 눈에 머물자 왕모가 왼쪽 눈으로 들어선다. 태양과 달로 변한 두 눈은 외부의 것을 보지 않고 안을 들여다본다. 내관이 저절로 행해지고 있다. 눈썹과 눈썹 사이는 밖으로 통하는 문이다. 종리추는 몸속에 점점 많은 집이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삼궁이 생기고 육부가 지어졌다. 각 거처에는 신들이 거주하고…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어 일만을 넘어서는 것 같다. 도가에서는 인간의 몸속에 삼만육천 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상단전의 축기는 밝음이다. 두 눈에서 쏟아져 나온 빛이 몸속을 얼마나 환하게 밝혀주고 각 처와 신들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내공의 완성 유무가 결정된다. 그러나 종리추는 잘못 알고 있었다. 변검 양부가 일러준 운기토납법이 끊임없이 진기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한 번밖에 시전하지 못한다는 금종수를 연속적으로 쳐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상단전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종수를 익힌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설혹 익힌 사람이 있어도 상단전의 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무림인들이 사용하듯 하단전의 진기를 끌어냈다. 제 위력이 나올 리 없다. 종리추도 같은 실수를 했다. 무인들처럼 하단전의 진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중단전의 진기를 사용하는 우를 저질렀다. 그가 지금껏 사용해 왔던 금종수는 제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 금종수는 도가의 무공이다. 폭포로 들어서면서는 변검 양부가 일러준 이름 모를 내공법을 시전했다. 폭포가 지니고 있던 외기는 백회혈에서 둘로 갈라져 임맥과 독맥을 타고 쏜살같이 훑어 내려왔다. 독맥을 타고 내려온 외기는 미려혈에서 소리 없이 스러졌다. 임맥을 타고 내려온 외기도 기해혈에 이르자 바다 속에 던진 돌멩이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독맥을 넓히고, 임맥을 넓히고, 중단전을 시원하게 뚫어놓은 다음이었다. 중단전에는 축기가 없다. 중단전은 마당처럼 넓혀가기는 해도 창고처럼 쌓는 곳은 없다. 변검 양부가 일러준 운기토납법은 진기를 축기하는 운기법이 아니라 맥락을 타통시키는 운기법이었다. 당연히 진기를 받아들여 폭출시키면 위력이 커진다. 중단전이라는 넓은 마당을 지나 거침없이 밀려온 진기가 손끝을 통해 폭출될 때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다.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마저 없어지고, 나란 존재 자체도 느껴지지 않고 정말로 편안하다는 감정이 들 때, 혼이 움직였다. 혼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중단전 넓은 뜰에 나라고 느껴지는 것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수승화강이 시작되었다. 인간의 상체에는 심장의 기운인 화의 기운이 있다. 하체에는 신장의 기운인 수가 있다. 화의 기운과 수의 기운이 서로 교류하기 시작한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듯 하단전이 데워지고, 하단전에서 선천적인 원기가 나와 오장육부를 휘둘렀다. 탁한 기운이 제거되고 맑은 기운이 머리로 몰렸다. 중단전은 혼이 거주하는 집터였다. 마지막으로 지식이 벅차다 싶을 때, 아버지가 전수한 혈염무극신공을 수련한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전신을 휘돌며 다독거릴 것은 다독거리고 모을 것은 모은다. 유일하게 축기를 하는 진기다. 상단전이나 중단전에 비해 미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종리추는 확신했다. 머지않아 하단전에도 진기가 충만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내공을 수련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이 바로 믿음이다. 진기란 느낄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인지라 확고한 믿음이 없으면 수련하기가 난해하다. 종리추는 볼 수 있다. 어찌 믿지 않겠는가. 폭포에서 물러서면 전신이 상쾌했다. 몸도 마음도 며칠 동안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개운했다.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고 머리가 한결 빨리 돌았다.

“내공을 수련할 때는 장소에 유의해라. 아무 곳에서나 수련해서는 안 된다. 습기가 없는 곳, 바람이 없는 곳… 기혈의 흐름에 지장이 될 만한 곳에서는 운기하지 마라. 욕심도 부리지 마라. 무리하게 운기를 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된다.”

종리추는 아버지의 지시를 모두 어겼다. 폭포에서는 정신만 가다듬으라고 했다. 의지를 키우고, 극기력을 키우라고 했다. 절대로 운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하고 또 하셨다. 종리추는 운기했다. 상단전을 연마할 때는 중단전과 하단전이 몸을 보호하고, 중단전을 연마할 때는 상단전과 하단전에 깃든 진기가 몸을 보호한다.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진기는 각기 다른 곳에 영역을 구축하면서 서로 공조한다.

‘몸은 하나야. 마음도 하나야. 내 몸 안에 깃든 것은 모두 내가 만든 거야. 이 년… 모험을 할 수밖에 없어. 아버지에게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생각이 옳았다. 종리추는 주화입마가 무엇인지 모른다. 기혈이 뒤틀리거나 역행하면 폐인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는 중대한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폭포에서 운기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게다. 그런 모험이 있었기에 같은 경공이라도 종이 다른 내공은 같이 수련할 수 없다는 내공 수련을 세 가지나 동시에 수련하는 기연을 얻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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