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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00화


“물론 그대들이 원하는 증거 역시 가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대들이 그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야 바른 말이겠군…”

“… 증거… 라니요? 그 증거를 저희들이 가지고 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각하.”

차레브의 증거라는 말에 방금 전 명예를 건다는 말에 입을 닫고 있던 여성 지휘관, 파이안이 급하게 되물었다.

처음 차레브의 말에 반신반의했었지만, 이어진 명예를 건다는 말에 차레브의 말을 믿었으며, 이어진 증거라는 말에 이번 일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느꼈던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차레브의 말을 기다리는 그녀의 몸이 딱딱히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카논의 진영에 있고 차레브의 말을 들은 모두가 그랬다. 조금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차레브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파이안의 말에 잠시 시선을 돌려 게르만을 두둔하고 나섰던 기사와 마법사를 잠시 바라본 후 다시 파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말 그대로다. 파이안, 그 증거는 지금 그대 곁에도 서있고, 주변 곳곳에 서 있지 않느냐.”

차레브의 말에 파이안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시선을 돌려 다시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있었는데, 그녀로서는 차레브의 증거라는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그녀와 주위의 불안을 점점 가중한 것이었다.

뭐,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철저히 속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답을 달지 못한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차레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게르만이 본국의 기사들을 희생시켰다고.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대들 주위에 서 있는 기사들,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가 된 자들, 게르만에 의해 희생된 자들, 그대들 주위에 서 있는 그들이 그대들의 손에 잡히는 증거이다!”

순간 차레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논과 아나크렌의 양 진영이 웅성이기 시작했고, 카논의 진영에서는 각자 고개를 돌려 자신들 주위에 서 있는 소드 마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레브에 의해 지명을 받은,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은 주위의 시선에 자신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은 잔잔하게 떨리고 있어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전 마법사와 함께 차레브의 말에 게르만을 두둔하고 나섰던 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위에서 몰려드는 시선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옆에 서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돌아본 마법사 역시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아까와는 달리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차레브를 향해 소리쳤다.

“그… 말씀이,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요. 공작 각하. 저희들이 어찌 증거가 되는지… 어떻게 증거가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천, 수만 쌍의 눈이 차레브를 향해 돌려졌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는 기사의 물음과 같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빛을 받은 차레브는 시선을 돌려 옆에 서 있는 아프르를 잠시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나는 그것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전에 파이안.”

“예… 에?, 각하.”

차레브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대답을 기대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파이안이 조금 당황한 듯이 대답했다.

“마법사를 불러 주겠나? 증거에 대한 확인을 해주어야 할 마법사. 단, 본국에서 파견된 마법사가 아닌 용병 마법사나 그대들 직속의 마법사여야 하고 적어도 5클래스 이상의 마법사여야 한다. 있겠지?”

차레브의 말에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던 파이안이 옆에 있는 두 명의 지휘관에게 무언가를 말하고는 다시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본영의 사령관이신 어수비다님 휘하의 마법사 한 분과 용병단에 등록된 마법사, 각각 5클래스의 마법사입니다.”

파이안이 차레브에게 그렇게 답하고 그들을 부르려는 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병사들과 기사들이 열어준 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마법사를 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달려나온 두 마법사가 목소리를 증폭시켜 밝힌 이름은 각각 부메이크와 하원이었다.

이름을 부메이크라고 밝힌 마법사는 카논 진영의 사령관의 휘하 마법사로 꽤나 노련해 보이는 검은색 로브의 마법사였다.

반면 하원이라고 밝힌 용병 마법사는 30대로 보이는 중년이었는데, 그런 그의 복장은 마법사라고는 도저히 보아줄 수 없는, 완전히 검을 쓰는 용병의 복장이었다.

더우기 그의 허리에 걸려 있는 롱소드와 짧은 숏소드는 그의 모습을 노련한 검사로 보이게 해서 정말 마법사가 맞는지 의아한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드가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라일과 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저 아저씨 저기 있었구만…”

“그러게… 얼마간 안 보이더니…”

그 둘의 말에 지아와 모리라스, 카리오스의 시선이 모여 들었다.

이드도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돌려 하원이라는 마법사를 바라보고는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라일이 아는 사람이에요?”

이드의 물음에 라일과 칸이 서로를 돌아보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몇 달간 같이 일을 한 적도 있고 일하면서도 세 번 정도 만났어…”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라일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 그 둘의 모습에 지아가 물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리고 저 아저씨 정말 마법사 맞아? 완전히 검사로 보이는데…”

지아의 말에 라일과 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이번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마법사 맞아. 그것도 5클래스의 마법사… 그리고 한마디 하자면…”

“한마디 하면… 저 아저씨의 겉모습에 절대 속지 말라는 말이다. 저 아저씨 저렇게 하고 다녀도 검을 들고 서 있는 것밖엔 못해. 거기다, 딱 봐서는 노련한 용병처럼 보이지?”

라일의 말을 이은 칸의 말에 네 사람은 고개를 돌려 하원이라는 사람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네 사람의 모습에 칸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믿었다간 큰 코 다친다. 저 아저씨 겉모습만 저렇지… 얼마나 덜렁대는 줄 아냐? 완전히 겉모습과는 정~~~ 반대라고… 거기다 혼자서 덜렁대면 다행인데… 그게 주위에도 영향을 준단 말이야. 덕분에 처음 겉모습만 보고 높은 금액에 저 아저씨를 고용했던 고용주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다니까…”

“헤에~~”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원을 바라본 네 사람은 도저히 지금의 모습과 방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차레브의 목소리가 다시 사람들의 귓가를 울렸다.

“좋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가 한 명 필요한데… 자네가 나서 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차레브가 지목한 사람은 처음 차레브의 말에 이의를 표했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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