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01화
“좋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가 한 명 필요한데… 자네가 나서 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차레브가 지목한 사람은 처음 차레브의 말에 이의를 표했던 기사였다.
차레브에게 지적당한 기사는 차레브가 주위를 돌아보다 자신을 지목하자 잠시 멍해 있다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네, 영광입니다. … 그리고…”
“응? 뭔가…”
앞으로 나섰던 기사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웅얼거리자 차레브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재촉했다.
“예, 조금 전 공작 각하께 무례를 범한 점… 이 자리에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며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차레브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만족한 웃음을 띠우며 세 명의 지휘관과 마법사들이 서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나크렌의 진영에서는 앞으로 나섰던 차레브가 뒤로 물러나고 아프르를 앞으로 내세웠다.
지금부터 이어질 것은 마법사로 하여금 기사들의 등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을 확인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마법사인 아프르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물론 일란이나 세레니아 등이 있긴 하지만 방금 전 나섰던 차레브와 카논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궁중 대마법사인 아프르가 나선 것이었다.
물론 앞으로 나선 사람의 마법 실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자는 의미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본인은 본 아나크렌 제국의 궁정 대마법사 직을 맡고 있는 아프르 콘 비스탄트 라하오. 지금부터는 마법적인 설명이기에 차레브 공작님을 대신하여 본인이 설명할 것이오. 그리고 지금 본인이 이러는 것은 순전히 카논에 대한 호의, 이 일로 인해 서로 간의 오해가 풀어졌으면 하오!”
아프르가 음성 증폭 마법을 이용하여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자 카논 쪽에서도 사령관 어수비다가 나서 아프르에게 감사를 표했다.
비록 처음 차레브 공작이 나섰을 때는 본인이 맞는지 아닌지 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네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상대로 나선 인물이 아나크렌의 궁정 대마법사직을 맡고 있는 아프르 후작이었기에 아무리 전쟁 중이라 하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이렇게 이상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중임에야…
“본 카논 진영의 사령관 직을 맡고 있는 마르켈 도 어수비다 역시 늦었지만 귀국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또한 아나크렌 제국의 궁정 대마법사인 귀공께서 직접 이렇게 나서 주신 점 또한 깊이 감사드리오이다. 만약 이번 일이 좋게 해결된다면 본인이 귀공께 좋은 술을 권하리다.”
“그때가 되면 기꺼이 잔을 받지요. 그럼 그분 기사를 여러분들 앞에 엎드리도록 해주시겠습니까? 아, 먼저 갑옷을 벗어 놓고 말입니다.”
차레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논 측은 곧 기사를 눕히려 하였으나 눕힐 만한 곳이 없자 약간 당황했다.
그 모습에 일리나가 앞으로 나서며 땅의 중급 정령인 노르캄을 소환해 그들 앞으로 높이 1m 정도의 흙 침대를 만들었다.
그런 모습에 파이안이 일리나를 향해 감사를 표했고 이어 무거운 갑옷을 벗어버린 기사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흙 침대 위로 올라가 엎드렸다.
그 기사가 흙 침대 위로 올라가자 아프르는 곧 등의 옷을 벗겨 마법진을 드러나게 해달라고 말했고, 기사 옆으로 다가와 있던 두 명의 마법사가 기사의 옷을 벗기고는 그 기사의 등을 천천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두 사람도 마법사답게 보통의 기사를 소드 마스터로 만드는 마법에 대해 엄청난 의구심과 탐구욕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사들의 등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기가 어디 쉬웠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그 마법진이 그들의 눈앞에 드러나 있으니 눈길이 저절로 마법진으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언제까지 자신들의 욕심만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두 사람은 곧 고개를 들어 아프르를 바라보았다.
아프르는 두 마법사가 잠시간 마법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한번 웃어 주고는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자신 역시 마법사였기에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그 마법진을 자세히 바라보며 잘못된 점을 찾아내야 하니… 미리 봐두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아프르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한 아프르의 입이 열리며 들어 올려진 손을 따라 오색의 빛이 어리더니 허공에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카피 이미지(copy image).”
그리고 아프르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어리던 영상도 완성되었는데, 그것은 사람의 등의 영상을 비춘 커다란 영상이었다.
그 크기는 가로세로 8~11m는 되는 것이었기에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영상에 담겨진 사람의 등에는 카논의 마법사 앞에 엎드려 있는 기사의 등에 있는 마법진과 동일한 마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영상은 카논의 첫 전투 때 카논의 갑작스런 소드 마스터들의 증가와 부자연스러운 소드 마스터들의 움직임에 조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저희들이 납치했던 세 분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의 등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의 모습입니다.”
아프르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납치하게 된 경위를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며 뒤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일행들의 뒤쪽에 서 있던 두 명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이 두 분이 바로 저희들이 납치해왔었던 세 명의 소드 마스터 중의 두 명입니다. 물론 나머지 한 명 역시 본국에 무사히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이 세 분은 이미 그 마법진을 해제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아프르의 이야기는 첫 전투에서 이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납치한 후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등에 새겨진 마법진을 조사한 일, 그래서 알아낸 것이 강력한 암시의 마법과 함께 마법의 유효기간인 한 달이 지난 후 소드 마스터가 됐던 기사들이 어떻게 되는지…
여기서 아프르가 소드 마스터가 됐던 기사들이 한 달 후 어떻게 되는지를 말했을 때는 차레브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꽤나 술렁였다.
사실 그들 역시 그런 풍문이 돌기도 했었다.
소드 마스터들이 전장에 배치되고 나서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갈 때마다 기사들을 소환하고 다른 기사들을 보내니… 덕분에 이런저런 억측이 나돌았고, 개중에는 아프르의 말과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이 나돌아도 정작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자 자연히 수그러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니….
그러나 그런 웅성임도 오래가진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기사들에게 새겨진 마법진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거의 앞에 있는 두 명의 마법사가 확인하는 것이지만,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두 명의 마법사가 그것을 확인하고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들에게 걸린 마법으로 인해 예상되는 마법의 부작용까지 부메이크와 하원 두 사람에 의해 확인되자, 카논 진영 여기저기서 허탈한 한숨 소리와 게르만을 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머니머니해도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의 분노가 가장 컸기에, 그들 기사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그들의 살기에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논과 아나크렌의 진영을 떨게 하는 카논의 아수비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있었다.
“전 카논군은 들어라. 지금 이 시점부터 아나크렌은 더 이상 본국의 적이 아니며 우리의 둘도 없는 우방국이다. 또한 지금 이 시간부로 황궁으로부터 차레브 공작 각하의 별명이 있을 때까지 황궁에서 전달되는 모든 명령을 무시하고 차레브 공작 각하의 명령에 따를 것이다.
그리고 차레브 공작 각하 휘하에 들기 전 사령관으로서의 마지막 명령이다. 황궁으로부터 나온 모든 마법사를 생포하라… 혹여 무고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니 생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