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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35화


“안목이 좋은데…. 맞아. 네 말대로 저 다섯 사람 모두 가디언 인 것 같아. 너하고 라미아는 몰랐겠지만, 이런 놀이 동산이나 역 같이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는 저렇게 가디언들이 대기하고 있어. 혹시라도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지. 근데 여기는 이상하네…. 나도 조금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보통 때는 가디언들이 저렇게 나서지 않아…. 그것도 다섯 명이나 나와서 여기 직원처럼 입장권을 확인하는 척 하면서 들어서는 사람을 확인하다니…. 무슨 일이지?”

그녀의 의문은 곧 5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천화의 뒤쪽으로 다가온 태윤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들 표를 확인할 때 선생님이 한번 물어보세요. 선생님도 저 분들과 같은 가디언이시자나요.”

“음, 그럼 되겠다. 태윤이 말대로 한 번 해 보세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잖아요.”

태윤의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천화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도 찬성하자 연영이 그럼, 그렇게 하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들이 사람들을 살피느라 기다리는 줄은 보통 때보다 천천히 줄어들어 10분 정도가 흐르고서야 연영과 천화를 비롯한 5반 아이들이 직원 복장을 한 가디언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연영과 5반 아이들이 선 곳은 입장권을 확인하는 두 개의 입구 중 좀 뚱뚱해 보이는 몸집의 남자와 반짝이는 은색 테의 안경을 쓴 여성이 서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에 앞서 그 사람들 앞에선 연영이 단체 입장권을 보이며 입장권을 확인하는 여성을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날씨인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연영의 말에 입장권을 받아 달던 여성이 뭐라고 답하려다가 무엇 때문인지 순간 말을 멈추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화는 그 순간 잠깐이지만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바라의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사라지자 잠시 멈칫하던 여성이 연영과 그 뒤에 서 있는 천화와 라미아들을 바라보고는 알았다는 듯이 연영을 향해 마주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이게 제 일인데 어쩌겠어요. 뒤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이신가 보죠?”

“호호…. 네, 저희 반에 새로 들어온 두 녀석이 있는데, 오늘은 그 녀석들 환영회를 겸해서 저희 반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놀러 나왔어요.”

연영은 그 말과 함께 옆에 서 있는 라미아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려 보였다.

“호오…. 쉽게 볼 수 없는 은발의 외국인이라니… 거기다 선생님만큼 미인이네요. 선생님 반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군요. 이런 미인들과 함께 놀러 나오다니 말이에요. 그럼 즐겁게 놀다 가세요.”

입장권을 확인한 여성은 연영에게 입장권을 다시 돌려주며 다른 사람들에게와 같이 웃어 보이며 허리를 약간 굽혀 보였다. 그리고 인사를 받은 연영도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하고는 입구를 지나 롯데월드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전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듯한 그 모습에 뒤에 걸어가던 천화는 옆에 있는 라미아와 싱긋이 미소를 교환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지만 천화와 라미아는 직원의 여성이 연영에게 입장권을 다시 건네줄 때 다시 한번 바람의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직원의 모습을 하고 연영과 대화를 나눈 그 여성 가디언도 정령을 사용한 것을 보아 연영과 같은 스피릿 가디언이었던 모양이었다. 뭐, 그 때문에 연영과 그 여성이 서로 방긋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선 연영은 뒤에서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에게 빙긋 웃어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목적지가 있는 듯한 힘있는 걸음으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뒤를 신미려를 비롯한 5반 아이들이 별 말 없이 뒤따랐다. 이들 역시 가이디어스의 학생답게 연영과 그 직원 모습의 가디언 여성 사이에 자신들이 알아채지 못한 대화가 오고 간 것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얼굴에 궁금함이 떠올라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 그에 예외적인 사람…. 과 검이었다. 사람은 된 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천화와 라미아였다. 이미 그레센에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은 두 사람이었기에 때가 되면 말해 주겠지 하는 별 긴장감 없는 편한 생각으로 즐거운 표정을 짓고는 연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앞서서 한 곳으로 향해 걸어가던 연영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반응의 두 사람을 보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는 중에 자신을 가부에라고 밝힌 가디언 여성의 말을 떠올려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롯데월드에 찾아 든 것이다. 무슨 영화 이야기의 한 부분처럼. 그 가부에라는 가디언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는 확실하게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저는 스피릿 가디언 가부에 시부라고 합니다. 좋지 않을 때 이곳을 찾으셨군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곳에 천면귀(千面鬼), 도플갱어의 출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쪽에 있는 분수 카페에 가서 들으세요. 안쪽에 있는 가디언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도플갱어라니…. 좋지 않은데, 라미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면 바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연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쪽에서 두리번거리는 천화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사실 연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도플갱어, 동양에서는 천개의 얼굴을 가진 귀신. 즉 천면귀로 불리우고 있는 이 녀석은 영국과 미국, 중국에서 나타났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 나타났다는 말은 없었다. 또 이 녀석은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거지만, 찾아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 녀석의 처음 모습은 특정한 형태가 없는 흙덩이나 슬라임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단 한 생물의 생명력을 모두 흡수하면 생명력을 흡수한 상대의 모습을 그대로 훔칠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모습만 훔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의 몸이 가진 본능적인 동작, 그러니까 말투라던가, 버릇 등의 가벼운 몇 가지를 그대로 흉내내어 그와 혈연으로 맺어진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훔쳐 사람들 속에 섞여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냥해 나가며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흡수한 생명력은 도플갱어가 살아가고 훔친 모습을 유지하는 데 쓰지만 사냥을 많이 해 생명력이 남게 되면 그것은 자연스레 도플갱어의 힘으로 돌아가게 되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말에 의하면 어느 한계점까지 힘을 흡수한 도플갱어는 어떠한 다른 존재로 진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뭐, 확실히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것이 확인된 게 아니니까…… 자세한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돌아가던가 말든가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긴 연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부에가 말한 분수 카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중앙에 분수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넓직한 공간에 커다란 테이블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이나 친구들, 또는 단체로 롯데월드에 오는 사람들이 쉬기에 좋은 장소였다. 거기에 카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분수는 컴퓨터로 조정되는 수십 개에 달하는 분수관에서 조정된 대로 정확히 물을 내뿜어 마치 허공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냈다. 덕분에 그걸 보기 위해 분위기를 찾는 연인들과 그 외 사람들이 더욱더 몰려들어 분수 카페는 거의 매일 그 많은 자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영과 5반 아이들이 이곳에 왔을 때는 왠일인지 분수 카페의 삼분의 일 정도의 자리만이 차있을 뿐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롯데월드의 입구에서도 사람 수가 적었는데, 이곳까지 이런 것을 보아 알게 모르게 도플갱어와 관련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연영과 아이들은 자리의 모자람 없이 편하게 카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카페의 테이블은 적게는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많게는 일곱,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것들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연영은 그 중 제일 큰 테이블에 앉았고 그녀의 옆으로 천화와 라미아, 반장과 부반장이 자리했다.

“하필이면 환영회 하는 날 이런 일이 생겨서 어쩌지? 특히 라미아. 여기서 놀고 싶어 했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곳에서 곧바로 돌아가야 하거든….”

연영은 자리에 앉은 모두가 각자가 먹을 만한 것들을 주문하고 웨이터가 자리를 떠나자 벌써 중앙에 있는 분수대로 시선이 가 있는 라미아를 향해 말했다. 라미아는 연영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이런 일을 이해 못할 정도로 생각이 짧은 것도 아니었고, 연영이 이런 일을 알고서 이곳에 온 것도 아니기에 그녀가 미안해할 일도 아니었다.

“괜찮아요. 게다가 언니가 미안해할 일도 아니구요. 또 이번에 그냥 돌아가면, 다음 번에 다시 와서 놀면 되죠. 화~ 귀엽다. 천화님, 저기 곰돌이 얼굴이에요. 귀엽죠?”

연영은 때마침 올라오는 분수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라미아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보면 상대를 상당히 배려할 줄 아는 게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별로잖아. 뛰엄 뛰엄….. 저런 것보다는 정령술 쪽이 훨씬 보기 좋다구.”

“우웅~ 하지만 저건 순전히 물만 가지고 그린 거라구요. 천화님~ 귀엽지 않아요? 네?”

‘…… 뭐, 천화 앞에서는 항상 어리광이지만 말이야.’

연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보기 좋다는 듯이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분, 십분 정도가 지나 슬슬 주문했던 음료와 먹거리들이 들려나와 각각의 테이블을 채워 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웨이터가 손에 든 쟁반을 들고 연영등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와 쟁반에 들어있던 음료수와 샌드위치 몇 조각을 내려놓을 때였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더니 주위를 한번 휘 둘러보고는 곧장 천화등이 앉아 있는 자리로 큰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누가 앉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자리에 앉듯이 비어있는 자리에 떡 하니 앉더니 막 음료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는 웨이터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아, 이봐요, 웨이터. 여기 시원한 오렌지 쥬스 한잔하고 샌드위치 추가로 좀 가져다주시오.”

“예? 아, 예. 알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런 출현에 잠시 당황해 하던 웨이터는 곧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멈춰 섰던 몸을 다시 움직여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의 그런 당당한 모습에 자리에 앉아 있던 연영과 천화등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여과 없이 얼굴에 들어내고 있었다.

“저, 저기…. 누구신지….”

연영이 그의 당당하다 못해 자기자리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 위축된 목소리로 물었고, 연영의 말을 듣고서야 그 남자는 연영과 천화, 라미아들을 바라보며 일행들 얼굴에 떠올라 있는 황당함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크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이런,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구만….. 나는 지금 이곳에서 롯데월드에서 행해지는 작전의 대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 가디언 제 1대(隊) 염명대(炎鳴隊) 대장(隊將) 고염천(高炎踐)이라고 하네, 자네들에 대한 이야기는 가부에에게서 간단히 전해 들었는데…. 그래, 가이디어스에서 놀러왔다고?”

연영은 고염천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말을 듣고는 놀란 얼굴을 하고는 급히 대답했다. 그런데 대답을 하는 연영의 목소리가 조금 굳어 있었다.

“넷. 가이디어스에서 활동 중인 스피릿 가디언 정연영이라고 합니다.”

연영의 이런 반응은 고염천이란 남자의 직위 때문이었다. 한국 가디언 제 1대 염명대 대장이라는 직위. 사실 가디언들에게는 군대나 경찰들처럼 명확하게 계급이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아니, 계급을 나누지 않았다기보다는 나누지 못했다. 계급을 나누자니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먼저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나이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배분이라던가. 그와 비슷한 종교계 쪽의 사제급수 문제. 각 종교계 간의 선후 문제 등등해서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세계에 존재하는 가디언들의 실력을 모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서 군대나 경찰들처럼 계급을 나누는 건 일찌감치 포기한 각 정부와 가디언들의 수뇌부는 가디언 모두가 불만이 없도록 간단하게 세 단계의 계급체계를 만들어 냈다.

먼저 각 나라에 세워져 있는 가디언 본부의 총지휘를 하고 있는 본부장, 그 밑으로 두 명의 부 본부장, 부 본부장이 두 명인 이유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이라, 본부장이나 부 본부장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할 경우 두 명의 부 본부장 중 한 명이 그 자리를 급히 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것이 바로 고염천과 같이 하나의 대(隊)를 맡고 있는 대장직이었다. 각 나라에서 활동하는 가디언들은 누구나 하나의 대(隊)에 소속되어 있다. 한 마디로 가디언들을 이끌고 함께 활동하는 직속 상관인 셈이다. 또 이 대장이라는 직위는 각자가 가지는 배분이나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서열이 아니라 100% 실력에 따라 뽑히는 것이라 가디언들에게 그만큼 인정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이디어스의 선생으로 계급에서 조금 자유로운 연영이 고염천을 향해 예의를 차려 보이는 것이다. 특히 태윤은 염명대의 대장이라는 말과 그의 황당할 정도로 시원하고 호탕한 성격에 얼굴에 동경의 빛마저 어리고 있었다.

“아, 그래, 그런데 여기 온 게 연영 양 반에 새로 들어온 학생들 환영회 때문이라고 하던데…. 쯧, 하필 이런 때 여길 올 건 뭔가.”

탁하는 듯이 말하는 고염천의 말에 연영이 표정을 굳히더니 조용히 물었다.

“….. 정말 이곳에 도플갱어가 나타난 건가요?”

“도, 도플갱어라니요. 선생님……”

“하지만 그건 아직 한국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정말인가요? 대장님?”

고염천이 대답하기도 전 연영의 말에 태윤과 신미려가 놀라 언성을 높였다.

덕분에 천화들 주위에 앉아 있던 다른 아이들의 궁금해하는 시선까지 모여들게 되었다. 고염천은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을 향해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는 그의 눈에 주위 사람들이 왜 놀라는지 모르겠다는 시선의 천화와 라미아가 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흠,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하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네. 정확한 기간은 모르겠지만 대략 2, 3주 전부터 이곳에 들렸던 가족이나 일행들 중 한두 사람이 돌아가는 도중 잠시 다른 곳에 들린다고 말하고 사라진 후 실종되었다고 하더군.”

그 말에 연영들이 놀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던 천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 그럼 꼭 도플갱어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단순히 이곳에 들렸던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서 도플갱어의 짓이라는 건 좀….”

“그렇지. 단순히 그런 사실들만으로 도플갱어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힘들지. 하지만 일주일 전쯤 이곳 롯데월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수도에서 우리 가디언들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시체 한 구가 발견되었네.”

고염천의 말에 듣던 모두는 시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아마도 지금 말하는 그 시체가 도플갱어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시체의 이름은 손범표, 21세의 대학생으로 시체로 발견되기 오일 전에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이곳에 왔었다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를 때가 있다고 말하고 헤어진 후 연락이 끊어졌었던 청년이지. 헌데 발견된 시체가 상당히 이상했어. 아무리 길게 잡아도 죽은 지 오일밖에 되지 않은 시체가 한 달은 더 된 것처럼 부패되어 있었고, 남아 있는 부분 역시 상당히 심하게 손상되어 있으며 급격히 노화되어 있었네. 또 아무리 살펴봐도 사인이 될 만한 상처가 전혀 없었네. 아무리 봐도 생명력을 모두 갈취당한 모습이었지.”

그 말에 신미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도플갱어는 생명력을 흡수하니까. 또 실종자들의 마지막 모습이 모두 같은 걸 보면 도플갱어가 변신했었을 거라는 게 가장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네요.”

그녀의 말에 연영등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기에 라미아가 한마디를 더 했다.

“그런데, 아무런 외상이 없는 걸 보면 상당한 생명력을 흡수해 힘이 상당히 강해진 녀석인 모양이네요. 힘이 약한 녀석들을 상대의 몸에 상처를 내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그 속에 집어넣어 생명력을 흡수하는데…… 무슨….”

말을 잊던 라미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 의아해 하며 연영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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