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42화
시끌시끌
언제나처럼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가이디어스 기숙사에도 눈부신 아침이 밝았다. 꿀맛 같은 늦잠을 즐길 수 있는 휴일이 아니라면 항상 시끄럽고 요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기숙사의 전형적인 아침. 이런저런 위험하고 바쁜 일로 학생들이 절반이나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떠들어대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전혀 줄지 않은 채 기숙사 전체를 우렁차게 흔들어 대고 있었다. 이 소음들을 모아 자명종의 알람 소리로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특허감일 듯싶었다. 그렇지만 빡빡한 일과에 허덕이는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면 누구나 아침의 무법자 자명종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아니, 학생들에겐 그런 자명종 소리를 피할 권리도 있는 건 아닐까? 지금 가이디어스 기숙사에도 달콤한 잠의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아침을 외면한 채 침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잠충이들은 다수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잠충이들을 바라보는 잠충이의 친구들로서는 변명에 불과한, 책임감 없는 권리 주장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잠충이들이 주장하는 권리가 가져올 그 고달픈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잠에서 깨워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친구.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같은 친구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 친구의 이름으로 말한다. 고만 좀 일어나! 이 자식들아!”
“으악, 지겨워. 이렇게 깨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래, 오늘은 아주 끝장을 보자! 진동 안마닷!”
“너희들이 또 늦으면 우리까지 같이 기합이란 말이다. 죽어랏!”
친구들을 돕겠다는 선의 이전에 서로가 공동운명체라는 저주스러운 단어가 붙어 있지만, 친구가 맞기는 하다. 어쨌든 그렇게 잠충이들을 깨우기 위해 째지는 고함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다시 한번 기숙사를 들었다 놓고 나서야 이불 속을 꾸물꾸물 기어 다니던 잠충이들이 부시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렇게 일어났다 손 치더라도 일찌감치 준비한 다른 학생들보다 늦어 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씻지도 않고 허겁지겁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그들이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학교 정문에 쳐진 커트라인에 걸려 좌절해야 할 운명. 다만, 그런 웬수 같은 친구 놈들을 깨우며 같이 걸려 버린 몇몇 애꿎은 희생자만이 불쌍할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기숙사의 아침 시간이다. 무지막지한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한 모습. 하지만 그중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드와 라미아가 쉬고 있는 방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만의 단잠에 시끄러운 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난 것은 기숙사가 조용해지고 한참이 지난, 잠충이들이 커트라인을 지키는 괴수에게 온갖 고역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연영은 이미 일어나서 학교로 향했는지 방에서 나온 두 사람을 맞아 준 것은 연영이 식당에서 가져다 놓은 아침 식사와 분홍색 메모지였다. 메모지엔 동글동글한 연영의 글씨체로 아침밥이란 말과 함께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고 가란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짧은 메모에 이드는 피식 웃고는 라미아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해결한 이드와 라미아는 방에서 충분히 쉬고 난 다음 기숙사를 나와 교무실로 향했다. 전날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과는 모두 간단히 인사를 나눴기에 연영이 적은 쪽지대로 그녀에게 인사만 건네고 중국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
“언니, 우리 왔어.”
교무실은 수업 때문인지 몇몇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리가 비어 있어 조용했는데, 다행히 연영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였다.
“아, 왔구나. 지금 가려구?”
서류를 뒤적이고 있던 연영이 둘을 맞으며 하는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하지만 할 일이 있으니까.”
“우리 일이 끝나면 다시 들를게……”
“당연하지. 그럼 나가자. 가는 거 배웅해 줄게.”
연영은 섭섭하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에 앞서 라미아가 그런 그녀를 말리며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됐어, 됐어. 그냥 운동장에서 바로 텔레포트 할 텐데, 뭐. 일부러 나올 필요 없어.”
“얘, 그래도 어떻게 여기서 그냥 보내니?”
연영은 그럴 수 없다는 듯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이번엔 이드가 나서서 말렸다.
“에이, 괜찮다니까. 일 끝나면 올게. 그때 또 봐.”
“끄응, 이드 너까지. 칫, 내 배웅이 그렇게 싫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대신 자주 연락해 줘야 된다. 알았지?”
연영이 별수 없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자 이드는 방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무실 안에서 세 사람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라고 해 봐야 라미아와 연영 간의 짧은 수다지만 말이다.
두 사람이 도착했던 전날과 마찬가지로 운동장은 한산했다. 아직 운동으로 나오기엔 이르다고 할 만한 시간이었다. 오전엔 과격한 실기보다는 주로 이론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산한 바람만 덩그러니 남은 운동장을 지키는 그곳에 이드와 라미아가 서 있었다. 가이디어스의 건물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좀 더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이 똑같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방금 전 연영과 수다를 했던 라미아가 특히 더했는데, 이드가 그녀의 머리를 사르르 쓰다듬어 주며 위로해 주었다.
“아쉽긴 하지만 별수 없잖아. 빨리 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는 수밖에…… 다음엔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자.”
“힝, 그래두……”
라미아는 어리광을 부리며 이드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비볐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어리광이지만 살인적인 귀여움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만약 귀여운 여성이 이상형인 남자가 있다면 모든 경계를 무장 해제시키고, 순간 눈이 돌아가 버리게 하는 그런 귀여움. 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와 함께 그녀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됐어, 됐어. 그만해. 그리고 이번 일 끝나면 이 주위에 머물 집이라도 한 채 사도록 하자.”
순간 이드의 가슴에 비벼 대던 라미아의 고개가 반짝하고 돌려졌다. 아직 이드 혼자만 생각하고 있던 일인데다, 특히 자신의 집이란 것을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그녀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 정말이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게선 더 이상 이별의 아쉬움이나 어리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드는 길어질지도 모를 그녀의 생각을 돌렸다는 만족감에 자신이 계획하고 있던 것을 모두 알려 주었다.
“헤에, 그럼 집은 내가 꾸밀게요. 네? 네?”
집 이야기를 듣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라미아는 마치 생일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이드는 들떠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아차 싶었다. 생각을 돌린 보람도 없이 오히려 더욱 이야기가 길어져 버릴 것 같은 예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돌려세우며 괜히 서두르는 투로 급히 입을 열었다.
“물론, 되고말고. 집을 구하게 되면 무조건 맡길 테니까. 우선은 중국으로 이동부터 하고 보자. 응? 빨리 일을 마쳐야 집도 구하지.”
“넵! 순식간에 처리해 버리자구요.”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양손을 불끈 쥐고는 순식간에 좌표를 정리하고 번개같이 마법을 준비했다. 정말 저 기세대로 중국으로 날아간다면, 앞뒤 재지 않고 고위 마법으로 제로를 전부 다 밀어 버릴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드는 괜히 집 이야기를 꺼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한 뒤, 중국에 도착하면 우선 라미아부터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섰다. 그런 이드의 손엔 평소보다 좀 더 단단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이동 준비를 마친 라미아가 바로 이동을 위해 텔레포트를 시작했다.
“자, 빨리빨리 가자구요. 텔레……”
“스타압!”
커다란 연영의 목소리만 없었다면 말이다.
“헥, 헥…… 잠시 멈춰 봐……”
이드는 연이어 들려오는 연영의 목소리에 막 시동어를 외치려던 라미아를 멈추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양손을 흔들어 대며 연영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갑작스런 연영의 출현에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 의아한 시선을 주고받고는 그녀를 향해 걸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연영을 기다리기에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그녀가 너무나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다.
“헥, 헥…… 머…… 멈…… 헥헥…… 멈춰 봐, 후아……”
이드는 자신들 앞까지 와서 선 다음 다시 한번 거친 숨과 함께 간신히 말을 뱉어 내는 연영을 보고는 풋하고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라미아의 어깨에 머물고 있는 팔을 거두고 연영의 뒤로 돌아 그녀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아아…… 벌써 멈췄어. 그러니까 우선 숨부터 고르고 말해. 숨 넘어 가겠어.”
이어진 이드의 말에 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번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렇게 숨을 몇 번 들이키자 급한 호흡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라미아는 그녀의 얼굴에 흐른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기까지 했다. 연영은 그제야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휴, 살았다. 정말 운동 부족이야.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고맙다. 네가 두드려 주니까 금방 숨이 진정되네.”
“별거 아냐. 간단히 몇 개의 기혈을 튀어 준 것뿐이니까. 웬만하면 운동도 좀 해. 가르쳐 줄 사람도 널렸겠다. 근데…… 무슨 일이야? 이렇게 급하게 달려올 정도라니……”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양 간단히 설명해 주고는 라미아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마치 그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항상 같이 붙어 있었던 때문일까? 이젠 라미아가 다가가든 이드가 다가가든 웬만해서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그게 눈꼴시다는 듯, 또 부드럽게 바라보던 연영은 이드의 물음에 스스로 급하게 달려온 이유를 깜박했다는 생각에 이마를 톡톡 치고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좀 같이 가자.”
“…… 저…… 산에?”
연영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나지막한 산자락이었다. 연영은 두 사람이 좀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순간 멍한 표정으로 같이 시선을 돌리더니 툭 팔을 떨어뜨리고는 한없이 무안함을 담은 헛기침을 해 댔다. 스스로 너무 급하게 말하다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바로 본론을 꺼내 그 무안함을 숨기기로 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험험, 그게 아니고, 저 방향에 상향이란 곳이 있거든. 거기서 염명대가 드워프와 함께 있어. 그런데 거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의사소통의 문제지.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말이 통하질 않으니까 대화가 안 되고 있거든. 그렇다고 드워프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통역을 구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런데 방금 갑자기 너희들이 엘프를 만났다는 말이 생각나더라. 그래서 급히 달려온 거야.”
“혹시 엘프와 대화를 한 우리들인 만큼 드워프와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끄덕끄덕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간단히 알아 준 이드가 고마운 듯 연영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말도 꺼내기 전에 라미아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절대 안 돼. 지금 바빠. 집 사야 한다구. 빨리 이번 일 끝내야 돼. 끝내고 와서 해 줄게.”
“뭐? 무슨……”
연영은 멍청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쏘아붙이는 것처럼 뱉어낸 말이 두서없이 일순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저 가볍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으로 꺼낸 부탁인데 이런 매몰찬 반응이라니. 평소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던 라미아를 기억한다면 너무나 당혹스러운 반응이었다. 게다가 뜬금없이 집이라니.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집이 무슨 상관이라고…… 연영의 머릿속이 그렇게 당혹으로 물들어 가면서 차차 그녀의 입이 멍하니 벌어져 갔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즐기듯 킥킥거리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는 둘의 표정을 감상했다. 적을 향해 내달리는 굳은 기사의 표정을 한 라미아와 당혹과 황당으로 멍하게 변해 가는 연영의 얼굴이라니.
‘정말 남 주기 아까운 구경거리야.’
정말 연영의 표정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심히 기대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두 사람을 보고 놀 수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드는 라미아를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으며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이드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기가 한가득 묻어 있었다.
“자 자…… 라미아, 진정하고. 누나도 정신 차려. 집을 하나 구해서 둘이서 정착하자는 말에 라미아가 흥분해서 그래.”
“아…… 그, 그래.”
“하지만 이드님……”
“아아…… 괜찮아.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잖아.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도 보고.”
이드는 투덜대는 라미아를 달래고는 연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미아의 갑작스런 반항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당황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었다.
“우리들이 거기 가면 되는 거지?”
“어…… 으, 응. 그런데 너희들이 있으면 언어 소통이 가능할까?”
“훗, 가능하니까 간다는 거지.”
“헤에, 혹시나 했는데…… 되는구나……”
연영은 당연한 일을 묻는다는 투의 확신에 찬 표정을 한 이드를 바라보며 놀람을 표시했다. 사실 그녀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두 사람을 붙잡긴 했지만 확신하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드워프와 어떻게든 말을 터 보려고 노력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바디 랭귀지를 통한 간단한 의사 전달은 가능했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무리였다. 솔직히 드워프와 말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긴 했다. 도대체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드워프와 알아 왔다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겠는가 말이다. 덕분에 지금 가디언들도 딱히 이렇다 할 대화도 해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저명하다는 언어 학자들을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는 그들로 하여금 그림을 보고 말을 하는 드워프의 언어를 받아 적고, 단어를 골라내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생각나자 연영은 자연히 이드가 저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연영은 다시 두 사람과 함께 교무실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대화가 되는 거야? 그것 때문에 지금 가디언 쪽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하핫…… 두 가지 방법이 있지. 가장 간단하고 널리 쓸 수 있는 마법과 무공이 경지에 오른 이들이 서로의 의지를 나누는 혜광심어. 그 중 마법으로 엘프들과 말을 나눴으니까.”
마법! 사실 이드가 드워프와의 대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엘프와의 만남에서는 딱히 그런 방법들이 필요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엘프의 언어를 듣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함께 있던 오엘과 제이나노를 생각해서 엘프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드워프라면 달랐다. 이곳은 그레센과 다른 세상. 엘프의 언어는 자연을 닮아 있기에 큰 차이 없이 사용이 가능했지만, 드워프의 언어는 자연을 닮아 있는 엘프의 언어와도 다른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의 언어 족에 좀 더 가까웠다. 그레센 대륙의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언어 체계를 가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아니,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하자면 역시 엘프 마을에서 사용했던 그 통역 마법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연영은 그런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라 가디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알고 있었다면 사용해도 벌써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고, 연영이 이드와 라미아를 붙잡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의 인간 마법사들에겐 통역 마법이란 것이 없었다. 어떤 이유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 마법이 실전된 것이리라. 때문에 그런 마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연영이 저렇게 놀란 개구리 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 마법…… 이라니……”
“자자…… 그만 놀라고, 빨리 가자구요. 라미아 말대로 우리도 빨리 가 봐야 하거든.”
이드는 또 한 바탕 궁금증을 쏟아내려는 연영을 재촉하며 라미아와 함께 서둘러 교무실로 향했다.
“어어…… 뭐? 잠깐만. 마법이라니. 난 그런 마법 들은 적 없단 말이야. 야, 야! 너 대답 안 해? 야! 이드, 라미앗!”
그리고 그런 이드를 뒤쫓아 연영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