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2부 – 190화
627화
“슈스타 로터스. 마스터의 명을 받고 대령했습니다.”
반짝거리는 얼굴로 이드 앞에 선 로터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인사를 해 왔다. 총명해 보이는 눈과 단단한 근육으로 봐서는 스폴이 말한 물기사는 아닌 듯 보였다.
딱 봐도 기사로 임명받을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가진 듯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들고 온 계약서와 같은, 실력 외적인 부분까지 살핀다면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드는 우선 가장 먼저 교정해 줄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했다.
“로터스 경. 우선 확실히해 둘 게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마스터가 아닙니다. 그러니 마스터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러자 보는 이드가 다 미안해질 정도로 로터스는 실망한 표정이 되어 어깨를 떨어트렸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블러디 혼의 뿔을 꺾는 업적을 이루신 마스터를 제 가슴속에서 영원히 마스터로 여길 것입니다. 꼭 제가 마스터를 당당히 마스터라 부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존경의 염이 줄줄 흐르는 로터스의 말에 이드는 혀를 내둘렀다.
말의 진정성을 떠나서 마스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마스터라고 부르는 모습에 보통 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이드는 로터스가 물기사라기보다는 치덕치덕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문어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이 계약서, 경이 가지고 온 건가요?”
“옛! 그렇습니다.”
“그렇게 크게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럼 이 계약서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설마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물건으로 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
“역시・・・・・・ 그렇습니까.”
질책하는 이드의 말에 로터스가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 모습에 모두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반응은 계약서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는 뜻인가요?”
“소드 팰러스에서 사 년간 수련했습니다. 그동안 소드 팰러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중에 수업 권리를 사고판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조금 건조한 로터스의 말에 그를 노려보고 있던 데일리가 나섰다.
“그럼 당신은 왜 이 계약서를 사서 이드 님을 찾아 온 거죠? 알고 있었다면 사지도, 찾아오지도 말았어야죠.”
중간에 나선 데일리의 모습을 알아본 로터스의 눈이 반짝였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쓸데없이 사지도 피우지도 말자는 금연 광고가 생각났지만 곧 잡념을 지우고 귀를 열었다.
“아아, 은색 기사단의 기사시군요. 이드 님과 수업을 함께 진행하신다는 말은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영광입니다. 경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서를 구입한 것은 이드 님에 대한 제 존경의 표시와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아, 이드 님은 괜찮으십니까?”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이야기해 보라는 손짓을 했다.
“예, 그럼 계속 이야기하자면, 여기 계약서에 나와 있다시피 판매자는 빅터라는 수련생입니다. 당연히 아시는 그 수련생인데, 이 계약서는 그에게서 산 것입니다.”
“미친놈, 도대체 무슨 짓을……… 아, 죄송합니다. 너무 어이없는 이야기라서.”
길어지는 이야기에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서 이야기를 듣던 케마란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욕설에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수련장은 숨소리 하나 흐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져 있었고, 그 속에서 수련생들이 필사적으로 이드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들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케마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비밀로 할 만한 일은 아니니까.”
이드는 그들을 그냥 두기로 하고, 로터스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자 무언의 허락을 받은 수련생들과 기사들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와 귀를 기울였다.
내심 생각대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로터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급 살롱에서였습니다. 본국에서 나오신 백작 각하의 초대로 참석한 자리였는데, 제가 갔을 때 빅터 수련생은 이미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조금은 난감한 자리에 제가 당황하고 있으니 백작께서 이 계약서를 보이시며 소드 팰러스에서는 이런 거래가 가능한지를 물으셨습니다. 전 그때서야 백작께서 소드 팰러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정에 밝지 못해 절 부르셨다는 것을 알고 계약서를 살폈는데………”
로터스는 고개를 저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참으로 어이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즉시 계약서의 부당함과 제 의견을 밝혔고, 백작께서도 심히 불쾌해하셨습니다. 그런데 빅터는 제 말에 계약이 깨지자 기분이 상했는지, 곧 다른 판매자를 찾으면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는 최근에 추문으로 이름이 알려진 자로, 그 뒤로 은밀히 이드 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데 거기에 이런 계약서까지 나돌게 된다면 드높아지는 이드 님의 명성에 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백작께 거금을 융통해서 계약서를 구매했습니다. 원래는 오만 골덴짜리 계약서였는데, 제 모습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이만 골덴을 올리더군요.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그런 자라는 생각으로 이후 이드 님에 대한 험담과 계약에 대한 일을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구만 골덴에 계약서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미친!”
순간 로터스의 말이 끝이 나기 무섭게 귀를 기울이던 수련생들과 기사들 사이에 오만 가지 욕설과 저주가 튀어나왔다. 특히 기사들 중에는 소드 팰러스의 이름에 똥칠을 했다며 살기를 보이는 자도 있었다.
“그렇다면 계약서를 사지 말고, 검성에 신고를 하셨어야 하지 않나요?”
데일리가 조금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하기야 계약서를 구매한 이유가 이드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의 명성을 지키고 싶어서였다고 하니 트집을 잡기 애매했다.
“그랬다면 또 이드 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생겼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규율이 없으니, 검성에서도 그를 제재할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 된다는 규율도 없지만, 안 된다는 규율도 없다. 누구도 수업권을 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규율이 없다면 만들면 됩니다. 로터스 경의 말은 틀렸습니다.”
“과연 은색 기사단의 기사시군요. 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제가 가볍게 행동한 부분이군요.”
“경이 계약서를 산 이유는 알겠네요. 그럼 그 소용없는 계약서는 왜 들고 이곳까지 온 거죠?”
데일리가 한풀 꺾인 듯하자 스폴이 나서서 물었다.
“크흠, 저도 이드 님의 수업을 신청했지만 불행하게도 탈락되어 버렸지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로터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듯 말했다. 그 모습이 앞서 이드에게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모습과 대비되어 호감이 가는 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스폴은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사실은 이드 님께 당신의 행동과 생각을 알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고요?”
“……하하하.”
적나라한 표현에 어색하게 웃던 로터스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드 님.”
“괜찮습니다. 나쁜 생각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제가 담당하던 수련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생긴 일을 잘 마무리해 주셨으니 감사를 드려야겠죠.”
“이드 님께 감사 인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럴 수는 없죠. 사용하신 구만 골덴은 제가 지불하도록 하죠. 돈을 빌려 주신 백작께 바로 갚도록 하세요.”
“하하하, 전 그보다 이드 님의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만………….”
이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만약 경의 사정을 봐준다면 이런 계약서가 더욱 많이 돌아다니겠죠. 혹은 계약서를 만들기 위해서 수련생들을 협박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
“아아………… 그렇다면 혹시 다음 수련생을 모집하실 때 절 뽑아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다음 수업이라……………”
이드는 턱 아래 손을 받치고 생각했다.
‘과연 다음 수업이 있을까?’
지금 수업도 네리베르와 케마란의 뒤를 쫓아온 수련생들의 요청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목적을 이룬 이상, 바로 수업을 없애진 못해도 다시 수련생들을 모아서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 이드의 이름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무림의 무언에 무공의 수련은 끝이 없다고 했다. 정식 사제 간이 아닌 이상 끝까지 돌볼 의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자연히 수업은 연 단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과연 그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이드는 내심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건 가능해요. 하지만 지금 수련생들을 위한 수업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수업이 끝난다 해도 바로 다음 수련생을 받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그렇게 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로터스의 얼굴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곧 크게 대답했다.
‘뭐, 본인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니까.’
이드는 로터스의 얼굴을 보기가 못내 미안했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로터스는 결국 이드가 주는 구만 골덴을 끝까지 받지 않고 돌아갔다. 지금 누구보다 핫한 이드와 이렇게 인연을 만든 것만으로도 구만 골덴은 충분히 제값을 했다고 말했다.
과연 멍청한 물기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알고, 누릴 줄 아는 자였다.
로터스가 돌아가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엔 에단이 뛰어 들어왔다.
“마스터!”
그런데 그 모습이 좀 전에 뛰어 들어온 록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드는 순간 또 다른 사람이 계약서를 들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또 무슨 일이야? 혹시, 또 계약서야?”
“아닙니다. 이번엔 계약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왔습니다.”
“본인이면?”
“빅터지요.”
에단이 살벌하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이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부정했지만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굉장하네요. 전 당연히 계약서를 팔고 바로 소드 팰러스에서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배짱이죠? 아니면 혹시 똥멍청이?” 가끔 뜬금없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당혹게 하는 스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이드 님을 직접 만나 뵙겠답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수업권을 넘기겠다는 계약서를 팔아넘긴 걸 보면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데려와 봐. 무슨 말을 하는지나 한번 들어 봐야겠어.”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시면 저희들이 데려갈게요. 그렇지 않아도 추적대를 만들어 뒤를 쫓을 생각이었거든요. 덕분에 일손을 덜었네요.”
스폴이 귀엽게 윙크하며 말했다.
“대답만 들으면 되니까 바로 데려가세요.”
이드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 사이 빅터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 달려 나간 에단이 빅터를 잡아끌듯이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에단의 거친 행동에 상당히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곧 이드를 보고는 바로 섰다.
“이드 님!”
“날 만나서 할 말이 있다고요?”
“용서해 주십시오, 이드 님. 그땐 제가 전설 같은 삼검왕님의 모습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어서 그런 선택을 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제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순간의, 정말 순간의 실수였습니다.”
빅터는 어느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아 대면서 외쳤다.
이드는 에단과 스폴의 눈을 마주한 후에 말했다.
“그 때의 선택은 오로지 개인의 것이기 때문에 내가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요. 그래서, 용건은 그뿐인가요?”
“아니, 저…….”
빅터는 생각과 다른 싸늘한 이드의 반문에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자신을 더러운 오물처럼 바라보고 있는 수련생들과 에단, 그리고 방글거리고 있지만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스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의 본능이 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빅터는 본능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여기서 물러나면 난 정말 끝이야. 내가 그때 했던 일을 생각해 보라고. 사람들이 날 좋게 보지 않는 건 당연한 거야. 그저 난 이드 님께 용서를 구하고, 수업을 다시 받기만 하면 돼!’
빅터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다시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저는 이드 님께 제 잘못을 용서받고 다시 수업을 받고 싶습니다.”
“이런 미친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순간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달려온 케마란이 빅터를 차 버렸다. 대련 중에 발 기술을 즐기는 네리베르를 상대하며 배운 덕인지 그녀의 발차기에는 제법 힘이 있었다.
퍼억!
뒤늦게 그녀의 모습을 깨달은 네리베르가 급히 달려와 그녀를 말리는 사이 빅터는 두 대 더 맞았다.
막는다고 막았지만 무방비로 당한 충격에 완벽히 막지는 못한 빅터의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급히 몸을 일으킨 빅터가 케마란을 사납게 노려봤지만 이드와 은색 기사단의 눈치를 보느라 별다른 반응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 빅터에게 다가간 이드가 말했다.
“케마란 양이 좀 과하게 흥분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도 이해하기 힘든 말이긴 하군요. 다시 수업을 받겠다니. 빅터 수련생은 수업권을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았습니까?”
“예? 그게 무슨…….”
이드는 어리둥절해하는 빅터 앞에 로터스가 두고 간 계약서를 내밀어 보였다.
천천히 계약서를 읽어 내려가는 빅터의 입이 아래로 향하는 눈에 비례하여 흉하게 벌어졌다.
“이건……… 이건………….”
이드는 크게 놀라는 빅터를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를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드는 빅터의 얼굴을 살피며 계약서의 한 부분을 콕 짚어 보였다.
“여기 본인의 이름과 사인이 보이지요? 빅터 수련생의 사인이 아닙니까?”
빅터는 이드의 말에 입만 뻐끔거렸다. 분명 자신은 알지 못하는 계약서였다. 하지만 계약서에 있는 사인은 조금 삐뚤기는 하지만 자신의 것이 맞았다.
필적감정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라 자신의 사인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수업권을 팔다니? 이 황금 같은 수업 기회를 팔긴 왜 판단 말인가!
빅터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격렬하게 계약서를 부정했다.
“절대, 절대! 전 모르는 계약섭니다. 사인도 위조된 것이 분명합니다. 전 절대 저런 계약서를 쓴 적이 없습니다. 이드 님! 믿어 주십시오. 저런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제가 어떻게 이곳에 찾아올 생각을 했겠습니까!”
“확실히 저도 그 부분이 이상하긴 합니다만. 혹시 빅터 수련생, 이번에 구만 골덴의 거금이 생기지 않았나요?”
순간 빅터는 눈앞이 아찔해지며 십만 골덴의 수표가 떠올랐다.
이드는 그런 빅터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있나 보네요. 그럼 이건 빅터 수련생의 계약서가 맞겠군요.”
“하, 하지만, 전 아닙니다. 제게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건 십만 골덴입니다. 절 후원하시는 백작님이 주신 후원금이지 이런 계약서를 쓰고 받은 돈이 아닙니다.”
그러자 스폴이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아휴~ 거짓말. 도대체 어떤 귀족이 후원금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나요? 설마 본인이 이드 님과 같은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라거나, 오색 기사단 단장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죠?”
다시 말해 그런 실력과 명성이 아니라면 십만 골덴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이야기였다.
스폴이 아연한 빅터의 어깨를 잡고는 말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봐요. 혹시 술을 너무 마셔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아닌지. 계약서를 가져왔던 기사는 당신이 만취해 있었다고 증언했거든요.”
순간 빅터는 자신이 십만 골덴의 출처에 대해 살롱 마담의 추측만 알고 있을 뿐, 술에 만취한 후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럴수가………….”
“당신의 행동은 소드 팰러스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임은 물론, 이드 님의 권리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이후의 조사는 검성에서 자세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빅터는 입술이 바짝 타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업의 기회를 얻고자 찾아온 곳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이건 아니에요. 뭔가 잘못된 겁니다. 확인해 주세요. 그 돈은, 그 돈은 분명 사무엘 백작께서 절 후원하시는 돈이라고 했단 말입니다!”
“사무엘 백작.”
이드는 뜬금없이 튀어나온 사무엘 백작의 이름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 사무엘 백작이 빅터 수련생을 후원하겠다고 직접 이야기했나요?”
“그・・・・・・ 그건………… 살롱의 마담이 그럴 거라고………….”
“홋홋홋.”
스폴이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