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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203화


640화

데이트의 날이 밝았다. 그래 봤자 하룻밤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녀는 수련생들의 수련이 시작할 즈음에 비올라를 찾아왔다.

“보통 데이트라면 남자인 그대가 여자인 나를 맞이하러 와야 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데이트는 내가 그대에게 빚을 갚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서두르느라 만날 시간을 정하지 않았더군. 그래서 내가 먼저 그대를 찾았다.”

“진짜…… 왔네?”

설마 쉴라가 진짜 데이트를 하자고 올까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던 비올라는 막상 쉴라가 나타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하다. 나는 스스로 약속한 것을 아무 이유 없이 지키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약속…………하기는 했지.”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기는 했지만.

“옷도 갑옷이 아니네.”

“데이트에 갑옷을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폴 경이 권해 주는 대로 입기는 했지만, 그대가 보기에는 어떤가? 나에게 잘 어울려 보이나?” 질문과 함께 잘 보라는 듯 살랑이며 한 바퀴 돌아 보이는 쉴라의 모습에 비올라는 입을 딱 벌리고 격렬히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어…… 응.”

하얀 얼굴에 잘 어울리는 모자와 그 안으로 정리된 머리카락 때문에 드러난 아찔한 목선.

사복을 입자 평소에는 갑옷에 가려 알 수 없었던 매력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거기에 반짝이는 구두, 가는 발목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와 활동성 높고 발랄해 보이는 푸른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이쁜 드레스라니.

도저히 어제 만났던 기사와 동일 인물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단련한 근육을 가리기 위해서 팔과 어깨를 가리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것도 없었다면 벌렁거리는 심장이 비올라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 뻔했다.

“그런가. 나도 나름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대의 의상은 좀 성의가 없구나.”

“크흠. 그, 그것이… 다른 옷을 살 시간이 없어서……”

가벼운 쉴라의 지적에 비올라가 허둥대며 급히 변명했다.

“크큭!”

뒤에서 조용히 두 사람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이드는 순간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써야 했다. 쉴라가 오기 전까지 데이트가 뭐 대단한 일이라고 마법사가 로브를 벗어야 하느냐며 배짱을 부리던 비올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그로서는, 그때와 너무 다른 변명에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콕!콕!

그에 조용히 하라는 듯 곁에 서 있던 일리나가 이드의 어깨를 찔렀다. 그 주변에는 이유도 없이 아침 일찍 달려온 클라인을 포함한 저택의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 수련생들의 수업에 대해서는 잊은 듯해 보여 이후 수업의 질이 참으로 걱정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군. 최근까지 그대가 밖으로 돌아다니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지. 이해했다.”

“그・・・・・・러냐.”

단번에 수긍하는 쉴라의 말에 비올라는 괜히 눈치가 보였다. 옷 정도는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쉴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일부러 모른 척해 주는 건가? 그럼… 고마운데.’

연애에 인연이 없던 비올라였지만 쉴라의 반응이 일반적인 여성과 조금 다르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데이트를 시작해 보자. 평범하지만 적당한 데이트 코스도 추천을 받아 잘 뽑아 두었다.” 

“그런 것도 준비한 거냐?”

“나는 무슨 일에서든 최소한의 계획이 있는 편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번 데이트는 내가 빚을 갚는 것이기도 하니까 나만 잘 따라오도록.” 

과연 기사단을 운영하는 기사단장다운 계획성! 철저하게 준비해 온 쉴라에게 압도당한 비올라는 한층 좁아진 어깨를 하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쉴라에게 배짱을 부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가, 갈까?”

“그 전에 다른 건 몰라도 남자로서 최소한의 리드 정도는 해 줬으면 좋겠다만?”

“아, 미안!”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쉴라의 압박에 비올라는 이유도 모르고 사과부터 했다. 마법사답게 곧 상황을 파악하고 쉴라가 붙잡을 수 있도록 팔을 벌려 주었지만, 완벽히 주도권을 빼앗긴 모습이다. 비올라의 팔을 잡은 쉴라는 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살짝 눈인사를 건네고는 저택을 나섰다. 그런 쉴라의 허리 뒤에는 드레스와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애검이 매달려 살랑살랑 꼬리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갑옷은 포기했지만 아무래도 검까지는 놓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이 저택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털썩!

그러자 그때까지 초점 없는 눈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에단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진짜….. 비올라와 데이트하러 가시다니. 이건 꿈이야. 악몽이라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스폴이 뛰어 들어오더니 중요한 일이 있다며 조기 퇴근을 요구했다.

“대신 데일리 경은 남아서 수업을 진행할 거예요.”

요청이라기보다는 통지에 가까웠지만 이드는 거부감 없이 허락했다.

“중요한 일이 뭔데요?”

“사악한 흑마법사로부터 저희 단장님을 지키는 일이요.”

이드는 그 흑마법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남자가 아니기를 바라며 물었다.

“그런데 신나는 일인가 봐요? 스폴 경이 그렇게 신나게 웃고 있는걸 보면.”

이드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표정을 인식한 스폴이 곤란하다는 듯 양 볼을 감쌌다.

“어머나. 정말 그랬네요. 기대되는 일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그보다 조금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드 님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정중히 거절하죠. 단장님이 좋아하실 것 같지 않네요.”

“제,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거절하는 이드를 대신해서 에단이 벌떡 일어나며 손을 들었다. 스폴은 질투에 눈이 반쯤 돌아간 에단을 크게 반겼고, 둘은 함께 후다닥 저택 밖으로 달려가 버렸다.

클라인이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젊어서 그런가요. 누군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젊음보다는 애정이죠. 클라인 백작님도 검후님의 일이라면 더하셨을 것 같은데요.]

“허허, 그런가. 나도 아직 젊었구나.”

라미아의 핀잔에 클라인이 민망한 듯 눈을 피했다.

“록도 같이 가지?”

이드는 한쪽에서 주섬주섬 검을 챙기고 있는 록을 보며 말했다. 그도 에단과 함께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스폴을 따라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태연히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상대가 비올라인 게 분하긴 하지만 쉴라 님이 필요해서 하는 데이트인데 감히 그걸 어떻게 방해하겠습니까. 그런 짓을 할 시간에 차라리 수련생들을 봐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언뜻 들으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에단과 함께 비올라의 뒤를 노리던 모습이 너무 선명했다. 그러다 문득 록이 손에 쥔 검과 수련장의 모습이 머리에 들어오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수련장에 데일리 경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수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록을 따라 웃었다.

“현실적이네.”

“제가 아무래도 에단보다는 좀 똑똑하지요. 그럼 전 데일리 경을 도우러 가 보겠습니다. 마스터께서도 즐거운 데이트를 즐기고 오십시오.” 

록은 짧은 덕담을 남기고 발걸음도 가볍게 수련장으로 달려가 버렸다.

“하하, 그럼 록의 응원도 들었겠다. 우리도 즐거운 데이트를 즐겨 볼까요?”

이드가 돌아보며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라미아가 이드의 머리 위로 내려앉고, 일리나는 이드와 팔짱을 꼈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수련장을 피해서 저택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수련생들의 눈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수련생들을 버린 죄악감이라고 할까?

그렇게 순식간에 홀로 남겨진 클라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유희가 지나가면 이제는 전투만 남은 건가?”

클라인은 쉴라의 데이트를 비롯한 저택 식구들의 호들갑이 모두 이후에 벌어질 전투에 대비한 숨 고르기라고 보고 있었다. 당장 에단의 검사가 끝나면 이어질 피 말리는 추적과 조사는 물론, 영혼과 정신의 관에 대한 토벌까지. 순간의 방심이 치명적인 실책이 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신경을 팽팽하게 당기기 전에 미리미리 쉬어 둘 필요가 있었다.

“뭐, 이드 님의 경우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데이트를 노린 것 같으시지만, 마인드 마스터가 이 정도 일로 긴장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 당연한 거려나.”

클라인은 새삼 자신이 모시기로 한 분의 진짜 정체에 든든함을 느끼며 실없는 웃음을 흘리다 저택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에게는 오늘 하루 처리해야 할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새삼 외롭긴 하구먼. 나도 검후님만 돌아오시면 마음껏 열정을 불태워 보련만.”

클라인은 건네지 못해 쌓여만 가는 검후님에게 드릴 선물을 떠올리며 매우 아쉬워했다.

본래 짝사랑이란 이리 힘든 것이다.

반면, 그 시각 비올라는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으으,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

사방에서 쏟아지는 온갖 감정이 뒤섞인 시선에 등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쉴라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것도 예상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아예 없을 줄은 몰랐다. 아니, 모르던 사람도 주변의 이야기에 쉴라를 알아보고, 감탄한 후에 비올라를 노려보았다. 그중에는 호의적인 시선이 하나도 없었다. 만약 시선에 물리적인 힘이 단 100그램이라도 실렸다면 비올라는 태산 같은 무게에 찌그러졌을 것이다.

이래서야 데이트가 아니라 고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비올라는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끼며 울렁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빚은 충분히 갚은 걸로 할 테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싫다. 일단 시작한 일은 확실히 해야지. 설마, 사람의 눈이 무서운 건 아니겠지?”

“같잖은 도발은 치워. 단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귀찮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아무 문제없군. 추천받은 가게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비올라의 팔을 쉴라가 잡아끌었다.

순간 주변의 웅성거림이 두 배로 커졌고, 그사이에 섞여 들리는 욕설과 저주는 다섯 배 많아졌다. 개중에는 저런 음침한 녀석이 쉴라의 손을 잡았다며 폭발하는 무리도 있었지만, 오히려 쉴라에게 팔을 잡힌 비올라로서는 억울한 일일 뿐이었다.

이게 데이트인지 고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쉴라가 고른 데이트 코스는 대부분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유명한 곳들이었다.

맛이 좋다거나, 구경거리가 있다거나 한 곳들 말이다. 그게 당연한 수순이긴 하지만 구경하는 입장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코스였다.

가장 큰 문제는 평범하게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쉴라와 비올라의 뒤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수십 명씩 뭉텅이로 구경꾼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오히려 따라다니는 사람이 늘었잖아!”

비올라로서는 질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는 쉴라는 너무도 태연했다. 검후와 함께했던 그녀에게 이렇게 사람이 몰려드는 상황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생각과 다르게 사람들을 많이 신경 쓰는군. 이 정도면 많은 것도 아닌데. 하지만 데이트에 부적합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니 코스를 조금 바꾸도록 하겠다.”

그녀는 자신의 말처럼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그들이 가는 곳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모두 검후와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

‘이게 데이트야, 관광이야!’

담담하고 꼼꼼히 이어지는 쉴라의 목소리에 비올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또 골치 아픈 문젯거리도 나타났다.

조용한 곳을 찾아다닌 덕분에 사람들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귀찮게 구는 은색 기사단의 기사들이 두 사람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감히 비올라가 엉뚱한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데이트 코스를 뽑았던 기사들은, 두 사람이 예정된 코스를 벗어나자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올라의 귀에 오러텅으로 코치와 협박을 동시에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얼마나 시끄러운지 정작 쉴라가 말하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쉴라가 자리를 비울라치면 귀신처럼 나타나서 검으로 위협하며 허튼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런데 에단, 넌 왜 은색 기사단하고 같이 있는 거냐?”

“천재라더니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말해 줘?”

・아니다.”

“잘 들어! 쉴라 님이 먼저 네 팔을 잡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무조건 이 단검의 길이만큼 떨어져 있어라! 그걸 어기고 가까워지면, 가까워진 만큼 이 단검이 네 옆구리에 박힐 거야!”

“…..”

이게 어디 같은 집에 사는 식구에게 할 소린가! 비올라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고하고 뻣뻣해 보이는 여기사를 조롱하기 위한 행동에 왜 자신이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 그저 억울하기만 했다.

‘젠장! 그 명성 높은 대(大)기사가 이럴 줄 상상이냐 했겠냐고! 이 여자는 오늘 이후의 뒷감당을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데!’

비올라는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로운 상황이기 때문일까? 이후 한참을 더 쉴라에게 끌려다닌 것 같았다. 그러는 중에 쉴라와 거리가 가까워지며 에단의 협박이 들리기도 했지만 깔끔히 무시해 주었다. 아니, 오히려 도발했다. 이 일을 빌미로 시비를 걸어오면 그걸 기회로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는 스트레스를 풀어 낼 흉악한 심산이었다.

몽롱한 중에도 미리미리 에단에게 사용할 마법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발동해서 에단을 떡으로 만들 수 있도록!

그렇게 정신없이 쉴라와 은색 기사단의 기사와 에단에게 휘둘리던 비올라는 어느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끝없이 시끄럽던 오러텅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여긴 뭐야?

문득 주변을 살핀 비올라는 자신이 작은 골목 안에 자리한 대장간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대장간도 소드 팰러스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자.”

“이봐, 데이트 코스로 대장간은 아니지 않아?”

“그거야 데이트 주인공들의 취향에 따르는 것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순순히 그녀의 말을 믿어 주기에는 갑자기 조용해진 오러텅이 의심스러웠다.

찝찝한 기분으로 따라 들어간 대장간은 크지 않았다. 대장간의 규모처럼 전시된 무구도 몇 종류 되지 않았다. 까놓고 유명은 둘째 치고 파리나 날리는 가게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가게의 규모에 반해서 대장장이들이 많았다. 쉴라는 대장장이가 아니라 그들과 뚝 떨어져 홀로 무구를 손질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가 쉴라를 알아본 듯 반갑게 그녀를 반겼다.

“이런, 귀한 손님이 오셨군. 어서 오게, 쉴라 단장.”

“카일란 단장님, 오늘도 여기 계시는군요.”

“나야 항상 그렇지. 그런데 어쩐 일인가?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런 재미없는 곳을 찾아올 때가 아닐 텐데, 거기 뒤에 있는 분이 데이트 상대이신가?”

“카일란 단장님께서도 이야기를 들으셨나 보군요.”

“지금 소드 팰러스에서 가장 큰 이슈는 마인드 마스터가 아니라 자네라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어디 정식으로 인사 좀 시켜 주지 그러나. 나도 쉴라 단장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용자가 누군지 궁금했거든.”

카일란의 말에 쉴라가 비올라를 보며 말했다.

“인사드려라. 이분은 흑색 기사단의 카일란 단장님이시다.”

하지만 비올라는 카일란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수작질이냐는 듯 찝찝한 표정으로 쉴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무슨 수작이야? 설마하니 아버지 같은 분이라서 날 소개시켜 주는 건 아닐 것 테고.”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데이트 중에 이분께 전할 말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렀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 양반을 만나는 게 목적이었던 건 아니고?”

“아니다.”

단호한 대답이었지만 어쩐지, 굉장히 믿음이 가지 않는 비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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